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87
885화. 맹주가 3품으로 승직했다고?
이영소는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반년간 난 정말 딱 한 번 그대와 청 누님의 사랑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조금도 행복을 느낄 수 없었고, 심지어 허리도 좀 아팠죠. 물론 이것들 모두 내가 누님들을 떠난 이유가 돼서는 안 됩니다. 내가 온 건 누님에게 용서를 빌거나 핑계를 대려고가 아니에요. 오직 누님에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동방완용의 표정이 냉담한 것을 보고, 이영소는 갑자기 원망이 솟구쳤다. 그는 그대로 희현 등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누님은 허칠안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아세요? 허칠안은 옹주성 밖에서 이 자들을 줄행랑 칠 정도로 격파했어요. 하마터면 목숨을 지키지 못할뻔했다고요! 왜 누님과 청 누님까지 끼어들려는 거죠? 누님들의 수련 경지만으로는 허칠안의 솜털 한 가닥조차 다치게 할 수 없어요!”
동방완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이영소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나와 관련 있죠! 하지만 누님이 정말 이곳에 남길 고수한다면, 나는 설령 죽는 한이 있어도 누님을 데리고 갈 거예요. 나는 그대와 청 누님이 헛되이 목숨을 잃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내 동방완용은 비수를 그의 앞에 내던졌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이 순간 스쳐 가는 찬바람보다 더욱더 냉담했다.
“네 스스로 끝내도 된다.”
‘아, 이건…….’
이영소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 누님, 정말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그는 결국 눈물을 훔치며 떠났다.
이영소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동방완용은 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납란천록의 목소리가 울렸다.
“왜 그를 죽이지 않는 건가?”
동방완용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는 천종 성자입니다. 그를 죽이면 천종의 보복을 불러올 것입니다. 저는 스승님께 적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납란천록이 웃었다.
“너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구나. 방금 만약 내가 그를 죽이라고 너를 핍박하지 않았다면, 너는 그를 내쫓지 않았겠지. 완용, 지나치게 감정에 얽매이지 말거라. 너는 천종 사람이 아니지만, 적당히 태상망정을 배워야 해. 너무 마음을 쓰면 사랑에 통제당하기 쉽거든.”
동방완용은 입술을 오므렸다.
* * *
검을 몰아 떠난 이영소는 견융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동안 바깥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빙빙 돌기만 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내 그는 지서 파편을 꺼내 작고 깜찍한 들새 한 마리를 쏟아냈다.
들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그의 어깨에 내려앉아 사람의 언어를 내뱉었다.
“어떠한가?”
이영소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풍주 위에 금강 둘, 용 누님 그리고 희현과 그 남매가 있습니다. 그리고 용 누님의 원신 파동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파동을 눈치챘습니다. 납란천록의 원신은 역시 용 누님 몸에 기생하고 있었어요. 이 사람들 말고는 어풍주 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잠시 침음하던 들새가 머리를 쪼며 말했다.
“아주 잘했네.”
이영소가 얼른 덧붙였다.
“저한테 약조한 거 잊지 마십시오. 용 누님과 청 누님에게 자비를 베푸셔야 합니다. 그 여인들의 목숨을 해치지 마십시오.”
그는 동방 자매에게 보험을 들어준 것이었다.
들새는 다시 가볍게 머리를 쪼며 말했다.
“나는 기껏해야 최선을 다할 뿐이야. 자네도 알아야 해. 납란천록이 그녀의 의식에 기숙했으니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고 납란천록을 제거하긴 매우 어려워. 게다가 생사에 기로에서 이런 것들까지 고려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알겠습니다.”
이영소는 그저 어풍주에 한 번 다녀왔을 뿐이었다. 위험도 크지 않았고, 임무 난도도 높지 않았다.
그러니 허칠안에게 싸울 때 반드시 동방 자매를 무탈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할 도리가 없었다. 허칠안 역시도 응하지 않을 것 같았다.
* * *
밀림 깊은 곳.
‘어풍주 위에 옛 친구 몇몇 말고 다른 사람들은 없다라…….’
허칠안은 관전에 몰두하면서 한편으로는 머리를 굴렸다.
“만약 금강 둘만 있다면, 진국검의 칼끝에 의지해도 무섭진 않아. 근데 진국검이 납란천록을 상대하는 데는 분명 아주 강한 작용을 하진 못할 거야.
이영소가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배 위에 정말 매복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지. 허평봉의 수법으로 살수를 숨겼다면, 분명 이영소가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아니겠지.
하지만 운주에 주시하고 있는 감정이 있으니 허평봉의 본체가 떠나긴 불가능해. 우선 그가 감정의 법안을 속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치고, 그가 감히 운주를 떠나려 한다면, 감정이 직접 기습할지도 모르지. 희현 이 개자식들, 한통속이 돼서 나랑 싸우면서 조금씩 내 비장의 패를 떠보다니…….”
이내 허칠안은 혼천신경을 발 옆에 두고 지서 파편을 꺼냈다. 쏟아낸 지서 파편에선 태평도와 진국검이 소환됐다.
두 신병은 기운이 함축되어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오랜만이야, 옛 친구.”
허칠안은 황동검을 만졌다.
진국검은 묵직하면서도 온화한 의념을 전했다. 마치 인정이 두텁고 듬직한 선배 달인 같았다.
태평도는 훨씬 유쾌했다. 끊임없이 뭔가를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야.’
꼭 반쯤 자란 아이가 아버지에게 벌써 다 컸다고 우쭐대는 것 같았다.
“좋아. 보름 동안 온양을 거쳐서 더 날카로워졌구나, 태평! 오늘 내가 금강의 피로 너를 다뤄주마.”
어두운 금색 칼을 어루만지던 허칠안은 진국검과 태평도를 좌우 양쪽에 꽂은 후, 다시 혼천신경을 들고 돌문 쪽에 반쯤 꿇어앉은 형체를 보았다.
“조청양, 이 멍청한 자식. 내가 준 정혈을 아까워 쓰지도 못하다니. 남겨두고 소화하고 깨달아 그렇게 3품으로 승직할 생각이군. 정말 본인 수련 경지와 양최설 그들의 협조만으로 창룡칠숙을 격파할 수 있을 줄 아는 건가? 하, 지금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 * *
조청양은 탁한 숨을 한번 내뱉었다.
“내가 너무 시건방졌어. 설령 네가 의지하는 것이 법기고, 진정한 3품이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내가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사람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니.”
조청양이 무사한 걸 보자 부정문, 양최설 등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믿기 어려운 동시에 기쁨도 흘러넘쳤다.
그런데 그때, 소월노가 그를 집중해서 보다가 여린 몸을 약간 떨었다.
“맹주, 맹, 맹주께서 3품에 들어선 겁니까?”
지금 조청양은 기운이 이미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어렴풋이 모두를 전율하게 만드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더 불가사의한 건 조청양의 피부색이 옅은 금색으로 변했다는 것이었다.
‘3품…….’
양최설, 대종은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순간 그들은 무슨 표정도 짓지 못했지만, 모든 이의 심장 박동이 별안간 빨라지고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금강신공?!”
갑자기 먼 곳에 있던 무승 정연이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었다. 그의 안색도 약간 달라져 있었다.
엄청난 기쁨에 빠져 있던 무림맹 사람들도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맹주, 언제 금강신공을 익히신 겁니까?”
철의문의 우석이 동료를 보며 답을 구하려 했으나, 역시 그들의 눈에도 같은 의혹이 담겨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금강신공은 불문 특유의 비술인데 맹주께서 어떻게 습득하실 수 있던 거지? 정말로 금강신공을 수행했다면 문제가 큰데……. 이, 이거 좀 익숙한 느낌이야……. 설마…….’
신중하고 침착한 양최설은 생각 끝에 점차 상기된 빛이 떠올랐다.
“맹주, 이거 허 은라의 정혈입니까?”
돌문 앞, 조청양이 넝마가 된 옷을 찢고 일어나 천천히 목을 비틀었다.
“그의 정혈이네.”
3품 무사의 정혈은 희석된 혈단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유지 시간은 정혈 제공자의 수련 경지에 따라 정해졌다.
하지만 설령 희석된 혈단이라고 해도 평범한 4품 무사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조청양처럼 몸속 세포가 1차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생명력은 점차 범인을 초월하는 반보 3품만이 정혈의 충격을 견딜 수 있었다.
일반적인 4품 무사는 설령 4품 전봉이라고 해도 3품 무사의 정혈 한 방울만 복용해도 몸이 허물어지면서 죽음에 이르렀다.
일부는 역시라는 표정을 보였고, 또 다른 일부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얼굴로 ‘허 은라’라는 이름 앞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부정문은 얼마나 기뻤던지 두 주먹을 힘껏 부딪치며 말했다.
“하하하……! 드디어 반격할 수 있게 됐군요. 제기랄, 이 몸이 숨을 참느라 폐가 터질 뻔했습니다.”
양최설, 소월노, 대종 등도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웃어 보였다.
사실 지금껏 누구도 입을 열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묻고 싶었다.
왜 아직도 조력자가 오지 않는 것인가!
옛 맹주가 독거 수행하며 나오지 않는 상황에 무림맹이 초범경의 강자에 맞서긴 어려웠다. 다들 초조함에 마음이 타들어 갔고, 자신감도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 다들 허 은라가 나선 걸 똑똑히 보았다. 그는 맹주와 일찍이 연락을 했던 것이다.
이제야 모두가 비로소 걱정을 내려놓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반면, 류홍면, 걸환단향, 백호는 ‘허 은라’라는 이름의 등장에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피어오른 것이다.
무승 정연과 정심도 눈을 마주치며 어둡게 굳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더욱이 정심은 얼굴에 살짝 경련까지 일어나서, 결국은 양손을 합장하여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집중했다.
빈틈없는 성격의 소월노는 이 현상을 예리하게 눈치챘다.
‘어? 저들이 허 은라를 유난히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사매 류홍면을 포함한 모두가 허 은라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저 낯빛만 봐도 언젠가 허칠안에게 큰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듯했다.
소월노는 그 사연이 몹시도 궁금했지만, 질문할 수는 없는 상황에 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조청양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현재 조청양의 상태는 이미 안정돼 있었다. 기운이 막 3품에 들어선 단계인지라 창룡칠숙과 큰 차이도 없어 보였고 심지어는 창룡칠숙이 조청양보다 약간 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3품 느낌은 정말 좋군…….’
조청양은 주먹을 쥐었다. 침착하고 간결한 눈빛에는 적의가 번쩍였다.
이윽고 조청양이 손을 들자, 양최설 등은 재빨리 먼 곳으로 철수했다.
이곳은 더 이상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전장이 아니었다.
류홍면 등도 약속한 듯이 빠르게 물러났다. 그 방향은 무림맹 4품들과 정반대 편이었다.
이렇게 양측이 팽팽히 대치한 가운데, 조청양과 창룡칠숙이 마주 섰다.
* * *
“조청양이 3품 무사의 정혈을 흡수할 수 있다니. 단시간에 초범 영역으로 나아갔군요. 이게 바로 반보 3품 강자만이 지닌 저력입니다.”
희현은 여전히 어풍주 위에서 아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도난 금강의 설명을 들으며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조청양이 3품 기운을 폭발시켰을 때, 그는 확실히 깜짝 놀랐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래쪽 대화를 들을 순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그는 조청양이 직접 전장에 나가 돌파한 끝에 3품으로 승직한 줄로 알았다.
“무림맹은 나라와 나이가 같지만, 몇백 년간 초범은 단 한 명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조청양의 천부적인 자질이 참 부럽군요. 도난 금강, 이게 바로 당신들의 피부, 혈색이 금색으로 변하는 이유입니까?”
한 마디 개탄한 희현이 크고 우람한 체구에 어두운 금색 피부의 소유자, 도난을 보며 물었다.
아주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도난 금강은 바로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금강신공을 수행해 초범으로 승직한 뒤, 정혈에 저절로 금강신공의 신과 같은 위력이 깃들어 피부색과 혈액이 금색으로 변합니다. 조청양이 허칠안의 정혈을 헙수했으니 잠시간은 금강신공의 위력을 갖추게 된 셈이지요.”
이때, 갑자기 동방완용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견융산의 지세가 약간 이상하다고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