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89
887화. 통제 불능의 상황
“적의 습격입니다! 바로 뒷산에 있는데 왜 우리가 맹주를 지원하러 가지 못하게 막는 겁니까?”
“설마 저희가 견융산에 온 게 단순히 구경하러 온 것입니까?”
“저희 무림맹은 검주에서 600년이나 건재했고 나라와 나이가 같습니다. 무림맹이 언제부터 외적을 두려워했습니까! 설령 분골쇄신한다고 해도 끝까지 적과 사투를 벌일 겁니다!”
“앞에서 기꺼이 적을 막는 윗사람도 있는데 저희 같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다니요!”
뒷산의 움직임이 무림맹 사람들과 예속 문파 제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젊은이들은 적이 습격했다는 소리에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나둘 무기를 들고 뒷산에 사투를 벌이러 갔다.
이 상황에 대해 조청양이 일찍이 요청한 바가 있었다.
내무를 관리하는 부맹주 온승필은 사람들을 이끌고 뒷산으로 향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을 봉쇄해두었다.
초범 경지의 전투에선 젊은이는 둘째치고 4품 무사라고 해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조청양은 이 땅강아지들을 결코 뒷산 전투에 개입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희현 등이 뒷산을 기습해 바로 옛 맹주를 겨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노인네가 몰락하기만 하면, 이후에 화근을 철저히 없애버리는 건 쉬워질 터였다.
“부맹주, 산에 있는 노인과 아이, 여인들은 이미 하산하여 잠시 군진에 남아 있도록 안배하였습니다. 그곳에 보호하는 군대가 있습니다.”
온승필은 부하의 보고를 들으며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에 따라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내 그가 다시금 신신당부했다.
“마을에 가서 말, 마차를 준비시키고 기병에게 즉각 준비하라고 얘기하게. 일단 산속의 경고 신호를 보면, 즉시 여인과 노인, 아이를 데리고 검주성에 가서 포정사를 찾게.”
부하는 바로 명령을 이행하러 갔다.
이때, 경갑을 입고 장도를 찬 중년이 걸어 들어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부맹주, 인파의 감정이 고조돼 더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이가 숲, 뒤쪽 절벽 등의 장소에서 옛 맹주께서 독거 수행하시는 곳으로 갔습니다.”
온승필은 잠시 침음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들을 신경 쓸 필요 없네. 위로할 준비를 하게.”
조 맹주가 온승필에게 준 임무는 여인과 아이를 안전히 호송해 떠나고 사람들이 뒷산에 접근하는 걸 막는 것이었다.
전자엔 딱히 문제나 걸림돌이 없었지만, 후자는 난도가 아주 높았다.
무림맹은 어쨌거나 강호인으로 구성된 세력으로 비록 훈련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규율 면에서 산 위의 무사는 군진 안의 군대와 비교할 수 없었다.
자고로 강호 무사의 특징이란, 늘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며 진짜 강자에게만 굴복한다는 것이었다.
뭐, 물론 모두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디에나 예외는 있을 테지만.
어쨌든 성질이 이러하니, 무림맹 본부의 견융산이 적의 습격을 받았는데 그 오만한 강호의 무사가 이를 참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얌전히 돌아서서 떠나겠는가?
직접 적의 강함을 공표하면 머리가 과열된 저속한 무사인 대다수를 일깨울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면 필시 공황을 초래할 터였다. 무림맹에 잠복한 첩자에게 기회를 주어 공황을 선동하고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했다.
거기다 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못한 자들이 기름을 끼얹으면…….
하지만 상황이 그 지경까지 치닫는다고 해도 온승필에겐 대책이 있었다.
* * *
류 공자는 사부를 뒤따라 뒷산으로 통하는 숲 입구에 이르렀다.
이곳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무림맹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무기를 든 채 격앙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뒷산에 몰려가 맹주 등을 지원하려 안달이었다.
류 공자는 주변을 한번 훑다가 용용 낭자와 만화루의 다른 여인을 보았다. 다들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초조하면서도 망연한 표정이었다.
“용용 낭자!”
류 공자가 바로 맞으러 나가 만화루 등의 사람들과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뒤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이오? 뒷산은 옛 맹주께서 홀로 정진하는 곳 아니오? 설마…….”
‘옛 맹주께서 습격당한 것이오? 그래서 무림맹이 우리를 소집한 것이오?’
뒷말은 결국 속으로만 삼켜졌다. 류 공자는 차마 소리 내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모두가 너무도 긴장한 얼굴이었다.
용용은 아름다운 부인을 한번 본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제 생각에는 이게 바로 맹주께서 저희를 소집한 이유 같아요.”
옆에 있는 만화루 여인들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생각이 있다면 이 일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곧이어 용용의 사부, 아름다운 부인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네. 옛 맹주를 제쳐두고서라도 우리 무림맹의 실력은 최고야. 조정이 마음을 독하게 먹고 무림맹을 토벌하지 않는 이상, 중원 내에 어떠한 적도 있을 수 없네.”
그녀는 중원 바깥의 적이 무림맹을 겨냥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뒷산으로 통하는 밀림 속에서 갑자기 칼을 든 사내 몇몇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마치 산에 올라 장작을 패다가 큰 벌레를 맞닥뜨린 나무꾼처럼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숨만 건진 사람들 같아 보였다.
“너희는 어느 곳을 통해 몰래 들어간 것이냐!”
무장한 두 병사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뒷산에서 돌아온 사내 몇은 그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인파로 뛰어들어 큰소리로 외쳤다.
“3품입니다! 3품 경지의 적입니다!”
“저희 무림맹이 3품 무사를 건드렸습니다!”
“그리고 4품 고수가 아주 많습니다! 불, 불문의 고수도 있고요…….”
‘3품’이란 그 한마디가 마치 잔잔한 수면에 던진 거대한 돌 같았다.
가뜩이나 본분을 지키지 않는 인파가 순식간에 고조됐고, 떠들썩한 소리가 거대한 파도처럼 일었다.
류 공자도 똑똑히 보았다. 곁에 있던 사부의 안색이 미친 듯 변했고, 눈앞의 용용 낭자의 눈이 커다래지는 것을.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부인 역시 표정이 굳었고, 주위 사람들까지도 극도로 겁에 질려 망연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왜 3품 무사가 우리 무림맹을 상대하려는 거지?”
“어쩐지 갑자기 모든 패거리를 소집했더라니, 어쩐지 조 맹주께서 적기령을 내리셨더라니!”
“이, 이건……. 기기 파동이 왜 이렇게 무서운가 했네. 얼른 도망가자고! 늦으면 우리 모두 죽을 거야.”
“도망치긴 뭘 도망치는가! 뒷산에 가서 좀 보게. 만약 관전할 수 있다면 죽어도 가치 있어.”
통제 불능의 상황이었다. 겁쟁이들은 영향을 받지 않으려 견융산으로 도망치자고 외쳤고, 호사가들은 끓어오르는 열정에 생사도 등한시했다.
거기에 비관론자들은 무림맹에 큰 재난이 닥쳐올 거라는 말을 퍼뜨리며 바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이 얘기를 믿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좌우간 이 말이 미친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인파는 직접 뒷산에 들어가 낱낱이 파헤치고 싶어 관문을 뚫기 시작했고 수위와 육체적 충돌이 벌어졌다.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그때, 온승필이 인마 부대를 데리고 달려왔다. 부하들은 인파 속에서 길을 만들어 부맹주를 위한 길을 내주었다.
명색이 부맹주인 온승필은 이 혼란을 제압하기에 위엄과 명망이 충분했다. 사람들은 조금씩 침착해졌고, 부맹주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들 내 말을 잘 들으세요. 얼마 전 조 맹주께서 허 은라의 통지를 받았습니다. 무림맹에 곧 대적이 들이닥칠 텐데 그 적이 무신교와 불문 사람이라고요. 적이 습격한 이유까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조 맹주께서는 소식을 들은 뒤, 즉시 각 패거리 형제들을 소집해 함께 대적을 막아내자고 하셨습니다. 이 일을 일찍이 공표하지 않은 건 공황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옛 맹주, 허 은라 그리고 조 맹주께서 계시는 한, 위기는 그저 위기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온승필의 말은 기교가 넘쳤다. 덮어놓고 숨기거나 부인하는 것도 없었다. 그러면 오히려 더 혼란을 가중하고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그는 허칠안이 나설 거라고 치켜세웠다.
경성에서 혼군을 벤 풍파 이후, 허칠안의 명성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활활 타올랐다. 민간, 강호에서 그는 거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허칠안은 시대의 요구로 나타난, 대봉을 구할 구원자 그 자체였다.
원경제가 도를 닦는 데 깊이 빠진 후로, 명성은 나날이 추락했고 백성들에겐 혼군으로 깊이 각인되었다.
본디 백성들은 천재지변과 인재로 생활이 고달플 때, 무의식적으로 그 잘못을 통치자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역사상 많은 황제가 흉년에 죄기소를 써서 백성의 원망을 잠재우는 게 바로 이런 이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허 은라 역시 이 일에 개입했다는 소리에 공포에 질렸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상당수가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도 다들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전설 속에 사는 옛 맹주와 비교했을 때, 허 은라는 진실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가진 현실의 사람이었다. 그라면 사람들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었다.
온승필이 계속해서 말했다.
“3품 단계 전투는 평범한 사람이 지켜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뒷산은 이미 봉쇄됐으니 여러분들도 얼른 물러났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세요.”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바로 자리를 떴다. 누군가는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돌아가 금은과 귀중품을 챙겨 견융산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온승필은 아직도 많은 이가 남몰래 다른 곳을 통해 뒷산으로 빠져나갔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방금 한 말의 역할은 수련 경지가 낮은 이들이 제 역량을 알고 물러나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호기심을 불태운다 해도 상관없었다. 또 그 위에는 그들을 막을 윗사람이 있었다.
“사부님, 저, 저 가서 좀 보고 싶습니다!”
류 공자가 눈을 반짝였다. 그는 두려워하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년 검객은 그를 가만히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죽으러 가는 길을 막진 않겠다. 이 검은 내 친아들에게 전수해야겠구나. 뒷산에 가도 된다. 대신, 먼저 묵각 제자들을 하산시켜라.”
‘혼인도 안 한 사람이 친아들은 또 어느 머릿속에서 키우는 거야…….’
류 공자는 속으로만 비아냥대다가 용용 낭자의 눈빛도 반짝이는 걸 보았다. 그녀 역시도 겁에 질린 듯하기도 하고, 흥분한 것 같기도 했다.
그만큼 초범 전투는 강호인에게 너무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 * *
묵각 제자들을 잘 안배한 뒤, 류 공자는 사부를 따라 옆 산봉우리에서 길을 돌아 뒷산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같은 목적을 지닌 무사를 많이 마주쳤다. 고단자를 믿고 대담하게 혼자 나아가든지, 아니면 사부가 제자를 데리고 가는 조합이었다.
중년 검객이 나지막이 말했다.
“남쪽 봉우리 절벽 꼭대기에서 뒷산을 볼 수 있는데 거리도 멀어서 그런대로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3품의 전투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니 넌 항상 내 곁에 있어야 한다. 함부로 싸돌아다니면 안 돼.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너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공에 자신만만한 편이었다.
류 공자는 막 대답하려던 찰나,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빛 한 줄기를 보았다. 그 빛은 뒷산 방향으로 내리쳤다.
이에 관전하러 남쪽 봉우리로 가던 무사들도 잇따라 고개를 들고 그 금빛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