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90
888화. 견융산 지맥의 힘
“조 맹주!”
방금까지 그리 자신만만하던 양최설 등은 이제 겁에 질려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누군가는 한발로 3품인 조청양을 땅속으로 밟아버렸다.
불문 금강의 강대함은 무림맹 쪽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어버렸다.
하지만 그 추한 금강의 태도를 보면 이는 아주 사소한 일인 듯했다.
이를 보고 부정문 등의 4품 무사는 동시에 생각했다.
‘알고 보니 3품도 차이가 있었어…….’
“헉헉…….”
조청양의 목구멍에서 찢어진 풍상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방금 죽은 창룡의 소리 같았다.
수라 금강의 한발이 그의 오장육부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 현재 부러진 가슴뼈가 조청양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만약 아직 허칠안의 정혈의 효력이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조청양은 이미 그 한 방에 죽었을 터였다.
이내 수라 금강이 고개 숙여 조청양을 내려다보았다. 수라 금강은 살짝 고갯짓하며 상대의 자질을 인정한다는 뜻을 표했다.
“몇백 년간 중원 무림에 초범경이 나오지 않았지. 넌 천부적인 자질이 있구나. 만약 불문에 귀의하려거든 본좌가 기꺼이 너를 제자로 거두어 금강신공을 가르쳐주마. 그럼 넌 5년 안에 3품에 들어서 불문 호법 금강이 될 수 있다. 서역의 수많은 이에게 향불을 받겠지.”
조청양은 핏발 선 눈으로 말없이 그를 뚫어지게 보기만 했다.
“우리 부처께서는 자비로우시나 본좌는 선사가 아니다. 책임은 호교 살적으로 불문 계율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수라 금강이 다시 힘을 가중했다.
빠직!
또 한 번 조청양의 흉골이 부러졌다.
조청양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목구멍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뿜어냈다.
가슴에서 쏟아진 선혈이 수라 금강의 어두운 금빛 맨발을 붉게 물들였다.
수라 금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수행이 쉽지 않으니 조 시주께서는 일을 그르치지 마십시오. 평범한 자는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이런 법력을 수행할 수 없으니.”
조청양은 힘겹게 목을 돌리고 눈알을 굴려 뒤쪽 돌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라 금강도 돌문을 훑어보았다.
“아, 불문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네가 마음에 근심이 있다면, 빈승이 너 대신 속세의 걱정거리를 제거해주마.”
그는 발을 거두고 천천히 돌문으로 걸어갔다.
“맹주!”
무림맹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수라 금강을 바라보는 그 눈빛들에는 놀라움과 울분이 뒤섞여 있었다.
이 불문의 호법금강이 옛 맹주가 홀로 정진하는 곳에서, 그들의 앞에서, 무림맹 맹주를 불문으로 들이겠다고?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들 속으로 광분하는 것 외에 무엇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떤 저항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도범 금강이 대충 날린 따귀 한 대에도 무림맹의 4품 무사는 바로 다져진 고기 신세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순수하게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는 그 교만한 부정문조차도 쉬이 흉내 낼 수 없는 만용이었다.
* * *
한편, 빠르게 남쪽 봉우리에 오른 류 공자 일행은 무리를 이뤄 절벽 꼭대기에 모였다.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니 뒷산 석벽 쪽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저건 조…… 조 맹주?”
류 공자는 눈을 최대한 가늘게 떴다. 어렴풋하게 거대한 몸집이 보이는데, 마치 철탑같이 어두운 금빛 형체가 발밑에 사람을 한 명 밟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이미 얼굴이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
류 공자가 다시 또 눈을 접어 그 사람에게 집중했다.
어슴푸레 보이는 피투성이의 주인공은…… 맹주 조청양이었다!
사실 류 공자의 시력이 그 정도로까지 좋지는 않아서, 그는 바로 증명을 요구하듯 곁에 있는 사부와 다른 무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류 공자는 그들의 눈에서 공포와 불안감을 보았다.
‘정말 조 맹주였어…….’
류 공자는 더 나서지 않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살짝 벌렸다. 말을 잃은 얼굴엔 충격과 공포에 가득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여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허 은라는? 허 은라도 개입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우리 무림맹 사람만 있는 거죠? 허 은라는 왜 없고요?”
그녀는 만화루 여인으로, 그 빼어난 용모가 약간 하얗게 질려 있었다.
* * *
외팔의 백호는 홀로 고개를 가로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억지로 길을 안내하는 이 불문의 버릇은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어도 바뀌질 않는군.”
“정말 조청양이 불문에 귀의한다면 우리한테 보복하지 않겠어?”
류홍면은 그것이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걸환단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불문에 귀의하려면 우선 3일은 경전을 들어야 합니다. 3일이 지나면 죄가 너무 커서 용서할 수 없는 자라고 해도 속으로는 불문의 좋은 점만 외며 아주 충성하지요. 하하, 불문은 이를 색즉시공이라 합니다.”
이때, 정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도범 사숙께서 나오셨으니 허칠안을 현신하게 하긴 충분할 것 같군요.”
* * *
수라 금강은 이미 돌문에 가까워졌다. 그 침착하면서도 힘찬 발걸음은 걸을 때마다 땅에 발자국을 남겼다.
꼭 막을 수 없는 거인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저 철탑 같은 형체가 돌문과 채 1장(丈)이 되지 않는 거리에 이르렀을 때, 돌연 청광이 솟구치며 백의 형체가 금강과 돌문 앞을 막아섰다.
그는 보통 키에 평범한 외모, 평범한 분위기였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중생 중에 볼품없는 한 사람 같아서, 잠시라도 주의를 잃었다간 인파 속에 묻힌 그를 다신 찾을 수 없을 듯했다.
그 평범한 사람, 손현기가 먼 곳의 조청양을 보며 천천히 입을 뗐다.
“포…….”
조청양은 목젖을 굴려 힘겹게 말했다.
“이해했습니다.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손현기는 말이 없어도 조청양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수라 금강 도범은 고개를 숙이고 백의 옷을 입은 꼬마를 자세히 살폈다.
실제로 손현기의 키는 수라 금강의 가슴께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우리 사이 거리가 1장(丈)도 채 되지 않는구나. 요족 외에 3품 경지에서는 무사와 1장 거리 내에 있을 시 그 어떤 체계라도 반드시 죽는다.”
수라 금강이 백의 술사를 업신여기며 두꺼운 입술을 치켜올렸다.
이 정도 거리라면 상대가 전속력으로 도망쳐도 수라 금강이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범위였다.
다만 신체를 보호하는 법기의 경우, 호성대진(護城大陣)만은 논외였다.
호성대진은 성벽에 새겨진 것 외에도 수많은 진법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3품 금강의 눈으론 파괴가 불가했다.
본디 법기에 새겨진 진법은 그 규모와 재질에 제한을 받기에 금강의 철권으로도 절대 막을 수 없었다. 물론 부도보탑 같은 법보가 있다곤 해도 지금 꺼내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혹시 지금 불문에게 인질을 보내어 도정 나한과 바꾸려는 것인가?”
이 말이 떨어진 찰나, 수라 금강이 부들부채같이 그 큰 손을 들어 아래로 내렸다. 그로 인해 손현기의 머리가 완전히 뒤덮였다.
그런데 어두운 금색의 거대한 손이 기계를 툭 친 순간, 갑자기 공기가 뒤흔들리면서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났다.
팍!
도범 금강의 안색이 급변했다. 손바닥이 가로막혔음을 느낀 탓이었다.
이 순간, 그는 마치 자신이 천지와 적이 되고, 이쪽 세계에서 자신을 배척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손현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우뚝 서서 고개만 들었다.
그는 그대로 위를 쳐다보며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꺼…… 져…… 라!”
곧이어 그가 손바닥을 뻗어 도난 금강의 가슴에 댔다. 그 상태로 약 1초간 정체한 뒤 짧은 굉음이 났다.
땅!
그와 함께 충격파가 폭발했다. 여파로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고, 도난 금강은 탄창을 벗어난 포탄처럼 그 즉시 튕겨 날아갔다.
날아가는 동안, 도난 금강은 수많은 나무를 부러뜨리면서 밀림 속을 ‘진공’ 지대로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가 몸을 바로 했을 때는 이미 산을 벗어나 공중에 떠 있었고, 발밑은 심연이었다.
“…….”
싸움터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관전하던 양측 인원 전부 언어를 잊어버린 것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사천감 술사가 이렇게 강하다니…….’
‘역시 사천감 사람답다. 역시 감정의 이제자다워. 정말 무시무시하다…….’
부정문 등 무사들의 마음엔 경탄이 솟구쳤다.
솔직히 그들은 조청양이 말하던 ‘감정의 이제자’를 크게 중시하지 않았다. 전적도 없고, 많이 들어본 적도 없으며 수련 경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육탄전도 하지 못하는 술사가 뭘 얼마나 큰 작용을 하겠는가. 아무리 강해봤자 ‘허 은라’라는 그 눈부신 이름은 뛰어넘을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저 백의 술사는 몸소 자신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증명해 보였다. 모두의 앞에서 강력한 힘을 과시하던 불문 금강을, 대충 날린 손바닥 하나로 격파해버렸다.
류홍면은 입이 쩍 벌어졌다. 잠룡성에 합류한 뒤, 그녀는 술사와 적잖게 접촉해왔고, 대오 안의 젊은 여인 역시 술사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술사의 신체와 정신이 허약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들은 전부 돈은 필요 없는 듯한 제련 법기에 의지해 공격했고, 화려한 진법에 의존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게 정례였다.
정말 술사와 무사와의 육탄전이 벌어진다면 그건 변소에서 등롱을 켜고 똥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3품 이후 술사의 신체와 정신이 하늘과 땅이 뒤집힐 정도로 변화하고 그 변화가 너무도 커서 3품 무사를 뒤흔들 만큼이라고?
백호, 걸환단향 등의 표정도 그녀와 비슷했다.
정심과 정연 두 불문 제자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이 현묘한 이치를 간파하기 힘든 듯했다.
* * *
어풍주.
희현은 문득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허원상을 쳐다보았다.
“동생?”
허원상은 정신을 집중하고 동방완용을 보았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납란 선배님 눈빛이 횃불처럼 불타올랐어요. 견융산 지세에 확실히 변화가 생겼어요. 손현기가 견융산을 근간으로 대진을 새겼습니다. 지금 견융산 전체 지맥의 힘이 전부 그에게 귀속되었어요.”
그녀는 새로 승직한 연금술사로 4품 진법사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에 견융산의 풍수 변화를 바로 눈치채진 못했다. 그러다 방금 손현기가 나선 뒤에야 조금은 깨닫게 되어, 얼마 전 동방완용이 했던 말도 이해가 됐다.
희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견융산 지맥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고?”
허원상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견융산은 검주의 명산으로 중원 명승지 중에 9번째입니다. 본래는 당해 무종 창시자가 종문을 견융산에 세울 계획이었는데 신수를 보호하려는 견융에게 굴복했다고 하네요. 이 전설은 진위를 가리기 어렵지만, 견융산이 매우 드문 명승지임을 설명하긴 충분하지요. 보통 산맥과는 비할 수 없습니다.”
희현은 문득 모든 걸 깨닫고 나지막이 말했다.
“어쩐지 손현기가 줄곧 나타나지 않았더라니. 알고 보니 암암리에 진법을 설치하고 있었군.”
곧이어 희현은 아주 오래전, 언젠가 국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감정은 중원 안에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간다. 중원 강산 전체가 전부 감정의 주머니 속 물건이지. 내가 하려는 것이 바로 그걸 내 주머니 속의 물건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당시 희현은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다 알 것 같았다.
보통 여러 체계가 저품일 때는 고품을 위해 기초를 닦았다. 아니면 고품 자체로 더 뛰어난 단계로 탈바꿈하는 것이거나.
희현은 지금 손현기가 시전한 것이 강산의 힘을 통제하는 수단이란 걸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어쩌면 거기에 가장 심오한 술사의 비밀이 감춰져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