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91
889화. 우사
“이건 네 힘이 아니다! 방금 진을 치고 있었군!”
수라 금강이 허공을 밟고 우뚝 서서 산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견융산이 대문을 닫았다. 그의 강림 시도는 매번 공기 벽에 가로막히고 있었다.
명색이 불문의 호법금강으로서 그는 술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속으로는 지금 상황에 대해 분명한 판단이 섰다.
손현기는 아무 말도 없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왜 말을 하지 않지?”
수라 금강은 약간 분노한 듯했다.
이내 손현기가 입술을 움직여 한 글자를 짜냈다.
“쓸…….”
그 뒤는 없었다.
조청양은 중상을 입은 몸뚱이를 이끌고 비틀거리며 양최설 등에게 다가갔다. 동시에 전해지는 손현기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대종은 재빨리 몇몇 사람들을 거느리고 조청양 곁으로 와 그를 부축해 돌아갔다.
부정문, 소월노 등 4품 무사들은 즉시 둘러싸서 조청양을 보호했다.
“맹주, 상처가 어떤가요?”
소월노가 상처를 치료하는 환약을 꺼내며 물었다.
“죽지 않지. 허칠안의 정혈이 내 목숨을 지켰네.”
조청양은 환약을 받아먹고선 내친김에 옷섶을 펼쳐 보였다.
그 가슴의 피와 살은 모호하고 뼈가 다 튀어나왔지만, 혈육이 강하게 꿈틀거리며 자가 치유를 시도하고 있었다. 다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언제든 무력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난 당분간 더는 정혈을 흡수할 수 없게 됐네. 그랬다간 육신이 붕괴할 거야. 이 상처는 내가 보름 동안 관리해야 할 정도네.”
환약을 삼킨 뒤, 조청양의 안색이 점차 불그스레해졌다.
“맹주, 이 술사는 무척 강합니다. 금강이 전혀 공격할 수 없어요. 저희가 어쩌면 이 기회에 불패의 위치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 은라까지 나설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부정문은 희색을 보였다.
현재 조청양은 이미 깨달은 바가 있었다. 여태껏 손현기가 꾸물대며 오지 않았던 건, 암암리에 진법을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세심한 소월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림맹 사람들이 남쪽 봉우리로 달려갔습니다.”
순간 조청양이 경악해서 남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절벽 위에 무리 지어 선 사람들이 있었다.
거리가 멀어 콩처럼 매우 작아 보였지만, 조청양의 시력으로는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다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조청양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화를 냈다.
“정말 적이 거리낌 없이 마구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 지금은 그냥 저들을 상대할 여유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하나뿐인 제 목숨을 적의 인자함에 걸어서야 되겠는가!”
푹!
갑자기 공기파가 흔들리는 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다들 고개를 들자 추한 용모의 불문 금강이 보였다.
그의 머리 뒤로는 강렬한 불의 고리가 타고 있고, 어두운 금색 몸은 찬란한 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흡사 뙤약볕 같은 그 빛이 어찌나 자극적인지, 공중에 서서 관전하는 사람들이 차마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수라 금강은 주먹을 쥐고 오른팔을 뒤로 둔 뒤, 몸 전체를 움직여 뒤로 젖혔다. 이 동작에 맞춰 튼실한 근육이 불룩해졌다.
푹! 푹! 푹! 금빛 거인은 끊임없이 주먹을 휘두르며 공기 벽을 묵직하게 내리쳤다. 마치 쇠를 두들기는 듯한 자세였다.
매번 주먹을 내리칠 때마다 공기 벽이 격하게 흔들리고 변형되었다. 산속의 모든 이가 발밑의 견융산이 진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지진 같은 느낌이 모두에게 거대한 공포감을 안겼다. 곧 견융산이 무너져내려 모든 사람이 산 아래에 매장될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렇게 수라 금강은 단 한 사람만의 힘으로 산천의 지맥을 뒤흔들었다.
이때, 손현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소매 속에서 검은색 자를 꺼낸 뒤, 검처럼 손가락을 모아 자를 한번 훑었다.
손끝이 스쳐 지난 자리마다 부문이 하나씩 반짝이기 시작했고, 곧 검은색 자는 반짝이는 청광을 뿜어냈다.
“정(定)!”
손현기는 그 검은 자를 발 옆의 진흙땅에 꽂았다.
순간 견융산 전체를 뒤덮은 공기 벽이 탄탄하고 간결해졌다. 이제 수라 금강의 주먹은 경미한 진동밖에 주지 못했다.
주먹을 몇 번 더 내리친 뒤, 도범은 이성적으로 공격을 포기했다. 부처를 모신 이래, 그는 일찍이 수라 뼛속의 광기를 없애고 이성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하면 미친 듯 날뛴 후에 동반되는 전투력 증가에선 손해가 있겠지만, 자기 자신은 더 완벽하게 다룰 수 있었다.
‘포기했나?’
바닥에 가부좌를 튼 조청양이 하늘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감정의 이제자답군…….”
검객 양최설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
곧이어 4품 무리가 다 함께 웃었다.
* * *
남쪽 봉우리 정상 위, 무림맹 사람들도 흡족했다. 비록 단조롭게 주먹을 휘두른 것뿐이었지만,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인 충격이 훨씬 더 강했다.
고품 술사는 산속에 진법을 새겨 견융산 전체를 뒤덮는 장벽을 세웠다.
불문 금강은 한 사람만의 힘으로 하마터면 산 전체를 뒤흔들 뻔했다.
이것들 모두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심리적으로 격한 충격을 주었다. 지금에야 진정한 초범경의 진가를 목격한 것이었다.
그렇게 무림맹 무사들이 기뻐하던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하늘색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먹빛 구름층이 소용돌이치며 뭉치기 시작했고, 구름층에선 번개가 번쩍였다 사라지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더했다.
이내 하늘에서 단단한 번개 기둥이 내려와 견융산을 뒤덮은 공기 벽 위를 강타했다.
번개 기둥은 너무도 눈부신 힘으로 순식간에 천지를 청백색으로 물들였다. 수많은 이들은 미처 손도 쓰지 못하고 눈을 가린 채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정말 눈알이 타는 듯이 아파서 뜨거운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푹!
쿵!
다음으론 공기 벽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산이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연속해서 울렸다. 번개 기둥이 산까지 폭격한 것 같았다.
두 눈이 잠시 멀었던 무사들은 견융산이 이로 인해 흔들리는 걸 똑똑히 알아차렸다. 동시에 무사들의 머리카락과 솜털이 곤두서고 있었다.
단순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갑자기 공기 중에 빽빽한 전기 입자가 피부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 * *
한참 뒤, 조청양 등 수련 경지가 높고 깊은 무사들은 먼저 시력을 회복했고, 다급하게 싸움터를 바라보았다.
모두의 눈에 손현기의 상황이 똑똑히 들어왔다.
한순간, 다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현기의 백의는 불에 탄 자국이 그득했다. 발관(發冠)은 진작 폭발해 갈라졌고, 길고 검은 머리는 그을려 누레졌으며 푸른 연기를 뿜고 있었다.
이마, 손과 팔 등 겉으로 드러난 피부도 대부분 검게 그을렸는데 그 와중에 옅은 선홍색을 띠고 있었다.
그의 생명이 바람 앞의 초처럼 금세 꺼질까 두려워지는 광경이었다.
‘이건…….’
양최설 등의 눈동자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좀처럼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손현기의 참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손현기의 처지를 통해 절망적인 진실을 깨달았다.
더 강한 적이 있었다. 하늘 위에, 저 배 위에 더 강한 적이 있었다! 번개를 불러내고, 불문 금강조차 어쩔 수 없는 손현기를 제압할 수 있는 적이……!
이, 이게 과연 무림맹이 맞설 수 있는 정도인가!
“맹, 맹주……. 저희가 대체 어떤 존재를 건드린 겁니까?”
검주상회의 교옹이 힘겹게 침을 삼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이의 마음의 소리를 대신해 물었다.
조청양은 그저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역시 무엇도 알지 못했다.
손현기도 그를 찾아와선 적은 불문과 무신교로, 초범 경지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고만 말한 게 다였다.
그때, 갑자기 조청양의 머릿속에 무시무시한 추측이 스쳤다.
‘2품?’
그래, 세상에 이렇게 손쉽게 손현기를 제압할 수 있는 건 2품 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2품은 확실한 초범경이었다.
“쯧쯧! 2품 우사, 명불허전이군요.”
심고사 걸환단향이 먼 곳의 조청양 등을 훑으며 말했다.
현재 류홍면 등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조금도 뜻밖이지 않았다. 본디 2품 우사는 그들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자신감의 근원이었다.
‘2품 우사……. 무신교의 2품 우사…….’
조청양 등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얼굴에는 씁쓸한 기색만 가득 맴돌았다.
무신교의 우사는 명성이 자자했다.
기우 문화는 동북 세 나라 특유의 문화인데, 옛날 구주 동북 지역 백성들은 건기에 무신교에게 공물을 바치며 우사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빌곤 했었다. 이는 비밀이 아니었다. 사료에 많이 기재된 사실이었다.
때문에 우사의 명성이란, 불문의 나한처럼 모두가 다 아는 정보였다.
* * *
“방금 그 벼락은 어떻게 된 일이지?”
“너무 무서워…….”
“사부님, 저, 저 눈이 안 보여요…….”
남쪽 봉우리 관전자들은 아직 반응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방금 하늘의 위엄에 떨었으며, 시각을 빼앗긴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그때, 누군가 깜짝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백의 술사가 벼락에 목탄이 됐습니다!”
다들 이제야 정세의 변화를 깨닫고,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에 잠겼다.
* * *
털썩!
수라 금강은 다시 싸움터로 내려와 손현기를 자세히 살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살아 있군. 죽은 자는 도정 나한과 바꿀 수 없지.”
그는 천천히 손현기에게 걸어갔다.
그 사이, 조청양 등은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음이 임박한 손현기에게 다가가는 그를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가에서 옅은 금색 유광 한 줄기가 스쳤다.
띵……!
쟁쟁한 소리 사이로, 수라 금강 앞에 무언가가 박혔다.
황동검 한 자루……. 대봉 진국검이었다!
* * *
이 황동검의 출현으로, 드디어 수라 금강의 표정에도 균열이 일었다.
그는 견융산 밖에 가로막혔을 때도 여전히 차분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얼굴엔 명백한 동요가 일고 있었다.
수라 금강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 무겁게 한 발을 뒤로 옮겼다.
그는 명색이 500년 전 경성 공격에 가담하여 황족을 죽인 금강이었다. 당연히 이 검에 대한 인상이 더할 나위 없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3품 무사가 자랑스러워하는 육신의 방어력도 진국검 앞에서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그 3품 무사보다 방어력이 더 강한 금강의 몸 역시 이 법보의 무쌍한 칼날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할 수 없을 터였다.
황위 찬탈이라는 그 큰 혼란 속, 수라 금강은 일찍이 동문을 만난 적이 있었다. 동문은 그해 대봉 황조의 친왕에게 검으로 수십 번 연달아 베여 온몸에 검 자국이 났고, 검기가 장기를 침식하여 결국에는 몰락하고 말았다.
그 동문이 바로 제 실력을 갖춘 금강이었다.
* * *
갑자기 상공을 가로질러 나타난 검, 그리고 그 검을 보자마자 물러나는 수라 금강……. 이를 본 구경꾼들은 각기 해석이 분분했다.
“이게 무슨 검인가? 금강을 물러나게 하다니!”
“이게 검의 일인가? 허 은라가 온 건가?”
“그러게. 검은 그저 보통 검이지만, 검 배후의 주인은 허 은라네. 분명히 허 은라야! 부맹주께서 허 은라가 우리 무림맹을 지원할 거라 말씀하셨지.”
“드디어 왔군……!”
남쪽 봉우리 구경꾼들은 진국검을 몰랐고, 더욱이 고작 검 때문에 수라 금강이 겁먹고 물러난 건 아니라고 확신했다. 진정으로 수라 금강이 물러나게끔 압박한 건 저 검의 배후에 있는 주인일 터였다.
주인은 역시 부맹주가 말했던 허 은라란 걸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