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892
890화. 초범 난투극 (1)
‘허 은라가 드디어 왔다…….’
류 공자는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방금 그 벼락 기둥 때문에 놀란 가슴도 많이 진정되었다.
이내 그는 참지 못하고 용용 낭자를 쳐다보았다.
낭자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얼굴도 약간 발그레했다.
누가 보아도 이성을 사모하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그녀 곁의 만화루 제자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하나같이 갑자기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류 공자는 사부가 굳은 얼굴로 황동검을 주시하는 걸 보았다.
“사부님?”
중년 검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약간 의아한 얼굴을 했다.
“검이 주는 느낌이 아주 이상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는 말을 못 하겠지만. 음…….”
‘난 왜 느낄 수 없는 거지…….’
류 공자가 순간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쩐지 저 역시 이런 느낌이 있습니다.”
중년 검객이 흐뭇한 빛을 보였다.
“아주 좋군. 보아하니 그동안 아주 열심히 수련했어.”
동시에 중년 검객은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자식이, 나한테 무슨 척을 하는 거야. 난 그냥 저 검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좀 낯이 익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 * *
류홍면, 백호, 걸환단향 그리고 정심과 정연도 당연히 구주에 이름을 떨친 이 신병을 알지 못했기에 황동검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신중하게 굳은 빛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가 온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의 등장과 함께 또 어떤 조력자와 비장의 패가 무대에 오를까.
어풍주 위의 우사와 도난 금강 역시 총력전을 펼칠 터였다.
진정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연습 놀이에 불과했다.
옹주성 외곽에서 고배를 마신 이들은 허칠안에게 아주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에게 복수하고 싶었지만, 또 그로 인해 다시 실패할까 두려웠다.
‘검 한 자루라…….’
조청양을 대표로 하는 무림맹 사람들은 진국검은 몰랐어도, 저 황동검이 수라 금강을 물러나게 한 것만으로도 놀랍고 신기해했다.
“허 은라가 왔군…….”
소월노가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조청양도 긴장이 조금 풀어진 기색으로, 소리를 낮춰 개탄했다.
“불문 금강이라고 해도 이렇게 허 은라를 두려워하다니.”
그는 수라 금강의 후퇴를 허칠안을 향한 경계라고 이해했고, 역시 수라 금강이 두려워하는 건 황동검 뒤에 있는 주인이라고 여겼다.
부정문 등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허칠안의 힘에 기뻐했고, 다시금 저력을 불태울 수 있었다.
이들 중 누구도 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묵각 각주 양최설은 황동검을 한참이나 주시하고 있었다. 눈동자 속에선 가는 바늘 같은 날카로운 빛이 끊임없이 스쳐 지났다.
그러다 그가 갑자기 눈을 가리고 묵직한 신음을 냈다.
그 손가락 사이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양 각주?!”
동료들이 깜짝 놀라 급하게 양최설을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양최설은 계속 눈을 가린 채 사람들의 관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다소 날카롭게 소리쳤다.
“진국검, 진국검이다. 이건 진국검이야!”
양최설은 경박하게, 동시에 우렁차게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언뜻 보면 사람이 돌연 정신병에 걸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묵각은 검을 수행하는 문파로, 책에는 역대 문하생이 천하의 명검을 수집하길 좋아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명검 견본 ‘천지인’은 초대 창시자부터 지금까지 다 합해 3권이 있었고, 그 명검 견본 3권에 실릴 수 있는 검은 3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첫째론 그 자체로 강하고 법기에 속한다는 것. 둘째론,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나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소는 첫 번째, 두 번째 조건을 모두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견본의 부동의 1순위는 300년 동안 변한 적이 없었다.
그건 바로 대봉 개국 황제의 패검 진국검이었다!
명검 견본에 정확히 진국검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대봉 고조 황제의 패검은 채애산(采崖山) 황동으로 만든 것으로, 검의 꽃무늬는 거북의 등껍질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검은 상백 신균(神龜)이 고조 황제에게 하사했다는 전설이 있었다.
묵각의 창시자 역시 진국검을 본 적은 없었다. 그건 1년 내내 경성의 영진산하 사당에 봉인돼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봉의 진국 신기(神器)로서 사료에는 그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묵각의 명검 견본은 바로 역사책에 묘사된 걸 발췌한 것이었다.
양최설이 지금 저 검을 진국검이라 단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명색이 4품 검수(劍修)로서 검기(劍器)에 매우 민감했고 저것이 신병임을 바로 알아봤다. 또한 황동검에 새겨진 문양도 꼭 거북의 등껍질 같았다.
마지막으로 검의 주조 공법이 지금과는 달랐다. 양최설은 평소 검을 목숨처럼 아꼈기에 저것이 개국 초 대봉에서 가장 성행하던 검 주조 풍격임을 어렴풋하게 분별해냈다. 그 풍격과 공법이 바로 진국검을 모방한 것이었다.
“진국검?!”
누가 깜짝 놀라 소리쳤는지 모르지만, 양최설 곁을 에워싸고 있던 무사들은 눈만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양최설이 말했다.
“저 검이 바로 고조 황제의 패검이네. 산해관전역 때 진북왕이 그걸 썼었지.”
부정문 등은 침을 삼켰다. 갑자기 꼭 성지를 순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양최설이 계속 흥분하여 말했다.
“진국검이 세상에 나왔으니 무림맹이 어찌 외적을 두려워하겠는가? 이 검의 칼날이 향하면 귀신, 요괴도 뒷걸음친다네. 허 은라, 그가 진국검을 모셔왔다니. 그가 진국검을 부릴 수 있다는 소문이 정말이었어!”
허 은라가 무림맹을 지원하고자 전설 속의 이 법보를 모셔온 것이었다!
‘진국검?!’
백호, 걸환단향, 정심, 정연 등 몇몇은 소리 없이 눈빛으로 교류했다. 다들 경악했지만 겉으론 침착했다.
그들도 앞서 전장에 투입된 검이 전설 속의 그 진국검일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진국검의 혁혁한 명성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저것이 바로 허칠안 비장의 패였던가!
역시나 그는 준비 없이 나타나는 자가 아니었다.
* * *
남쪽 봉우리 방향.
“엇? 맹주 쪽 분들께서 아주 흥분한 것 같은데?”
“왜 전부 저 검을 보고 있는 거지? 검에 무슨 특별한 점이 있나?”
“방금 양 각주께서 갑자기 얼굴을 가리고 우셨어…….”
다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행동만으로 겨우겨우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 * *
순간, 손현기 발밑의 그림자가 갑자기 꿈틀거리더니 형체 하나가 뚫고 나왔다. 그 인영이 곧 손현기의 어깨를 부축해주었다.
손현기는 뒤돌아보지 않고 힘없이 고개를 돌려 입술을 가볍게 움직였다.
“일각(*一刻: 15분)…….”
“알고 있습니다. 다음은 제게 맡겨주세요. 단약은 거기 두셨습니까?”
허칠안은 손현기의 허리 쪽을 만지작거리다가 실망스러운 발견을 했다. 그의 수납 법기는 이미 벼락 공격에 파손되어 열 수가 없었다.
‘전에 임안이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많이 준비해줘서 다행이지. 전부 국사가 정련한 최상품 환약이잖아…….’
허칠안은 비축해둔 단약을 꺼내 잘게 으깬 뒤 손현기 입에 넣어주었다.
단약은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손현기의 상처도 제법 안정되었다.
이윽고 허칠안은 기기로 손현기를 받친 후 조청양 쪽 앞으로 보냈다.
“잘 보살펴주십시오.”
부정문이 바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손현기를 안고서 이글이글한 눈빛을 불태웠다.
“허 은라, 수고하십시오.”
소월노는 허칠안을 몇 번 쳐다보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남쪽 봉우리 꼭대기 위에서도 우렁찬 환호가 터져 나왔다.
“허칠안!”
백호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팔이 잘린 고통을 떠올렸다.
걸환단향 등은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였는데 그중 가장 감정이 격한 자는 정심과 정연이었다.
뇌주 사건 이후, 그들은 허칠안 손에 온갖 고초를 당하며 연전연패했었다. 뛰어난 두 불문의 젊은 천재가 하마터면 자신감을 잃을 뻔했었다.
‘일각(一刻), 목숨으로 버틸 수밖에…….’
허칠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찍이 그는 암암리에 무림맹에 온 적이 있었다. 약속에 따라 옛 맹주에게 구색 연뿌리를 건네기 위함이었다.
당시 옛 맹주의 상황은 극도로 엉망이었다. 육신이 분열과 붕괴의 경계에 놓여 있어, 붕괴를 억제하기 위해선 깊이 잠들어야만 했다.
만약 구색 연뿌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옛 맹주는 기껏해야 한 달쯤 더 버틴 후 육신과 영혼 모두 다 사라졌을 것이었다.
옛 맹주는 구색 연뿌리를 소화하여 수련 경지를 돌파해 2품 합도경의 무사가 될 시간이 필요했다.
허칠안과 손현기가 미리 상의한 계획이 진행되었다.
그는 우선 조청양에게 정혈 한 방울을 선물해 잠시간 3품을 돌파하여 적을 견제하는 걸 도왔다. 허칠안이 그를 두려워하는 희현과 불문 금강이 가는 곳마다 진을 치며 천천히 탐색할 것임을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 중에 또 손현기가 진법을 설치해 다음 수를 두었다.
만약 이번 교전에서 충분히 오래 버텨 옛 맹주가 관문을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면, 허칠안도 옛 맹주와 손을 잡고 적을 막을 수 있었다.
2품 합도와 3품 무사가 손을 잡으면 이 전투는 지극히 안전했다.
하지만 납란천록이 무덕(武德)을 따지지 않고 바로 하늘에서 벼락을 내리쳐 손현기의 호산대진(護山大陣)을 파괴한 걸 어쩌겠는가.
“도난, 납란 우사, 지금 나서지 않으면 언제까지 더 기다리란 말인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하늘에서 다시 금색 유광이 추락했다.
우르르……, 쾅! 쾅!
빛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산을 내리쳤다.
이번에 온 자는 키가 크고 체구가 우람하며 피부는 어두운 금색이었다. 수염, 머리카락, 눈썹이 없어 마치 황동 조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또 금강이었다.
‘한 명 더 있다고?!’
무림맹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조청양을 돌아보았는데, 맹주의 표정도 그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조청양 역시도 금강이 2명이나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금강 둘에 무신교 우사……. 조 맹주님, 맹, 맹주님…….”
씁쓸한 얼굴의 교옹은 차마 말을 다 내뱉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씁쓸한 얼굴이었다. 적이 이런 규모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들은 아마 뒷산에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었다.
3품은 이미 강호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적이었다. 그런 자가 한꺼번에 셋이나 왔고, 그 뒤에는 2품 우사까지 버티고 있다.
조청양은 확실히 아무것도 몰랐다. 손현기가 그에게 숨긴 것이었다. 그는 그저 불문 금강과 무신교가 있다고만 말했었다.
사실 손현기 역시 두려웠던 것이다. 조청양이 겁을 먹고 그대로 도망치면 어찌한단 말인가!
조 맹주가 수습 불가한 난장판을 두고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었다.
부정문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허 은라가 어떻게 공격하지요? 혼자서 금강 둘과 싸우는 건 희망이 있다지만 우사는요?”
창백한 얼굴의 대종은 투지와 자신을 잃고 목소리가 한껏 작아졌다.
“저, 저희는 먼저 후퇴하시죠. 무림맹의 불씨를 남기는 게 중요하니…….”
소월노가 바로 그를 흘겨보았다.
“죽는 게 두려우면 가시지요.”
대종은 곧 입을 벌렸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비단 치마를 입고 머리를 높게 묶은 아름다운 여인이 허공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먹구름이 뒤덮여 있었는데 구름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두꺼운 구름층에선 때로는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며 기세를 몰아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이 천지의 지배자처럼 바람과 비, 천둥, 번개를 다뤘다.
‘저게 바로 무신교의 우사?’
조청양 등은 그녀를 본 순간 공포감이 솟구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다. 저 경지의 강자를 감히 직시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