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14
912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이때, 이영소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가 사통했는지 아닌지는 소 루주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설마 네 사부님이 네 몸도 검사하지 않았다고?”
류홍면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저 여인의 대단한 점이지. 누가 사통했다고 반드시 정조를 잃는다고 하던가? 저 여인은 내 필적을 모방해 사랑의 서신을 위조하였다. 그 서신으로 나를 지조 없고, 어리석고, 방탕한 여인으로 만들었더군. 그리고 소위 그 정부도 당연히 올바른 인사가 아니었다.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평판이 매우 나쁜 방탕아였어. 이 일은 결국 널리 퍼져나갔다.
그럼 결말이 어찌 됐을까? 그 문파의 동문이 전부 다 여인인데 나를 어찌 생각할 것이며 계속해서 나를 추대할 수 있었을까? 또 외부인은 나를 어떻게 볼까, 만화루의 미래 루주가 방탕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인이라면 문파 전체가 어찌 될까. 우습게도 당시 나는 너무 어리고 순진했다. 너와 공평하게 경쟁하여 능력만으로 너를 이기려고 했으니.”
사람들은 일제히 소월노를 쳐다보았다. 과연 그녀가 이를 어떻게 해명할지 호기심이 동했다. 그러나 이 자리 그 누구도 예측하진 못했다. 소월노의 대답이 사람들의 예상을 완벽하게 비껴갈 줄은…….
“맞아. 그때 그 일은 확실히 내가 시킨 게 맞다. 넌 바깥 사내와 사통하지 않았어. 내가 네 명성에 먹칠하고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사부님께서 문파의 체면을 걱정하도록 만들었다. 네가 루주를 두고 경쟁하는 자격조차 박탈하려고.”
“…….”
류홍면의 표정은 약간 멍했다. 그녀가 이렇게 거리낌 없이 인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계속해서 소월노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해 사부님께서 우리한테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나니? 루주 자리는 문파의 계승과 번영에 바로 연결되니 너희들 각자 능력에 달린 거라고.”
류홍면은 깊이 숨을 들이쉰 후,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그게 바로 네가 그 비열한 수법을 쓴 이유라고?”
소월노는 차분한 눈빛으로 천천히 이야기했다.
“내가 한 모든 건 전부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이었다. 루주 자리가 문파의 번영과 계승에 관련된다는 건 사부님께서 우리한테 수단이 부족한 자는 루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걸 일깨워주신 거야. 각자 능력에 달렸다는 것이 곧 규칙도, 한계선도 없다는 뜻인 거지. 이길 수만 있다면.”
‘기업과 이해…….’
허칠안은 순간 충격을 받았다.
류홍면은 크게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말도 안 돼! 사부님께선 늘 만화루는 여인으로 구성된 문파이니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밖으론 모질고 과감하게 굴고, 안으론 우애롭게 단결해야 한다고 하셨다. 고의로 사실을 왜곡해 네 못된 심보를 정당화하려 하지 마라!”
소월노는 여전히 침착한 태도로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넌 사부님께서 내가 저열하게 누명을 씌우고 모함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사부님께선 분명 네게 기회를 주셨다. 하지만 넌 또 어떻게 했더라? 울고 불며 떼를 썼고, 변명하는 말투도 생기 없고 무력했지. 너는 분명히 반격할 수 있었고, 더 더러운 수법으로 나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넌 그저 소란 피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래서 사부님께서는 네게 극도로 실망하셨고, 네가 만화루를 장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신 거다. 어리석은 건 네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선조의 100년 가업을 망치고, 많은 동문까지 말려들게 하면 안 되지. 난 본래 루주 자리를 물려받은 후, 네게 이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과격하고 오만한 네가 결국은 홧김에 만화루를 배반할 줄은. 지금이 돼서야 우리 자매 둘이 재회하게 됐구나.”
“…….”
류홍면은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누군가 마음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사실 그녀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소월노의 말은 빈틈이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류홍면은 소월노에게 완벽하게 설득당한 것이었다.
소월노는 더 이상 류홍면을 보지 않고 허칠안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류홍면을 무림맹에 수감할 것이니 허 은라께서는 후환이 생길까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데리고 가시지요.”
본래 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강한 인상과 달리 속은 매우 순수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단정한 겉모습과 달리 사람을 다루는 데는 천하제일일 수 있었다.
‘훌륭하다!’
허칠안은 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이어 소월노가 류홍면의 단전을 봉인한 뒤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
이영소는 바로 시선을 거두고 낮게 탄식했다.
“역시 전 그래도 좀 순진한 여인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번엔 허칠안도 비아냥대지 않고 제 일처럼 공감대를 형성했다.
‘좀 순진하다라…….’
초원진, 항원, 이묘진은 동시에 리나와 저채미를 떠올렸다. 두 낭자는 아직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한 까닭에 허칠안조차 감히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니 하물며 성자는 오죽하겠는가.
그때, 허칠안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 * *
군진을 나선 허칠안은 남쪽을 향해 어공하여 반각을 이동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검은 암석 위, 흰 털이 복슬복슬한 여우를 발견했다.
딱 양 손바닥만 한 여우는 참으로 씩씩하게도 서 있었다.
물론 그냥 보기에는 용맹한 수사자를 꿈꾸는 고양이 같아 보였지만 그 귀여운 자태와 달리, 허칠안은 여우의 몸에서 함축적이면서도 포악한 의지를 감지했다.
“마마?”
허칠안이 멀지 않은 곳에 멈추어 예의상 거리를 유지했다.
백희는 바로 부드럽고 듣기 좋은 소리로 화답했다.
“내가 백희한테 검주 전투에 대해 들었는데, 전투 한 번으로 금강 둘을 처치했다지. 쯧쯧, 불문이 이번에 발을 동동 구르겠구나.”
그녀의 나른한 어조에는 흐뭇함과 통쾌함이 묻어나왔다.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게 느껴졌다.
“마마,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는지요?”
허칠안이 물었다.
아직 그녀의 의지가 흩어지지 않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그와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
구미천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일이 있긴 하지. 자네, 옛 정인 부향을 아직 기억하는가? 음, 부향의 진짜 이름은 야희라고 하네만.”
“…….”
허칠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갑자기 부향을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이었다.
“마마, 또 절 희망 고문하시려고요?”
구미천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 나왔다.
“자네, 설마 야희의 현 상황을 알고 싶지 않은 건가? 하룻밤만 부부라도 그 은혜는 하늘과도 같다 하거늘. 자네가 은자도 쓰지 않고 여러 차례 잠자리했다 하여 두 사람의 감정이 아주 견고하다고 생각했건만.”
‘아, XX 뭐 저렇게 뻔뻔한 거야! 나는 대봉 야경꾼이지 대봉 간시인(*趕尸人: 시체를 쫓는 사람)이 아니라고…….’
허칠안은 속에선 쌍욕을 퍼붓고 있었지만, 겉으론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마마, 하실 말씀 있으면 바로 하시지요.”
구미천호도 더는 빈정거리지 않고 말했다.
“야희가 내 곁으로 돌아와 복명한 뒤, 나는 야희를 남강 만요국 옛 땅으로 보냈다. 지금 손가락을 꼽아 계산해보니 중요한 딱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게 다 준비되었지. 말하자면 이 일은 자네와 관련 있다네.”
허칠안이 묻기도 전,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신수의 남은 사지를 봉인하는 것.”
‘신수의 남은 사지라…….’
허칠안은 아래턱을 어루만졌다.
“신수의 남은 사지 중 일부가 만요국 옛 땅에 봉인돼 있다고요? 마마께서는 제가 가서 경호를 맡길 바라시는 겁니까?”
구미천호는 직설적인 답 대신, 천천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신수가 분리돼 봉인된 건 그 육신이 너무 강대하기 때문이야. 세상에 그를 가둘 수 있는 봉인은 없지. 그래서 시체를 분리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그래도 그의 육신을 봉인하고 싶다면 특수한 봉인법이 필요하다네.
한 가지 방법은 ‘봉인형(封印型)’. 법보를 주춧돌 삼아 강대한 법진과 협력하는 것이지. 또 하나는 기운을 이용해 봉인에 더하는 것이네. 전자는 부도보탑이고 후자는 상백이지.”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500년 전, 불문이 무종 황제의 반란을 도울 때 중원에 전교하는 것 외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었는데, 바로 신수의 단수 봉인을 돕는 것이었다.
본질적으로 불문은 대봉의 기운을 빌려 신수를 봉인한 것이었다.
“남강 십만대산에는 생명체가 무수하다네. 우리 이 요족 혈통이 기원한 곳이라 그 자체에 기운이 응집돼 있지. 신수 일부가 그곳에 봉인돼 있어.
남강은 본래 유리 보살의 근거지인데 그녀가 감정과 싸우고 다친 뒤 그쪽 초범 역량이 잠시 공허해졌네. 지금 도난과 도범이 또 검주에서 몰락했지. 난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할 이 기회를 틈타 신수의 남은 사지를 다 되찾고 싶네.
자네더러 도와달라 부탁하는 건 첫째로 본좌는 몸이 해외에 있어 분신이 강림하면 발휘할 수 있는 실력에 한계가 있네. 둘째로 만요국은 나 외에 초범이 한 명뿐이네. 하지만 최근 성질이 나빠져 내 소환령을 듣지 않더군.”
허칠안은 전혀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역시, 구미천호 외에 만요국에 초범경 고수가 더 있었어. 내가 말했잖아. 구미천호 혼자 어떻게 불문을 전복시키고 만요국을 부흥시키겠어…….’
“성질이 나빠졌다고요?”
“셋째로 난 불문에 숨긴 고수가 더 있는지 떠보고 싶네.”
허칠안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한 구미천호가 조용히 혼잣말을 이었다.
“불문의 나한 과위는 평생 변하지 않아. 돌파하여 보살이 되려면 반드시 환생하여 다시 수련해야 하지. 역사상 열반하여 다시 수련한 나한이 적지는 않으니 지금 어느 나한이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단정할 수는 없어. 허허, 현재 구주 대륙에 거센 변화가 일고 있으니 나한이 천명에 따라 돌아올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지.”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
허칠안이 다시 물었다.
구미천호도 이번엔 웃으며 응답했다.
“신수의 남은 사지는 봉마정의 봉인법을 의미한다네. 게다가 내가 자네에게 약조한 두 개……. 만약 그래도 아직 자네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음, 야희가 아직도 자네의 은혜를 기다리고 있네만.”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 일은 제가 돕는 걸로 하겠습니다. 은혜든 뭐든 상관없어요. 전 부향이 잘 지내는지 아닌지만 알고 싶을 뿐입니다.”
이내 잠시 멈칫하던 그가 구미천호를 슬쩍 떠보았다.
“마마께서는 해외에서 동족을 찾았습니까?”
구미천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게 어디 쉽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출발하여 대륙으로 돌아올 걸세.”
‘핵산 검사해야 하는 거 잊지 마요…….’
허칠안은 속으로만 조용히 조롱했다.
* * *
운주, 산꼭대기 관성루 안.
가부좌를 틀고 꼼짝도 하지 않던 허평봉이 눈을 떴다.
“검주 일이 끝났습니다. 도난과 도범이 몰락했어요.”
하지만 조망대에 서 있는 가나수 보살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 뒤, 가나수 보살이 천천히 말했다.
“이때 거사하지 않는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