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19
917화. 비적의 난 (2)
이내 왕 재상은 미래 사위를 쳐다보더니 탄식을 했다.
“허칠안이 전성기에 이르러 좋기는 좋네만 너무 좋은 게 아닌가 싶군. 형의 광휘가 너무 눈부셔서 자네가 흐릿해 보인다네. 다른 사람도 자네가 광채를 내고 열을 발하는 건 용납하지 않을 걸세.”
허신년은 교만한 자였다. 그래서 형님은 형님이고, 자신의 성과와 능력은 지금껏 형님이 받쳐줄 필요도 없었으며 그로 인한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허신년은 매우 똑똑한 자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왕 재상이 ‘도발’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왕 재상에게 다른 깊은 뜻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잠시 생각하던 허신년이 말했다.
“재상 대인의 뜻은 형님이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선 안 된다는 겁니까?”
왕 재상은 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에게 야경꾼의 통솔자라는 허명을 걸어준 게 폐하와 제공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네. 그가 만약 조정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자네는 평생 눈 밖에 날 준비를 해야 할 거야. 자네 두 형제가 잘 협조해야 해.”
제왕의 계략은 언제나 딱 두 글자로 간추려 말할 수 있었다.
견제.
만약 허칠안이 정말 야경꾼 관아를 장악한다면, 허신년은 왕당을 인수하여 관할할 수 없을 것이었다. 황제도, 제공들도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음…….”
허신년은 짧게 소리만 낼뿐 다른 의견은 표하지 않았다.
유가 개규경의 한번 보면 잊지 않는 능력 덕에 허칠안은 순식간에 접본을 다 읽었다. 큰 재난이 덮친 지역에 대해 자세한 이해가 끝났다.
“소생, 다 봤으니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허신년은 일어나 읍하고 문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사실 전혀 충돌하지 않습니다. 형님은 지금이고 저는, 미래이니까요!”
그는 그대로 문을 밀고 떠났다.
* * *
숙모가 아들에게 국을 한 그릇 떠주며 말했다.
“신년, 어째 정신이 딴 데 있니? 많이 좀 먹거라. 어미가 주방에 기껏 국을 좀 끓이라 시켰더니 전부 영음이와 리나 배로 들어갔잖니. 좋은 음식은 전부 다 밥벌레들이 해치웠는데 아깝지도 않니?”
허영음은 국을 단숨에 들이켠 후 식탁에 내려놓았다.
“어머니, 밥벌레가 뭐예요?”
“너!”
숙모가 한 마디로 간단히 답했다.
순간 콩알이는 깜짝 놀랐다.
“어? 내 이름은 허영음인데?”
“곧 있으면 또 춘제인데 1년이 지났는데도 아무 발전이 없구나. 책은 어디로 읽었니? 이 1년간 살만 찌고 머리는 굳어버린 거야?”
숙모는 딸의 이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읽고 이해한 책이 있어야겠지…….’
허평지는 조용히 속으로 빈정거렸다. 이젠 면역이 돼서 별다른 동요 없이 밥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딸에게 욕을 다 한 숙모가 숙부를 돌아보았다.
“어젯밤 임안공주마마께서 장신구와 포목(布木)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나리, 공주마마께서 이처럼 우리 집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장차 칠안과 혼인할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닌가요?”
전에 숙모는 두 공주가 허씨 집안을 보살피는 게 선녀처럼 아름다운 본인 아들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남편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무예가 출중한 자신의 조카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평지가 흐뭇해하며 말했다.
“지금 칠안의 신분과 지위로 공주마마와 혼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오. 장차 허부에 들어오면 공주께서 당신에게 차도 내줘야 하고, 당신은 또 온 힘을 다해 공주를 길들이려 하겠지.”
허신년은 아버지의 술주전자를 힐끗 보았다. 얼마 마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숙모는 깊은 시름에 빠져 말했다.
“집안 다툼이야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그걸 두려워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는 어쨌든 존귀한 공주잖아요. 제멋대로 길들일 수가 없지요.”
허부에서의 서열을 매기자면 숙모를 감히 둘째로 논할 자는 없었다. 이 허씨 집안에서 숙모는 언제나 무적에 가까웠다.
허영월이 조그만 소리로 첫 마디를 뗐다.
“어머니, 큰 오라버니 성격은 자유롭고 소탈하여 공주마마와의 혼인은 적합하지 않아요. 이왕이면 부마는 되지 않는 게 좋지요. 공주마마 두 분은 저도 만나봤는데 큰 오라버니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때, 리나가 열심히 밥을 씹으며 고개를 들었다.
“난 허칠안과 공주마마들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잠시 조용해졌던 허영월은 다시 콩알이를 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어머니, 영음이는 정말 좋겠어요. 매일 리나와 무예를 연마하면서 사제 둘이 걱정 없이 즐겁잖아요.”
리나는 교만하게 웃었다. 그러다 허씨 집안 마님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에 경계와 적의가 더해졌음을 알아차렸다.
역시, 리나의 생각이 정확했다. 숙모는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래, 이 멍청한 낭자가 우리 영음이를 망쳤어…….’
‘???’
리나는 멀뚱한 얼굴로 눈만 깜빡거렸다.
이때, 허신년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국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근래 강호 무사가 유랑민을 모아 산적 노릇을 하고 있어요. 그 결과 각지에 비적으로 인한 재해가 심각합니다. 일부 지역 산적은 이미 현성까지 위협하고 있고요. 왕 재상께서 제게 무슨 좋은 계책이 있냐고 물으시네요.”
숙모는 바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칠안에게 토벌하라고 하면 되지 뭐.”
이에 허평지가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중원이 이렇게 큰데 당신은 칠안이 힘들어 죽었으면 좋겠소? 게다가 그, 그가 아직 한편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그’란 허평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복종시킬 수 있을까요?”
교양있고 도리에 밝은 허영월은 언제나 문화 수준이 높았다.
허신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복종은 평상시에나 가능하지. 비적으로 인한 재난은 대부분 유랑민이 조성한 것으로 일부를 끌어들일 수는 있으나 전부를 끌어들일 수는 없지. 결국은 돈과 식량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돈과 식량이 충분했다면, 재해 상황은 진작에 통제되었겠지.”
선황 원경제 때 남겨진 문제가 이 한재 때 모조리 폭발한 것이다.
허평지 역시 군인으로 시세를 잘 알고 있었다.
이내 허평지가 숙모를 보며 말했다.
“됐소. 당신도 영음이에게 공부하라고 하지 마시오. 군에 들어가라고 하지. 그럼 3~5년 뒤에 만호후(万戶侯)에 봉해질지도 모를 일 아니오. 조상을 빛내고 당신을 고명 부인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소.”
숙모는 분통이 터져 남편과 사투를 벌일 뻔했다. 이 집에서 육아 관념이 정상적인 건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았다.
솔직히 아직도 영음을 포기하지 않은 건 어미인 자신뿐이지 않은가!
허평지는 그렇게 포기를 모르는 아내를 바라보다 콩알이에게 물었다.
“영음아, 만약 누가 너를 괴롭히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니?”
콩알이가 당당하게 외쳤다.
“때려야지요!”
“때렸는데도 못 이기면?”
콩알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친구가 되면 더는 날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허평지는 속으로만 조용히 답했다.
‘넌 사상과 각오가 글러 먹었구나. 패하면 십중팔구는 역적이 되는데…….’
* * *
식사 후, 허신년은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서재로 돌아왔다.
초에 불을 켠 그는 조용히 의자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무릇 지식인이라면 난제를 만났을 때 사서를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를 거울 삼아 그 안에서 선인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었다.
허신년은 뛰어난 기억력으로 사서 내용을 분석하며 돌이켜보았다.
‘각 황조 말기 난세에는 비적 토벌과 복종, 2가지 방침만 취했었다. 더 많이 택한 건 비적 토벌 방침인데, 모든 황조의 말기에는 조정과 백성의 갈등이 전쟁으로 해결할 수준까지 치달았기 때문이었다.
복종은 돈과 식량이 있고, 일부 이익을 양도하는 걸 전제로 한다. 조정은 복종으로 일부 비적의 난을 해결할 순 있지만, 모든 비적의 난을 해결하는 건 불가하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지금의 난세가 있을 리도 없다.’
생각을 마친 그가 가장 먼저 얻은 결론은 이러했다.
지금의 대봉은 궁지에 몰린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
여느 황조 말기 타락의 정도와는 달랐다. 아직 철저하게 썩진 않았다. 이는 분명 좋은 일이었다.
‘만약 이 시기에 운주 역당이 반란을 일으키면 전체를 무너뜨리는 힘을 갖게 되겠지. 그럼 비적의 난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허신년은 생각할수록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머리가 다 아팠다.
그도 이제야 왜 왕 재상의 몸이 갈수록 나빠져 약과 침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인지 깨달았다. 결국 왕 재상도 심신이 다 지쳐 장기적인 과로로 병을 얻은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허신년이 눈을 반짝였다.
정말 빛 한 줄기가 머리를 쪼개고 떠난 것 같았다.
돌연 영음이 했던 말이 생각난 것이다.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다…….”
번쩍 눈을 뜬 허신년의 흰자엔 핏줄이 가득했으나, 극도로 흥분한 광명은 감출 수가 없었다.
허신년은 즉각 선지를 펼치고 먹을 간 후, 붓을 들었다.
「지금 재해가 심각하고, 사방에선 떠돌이 도적이 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조정은 3가지 계책을 쓸 수 있다.
첫째는 복종시키는 것. 규모가 방대한 산적을 복종시키고 귀순한 산적으로 다른 산적을 토벌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군을 파견한 철저한 토벌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오합지졸을 모두 다 숙청해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강호 인사를 모방해보는 것이다. 고수를 파견해 민간에 깊이 잠입한 뒤, 유랑민을 모아 산을 점거하고 왕이 되는 것이다.」
세 번째 방안은 영음의 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조정과 유랑민을 ‘친구’로 만드는 것.
물론 모든 유랑민을 모으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현재 조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비적의 난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허신년은 계속해서 붓을 움직였다.
「이 임무는 충성스럽고 정의로운 인사를 임명하고 파견해야 한다. 평판이 좋지 않고 명성이 높지 않은 인물은 적합하지 않다. 인사의 가족까지 인질로 삼아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허신년은 드디어 붓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아직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을 빼고 나니 정신이 피로해졌다. 할 마음은 있어도 힘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곧 고개를 돌려 물시계를 쳐다보았다.
자시(子時), 이각(二刻).
놀랍게도 무려 두 시진이 훌쩍 지나있었다.
* * *
이른 아침.
허칠안은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한 뒤, 탁자 위에 지도를 폈다.
상선의 이번 목적지는 우주였다. 우주에 도착하면 또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우주에 도착하면 부도보탑을 몰아 비행해야겠어. 공중 보루로서 부도보탑의 방어력은 문제가 없잖아? 쉬지 않고 비행하는 능력이 좀 부족할 뿐이지.’
법보의 원기는 주인에게 비롯되거나 법보 스스로 쌓았다.
일반적으로 주인의 통제를 잃은 법보는 쉬지 않고 비행할 능력이 없었다. 태평도처럼 평소에는 스스로 도기를 축적해도 일시적으로만 쓸 수 있고 다 쓰면 다시 또 축적해야 했다.
이는 무사가 기기를 다 소모해 다시 싸울 힘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서 허칠안도 평소엔 부도보탑으로 길을 재촉하지 않았다. 위험에 처했을 때야 비로소 꺼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곤 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허칠안은 자연스레 지서 파편을 꺼내 전서를 살폈다.
[일: 여러분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일이 있네. 각지 비적의 난과 관련된 일일세.]이묘진이 가장 빠르게 전서에 답했다.
[이: 비적 토벌? 이건 내가 전문이지. 군대를 조직하여 차례대로 쳐부숴 뿌리째 뽑아버리면 돼.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조정도 잠복해 있는 이 재난에 주의를 기울이나 보네. 모든 황조 말기는 내우외환이지. 어떨 때는 내우가 외환보다 훨씬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마침 비적의 난으로 골치 아픈 허칠안이 바로 응했다.
[삼: 묘진,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소. 무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지만, 무력도 충분한 은자가 뒷받침해야 하는 법. 만약 조정이 모든 비적의 난을 토벌할 능력이 있다면, 유랑민이 범람 피해를 보지도 않았겠지.] [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말해보시지.]천지회 구성원들의 지서엔 성녀의 감정 실린 전서가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