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20
918화. 밀절(密折)
한참 후, 회경의 전서가 전해졌다.
[일: 여러분, 내게 3가지 계책이 있으니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게.]대략 이백여 자의 계책이 한 단락씩 나란히 도착했다.
[삼: 이게 마마의 계책입니까? 엄청나군요!]허칠안은 거의 반사적으로 아첨을 떨었다.
[일: 이는 허신년의 계책이네. 오늘 아침 그가 궁에 들어와 나를 찾아왔고, 내게 가르침을 청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였네.]허칠안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신년의 계책? 신년이 언제 회경과 이렇게 가까워진 거지.’
그의 표정이 조금 씁쓸하게 변했다.
[이: 훌륭한 계책입니다. 반드시 비적의 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유랑민이 화가 되는 추세는 한풀 꺾을 수 있겠습니다.]이묘진은 방법을 제안하진 못해도 안목은 괜찮은 편이었다.
그때, 갑자기 초원진이 끼어들었다.
[사: 세 번째 계책은 안 됩니다!] [일: 초 형, 말씀해보시지요.]모두가 조용히 그의 답을 기다렸다. 장원랑 초원진은 재능이 넘치고 경험도 풍부해 천지회의 두뇌를 담당하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사: 유랑민을 모으는 데 필요한 게 뭡니까? 첫째는 무력, 둘째는 돈과 식량입니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되지요. 무력이 부족하면 세력을 형성할 수 없고, 돈과 식량이 부족하면 뒤따르길 원하는 자가 없을 테니까요.그럼 돈과 식량은 어디서 납니까? ‘민가 약탈’, 이 방법뿐입니다. 조정에서 고수를 파견해 유랑민을 모으는데 당연히 돈과 식량을 줄 리는 없겠지요. 그런 재력이면 이재민을 구휼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습니까?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않고는 일을 성사시킬 수 없습니다. 백성들을 약탈할 수밖에 없지요. 이는 그저 재해 상황을 가중시키고 정세를 더 엉망으로 만들 뿐입니다.] [일: 초 형께서는 무슨 고견이 있으십니까?]
허신년이 회경을 찾아온 것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답을 주지 못했고, 그리하여 천지회 구성원에게 가르침을 청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천지회 구성원은 리나 외에 모두 똑똑한 사람들 아니던가.
초원진은 확실히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고 바로 세 번째 계책의 허점을 알아차렸다. 이 세 번째 계책이 비적의 난을 해결하는 핵심이었다.
[사: 마마, 저를 참 곤란하게 하시는군요.]초원진도 이 짧은 시간에 대책을 생각해낼 수는 없었다.
[이: 전쟁에 필요한 걸 조달하는 건 어떨까요?]이묘진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대책을 내놓았다.
그 순간, 문제의 그이가 나타났다.
[칠: 어리석은 이묘진. 유랑민한테는 백성들 돈과 식량을 착취하는 게 훨씬 더 간단한 일이거든. 왜 굳이 먼 길을 고생스럽게 가서 같은 유랑민 조직 무장 세력을 상대하겠어? 천하에 바보인 사람은 없어. 이익을 좇고 해를 피하는 게 사람의 천성이지. 만약 수하의 유랑민들에게 그 방법을 강요한다면, 2번도 채 되지 않아 인심을 잃고 철저히 고립당할걸.]현실의 이영소는 사실상 죽고 육신만 남은 상태였지만, 그 영혼은 이제 온라인상에서 활개를 치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안 보이는 이곳에서 아주 자신 있게 공세를 취했다.
[이: 그럼 네가 말해봐, 무슨 방법이 있는 거지?]하지만 이묘진의 분노에 성자는 다시 잠수를 택했다.
이영소라고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일단 까불어보는 것과 방법이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일: 사실 이묘진의 생각에 실행 가능한 점이 있네. 조정 사람들을 시켜 다른 산적 세력을 토벌하게 할 수 있거든. 하지만 이런 일은 자주 해서는 안 되지. 이로써 생계를 꾸릴 수는 없으니.조정이 지원하는 세력이 어떻게 집안을 일으키겠는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지? 결국 백성을 약탈할 수밖에 없다네. 하지만 이리되면 또 초 형이 말한 것처럼 국면은 더 엉망이 되겠지. 허칠안, 자네는 무슨 생각이 있는가?]
허칠안이 말을 하지 않으니, 회경이 알아서 ‘허칠안’을 호출했다.
‘나한테 무슨 방법이 있겠어. 치킨스톡으로 본 차익도 이재민 구휼에 다 기부했는데. 싸우고 사건을 해결하는 건 내 전문이지만, 치국은 나를 찾지 마…….’
압박을 받은 허칠안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전생의 식견이었다. 공사를 벌여 이재민을 구휼하는 것도 현대에서 얻은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 계책은 이 시기 대봉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작은 범위면 몰라도 대봉 조정이 농촌까지 길을 보수하지 않는 한…….
‘잠깐만, 정말 방법이 하나 있는 거 같기는 한데…….’
허칠안은 순간 대담한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그러나 바로 전서를 보내지는 않았다. 약간 머뭇대는 기색이었다.
[일: 허칠안?]공주의 재촉에, 허칠안이 드디어 전서를 보냈다.
[삼: 약탈이 유일한 출로지만, 평범한 백성이 아닌 성주, 향신, 돈벌이를 위해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상인, 세족 등등을 노리는 겁니다.]천지회 내부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조용해졌다.
구성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칠안이 미쳤나?!’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이묘진조차 허칠안이 자포자기하여 어리석은 계책을 내놓았다고 생각했다.
[사: 향신의 후원이 사라지면 그저 혼란만 격화될 뿐이네.]이 시대의 황권은 시골까지 미치지 않아서 향신과 귀족이 하층의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삼: 아니요, 초 형. 틀렸습니다. 집단의 이익은 한 사람의 이익을 뛰어넘지요. 대다수의 이익은 일부의 이익을 뛰어넘고요. 초 형이 대다수의 이익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초 형도 추대받을 수 있고, 영원히 패하지 않을 겁니다.대봉이 지금 직면한 곤경은 유랑민이 초래한 것입니다. 백성들의 배를 배불리 먹일 수만 있다면, 난세는 격화되지 않고 완화될 겁니다. 또한, 향신과 지주에게 조정의 존폐는 무관한 일입니다. 큰 재해가 있을 때 그들은 빈곤한 백성을 점점 더 착취할 겁니다. 땅을 쥔 그들은 조정의 적이자 백성의 적이니까요.
핵심은 이 모든 게 유랑민과 도적이 벌인 일이라는 겁니다. 조정과 무슨 상관입니까? 조정과 사대부 계층의 갈등을 격화시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방대한 자원을 쥔 그 계층들도 도적 토벌에 개입하겠지요. 아니면 민병에 기부하고 조직하여 저항할 겁니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기꺼이 은자와 식량을 낼 것이고, 이는 현재 식량 부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로써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은자를 벌고, 식량을 벌겠지요.]
요는 간단했다.
무산계급을 행동하게 하자!
천지회 내부는 다시 침묵했다. 오랫동안 누구도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한참 후, 초원진의 전서가 떠올랐다.
[사: 하지만 조정 대부분이 자네가 말한 관리 계층이란 걸 잊으면 안 되네. 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그 관원들이 바로 향신 계층이야.] [삼: 그래서 이 일은 기밀에 속해야 합니다. 조당 제공들도 알아선 안 됩니다. 파견하는 고수는 반드시 평민 출신이고 황실에 충성해야 하고요. 혹은 이묘진처럼 의협심이 강한 인사이거나요. 또한 그 고수들의 인격이 보장돼야 합니다. 무고한 이를 마구 죽이면 안 되고, 약탈만 하되 죽이진 않을 수 있다면 제일 좋지요. 조수는 돈벌이를 위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 명성이 나쁜 자를 쓰는 겁니다.]‘가능한 한…….’
허칠안은 속으로만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도 이 계책이 채택된다면 아무리 주의하고 신중히 한다고 한들 분명 영향을 받는 무고한 사람이 생길 거라는 걸 알았다. 이것이 방금 그가 한동안 망설인 이유였다.
하지만 전생의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일단 대국적인 관점을 국가와 사회 전체로 끌어올렸을 때, 단순 선악 문제로 모든 걸 판단할 순 없었다.
지금은 재해가 지속되고 유랑민이 일으킨 화로 매일 사람이 죽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몰랐다.
이런 상황에 권력자가 할 일은 무고한 이가 희생될 가능성을 고려해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사회 질서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자비로운 자가 군을 통솔할 수 없듯, 자비로운 자는 권력을 장악할 수도 없었다.
단체 채팅방은 다시금 침묵에 빠졌다.
지금 허칠안은 왠지 저 멀리 있는 구성원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니면 지서를 든 그 손을 덜덜 떨고들 있지 않을까.
[사: 허칠안, 자네 정말 미쳤군!]초원진은 전통적인 지식인으로서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시 또 한참 정적이 이어지다가, 초원진의 전서가 떠올랐다.
[사: 하지만 이게 실행 가능한 방법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 비록 엄청나게 큰 폐해가 내재돼 있다고는 하지만.]그래서 더더욱 가능한 한 무차별적인 살상은 피해야 했다.
[사: 내가 유랑민 규합을 시도해보겠네. 하지만 향신을 약탈하는 건 쉽지 않아. 그들은 통상적으로 성 내에 머무니까.] [일: 여러분은 지서 파편이 있고 검을 부려 비행할 수 있으니 이것들은 아무 문제도 못 됩니다.]회경의 마음은 다른 구성원들보다 더 독했다. 그녀는 이미 허칠안의 제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태였다.
[육: 아미타불, 빈승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칠: 저도 포함해주시지요.]재차 등장한 이영소를 보고, 이묘진이 글씨를 띄웠다.
[이: 이영소 너를? 이건 네 작풍에 맞지 않는데? 넌 아무리 천지가 광활하다 한들 여인과 잠자리하는 게 가장 중한 문제 아니었나?]이영소가 분노의 전서를 보냈다.
[칠: 네 눈에 내가 그렇게 엉망으로 보이나? 이묘진, 우리는 어쨌건 동문의 사형, 사매 지간 인데 나를 좀 좋게 봐줄 수 없어?] [이: 응, 안 되겠어. 미안하다.]이영소는 잠시 깊이 숨을 고른 후, 다시 전서를 썼다.
[칠: 이게 바로 태상망정이군. 정에 얽매이지 않고 정에 교란당하지 않는 것. 대국적으로 도움이 되고, 백성들에게 유익하면 한순간의 연민과 동정에 좌우되지 않고 완벽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지. 사부님께서 우리가 올랐으면 하는 게 바로 이 경지 아니던가?]이번에 이묘진은 대꾸가 없었고, 구성원들도 속속 로그아웃했다.
* * *
이날, 영흥제는 한림원 서길사 허신년이 궁으로 보낸 밀절(*密折: 비밀 상소)을 받았다.
밀절(*密折: 비밀 상소)이란 내각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황제에게 건네는 접본을 말했다.
영흥제는 큰 탁자에 펼친 밀접을 보며 한참을 아무 말이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고수를 파견해 유랑민을 한곳에 모으고 향신과 상인만 약탈한다. 그들의 자원을 점거해 유랑민을 안정시킨다라…….’
영흥제는 머리가 다 울렸다. 근 30년간 키워온 인식이 이 밀절(*密折: 비밀 상소) 하나에 완벽하게 뒤집히고 말았다.
그가 접본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간단했다.
헛소리!
그야말로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영흥제의 인식 속 향신, 관리 계층, 명문 귀족들은 조정의 중요한 부분이자 황조 통치를 유지하는 구성원이었다. 만약 이 계층들을 적으로 삼는다면 조정의 정령은 근본적으로 실행하기도 어려웠다.
역사를 돌이켜도 이 계층의 미움을 사서 뒤집힌 황조가 부지기수였다.
영흥제 역시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대한 그의 깨달음은 딱 두 마디로 축약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타협한다! 한 무리를 끌어들여 한 무리를 제압한다!
이를 조당에 적용하면 더 많은 당파의 지지를 받겠다는 뜻이고, 나라 통치에 적용하면 문벌(門閥), 향신, 귀족, 관리 등을 끌어들여 평범한 백성들을 제압하겠다는 소리였다.
그런 황제에게 허신년의 이 한마디가 깊은 충격을 안겼다.
「땅을 쥔 자는 태평성대엔 맹우가 되고, 난세엔 버린 자식이 됩니다.」
이를 주제로, 허신년은 명백하면서도 장황한 글을 늘어놓았다. 수많은 이재민에 비하면 황조의 토지와 자원, 부를 장악한 계층은 극소수일 뿐이라고.
이 같은 난세에 이 일부를 희생시키면 많은 백성의 추대를 받고, 황권을 굳건히 세울 수 있었다.
또한 낡은 계층이 섬멸되면, 자연스레 새로운 계층으로 대체될 것이었다.
영흥제는 이 역시 한 무리를 끌어들여 한 무리를 제압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의 정치적 이념을 따른 말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이 일은 조정이 한 게 아니라 유랑민 도적이 벌인 악행으로 황실과 조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