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24
922화. 통솔자
한참 뒤, 소리가 점점 잦아들자 영흥제가 병부상서를 향해 말했다.
“서 경의 접본은 짐이 이미 보았다. 청주가 장차 조정과 운주 역당의 쟁탈지가 될 것이라고. 만약 청주가 함락되면 역당에겐 북벌의 근거지가 생기겠고, 거기다 병력을 이동 배치하는 완충 지대가 생기겠지.
그저 덮어놓고 고수하는 건 조정이 너무 피동적인 것 아닌가? 어찌 영원히 적을 방비하겠는가. 만약 자진해 남쪽을 정벌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병부상서가 대열에서 나와 읍하며 말했다.
“남하하여 역당을 토벌하는 건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지금이 적기는 아니지요. 운주 역당은 이미 오랫동안 계략을 꾸몄고, 또 불문이 돕고 있으니 자진해서 적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건 화를 자초하는 길입니다. 게다가 위 공이 죽은 뒤, 대봉에는 초범경 무사도 없고 통솔할 인재도 없습니다. 이것저것 따져가며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최우선의 대책입니다.”
‘조정에 통솔력을 갖춘 인재가 없다고?’
몇몇 훈귀, 무장들이 병부상서를 차갑게 응시했다.
원래 지식인들이 모진 말로 비꼬기 시작하면 실로 칼처럼 날카로웠다.
물론, 지금 위연 같은 독보적인 통솔자는 보기 드물지만, 대봉에 군대 통솔 경험이 풍부한 장군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류씨의 한마디 말로 조정 군대엔 이미 인재의 씨가 말랐다는 선고가 내려진 것 같았다.
병부 급사중이 대열에서 나왔다.
“허칠안을 경성으로 불러들여 병권을 넘기고 청주를 지키도록 해도 됩니다. 허칠안은 위연의 제자로 일찍이 병서를 썼지요. 대유 장진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초범 무사이니 청주를 지키는 데 그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을 겁니다.”
허칠안 외에 대봉엔 더 이상 3품 무사가 없었다.
사천감의 존재는 제공들이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때, 왕 재상이 대열을 나와 반박하였다.
“허칠안은 전쟁터를 통솔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더러 군을 통솔해 청주를 지키라는 건 너무 무책임합니다. 청주는 절대 잃어선 안 되고, 조정은 절대 패할 수 없습니다.”
한창 말하던 그가 잠시 멈칫했다. 몇몇 관원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 재상은 다시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허칠안은 무적이 아닙니다. 반역자들 중 초범경 무사가 있습니다. 그가 허칠안을 죽이기까지 하면 조정은 청주를 잃게 됩니다. 게다가 청주는 이미 양공의 통제하에 있는데 전쟁에 나가 장수가 바뀌면 다른 마음을 먹을까 두렵진 않습니까?”
어서방 안에 모처럼 침묵이 찾아왔다. 누구도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도 제공들은 당쟁과 이익 다툼에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선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갔다. 이해관계를 아주 정확하고 명확하게 보았다.
이내 영흥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군대를 이동 배치하여 청주를 지원하라!”
명을 내린 황제는 다시 또 왕 재상을 쳐다보았다.
“한림원 서길사 허신년은 대유 장진의 제자로, 병법에 정통하여 북경 요족과 오랑캐 전투를 지원할 때 공을 세운 적이 있지요. 이번 청주 지원 명단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합니다.”
“네!”
왕 재상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영흥제의 뜻은 명확했다. 허신년으로 허칠안을 엮은 것이다. 결국 조정에서 끊임없이 소환하는 그 허 은라는 청주의 존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황제는 왕 재상에게 허신년을 발탁해 서길사에게 전공을 세울 기회를 주겠다는 암시도 전했다.
* * *
염왕부.
원경제의 4번째 황자, 염친왕이 숯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이 서재에 앉아 있었다. 지금 왼손엔 책이, 오른손 옆에는 다과가 얌전히 대기 중이었다.
오늘 그는 흰 비단옷에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귀티가 줄줄 흐르는 차림새였다.
현재 그가 보는 건 표지는 남색에, ‘주기’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더 정확히는 제2권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