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27
924화. 숙모의 격노
이내 숙모가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리나는 영음이 사부니, 가는 길 여비는 내가 책임져야지.”
드디어 이 남강 식충이와의 작별이었다. 그간 그녀 한 사람이 먹은 식사가 허부의 10명과 맞먹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일단 리나가 남강으로 돌아가면, 영음은 무예를 익힐 필요가 없었다. 그럼 바로 궁으로 보내 공부를 시킬 수 있었다.
얼마 전, 태부가 영음을 마지막 제자로 거두고 싶다며 계속 사람을 파견해 쪽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허신년이 태부의 안위를 걱정해 재차 거절했었다.
숙모가 보기에 영음에겐 태부가 꼭 필요했다.
태부 같은 문단의 실권자는 영음이 ‘문화 교양을 갖추는’ 길로 가는 데 절대 빠져선 안 될 훌륭한 스승이었다.
이윽고 리나가 입을 열었다.
“저 남강에 영음을 데려가고 싶어요. 영음 몸속의 역고가 이미 1단계 성숙기에 진입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게 2단계로 진입하기 전 고신의 힘을 흡수하게 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 영음의 미래 잠재력과 직결되거든요. 게다가 우리 아버지와 족인이 제가 아주 뛰어난 천재를 제자로 거두었다는 걸 알면 분명히 기뻐할 거예요.”
리나는 제자를 역고부로 데리고 돌아가 자랑하고 싶었다.
“안 돼!”
숙모가 젓가락으로 탁자를 치며 크게 반대했다.
“확실히 안 되지.”
숙부까지 거들며 확실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허칠안이 이미 승낙했어요. 허칠안은 영음의 잠재력이 이렇게 크니 어릴 때 기초를 잡아야 한다고 했어요. 영음의 타고난 자질로는 장차 산을 뽑을 만한 힘을 갖추고, 세상을 덮을 듯한 기세를 떨치는 패왕이 될 거예요. 저희 아버지처럼요. 중원 말로 하자면 장차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거예요.”
리나의 말을 듣고, 숙모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산을 뽑을 만한 힘을 갖추고, 세상을 덮을 듯한 기세를 떨친다고?’
곁에서 허신년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아니, 그때 가면 사서에 허영음은 패왕의 자질을 갖췄으나 돌입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스승을 따라 멀리 떠나 도중에 요절했다고 쓰이겠지…….’
리나는 가슴을 탕탕 치며 소박한 설득 실력을 뽐냈다.
“안심하세요! 제가 영음을 잘 보살필 거예요. 남강까지 순조로울 거예요.”
‘우리가 가장 마음이 놓이지 않는 부분이 바로 네가 영음이를 데리고 간다는 거야. 이 바보 같은 낭자가 어리석은 애를 데리고 그 먼 남강까지 갈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말이 되는 소리인지…….’
속으로 중얼거리던 숙부가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세상이 아주 혼란스러운데 낭자 홀로 영음을 데려가다가는 도중에 반드시 불상사가 생길 것이야.”
리나는 다시금 허리를 바로 세우고 당당히 가슴을 폈다.
“저 이미 4품이에요.”
순간 숙부가 멍해졌다. 눈빛을 봐도 망설이는 기색이 분명했다. 리나가 정말 4품 전력을 지니고 있다면, 확실히 별문제가 될 리는 없었다.
“게다가 저는 허칠안과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어요. 지금 허칠안도 남강에 있어요. 정말 골칫거리가 생긴다면 바로 와서 도와줄 거예요.”
리나는 자신의 진실함을 증명하고자 모두의 앞에서 지서 파편을 꺼냈다. 지금 그녀에겐 금련 도사의 당부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허칠안의 가족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리나는 지서 파편으로 전서를 보냈다. 지금 허칠안 당신의 가족이 영음의 남강행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분명 허칠안에게 보내는 내용이었지만, 전서는 지서 단체방에 떠올랐다.
리나는 참 당당하게도 1:1 채팅을 잊고 있었다.
[이: 뭐라고? 리나가 영음을 데리고 남하? 서쪽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사: 리나의 처참한 경성행을 돌이켜보면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 [이: 그러게. 영음과 리나를 생각하면 부디 충동적으로 굴지 말고 그냥 경성에 잘 있었으면 좋겠는데.]허신년은 글자를 알지 못하는 모친에게 떠오른 전서를 통역해줬고, 리나는 이호, 사호, 삼호가 누구인지 설명했다.
[삼: 괜찮습니다. 두 사람은 우선 신년을 따라 청주에 도착한 뒤, 서남 방향으로 우주에 갈 겁니다. 그 후 도보로 1천 리 정도만 걸으면 남강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두 사람이 우주에 있을 때 확실히 보호하면 됩니다.하하, 사실 리나 실력으로는 그리 많은 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적당한 단련은 두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테지요. 제가 또 손 사형더러 암암리에 돌봐달라고 할 겁니다. 리나, 이 말을 숙부와 신년에게 전해주시오.]
리나가 그들도 같이 보고 있다고 말하려는데, 다시 허칠안의 전서가 왔다.
[삼: 하지만 그래도 신신당부하건대 절대로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되오. 절대, 절대 속으면 안 되오.] [이: 절대 속으면 안 돼.] [사: 누군가 속이려는 걸 경계하고 조심하시오.] [육: 부디 속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일: 속지 않도록 경계하게.]‘세상에, 오호가 얼마나 멍청하면…….’
이영소는 약속이나 한 듯 밀려드는 전서에 깜짝 놀라 멍해졌다.
리나의 얼굴은 새빨개져 버렸다. 부끄럽고 화가 나 전서를 바로 끝내려는데, 다시 허칠안의 전서가 도착했다.
[삼: 확실히 영음이 천부적인 자질이 좋으니 역고를 수행하지 않는 건 물건을 아낄 줄 모르고 함부로 쓰는 것과 같소. 우리 숙모는 바보라 비현실적인 꿈을 품고 있지. 영음이 학식 있고 교양을 갖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오. 그러나 우리 가족 모두가 그 애 수준을 아오, 굳이 말을 하지 않는 거지.]이묘진이 곧장 답을 이었다.
[이: 허씨 집안 숙모님은 확실히 바보처럼 귀엽지. 항상 자네 동생을 쩔쩔매게 하니까.] [사: 허씨 숙모님은 본디 딸을 아끼는 마음이 절실할 뿐일세.]순간 허신년의 표정이 바뀌었다. 거의 눈에 살짝 광기가 돌았다. 이를 그대로 전하면 형님이 자신보다 더 비참해질 거란 생각에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기회였다. 허신년은 망설임 없이 허칠안의 말을 그대로 어머니께 전했다.
리나는 곧 살기등등한 숙모와 눈이 마주치고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전서를 보냈다.
[오: 허, 허씨 숙모님도 지금 옆에서 보고 있습니다만…….] […]지서 단체 채팅방에선 더 이상 어떤 전서도 도착하지 않았다.
숙모는 그 고운 눈으로 리나와 지서 파편을 째려본 뒤, 허신년과 숙부를 매섭게 쏘아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나를 비웃어?”
끝으로 숙모는 딸 허영월도 잊지 않았다.
“나를 놀려?”
숙부와 허신년은 바람에 휘날리는 종이처럼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뒤이어 허영월이 약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이 도사님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우리 집에서 묵을 때, 영음이랑 다 잘 지냈는데.”
숙모는 딸을 쉽게 믿었다. 어쨌든 자신의 딸인데 세상에 엄마보다 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 조그만 딸이 자신을 놀릴 수야 있겠는가? 그녀는 바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우리 집에 묵지 못하도록 해야겠구나. 하지만 허칠안 그 자식이 한 가지는 옳게 말했어.”
숙모가 날카로운 눈으로 남편과 아들을 쳐다보았다.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너희들 다 나를 비웃고 있지. 너희 허씨 중에 좋은 놈은 한 사람도 없어.”
* * *
이 시각, 지서 파편을 받치고 있는 이묘진은 뺨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더러 어떻게 사람 노릇을 하라는 거야…….’
‘뒤에서 남을 씹는 건 군자가 할 짓이 아닌데…….’
사호 초원진은 뒷담화하지 않고 군자의 격을 지킨 자신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물론 허영음의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데엔 매우, 매우 동의하지만.
마지막 칠호 이영소는 어느 객잔에서 돼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은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이 가는 길이 참 외롭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 * *
부도보탑 안.
‘아오, 이 바보 리나야! 나중에 금련도사한테 지서 파편에 차단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좀 물어라…….’
허칠안은 한창 속으로 욕을 퍼붓다가 지서 파편을 잘 챙겨 넣었다.
이후, 허칠안이 조금 전 말하던 주제를 다시 이어갔다.
“얼른 네 야희 언니 찾으러 가자.”
백희는 황급히 머리를 숙이며 조그맣게 외쳤다.
“저희 이미 십만대산 경계에 들어왔어요. 얼른 부도보탑 사용을 멈춰요, 불문 사람에게 발각될 거라고요!”
“그럴 정도는 아닌데.”
허칠안은 고개를 숙인 채 아득한 뭇 산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사람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백희는 그를 위한 설명에 나섰다.
“그해 불문이 우리를 십만대산에서 내쫓은 뒤, 서역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해 요족 영토에 성을 27채 지었어요. 성마다 절이 하나씩 있지요. 또 절 마다 금종이 하나씩 있는데 위기에 처했을 때 금종을 울리면 다른 26채 절 안의 금종이 감지해요. 그러니 더 빠르게 증원할 수 있지요.
500년간 번성한 불문은 27채 대성을 핵심으로 또 작은 도시와 마을도 많이 세웠어요. 불문 승려들은 늘 이 도시와 마을을 왕래하며 설법해요. 이 부도보탑 기운은 너무 광대해서 먼 곳에서도 불문 승려가 감지할 수 있어요. 경솔하게 상대가 전부 대비하게 해줄 순 없잖아요!”
허칠안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희 마마가 의무 교육을 아주 잘 보급했구나.”
백희는 평소 좀 맹한 편이었다. 굳이 칭찬해주자면 동생 영음이보다 조금 더 똑똑한 편이랄까.
하지만 불문 관련 지식에선 백희는 식견과 기초가 매우 탄탄했다. 그것도 그저 책에 있는 걸 외운 정도가 아닌, 완전히 제대로 이해하고 씹어먹은 수준이었다.
이것만 봐도 만요국이 후대 요족의 사상 확립을 극도로 중시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한을 새기고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상이 마음속 깊이 박힌 것이었다.
“나는 바람을 몰아 서둘러 갈 작정이니 남치, 그대는 탑에서 쉬세요.”
지금 허칠안이 옛 애인을 은밀히 만나려 하는데, 당연히 모남치와 함께 갈 수 없었다. 본디 이 요물 같은 어항 주인은 위험을 피하는 데엔 도가 텄다.
모남치는 허칠안이 요족 마마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봉마정을 제거하러 온 줄로만 알고 있었다. 부향의 존재 같은 건 전혀 알지 못했다.
“싫어. 나는 지금껏 남강에 온 적이 없다고. 돌아다니며 놀기 딱 좋아.”
“……알겠어요.”
* * *
바로 부도보탑을 착륙시킨 허칠안은 모남치를 업었다. 머리엔 백희가 엎드리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둘을 매달고도 나무 꼭대기 사이를 날렵하게 날아올랐다.
반면, 묘재방은 아직 화경이 되지 않아 그처럼 질주하듯 갈 순 없었다.
스산한 밤, 모두의 머리 위로 차가운 달빛이 쏟아졌다.
허칠안의 목을 꼭 감싼 모남치는 정면으로 불어오는 찬 바람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좁은 시야로도 끝도 없는 삼림과 높은 산이 들어왔다.
“전부 산이네! 나는 여기가 좋아. 자네는?”
화신은 식물로 뒤덮인 대지를 보니 소속감이 가득 차올랐다.
허칠안이 대답이 없자, 모남치가 불쾌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앞으로 난 강호를 떠돌고 싶지 않아. 여기로 와 정착해야겠어. 우리 여기서 각자 갈 길을 가자고.”
모남치는 종종 이 비슷한 말로 위기감을 불어넣었지만, 그럴 때마다 허칠안은 매번 그녀를 외면했었다.
결국 화가 난 모남치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오만한 성격은 굴복을 몰랐기에, 스스로도 종종 진저리쳐질 때가 있었다.
“나 지금 여, 기, 정착하고 싶어졌는데?”
모남치가 다시금 힘을 실어 말했다.
“아, 마마가 머물고 싶든 말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
역시, 허칠안은 변함없이 냉혹하고 무정했다.
모남치는 그냥 손으로 허칠안의 머리통을 한 대 갈겨버렸다.
“끼잉~”
아, 그녀도 깜빡 잊고 있었다. 허칠안 머리엔 여우가 엎드려 있다는 걸.
갑자기 습격을 받은 여우는 냉정을 되찾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모, 왜 또 저를 때린 건가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모남치도 약간 양심의 가책이 들어 하얀 여우의 머리를 문질러주었다.
그녀가 곧 냉랭하게 말했다.
“나 가고 싶지 않아졌어. 부도보탑으로 돌아갈래.”
‘그래! 이 말을 기다렸지…….’
허칠안은 얼른 부도보탑을 꺼내 그녀를 안으로 거두었다.
“됐다!”
허칠안은 이제야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가 아무리 요물 같은 사람이라도, 낙옥형 같은 상어나 다른 물고기는 달리 대처할 방도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