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37
934화. 딸
동굴 밖.
야희, 손현기 등은 발밑의 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후~
복도를 따라 무시무시한 광풍이 돌진해 횃불과 자갈을 휩쓸었다.
손현기는 오른팔만 뻗어 밖으로 가볍게 밀쳤다.
이에 청광으로 이뤄진 거북 껍데기 모양의 진법이 세워졌다.
그 진법이 6품 이하를 ‘불어’ 죽일 수 있는 이 강풍을 막았다.
‘아주 강하군…….’
홍영호법, 청목호법 등 요족 모두가 속으로 깜짝 놀랐다.
* * *
석굴 안.
기기를 한 차례 배출한 허칠안은 다시 단전 내 기기를 가라앉혔다.
그러나 곧바로 힘이 되살아났다.
그가 힘껏 주먹을 쥐자 마치 공기를 잡아 터뜨린 듯한 상황이 됐다.
펑!
‘기기의 중후한 정도와 육신의 힘이 크게 올랐어. 드디어 이모와 쌍수할 때 얻은 기기를 발휘할 수 있겠네……. 음, 지금 내 힘에 대성한 금강신공을 결합하면 도난과 도범 중 한 명은 매달고 때릴 수 있겠어. 2:1 상황에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겠고.’
수라 금강 도범의 피를 삼킨 후, 허칠안의 금강신공은 대성해 금강을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금강을 매달고 때릴 수 있는 경지까지 올랐다.
‘육신의 힘만 논하자면, 난 아소라에 못지않겠지. 설령 약간 뒤처진다고 해도 차이가 크게 나진 않을 거야. 다른 봉마정 한 개를 풀고 나면 내 실력은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어. 하지만 아소라 역시 나한이잖아. 음, 나도 다른 수단이 없는 건 아니지. 그를 붙잡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생각을 가다듬은 허칠안은 기운이 꽤 쇠약해진 신수 몸통을 향해 읍했다.
“선배님, 계속하시지요.”
신수 몸통은 관례대로 그를 위해 두 번째 봉마정을 풀어주었다.
그런 후, 허칠안이 무질서한 기기를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
“네 내실은 내 상상보다 더 강하구나. 만약 봉마정을 전부 제거한다면 실력은 대성(大成)에 접근할 것이다. 생각건대, 너는 원래 이 경지였겠지.”
허칠안이 본래 3품 대성이지만 봉마정에 봉인되었다는 의미였다.
“불문이 봉마정을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네 신분은 분명 평범하지 않겠지. 젊은이, 무예를 연마한 지 몇백 년이나 됐나?”
‘응? 연습한 지 1년 반인데…….’
허칠안이 다시 읍하였다.
“이리저리 따져봤을 때 1년 반 됐습니다.”
“…….”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농담하지 말게.”
“제가 대사께 왜 그런 농담을 하겠습니까?”
신수 몸통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래, 거짓말은 하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허칠안은 사실대로 고했다.
“저는 몸에 중원 황조 국운의 절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더 말할 필요가 있니…….’
허칠안이 짧게 속으로 중얼거리다 말했다.
“대기운을 지닌 자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단기간 내 범인의 영역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과장이긴 해도 별것 아닙니다.”
지금 허칠안이 이룬 성취에는 그 타고난 자질과 노력도 있겠지만 윗사람의 보살핌을 떼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모든 기우(*奇遇: 기이한 연으로 만남)는 기운의 탓으로 매듭지어버렸다.
“저는 기운을 얻는 자는 장생할 수 없다는 것만 압니다. 음, 정확히 말하면 국운이 몸에 달라붙은 거지요. 그래서 이 인간 세상에는 불로장생하는 제왕이 없습니다.”
잠시 멈칫하던 신수가 허칠안을 주시했다.
“기운을 얻은 자가 1년 반 만에 초범에 오를 수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허칠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면 국운은 개인의 기운과 좀 다른 거 아닐까요?”
“그럼 역대 제왕 모두 1년 반 만에 초범에 들어서야지. 왜 다른 사람은 안 되는데 하필 너만 가능하지?”
“…….”
순간 허칠안은 멍해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대봉 고조와 무종 황제도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과 동시에 깨달았다.
두 황제가 1품으로 승직한 건 맞지만, 그건 아주 여러 해가 지난 뒤였다. 그것도 모두 3품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읍하며 말했다.
“저는 모릅니다. 여쭤볼 일이 있습니다.”
“말해라.”
허칠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말했다.
“중원 대봉 황조의 개국 황제는 황위에 오르기 전 3품이었습니다. 황위에 오른 뒤 1품의 몸이 되었지요. 100년 뒤, 그 손자가 반란을 일으켜 황위를 찬탈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잘못된 점이 뭡니까?”
“잘못된 건 없다. 하지만 너는 그들이 1품이 된 이유가 기운이 몸에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넌 기운이 몸에 더해졌다는 개념을 잘못 알고 있다. 지나치게 단편적이야. 몸에 기운이 더해진 자는 모든 면에서 보통 사람과 다르다. 그 점은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지.
하지만 네가 말하는 몸에 기운이 더해진 자는 반드시 초범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고, 수련 경지는 날마다 크게 향상되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사실 몸에 기운이 더해진 자는 수행 방면에서 이득을 보고, 행운이 따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원한 보조 역할만 할 뿐이다. 네가 수행하는 길에 시행착오를 덜 겪게 하는 거지.
그러나 네가 몸에 기운이 더해진 자는 초범, 나아가 1품까지 성취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너는 기운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것이고, 1품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허칠안의 동공이 약간 커졌다.
“네게는 아직 파볼 필요가 있는 비밀이 있다. 애석하게도 내 기억이 온전치 않아 많은 의견을 줄 수는 없지만. 하지만 두 가지 문제는 생각해봐도 무방하다. 첫째, 몸에 지닌 국운은 어디서 난 건가? 둘째, 마찬가지로 몸에 기운이 얽매인 제왕과 비교했을 때 네 몸의 기운은 무엇이 다른가.”
‘내 몸의 기운은 허평봉이 집어넣은 것이다. 보통 제왕과 다른 점은 연화를 거쳤다는 것? 맞아, 신수의 말이 맞다. 지금껏 허평봉은 내 수련 경지가 승직하는 속도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만약 그가 기운을 얻은 자는 반드시 성인의 경지로 들어가 1품을 성취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허평봉의 머리로는 500년 전 그 혈통을 도와 뭔가를 하기보단 바로 나를 돕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
1품 무사는 대봉 사본을 제압하기 충분하다. 이 뜻인즉, 그는 기운이 수련 경지를 증폭시키고, 기우가 끊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아직 그렇게 과장된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말이겠지.
그러니 무학(武學) 기재보다는 잠룡성의 천군만마가 협력에는 더 적합하다. 다시 말해, 기운은 확실히 내 수련 경지를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을 주지만, 내가 지금의 수련 경지를 갖게 된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다. 아마도 기운 문제겠지만, 또 단지 기운 문제만은 아니겠지…….’
한참을 침묵하던 허칠안이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선배님, 500년 전 그 불요대전의 내막을 아십니까?”
신수 몸통이 나지막이 말했다.
“잊었다. 나는 단지 국주와 함께했던 세월이 아주 아름답고 즐거웠다는 것만 기억한다.”
허칠안은 깜짝 놀랐다.
‘나무 정령의 추측이 맞았네! 신수가 정말 만요국 황제 정부였어?’
“그 외에는요? 또 뭘 기억하십니까?”
갑자기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 한참 후, 신수 몸통이 천천히 말했다.
“우리에게 아이가 하나 있다. 아주 귀여운 여우지. 그 아이가 바로 지금 남요의 지도자다…….”
‘제기랄……!’
허칠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소식은 놀라워도 정말 너무 놀라웠다.
‘구미천호가 신수의 딸? 신수의 딸이라고?! 말도 안 돼, 청목호법이 마마는 순수한 혈통의 구미천호라고 말한 적 있지. 어떻게 신수의 딸이란 거야? 아니, 그해 청목호법은 소요(小妖)에 불과했어. 항렬이 아무리 높아도 소요라 너무 많은 내막을 알지 못할 수도 있지.
근데 신수도 날 속일 이유가 없잖아? 신수와 만요국주는 사통한 관계인데 딸아이 한 명을 낳았다. 불문은 만요국을 멸했고, 신수는 불문 사람이다. 신수와 부처는 아무도 모르는 거래를 했다……. 제기랄, 자세히 생각하니까 너무 무섭잖아!’
허칠안은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선배님, 아직 선배님의 신분을 기억하십니까? 불문에서의 신분 말입니다.”
신수 몸통이 중얼거렸다.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녀와 함께했던 시절 그리고 그해 부처가 그녀를 죽인 것만 기억날 뿐이다. 다른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정이 온화할 수 있는 건, 본래 부정적인 기운이 많지 않아서겠지…….’
허칠안도 더는 묻지 않았다.
* * *
운하 위.
허신년은 점심밥을 먹고 책상에 앉아 붓을 쥐었다.
집으로 보낼 서신을 위해서였다. 숙모는 뜻밖의 사고를 염려하여 이틀에 한 번씩 집으로 서신을 보내달라 당부했었다.
「어머니, 운하 위를 떠도는 생활은 좀 불편해요.」
그는 이런 한담투성이 서신을 쓰는 게 좀 불편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문화 수준을 고려하자면 이런 방향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통속적이었다.
「영음이가 배 타는 걸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걔는 머리가 좀 나쁘다는 것 외에 약점이 없는 것 같아요.
동료들 말로는 청주 정세가 아주 좋대요. 조정 군대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있어요. 곧 승리하고 돌아올 수 있을 테니, 부모님 건강만 생각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 영음이는 제가 있으니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을 거고요.
혹시 집에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영월이와 많이 상의해보세요. 물론 영월이 지혜는 어머니 지혜의 1, 2할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의견이 많을수록 더 좋은 방안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병사들이 영음이를 아주 좋아해요. 다들 형님의 동생답게 세상을 압도할 만큼 용감하고 철옹성 같다고 칭찬이 자자해요.」
잠시 주춤하던 허신년이 마지막 줄을 긋고 다시 썼다.
「영음이가 역시 형님의 동생답게 아주 총명해서 장차 학식과 교양과 기품을 두루 갖춘 훌륭한 규수가 될 거라고…….」
드디어 서신을 완성한 허신년은 서신을 잘 불어 말려 봉투에 넣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방 안에 청광 두 줄기가 솟구쳤다.
점잖은 서생의 복장에 머리에 두건을 쓴, 장진과 이모백이었다.
“……스승님, 모백 선생님? 어떻게 오셨어요?”
얼떨떨한 허신년의 얼굴에 놀라우면서도 기쁜 기색이 비쳤다.
장진이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청주 정세가 심상치 않아 양공이 서신을 써 원장님께 도움을 청했네. 원장님께서 나와 모백더러 청주로 가 양공의 참모 노릇을 하라더군.”
순간 허신년은 다시 만난 기쁨이 싹 가셨다.
“자양거사께서 서신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모백이 말했다.
“이미 청주 경계 1차 방어선이 무너졌네. 양공께서 견벽청야(*堅壁淸野: 방어 구축을 더 단단히 하고, 주위 백성과 물자를 다른 곳으로 옮김)를 명하셨어. 유랑민을 모아 단단히 지키며 나가지 않는 책략으로, 지원병을 기다리자고 말일세.”
허신년은 즉시 청주 지도를 펼치고 잠시간 자세히 살폈다.
“이 계책은 훌륭합니다.”
청주는 만 리를 뻗어 나가는 지역이라 전략적으로 움직일 공간이 충분했다. 변방을 사수하는 건 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지리적 우세를 차지한 대봉 수비군이 견벽청야(*堅壁淸野: 방어 구축을 더 단단히 하고, 주위 백성과 물자를 다른 곳으로 옮김)하여 성을 지키는 것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
이내 장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했다.
“신년, 서역 승병(僧兵)이 아직 입장하지 않았다는 걸 잊으면 안 되네. 예상대로면 가까운 시일 내 불문이 대군을 파견해 뇌주 등을 공격하고 조정을 견제하려 들 걸세. 조정이 양쪽으로 전투하게 압박하는 게지. 그럼 청주는 고장난명(*孤掌難鳴: 맞서는 이 없인 싸움도 일어나지 않음) 신세가 될 것이야.”
이모백이 덧붙였다.
“게다가 사방에 유랑민 도적이 일어나고, 내부는 불안정하니 정세가 염려되네. 양공께서는 이미 여기까지 예상하고 대책을 고심했으나 아무 성과가 없어 원장님께 서신을 써서 도움을 청한 것이라네.”
허신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