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39
936화. 참수
쿵! 쿵! 쿵…….
하늘에서 점점 더 많은 화포가 내려와 불덩이로 폭발했다.
곧이어 다루는 자 없는 포대가 고공을 스쳐 갔다.
화포 수십 대도 맹렬한 불길을 뿜으며 포탄을 기울였다.
집결한 승려들은 화포의 공세에 가로막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들은 금세 효과적인 반격을 꾀했다.
무승들은 미친 듯이 활시위를 당겼다.
휙! 휙!
강한 기기에 휘감긴 화살은 공기를 가르며 허공을 뚫었다.
선사들도 법기를 부려 공중의 포대를 추격했다.
이 순간 모두의 관심은 이미 봉인된 탑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때, 탑 꼭대기에 청광이 한 줄기 솟구쳤다.
백의에 모자를 쓴 손현기가 전송 진법으로 탑 꼭대기에 도착했다.
웅~
귀를 자극하는 공기파 소리 사이로, 손현기 발밑의 원형 진법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진법은 하나씩 연이어 떠오르다가 아래로 겹겹이 쌓였다.
총 12개가 된 진법은 봉인된 탑을 12조각으로 균등하게 나눴다.
이제 봉인된 탑 전체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탑은 부드러운 금빛을 뿜어냈고, 서서히 일그러진 불문이 뒤따랐다.
12개 진법의 ‘교살’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반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문은 점차 소멸됐고, 금빛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손현기의 말이 정확했다. 그와 같은 3품 술사 앞에서 불문의 진법은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해 보였다.
아소라 역시 허칠안의 연속 공격에 만회할 힘을 잃었다. 아소라조차 이러할진대, 승려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안 돼, 마승을 봉인한 탑이 무너지겠어……!”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바로 이때, 손현기 뒤에서 갑자기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불의 고리가 타기 시작하면서 주인을 밝게 비추었다.
9척 키에 가사를 걸치고 가슴을 반쯤 드러낸 금강이었다.
허칠안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다.
‘아소라……! 그럼 나랑 싸우던 사람은 누구야!’
이내 아소라는 칼처럼 손바닥을 합친 채 세차게 휘둘렀다.
슉…….
무언가 날아올라 탑 꼭대기에 떨어졌다.
사람의 머리였다!
곧 12개 원형 진법도 와르르 흩어졌다.
이것이 바로 각 체계 고수가 초범 무사에게 덤빈 최후의 대가였다.
콰당!
머리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도중, 모자가 벗겨지며 철로 주조한 머리가 드러났다.
이 순간, 고공의 포대는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었다.
그때 갑자기 청광이 솟구치더니 백의의 사내가 나타났다. 평범한 키, 평범한 용모,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분위기의 사천감 이사형이었다.
손현기는 뒷짐을 진 채 꼭대기의 아소라를 굽어보고 있었다.
아소라는 아무렇게나 손을 휘둘렀다.
제조비가 값비싼 법기의 꼭두각시는 그 힘에 가루가 되었다.
아무래도 손현기는 육탄전에 능하지 않은 술사로서 무사를 마주할 때 경계심이 매우 강했다. 다른 체계의 3품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른 체계의 고수와는 또 다른 점이, 법기 정제와 진법에 정통한 술사는 조작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크고, 번지르르하다는 점이었다.
이 법기 꼭두각시는 손현기가 자랑스러워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
4품 무사보다 단단한 몸통엔 소진 99개가 새겨져 있는데 전송, 수호, 오행진법 등의 능력이 있었다. 두 팔은 작은 구경의 화포로 4품 고수가 완강하게 한 방 먹인다면 모두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것의 가장 핵심 능력은 머리에 새겨진 취신진(聚神陳)이었다.
손현기는 원신을 한 가닥 분리해 거기에 빙의할 수 있고, 꼭두각시는 단기간 내 3품 술사의 실력을 방출할 수 있었다.
다만 원신이 꼭두각시에 빙의했을 때, 손현기의 본체는 움직일 수 없었다. 꼭두각시의 힘도 본체에 약간 못 미쳤다.
이 덕에 법기 꼭두각시는 실전엔 약해도 미끼로 삼기엔 탁월했다.
만약 아소라에게 후수가 없다면 손현기는 여세를 몰아 봉인된 탑을 헐고 신수의 나머지 사지를 풀 것이었다.
아니면 아소라 비장의 패를 타진해볼 수도 있었다.
분명히 이 수라왕의 막내아들도 단순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 역시 미리 포석해두었을 것이 뻔했다.
“대봉의 술사.”
아소라가 천천히 말했다.
그는 갑자탕요 전역에서 몰락하였는데 그때는 술사 체계가 생긴 지 이미 100년이 됐을 때였다.
“응공(應供)!”
손현기가 딱 두 글자를 뱉은 순간, 허칠안과 맞붙던 아소라가 금빛으로 변해 흩어졌다.
3대 나한 과위 중 하나인 응공 과위였다. 응공은 글자 그대로 응당 하늘과 인간 세상의 공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과연 불문에서 가장 심오한 과위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응공 과위를 증명할 수 있는 나한은 천하에 손꼽는 자비로운 자들이었다.
응공 과위에게는 2가지 능력이 있었다.
첫째는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향객이 공물을 바치고 소원을 빌면 응공 과위를 장악한 나한이 향객의 소원을 실현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소원을 실현한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분명한 한계는 있었다.
둘째는 제물을 받는 것.
이 과위를 장악한 나한은 공물을 요구할 수 있는데, 봉인된 탑 안에 응공 과위의 사리자가 있었다.
전투를 벌이기 전 아소라는 공물을 바치고 사리자에게 소원을 빌었다.
역시, 방비하는 차원이었다.
소원은 자신과 똑같은 조력자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리자는 그의 소원에 응답했다. 응공 과위의 힘으로 아소라와 똑같은 조력자를 불러들였다.
이후 아소라는 그 주변에 몸을 숨겼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허칠안과 맞붙은 건 아소라의 본체가 아닌 사리자가 ‘소환’한 조력자였다.
이 조력자는 사리자의 위격을 통해 아소라의 능력을 완벽하게 새겼지만, 수련 경지는 기껏해야 3품 초기에 불과했다. 유지 시간도 짧아서 한시적 이용만 가능했다.
아소라는 이 조력자로 허칠안 배후의 같은 패를 유인했다. 그는 당연히 복제된 몸과 함께 공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전 계획만 누설하는 꼴이었다. 허칠안에게 가진 패를 다 보여주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이렇듯 쌍방은 제대로 맞붙기도 전에 이미 각자 진을 치고 함정을 팠다.
결과는 50:50이었다.
“내가 얼마 전 정탐한 것 때문에 네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건가?”
허칠안은 오른손으로 태평도를 꽉 쥐고 봉인된 탑을 향해 걸어갔다.
“광현 보살은 이미 예상했었다. 불문이 중원 정통 다툼에 개입한 틈을 타, 기회를 엿보던 남요가 나서서 십만대산을 정벌할 거라고. 일부러 내게 남강을 지켜달라 의뢰했었지.”
아소라의 목소리는 젊고 순박했다.
‘난 정말 머리 좋은 적이 싫어…….’
허칠안은 돌연 무릎을 낮추고 아소라에게 화살처럼 달려들었다.
손에 쥔 태평도는 눈부신 도광을 내뿜으며 공기마저 뒤틀었다.
띵!
태평도가 두 손가락 사이에 꼈다. 도기는 마음껏 뿜고 있지만, 아소라에게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허칠안은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태평도를 움직였다. 그 덕에 적의 손가락에서 벗어나는 건 성공했다.
이내 손가락을 도로 거둔 아소라가 담담하게 말했다.
“살생하면 안 되지!”
계율의 힘이 강림하자, 허칠안은 돌연 전투할 의지가 꺾였다.
뒤이어, 아소라 머리 뒤 불의 고리가 꺼지고 금색 광륜이 대체했다.
이에 따라 그의 기질이 크게 변했다. 포악하고, 처절하고, 스산한 것이 마치 칼집에서 나온 절세신병을 보는 듯했다.
자극받은 부도보탑이 회전하며 그 삼엄한 힘을 뒤흔들었다. 아소라에게 영향을 미쳐 그의 힘을 상쇄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펑!
아소라는 부도보탑의 힘을 무시하고, 주먹으로 허칠안의 가슴을 가격했다.
어두운 금색 피부에 조금씩 균열이 일며 순식간에 가슴이 움푹 파였다.
강공으로 유명한 살적의 힘이 금강신공을 갈기갈기 찢은 것이었다.
사실 이 아소라가 금강신공을 깨지 못하면, 어찌 보살 아래 최고의 전투력이라 불릴 자격이 있겠는가.
허칠안은 결국 포탄처럼 날아가 가옥과 전당을 부숴버렸다. 남법사는 순식간에 먼지가 이는 폐물이 되고 말았다.
뒷받침하는 주인을 잃었으니, 이젠 부도보탑도 영 힘을 쓰지 못했다. 무려 살적과위의 깨달음을 얻은 나한을 상대하는 건 확실히 좀 무리였다.
이때, 아소라가 갑자기 옆으로 몸을 돌렸다. 어두운 금색 도광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남법사 건축물들 사이로 사라졌다.
몇 초 뒤, 건물과 전당이 마치 칼날에 베인 두부처럼 한 채씩 갈라졌다.
허칠안은 그림자 도약을 빌려 소리소문없이 아소라 뒤에서 습격했다.
천고의 ‘이성환두’ 능력으로 기운을 감춰서, 아소라의 직감도 미리 경고할 수 없었다. 방금 그 반짝임은 순전히 즉각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아소라는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아소라가 옆으로 돌아 도광을 피하는 동시에 허칠안은 몸을 숨겼다.
그는 왼손은 주먹을 쥐고 오른손엔 칼을 든 채 전투에 임했다.
땅! 땅! 땅!
허칠안의 주먹이 아소라 몸에서 화포처럼 빽빽하게 터졌다.
순간, 아소라 머리 뒤 광륜이 걷히고, 이글이글 타는 불의 고리가 터졌다.
쾅!
칠흑 같은 어둠의 장막도 환하게 갈라졌다.
본래 나한과 금강 사이는 전환할 틈이 없었다.
아소라의 거대한 체구의 우람한 근육은 터졌다가도 다시 부풀어 올랐다.
땅!
이 수라 금강이 본인 머리로 허칠안의 이마를 내리쳤다. 그는 더 강하고 더 포악한 힘으로 허칠안의 연속 필살기를 억지로 끊었다.
허칠안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의식을 잃었다.
그 찰나, 야희의 말이 떠올랐다.
아소라는 금강법상 수행에 실패해 돌아서 선사 체계를 수행했다고 했었다. 금강법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 자라면, 그 힘과 기기는 적어도 3품 대원만이어야 했다.
무사의 연속 필살기를 끊을 수 있는 자는 더 강한 무사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 이제 전장의 공수가 바뀌었다.
아소라 뒤통수의 불의 고리가 꺼지고 광륜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내 살적의 힘을 휘감은 주먹이 허칠안을 때리며 깊은 구덩이가 하나씩 움푹 파였다. 이번엔 허칠안이 무사의 연속 필살기에 당해 궁지에 몰렸다.
아소라의 실력과 살적과위의 ‘불사불휴’ 상처로는, 연속 필살기로 무사를 죽일 순 없어도 상태를 악화시키고 실력을 크게 떨어트릴 수는 있었다.
이로써 승리의 저울이 확연하게 기울어졌다.
남법사 승려들은 진정으로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환호하였다.
과연, 아소라 존자(尊者)는 무적이었다. 1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에야 천하에 그를 이길 자는 없었다.
존자(尊者)란 부처 제자에 대한 존칭이었다. 부처는 수천 년 동안 깨달음을 추구했고, 제자들은 대부분 이미 오랜 세월에 자취를 감췄다.
그해 불문에서 존자라 칭할 수 있는 자는 가나수 보살, 광현 보살 그리고 눈앞의 이 수라왕의 막내아들뿐이었다.
유리 보살, 도정과 도액 나한 같은 고위층들도 불문에선 신예에 속했다.
“여러분, 속히 진을 치고 서원을 봉쇄하여 외적과 그 패거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합시다. 무승은 절에서 나와 불을 끄는 성 방어군에게 협조하고 적을 사로잡읍시다!”
흰 수염에 흰 눈썹을 한 노승이 소리를 높였다.
“네, 반법(盤法) 장로님!”
승려들은 투지로 불타올랐다. 공포와 혼란은 말끔히 사라진 뒤였다.
한편, 이때 손현기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는 포대 가장자리에 서서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곧 그의 머리 위에, 원형 진법이 떠올랐다. 진문의 형태는 마치 일그러진 화염 같았다.
그렇게 공중에 12개의 포대가 떴고, 손현기는 자신을 진법에 내던졌다.
정철(精鐵)로 주조한 포신이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불순물이 제거돼 아주 밝은 쇳물로 변했다.
쇳물은 그대로 손현기 머리 위로 떠올라 백의를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두 번째 진법이 형태를 갖추고 1톤에 달하는 쇳물에 뒤덮였다.
슉- 슉-
쇳물은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 구경이 아주 큰 포관이 엉겨 붙으며 생겨나더니 뒤이어 포신도 형태를 갖췄다. 초대형 화포 원형의 탄생이었다.
보통 진법을 관장하는 술사의 법기 제련은 대체로 화로나 세속적인 불과는 이미 다 작별 인사를 마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