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41
938화. 봉인된 탑이 무너지다
쿵!
다시 눈부신 빛기둥이 강림해 남법사를 밝게 비췄다.
손현기의 두 번째 포격이 찾아왔다. 목표는 더는 아소라가 아니었다. 봉인된 탑이었다.
퍽! 퍽!
철컥!
봉인된 탑 표층을 덮은 금빛이 약간은 엷어졌다. 거기다 기왓장은 산산이 조각나고 벽이 갈라지며 엄청난 피해가 생겼다.
이내 빛기둥이 사라지고, 손현기는 부도보탑을 몰아 공중으로 올라갔다.
힘을 비축해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체계 사이에 상극 속성이 드러났다.
만약 여기에 무신교 우사 혹은 도문 초범이 있었다면 손현기도 절대 이처럼 높이 날 엄두는 내지 못했을 터였다.
양자 모두 세찬 천둥을 소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불문 체계의 수단에 천지의 힘을 조종하는 법술은 극히 드물었다.
아무튼 불문의 수단이란 참으로 기이하고 깊이를 헤아리기도 어려웠다.
‘두 번만 더 하면 봉인된 탑을 폭발시킬 수 있겠는데…….’
이 시각, 허칠안은 남몰래 분발하고 있었다.
본래 손현기가 직접 나섰다면 진법을 식은 죽 먹듯 파괴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소라를 꺼려 내려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추격전은 세 번째 포격 준비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포구에선 직경 1m의 빛기둥을 뿜어냈고 다시 봉인된 탑을 폭격했다.
남법사는 다시금 대낮처럼 빛에 휩싸였다.
이 순간 허칠안은 아소라의 부재를 알아차렸다.
그는 허칠안을 추격하지 않았다.
동시에 아소라가 포대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손현기가 주변에 배치한 감지 진법을 피해, 소리 소문도 없이 포대 위에 나타났다.
본래 포대의 고도로는 초범 무사가 소리 소문 없이 강림할 수 없었다. 고공은 육지만 못했다. 그러나 무사는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빌려 짧은 거리 안에서 전송할 수 있었다.
고공에는 역점(力點)이 없고, 무사는 어공 속도가 느리고 움직임이 컸다. 절대 3품 술사를 속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포대에서 복사해내는 감지 진법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단, 감지 진법이 감지할 수 없는 곳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손현기도 눈치챌 수가 없었다. 바로, 포구가 발사해낸 빛기둥이었다.
아소라는 빛기둥을 거슬러 포대로 돌진했다.
지금 그의 칠흑 같은 피부는 그을린 자국으로 가득했다. 거기다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며 흡사 고기를 굽는 듯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제 아소라와 손현기의 거리는 불과 3장(丈)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손현기는 꼭두각시 대역이 아닌, 정말 그 자신이었다.
탁……!
아소라의 주먹이 공기를 갈랐다. 마치 포탄이 구멍을 뚫고 나온듯했다.
포대 위, 청광 진법이 밝아지며 거북 껍데기 형태의 방어 대진이 됐다.
하지만 이 아소라의 포악한 주먹 한 방에 빛 부스러기가 되어 무너졌다.
사실 별 놀랍지도 않은 결과였다. 애초에 허칠안의 금강신공도 막을 수 없었는데, 일개 수호 진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때였다. 갑자기 손현기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는 양팔을 벌린 채 아소라의 주먹을 직접 맞았다.
허칠안이었다.
다음 순간, 칠흑 같은 주먹이 허칠안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의 심장은 그대로 시뻘겋게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동시에 손현기가 마침내 대응을 마쳤다.
그의 소매에서 개조한 화통이 미끄러져 나왔다.
화통은 허칠안의 뒤를 스치고 아소라의 가슴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화통에 새겨진 진문이 일순간 밝아지며 어두운 금색 못을 발사했다.
그리고 손현기가 방아쇠를 당긴 그 찰나, 허칠안도 옥쇄를 발동했다.
결국 아소라의 그 단단한 육신이 뚫리며 가슴은 피범벅이 되었다.
푹…….
뒤이어, 봉마정이 아소라의 가슴을 관통했다.
아소라의 날카로운 눈빛도 마침내 약간 흐리멍덩하게 변했다. 그는 경악한 얼굴로 심장 쪽에 박힌 어두운 금색 못을 쳐다보았다.
이내 칠흑 같던 아소라의 피부가 조수처럼 빠지고 정상적인 피부색으로 되돌아왔다. 기운이 급감한 그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됐다……!’
허칠안과 손현기는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이는 그들이 사전에 협의한 계책이었다.
무려 2품 나한과 3품 금강이 합쳐진 수라족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허칠안도, 손현기도 결코 상대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자만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바로 봉마정이었다. 그것만이 무사에게 중상을 입히고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봉마정의 유용한 정도는 진국검을 능가했다. 지금도 그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허칠안이 다시 진국검에 의지했다면, 적을 제압할 수 있느냐는 둘째 치고 대봉의 진국 신병을 영원히 남강에 남겨 둬야 했을 수도 있었다.
아소라의 힘은 3품 무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무기를 빼앗길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소라도 분명 손쉽게 진을 깰 수 있는 3품 술사를 해결하고자 온갖 방법을 생각했을 터였다. 다만 ‘약체’인 술사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해이한 마음이 들 게 뻔했다.
그러니 봉마정은 손현기가 직접 꽂아야 했다. 이것의 유일한 위험성은 손현기도 죽음의 위기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술사 체계의 전송 진법이 위험도를 크게 낮췄다. 허칠안은 아소라의 부재를 확인하자마자 적기에 결단을 내려 전송옥부를 잘게 부쉈다.
전송 지점은 일찍이 구상을 마쳤었다.
바로 포대 위, 손현기가 서 있던 앞쪽이었다.
허칠안은 가슴의 통증을 참고, 아소라의 목덜미를 쥔 채 포대에서 뛰어내렸다. 동시에 그가 데굴데굴 떨어지며 크게 외쳤다.
“손 사형, 봉인을 푸세요!”
추락 도중, 아소라는 낮게 울부짖으며 허칠안을 미친 듯이 때렸다.
퍽! 퍽! 퍽…….
주먹, 팔꿈치, 무릎 등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금강신공을 잃은 허칠안을 마구 공격했다.
허칠안은 결국 여러 군데가 골절됐고, 사방으로 그의 피와 살이 튀었다.
하지만 이내 아소라의 힘이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아소라의 기운은 변함없었지만, 그는 매번 힘을 모아 공격할 때마다 명치에 심한 고통을 느꼈고, 현기증과 함께 눈앞이 침침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지도 계속 무력해졌다. 본디 경맥에서 원활하게 흐르던 기기들이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초래한 것이었다.
그때, 허칠안이 붉은 피를 뱉으며 섬뜩하게 웃었다.
“어때? 봉마정 맛은 괜찮나? 심장은 오장의 우두머리인데 그게 사라지면 네 몸에 흐르는 수라 정혈을 어떻게 운행해야 할까.”
그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머리로 아소라의 이마를 묵직하게 내리쳤다. 희번덕거리는 허칠안의 눈엔 불꽃이 일고 있었다.
보통 무사가 전투할 때, 온몸의 정혈은 전부 심장에 의지해 돌았다. 여기서 심장이 혈액 수송을 멈추면 뇌엔 산소가 부족해지고 체내 혈액도 가로막혀 사지에 힘이 빠져버렸다.
허칠안은 그 고통을 아주 훤히 알고 있었다. 물론 초범 무사의 강대한 생명력이 있으니 죽지는 않더라도 시시각각 고통이 동반될 터였다.
다행히 그는 연신경일 때 원신을 극도로 강하게 단련하고, 의지력도 확고해 고통에 시달리며 붕괴하지는 않았다.
본래 모든 초범 무사들은 무시무시한 근성을 지니고 있었다.
허칠안이 깊게 숨을 들이쉬자 가슴의 관통상과 온몸 곳곳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는 곧바로 반격을 펼쳤다.
주먹과 발, 팔꿈치, 무릎 등 몸의 단단한 부위를 무기로 바꾸어 방금 아소라가 공격한 그대로 반격에 나섰다.
퍽! 퍽! 퍽…….
폭죽 같은 소리 사이로, 아소라의 몸에선 쉴 새 없이 피가 튀었다.
수라왕의 막내아들은 빨개진 눈으로 야수처럼 포효했다. 그도 필사적으로 저항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번 꺾여버린 기세를 만회하긴 쉽지 않았다.
한편, 손현기는 탑 꼭대기로 가뿐하게 내려왔다. 그의 발밑에선 원형 진법이 빛나고 있었다.
곧 층층이 밑으로 끌어들인 12개 원형 진법이 불탑을 균일하게 12등분으로 나누었다. 뒤이어 위의 6개 진법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고, 아래 6개 진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이윽고 봉인된 탑 바깥층을 덮은 금색 불문(佛文)이 차례로 터졌다. 이는 결코 폭력에 의한 파괴가 아니었다. 더 고명한 진법 파괴 수단으로, 봉인 대진을 형성한 불문(佛文)을 근본적으로 와해시키는 것이었다.
먼 곳에서 지켜보던 승려들은 모두 멍하고 망연한 얼굴이 됐다. 그들은 이처럼 변화무쌍한 초범경의 전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외적이 아소라 존자가 혈통의 힘을 개방하도록 압박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이미 충분한 영광이었다.
혈통의 힘을 개방한 아소라 존자 앞에, 금강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연신 패배만 맛보았고, 고공의 술사 역시 숨어서 무의미한 공격만 남발했다.
그런데 아소라 존자가 포대를 추격한 그 순간부터 상황이 뒤바뀌었다.
미지의 외적 금강은 주객전도해 아소라 존자를 구타했다. 이는 한순간의 행운이 아니었다. 승려들도 아소라 존자의 기운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눈치챌 수 있었다.
“진, 진을 쳐라……! 속히 진을 쳐서 아소라 존자를 도와 외적을 참수하고 불탑을 수호하자!”
노승이 입술을 떨며 서역 언어로 외쳤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허칠안은 즉각 양발로 아소라의 가슴을 디디는 동시에 태평도를 던졌다.
쉭-
태평도는 바람을 가르며 승려들 사이를 종횡무진했다. 바닷속을 유려하게 헤엄치는 어두운 금빛 물고기처럼, 아주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태평도가 지나간 자리엔 쓰러진 선사들만 남았다. 다들 머리가 날아가거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거나 무릎이 잘리는 등, 처참한 결말을 맞았다. 오직 극소수의 4품 선사만이 적기에 선공을 시전해 불광으로 살아남았다.
과거 초범 전투에선 태평도는 이름처럼 평평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심지어는 바닥에 널브러질 때도 있었지만, 그게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일단 주요하게는 주인이 마주한 적의 위격이 너무 높았다. 그 시절 태평도는 막 탄생해, 영지가 오래되지 않은 작은 칼에 불과했다. 결정적인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용기를 통해 온양한 태평도는 칼끝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거듭된 성장으로, 이제는 초범경에서 아주 큰 역할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이 선사들을 상대하는 칼질이 시원시원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보단 순조롭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제자리에서 진을 쳐라!”
노승이 포효했다.
이에 선사 몇, 혹은 십여 명이 제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선진을 쳤다.
역시, 선사들은 대적할 자 없는 이 신병을 막아냈다. 태평도는 겹겹이 쌓인 신체 보호 금광을 깰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승려들은 더는 손현기를 막을 손이 없었다.
철컥! 와르르…….
기둥이 꺾이고 벽돌이 떨어지며 마침내 봉인된 탑이 무너졌다.
손현기는 이 틈에 탑 안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
1층 중앙엔 황금으로 주조한 팔각 받침대가 있었다. 또 그 받침대 위에는 황금으로 주조한 연화대가 있었다.
받침대든, 연화대든 전부 불문(佛文)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봉인 진법의 일부에 속했다. 하지만 희끄무레한 불문은 이미 순수한 각문으로 변한 상태라, 더는 신이(神異)를 지니진 않았다.
연화대 위에 건강하고 긴 허벅지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 봉인된 지 500년이 됐건만, 시들고 쇠약해진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허벅지는 여전히 산 사람처럼 생생했고, 근육질 곡선을 자랑했다.
봉인된 탑은 총 3층이었다. 모든 층마다 많은 선사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불탑이 무너지며 선사들이 잇따라 떨어졌다.
그러나 고공에서 추락할지라도 선사들은 여전히 가부좌를 튼 그 자세 그대로 깨어나지 않았다. 저항의 움직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