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45
942화. 기쁜 소식
“조정 역시 초범 고수가 부족합니다.”
허신년이 말했다.
이 순간, 모든 관원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스친 인물이 있었다.
사천감의 손현기가 아니었다. 나날이 명성이 높아지는 허칠안이었다.
허신년은 계속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 번째, 지원병입니다! 이는 양측의 지원병을 의미합니다. 불문과 운주 역당은 이미 결탁했으니 조만간 서역 각국 군대가 변방을 침략할 겁니다. 일단 조정이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전투 작전에 처하면 청주가 얻을 수 있는 지원병과 군수 물자는 크게 줄어들 겁니다. 반대로 운주 반란군은 날개를 얻은 격이지요. 이 역시 두 번째 전투력 문제와 관련됩니다.”
의사당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다들 남몰래 눈살을 찌푸렸고, 눈빛에는 근심을 감추고 있었다.
운주 반란군이 세찬 기세로 밀려오고, 중원 각지의 유랑민은 재해를 입히고 있었다. 청주는 반란군 방어가 매우 어려웠다.
거기다 서역 각국의 침입을 맞게 됐으니 조정이 이중 작전을 펼치면 청주를 돌보지 못할 게 분명했다.
불문의 강대한 위력을 생각하면 청주가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 서역 군대가 경성을 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서역 각국 군대가 변방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청주 지부가 개탄하며 말했다.
‘황당무계한 말이군…….’
무장인 도지휘사는 속으로 비웃었다.
만약 위 공이 살아 있다면, 불문도 두려워 감히 멋대로 전쟁을 벌이지 못할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대봉에 누가 불문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가.
불문은 감정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역의 패권을 잡은 그 거대한 곳에도 최상급 고수는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위연처럼 훌륭한 지도력을 갖춘 인재는 구주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기도(棋道)에 능한 이모백이 느리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는 승산이 없는 형세네. 우리가 불문을 견제하기는 불가능해. 불문이 군사를 일으켜 동쪽으로 나아가는 건 자명한 일일세.”
양공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목숨을 거는 것이야. 가능한 한 반란군의 정예병을 쳐부숴야지. 나중 일은 제공들이 처리하도록 맡기세.”
확실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위 공이 죽으니 운주 역당이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꾀하고, 서역 불문이 우리 중원에 사람이 없다고 무시하며 동맹 서약을 파기하고 적이 배반하도록 돕는구먼. 우리는 어찌할 수가 없고 말이야…….”
청주 지부는 이 상황이 몹시 원망스러웠다.
허신년은 잠자코 있었다. 서역 불문은 강성했고, 군사력도 강했다. 거기다 나한 보살까지 아란타를 지키고 있었다. 저토록 대단한 거물은 절대 권모술수 따위로 제압할 수가 없었다.
그때, 허신년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의사당 구석에 소리 소문도 없이 나타난 두 사람이 있었다.
백의를 입은 한 사람은 키, 외모, 분위기 모두 평범했고, 또 한 사람은 원숭이 같은 생김새를 갖고 있었다. 다만 쪽빛 눈은 사람의 마음을 다 꿰뚫어 볼 듯 맑고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손 사형! 어째서 여기에 계십니까?”
허신년이 깜짝 놀라 외쳤다. 그도 감정의 이제자를 알고 있었다.
‘뭐야, 언제 온 거야?’
양공 등은 경악한 빛으로 잇따라 고개를 돌렸다.
원호법은 사람들을 한 번씩 훑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제게 알려주는군요. 누구지? 저 사람이 누군데 여기에 있는 거지? 손현기? 감정의 제자 중에 정상적인 사람은 없는 건가?”
순간 말을 하던 원호법이 깜짝 놀라 허신년을 가리켰다.
“마지막 한 마디는 저 사람이 한 말입니다!”
원호법은 다급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손현기? 감정의 제자?’
관원들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다녔다.
이 겸손한 손 사형을 세상 모두가 다 아는 건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 중 허신년, 운록서원 대유 셋 외에는 손현기를 아는 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원호법의 ‘설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 사람은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걸 어떻게 아는 건데…….’
허신년은 힘껏 기침을 짜내며 손현기에게 걸어갔다.
“이분의 존함은 손현기. 사천감 이사형, 감정의 이제자십니다.”
“감정의 제자이시라니. 멀리 마중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모든 관원이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했다.
거기에 허신년이 한마디 덧붙였다.
“3품 술사입니다.”
와르르…….
동시에 모두가 벌떡 일어난 통에, 의자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양공을 필두로 한 문관, 주밀을 필두로 한 무장이 황급히 기립했다.
“손 사형! 존함은 익히 들었습니다!”
“손 사형께서 우리 청주에 오시다니.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저희가 연회를 크게 베풀었을 텐데요.”
“제가 청주에 있을 때 일찍이 손 사형께서 사천감의 당대 호걸이란 걸 들었었지요. 그때부터 오래도록 손 사형을 흠모했습니다. 그간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오늘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됐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의사당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목해졌다. 모든 관원, 무장의 얼굴에 열광적인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이어, 양공이 손을 아래로 누르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손형께서는 청주에 지원하러 오신 겁니까?”
자양거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보였다.
손현기는 3품 술사이지만, 나이는 양공보다 훨씬 어렸다. 양공도 명색이 지조 있는 유가 지식인으로서 그를 ‘손 사형’이라 칭할 수는 없었다.
이내 손현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원들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이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전투력 문제를 분석하며 불문의 강대함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자신들 편에도 초범경 술사가 생겼다. 관원들은 수행한 자들은 아니지만 술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기기를 단련하고 진법에 정통한 술사의 힘은 저열한 무사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전장에서 대규모 살상력을 일으킬 수 있는 자들이었다.
양공은 즉시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도록 했다. 손현기는 그의 옆에 앉았고, 원호법은 눈치껏 손현기 옆에 섰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시 자리에 앉자 양공이 먼저 물었다.
“감정 쪽은 어떠한지요?”
손현기는 또 말없이 원호법을 쳐다보았다. 원호법은 역시 재빠른 눈치로 그를 잠시 살펴보았다.
곧 원호법이 대단히 서투른 대봉 표준어로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가나수 보살과 대사형을 견제하실 겁니다. 저희는 청주를 지키기만 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 차원의 전투는 그들이 개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감정이 반란군 초범 고수를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하나만 알면 되었다.
다만, 계속되는 손현기의 침묵이 청주 고위층들의 반발심을 사고 있었다.
‘이 손현기도 좀 너무 시건방진 거 아닌가…….’
그때, 장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감정께서 가나수 보살을 꼼짝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어도 아란타의 나머지 보살과 나한을 붙들어 둘 순 없습니다. 서역 대군이 올 때 정세가 또 어떻게 변할지 우려되는군요.”
문관, 무장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싹 가셨다. 이들이 전쟁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진정 두려운 건 앞으로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현기는 바로 또 원호법을 바라보았다. 원호법도 그를 지켜보고 있다가 그 마음의 소리를 포착했다.
“불문을 상대할 필요 없네. 그들은 본인 일만으로 벅차거든. 설사 군사를 파견해 대봉을 공격한다고 해도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걸세. 더욱이 초범경 강자가 출동하지도 않을 테고.”
양공이 경악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장진과 이모백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지?’
고관들도 서로만 쳐다볼 뿐, 원호법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몇 초 뒤, 청주 지부가 먼저 떠보듯 물었다.
“귀하께서는 방금 불문을 상대할 필요 없다고 말씀하신 것인지요?”
원호법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도지휘사 주밀이 덧붙여 물었다.
“본인 일만으로도 벅차다고요?”
원호법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당이 고요해졌다. 모든 관원이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더 캐묻고 싶지만, 그 답에 놀라 도망치게 될까 두려운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청주 지부가 저도 모르게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요?”
그런데 장진이 갑자기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손형 곁에 왜 요족이 있는 겁니까?”
원호법은 다시 손현기를 보며 마음의 소리를 읽었다.
“방금 남강에서 돌아왔는데 허칠안과 손잡고 불문 대적의 봉인을 풀었네. 남요는 이 틈을 타 십만대산을 공격해 국토를 탈환할 것이야. 불문이 대군을 파견해 동쪽 정벌에 나서면 남요가 바라던 것과 꼭 들어맞네.”
‘방금 남강에서 돌아왔다라…….’
‘허 은라와 손을 잡고 불문 대적의 봉인을 풀었다…….’
‘남요가 옛땅 탈환에 나서니 불문은 당연히 본인 일에 벅차겠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이 기쁜 소식에 모두가 멍해졌다.
한참 후에야 양공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깊은 탄식을 했다.
“그랬군. 허칠안이 어째 청주를 지키러 오지 않았더라니. 알고 보니 이미 계획을 세우고 몰래 남강에 들어가 불문의 후원을 태웠구나. 만요국과 연합하여 불문을 견제한다라. 훌륭하구나, 훌륭해!”
장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칠안은 역시 병법 대가답게 책략에 정통하군. 정말 탄복하게 만드는 인물일세. 이리 되면 대봉의 가장 큰 위기를 해결할 수 있겠어.”
이모백은 개탄을 했다.
“과연, 위연의 뒤를 이을 사람이 있구나!”
이 순간, 청주 고위층도 비로소 완벽하게 정신을 차렸다. 무장들은 분발하며 탁자를 쳤고, 문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제야 다들 어깨도 조금 가벼워지고 희망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형님이 또 큰일을 했네!’
순간, 허신년이 황급히 물었다.
“저희 형은 다친 겁니까? 왜 손 사형과 함께 오지 않은 거죠?”
원호법이 손현기를 대신해 말했다.
“그는 아직 남강에 있습니다. 당분간은 청주에 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 허 은라는 남요의 순조로운 거사를 책임져야 하니까…….’
모든 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원호법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왜 허칠안만 언급하고, 다른…….”
그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본인 의지가 아니었다. 돌연 얼굴이 빨개지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목을 감싼 채 곧 질식해 죽을 것처럼 괴로워했다.
이후 흰 원숭이 호법은 손현기를 향해 힘껏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절대 헛소리하지 않겠노라는 강력하고 간곡한 다짐이었다.
“헉! 후, 후…….”
원호법은 비로소 호흡을 회복했다.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다들 이 광경을 이해하진 못했으나, 눈치 빠른 이도 그냥 조용히 있었다.
이윽고 양공이 먼저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을 장병들에게 알려 사기를 높여줘야지. 전방 장병들 모두 칠안이 청주를 지켜주길 고대하고 있다고 들었네.”
허칠안은 옥양관에서 칼 하나로 무신교 20만 대군을 죽이고 적군 우두머리의 목을 취했다. 그는 이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병사들에겐 신이나 다름없었다.
청주 장병들도 허 은라를 깊이 숭배했다. 그랬기에 다들 허 은라가 청주로 와서 또 한 번 6만 반란군을 통쾌하게 물리쳐주길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청주 지부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맞네, 속히 가지! 반란군이 변방 9개 현을 점령했고, 저희 측 장병의 사기를 크게 꺾었습니다. 때마침 이 일을 널리 퍼뜨려 사기를 높이고 민심을 안정시켜야겠습니다.”
전세가 불리할 때는 사상 확립의 중요성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