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58
955화. 대응책 (1)
이어서 허칠안은 고신의 힘이 뒤덮인 나머지 다섯 지대로 향했다.
그리 깊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젠 극연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됐다.
시고부에 사는 건 전부 산송장으로 동물도 있고 인간도 있었다. 그들은 상시(喪尸)처럼 아무 목적 없이 특정한 구역을 걷다가 살아 있는 생물만 마주치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먹이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고에게 전달해 생명을 행시(行尸)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고가 있는 구역은 공기 중에 발정을 유발하는 냄새가 자욱했다.
이곳은 경치가 정말로 아름다웠다. 식물이 미친 듯 번성해 화초와 수목이 아주 무성했다. 그야말로 곳곳에 ‘다중 교배’를 목격할 수 있었는데, 동물들은 원시적인 유전자 전달 활동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새 지저귀는 소리와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는 이곳의 유일한 선율이었다.
허칠안은 심고의 수단으로 동물의 언어를 한번 들어보았다.
새가 재잘대는 소리는 딱 둘로 분류할 수 있었다.
‘어서 여기로 올라와!’
‘제기랄!’
* * *
그 아름다운 구역을 떠나 허칠안은 이제 암고 구역으로 왔다.
이곳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살기였다. 언제든 고충과 고수(蠱獸)가 그림자에서 뛰쳐나와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허칠안은 이 구역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이유는 단순했다. 조용히 토납할 수가 없어서, 주변의 고충과 고수를 죽인 뒤에야 안심하고 토납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었다.
초범경의 기운을 방출하는 건 아무 효과가 없었다. 고충과 고수는 같은 류의 고위 강자만 두려워했다.
* * *
심고의 힘이 뒤덮인 구역은 제일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이곳도 보기에 정상적일 뿐, 실제로는 이곳이 가장 위험했다.
모든 동식물이 ‘통일’된 사상을 지니고 있어, 마치 군대처럼 밀접하게 협력해 이곳에 들어온 생명은 죄다 삼켜버렸다.
이런 구역은 허칠안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금강신공을 개시하였다. 그의 심고가 짐승과 식물의 공격을 통제하고 나서야 이 구역 고신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심고가 다음 단계로 변태해 같은 류의 고위 강자에게 제압당하면, 이 구역의 심고도 더는 그를 공격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이렇게 차례로 고신의 7가지 힘을 다 흡수했다.
칠절고가 균형을 이루고 나니, 그는 문득 목덜미가 저렸다.
“변태하려나 보네…….”
허칠안은 즉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심혈을 기울여 칠절고를 느꼈다.
* * *
대장로는 삼장로, 사장로와 함께 원시림 깊숙이 들어갔다.
그들은 녹색 눈을 유지한 채 주변 ‘고신의 힘’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이쪽 고신의 힘은 농도에 변화가 없군…….”
대장로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잠시 시선을 동쪽에 두었다.
“저쪽으로 가서 좀 보지.”
몇 분 걷지 않아, 장로 셋은 걸음을 멈췄다.
이곳 ‘고신의 힘’이 약간 희미했다. 이는 주변에 있던 고신의 힘이 널리 퍼져 어느 정도 메워졌다는 소리였다.
사장로가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분석했다.
“대고물(大蠱物)이 세상에 나온 건가?”
그가 말하는 건, 초범경의 고물(蠱物)이었다.
고족의 과거 역사를 보면, 극연 깊은 곳에 이따금 초범경 고물이 나타나곤 했다. 고물은 영지가 탄생한 뒤 좁고 긴 골짜기 깊은 곳에서 나와 주변의 생명을 사냥하는데 거기엔 고족도 포함되었다.
초범경 고물은 대개 6~700년에 한 번씩 탄생했다.
이에 대한 고족의 대응책은 60년마다 각 부락 족장이 짝을 지어 극연 깊이 들어가 그 안의 강대한 고물을 소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초범경 고물의 탄생을 완전히 근절할 순 없었다. 고신의 상태가 불안정해 어떤 때엔 힘이 강해도, 또 어느 날은 약해질 때도 있었다. 한 마디로 일정한 법칙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몇백 년 전만 해도 강대한 고물이 탄생하지 않았는데 수십 년 후 갑자기 막강한 고물이 탄생하거나 심지어 초범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고족 각 부락 족장이 계속 극연을 지키고 있긴 불가능했다.
그 순간, 갑자기 대장로의 눈빛이 굳어졌다.
“문제가 생겼네.”
삼장로와 사장로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여기저기 흩어진 살점과 쏟아진 피와 장기가 있었다.
대장로는 거의 날 듯이 다가가 부스러진 살점 하나를 쥐어보았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네.”
곧이어 삼장로가 옆에 있는 관목 덤불에서 성성이의 머리를 찾아냈다.
“성성이입니다.”
“살을 가지고 가서 아이들에게 걸쭉한 고깃국을 끓여줘야겠습니다.”
사장로의 의견에 두 장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다 모은 후, 장로들은 그제야 상황 분석에 들어갔다.
대장로가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초범 고물이라면 어째서 죽이기만 하고 먹지는 않은 것이지?”
삼장로가 답했다.
“배불리 먹었을 가능성은요?”
그러자 사장로가 반문했다.
“자네 언제 배불리 먹은 적이 있던가?”
“…….”
짧은 침묵 끝에, 다들 아직 고기가 신선할 때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 * *
세 장로는 밖에 있던 장로 셋과 허영음, 모남치와 합류했다.
대장로가 허영음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며 시원시원하게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걸쭉한 고깃국을 끓여주마.”
허영음은 기뻐하며 꼴깍 침을 삼켰다.
모남치는 이 광경을 보며 문득 터무니없는 의심이 들었다.
허칠안의 이 어린 동생은 원래 역고부에서 몰래 경성으로 들어왔던 것 아닐까? 허영음은 역고부가 오히려 제집처럼 잘 어울렸다. 분명 이방인이지만, 역고족인과 함께 있어도 큰 이질감이 없었다.
그때, 사장로가 물었다.
“네 큰 오라버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니?”
허영음은 지금에야 그 사실을 안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 큰 오라버니가 왜 안 보이지?”
대장로는 문득 품에 안은 고깃덩어리를 보다가 돌연 눈썹을 찡그렸다.
“……이거, 그가 죽인 거 아닌가?”
사장로도 깊이 생각하다 말했다.
“가능성 있습니다.”
대장로가 다시 물었다.
“그 고신의 힘을 희박하게 만든 것도 그가 한 짓 아닌가?”
사장로는 또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한 후에 답했다.
“가능성 없습니다. 그는 우리 역고부 사람도 아니고, 리나가 부족의 비술을 이민족에게 전했을 리도 만무하고…….”
갑자기 사장로는 말끝을 흐렸고, 장로들은 일제히 허영음을 쳐다보았다.
이 애제자 허영음의 고술은 리나가 전수해준 것이었다. 이 아이의 천부적인 자질이 비범했던 까닭이었다.
그런데 만일, 만일 그 역시 역고를 수행한 천재라면?
대장로의 안색이 급변했다.
“가지. 돌아가 리나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 * *
대장로 일행은 역고부로 돌아와 곧장 족장이 머무는 대원으로 달려갔다.
“리나, 리나!”
대장로는 있는 힘껏 목청을 쥐어짰다.
곧이어 리나가 나무 그릇을 들고 뛰어나왔다. 그릇 안에는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한 비방(祕方)이 담겨 있었다.
“왜요!”
대장로는 성큼성큼 달려와 눈을 부릅떴다.
“너 역고 비술을 그 허칠안에게도 전수한 것이냐?”
리나는 먹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요. 제 제자는 영음이 한 명뿐이에요.”
이장로는 즉시 그 말을 바로잡았다.
“넌 그저 아버지를 대신해 비술을 전수한 것이고, 우리가 영음의 사부다!”
몇몇 장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약간은 실망한 기색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건 어쨌든 바보 같은 리나가 이성을 잃고 부족의 비술을 멋대로 누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실망한 건 만약 이 일이 진짜라면, 허칠안은 허영음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천재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허칠안은 왜 돌아오지 않은 거죠?”
리나는 뒤를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기쁘게 소리쳤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셨네요!”
사람들 모두 고개를 돌렸다.
뒤쪽엔 한창 맨발로 묵직하게 걸어오는 용도가 보였다.
용도가 가까이 다가오자, 굳어진 그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대장로는 지팡이를 짚은 채 물었다.
“무슨 일 있는가?”
달리 머리를 쓸 일은 아니었다.
용도에 대해 잘 안다면 그의 기분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이내 용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방인이 한 명 왔는데 운주 쪽 사람이라더군요. 저희가 출병하여 대봉을 치길 바란답니다.”
그는 회의한 내용과 운주 술사의 조건을 장로들에게 자세히 얘기했다.
“자네는 어떤 생각인가?”
대장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우선 용도의 의견을 물었다.
용도는 불쾌해하며 말했다.
“치면 안 됩니다. 공격하면 제자를 잃을뿐더러 얼마나 많은 이가 죽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그 무슨 감정의 대제자는 저희와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자가 한마디 했다고 저희가 멍청하게 나설 이유가 있습니까?”
“만약 정말이라면 다른 여섯 부족은 분명히 공격할 텐데.”
대장로가 한마디로 단정 지었다.
이장로도 옆에서 거들었다.
“정말 그쪽이 싸워서 이긴다면 저희는 이익을 나눌 수도 없고 고족에서 역고부의 지위도 떨어질 겁니다.”
용도는 울림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 영음이 초범으로 승직하면 저희 부족에는 초범이 셋입니다.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진 않을 겁니다. 전 일찍부터 생각했습니다. 싸우지 않아도 저희는 고족에서 가장 강세입니다.”
대장로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 자네답군. 그해 자네를 족장으로 뽑은 건 잘한 일이야. 이 몸의 안목이 얼마나 독한지 보게.”
모남치는 순간 이마를 짚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용도가 갑자기 침울한 얼굴을 했다.
“그들은 허칠안을 사냥할 작정입니다. 저는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말했으나 정말 관여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이 일은 처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말을 딱 마친 순간, 용도의 눈썹이 구겨졌다.
“지금 왔네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방에 있는 큰 나무 그늘에 그림자가 일그러지더니 그림자 뭉치가 서서히 떠올랐다.
곧 그림자가 걷히자 나무 그늘에서 다섯 형체가 나타났다.
두봉을 걸친 행시, 짧은 흰색 상의와 바지, 겉에 얇은 비단 치마를 두른 란옥, 두 귀에 가느다랗고 긴 뱀을 드리운 순언, 짐승 가죽으로 만든 긴 옷을 입은 발유, 성성한 백발에 주름투성이인 천고 할머니까지.
그리고 암고부 족장은 나무 그늘에 잘 숨어 있었다.
행시가 담담하게 말했다.
“허씨는 어디 있지?”
* * *
허칠안은 엄청난 통증에 사로잡혔다. 첫째로 목덜미가 저리고, 순식간에 극심한 고통이 번졌다. 인간이 저항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처음 겪는 감각이 아니었다. 허칠안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는 칠절고가 성장해 체내에 한 단계 더 녹아들면서 척추 신경을 자극하여 생기는 통증이었다.
허칠안은 가부좌 자세로, 꿋꿋이 정신을 집중해 통증을 견뎠다.
반각(*半刻: 10분 이내) 뒤, 마침내 통증이 가라앉았다.
칠절고는 이제 2단계 성숙기를 순조롭게 지나 3단계 ‘유년기’로 진입했다.
허칠안은 계속 눈을 감고 칠절고가 가져온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
천고의 능력은 한결같았다.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이성환두’였다.
칠절고의 기반으로서 천고는 기반이 이미 최대치까지 개발되었다.
운명을 엿보는 천고의 능력은 최소 칠절고가 초범 단계에 진입하거나 2품 단계여야 가능하지 않을까?
또한 역고의 ‘광포’와 독고의 ‘독체’도 그대로였으나 정고는 새로운 능력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바로 주변 생명의 정욕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이 능력이면 허칠안은 더 이상 매일 잠자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주위 생명의 정욕을 흡수해 정고에 영양을 공급하기만 하면 안정적으로 승직할 수 있었다. 무사가 연기를 토납해 기기를 단련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랄까.
게다가 이 정욕의 힘은 잘 비축하여 적을 상대할 때 방출할 수도 있었다.
정욕은 때론 독소보다 치명적이었다. 신체 기능을 자극하기 때문이었다.
무사의 강대한 생명력은 맹독은 두려워하지 않을지 몰라도, 미친 듯 분비되는 호르몬에는 절대 저항할 수 없는 법.
호르몬의 분비는 본질적으로 신체에 해를 입히는 것도 아니라서 신체의 방어 체계나 원리가 활성화될 일도 없었다.
시고의 성장은 2가지로 추릴 수 있었다.
첫째론 조종할 수 있는 행시의 수가 증가하고 품계가 높아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주인의 의지가 행시에게 강림해, 분신과 동일시하여 행시의 능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암고 역시 변태했다. 이 단계에선 암고의 능력이 아주 균형적으로 증폭했고, 그림자 도약 범위도 확대되어 시선이 미치는 모든 곳에서 도약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그 밖에도 인솔할 수 있는 인원이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그림자 체류 시간도 늘어나서, 줄곧 그림자 속에 숨어 체력이 소모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공격 방면으론 암고에 새 기능이 추가됐는데, 이는 ‘몽폐(蒙蔽)’라고 했다.
그림자를 내던져 적의 오감육식(五感六識)을 가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무사의 위기 예감까지 억제할 순 없었다.
암고의 방어 방면에도 새로이 추가된 기능이 있었다.
‘음영(陰影)’이라는 기능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신체가 무형의 그림자로 변해 적의 공격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