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60
957화. 1:5
용도는 살짝 무릎을 굽혔다.
쿵!
그는 그렇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초대형 포탄처럼 날아갔다. 용도는 곧은 표창처럼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고족의 몇몇 장로도 동시에 무릎을 굽히고 튀어 올랐다.
“저들이 지금 뭐 하려는 거지?”
모남치는 몸을 굽히고 밥그릇을 내려놓느라 한 박자 늦게 리나를 붙잡고 그녀를 툭툭 치며 물었다.
리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들은 지금 허칠안을 죽이려고 해요. 각 부족 족장은 뛰어나요. 전부 초범경이거든요.”
리나는 곧장 자신을 붙잡은 모남치를 남겨둔 채, 무릎을 튕겨 날아갔다.
‘전부 초범경이라니…….’
모남치는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 품 안의 백희를 쳐다보았다. 뭔가 생각난 모남치가 조급하게 말했다.
“백희, 네 천부적인 자질이 뭐라고 했더라?”
백희는 멍하게 고개를 들고, 까맣고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반짝였다.
“쾌속이요!”
모남치도 눈을 반짝이며, 두 손바닥 크기만 한 여우 새끼를 바닥에 두고 그 몸에 올라탔다.
“어서, 어서 가.”
순간 무게에 짓눌린 백희는 더욱 멍해졌다.
“빨리!”
모남치는 허칠안에 대한 걱정으로 소리가 더 높아졌다.
흰 여우는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을 애써 삼켰다. 숨을 헐떡이던 여우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사지를 지탱하더니, 검은 단추 같은 눈에 붉은빛을 번뜩였다. 그렇게 잠재력이 폭발한 여우는 하얀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어느 순간, 이곳엔 허영음 혼자 달랑 남았다.
아이는 가만히 좌우를 둘러보다가 길가에서 나무 막대기 하나를 주웠다.
옅은 눈썹을 치켜세운 아이는 그 길로 기세등등하게 달려갔다.
큰 오라버니를 도와 용감하게 싸우러 떠난 길이었다.
* * *
평원 끝에서 허칠안은 포탄처럼 발사되어 오는 역고부 고수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 순간, 그림자가 뒤틀리고 팽창하더니 여러 사람 형체가 뚫고 나왔다. 동시에 허칠안은 청각, 시각, 후각을 잃고 오감육식이 전부 가려졌다.
하지만 허칠안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급한 기색도 없었다. 그저 홀연히 오른쪽으로 공중제비하여 눈 깜짝할 사이 십여 장(丈)을 넘더니 정면으로 날아오는 적과의 거리를 벌렸다.
쿵! 쿵! 쿵…….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이 연이어 울렸다.
용도는 역고부 고수를 데려와 양측 사이에 끼어들었다.
“용도! 자네 정말 우리를 막으려는 건가? 고족의 의지를 배반하는 결과를 생각한 적 있는가? 같은 고족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여러 차례 참고 양보하였네. 호의를 무시하지 말게.”
시고부 족장 우시의 말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순언도 용도의 날카로운 두 눈을 보며 모진 말을 뱉으려 했으나 결국 한숨과 함께 설득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용도, 고족은 이미 출병하기로 했네. 그렇다면 허칠안은 화근이야.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장차 각 부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고. 도대체 고족이 중요한가 아니면 벗이 중요한가?”
정곡을 찌른 일침에 용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순언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천고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님, 할머님이 생각하시기에는요?”
용도와 여섯 장로 역시 저도 모르게 천고 할머니를 돌아보았다.
천고부는 황력을 제정하고 별의 양상을 관측했다. 각 부족의 경작은 전부 천고부에 의존해야 했고, 그 먹거리와 연계된 능력은 언제나 존경심을 샀다. 게다가 천고부는 미래를 엿볼 수 있어 올바른 안내도 해주었다.
고족 여섯 부족이 천고의 지휘를 따른다고 할 순 없었다. 그러나 워낙 천고의 위엄과 명망이 높으니 천고 할머니의 말은 늘 경청할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천고 할머니에게 쏠린 그때, 그녀는 오히려 허칠안을 쳐다보며 웃었다.
“용도, 왜 저자의 생각은 묻지 않는 것인가?”
그러자 대장로가 불쾌한 기색을 비쳤다.
“그가 싸우지 않겠다고 말하면 자네들은 그를 놓아줄 건가? 할머님께서는 어째 여기서 무책임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용도는 잠시 침묵하더니 돌아서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과 자네 사이의 전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조했네. 이건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일세. 무사로서 자네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건 자네의 운명이지. 자네가 만약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다고 해도 나는 막지 않을 걸세. 이 역시 자네에 대한 내 약속이니까.”
본디 싸움에 능한 역고부는 갈등이 생기면 바로 싸웠다. 풍습이 그러했다.
그 말을 듣고, 대장로는 어쩔 수 없이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저 여자애랑 가까이하면 안 돼. 전투할 때는 숨을 돌려서는 안 되고, 발밑의 그림자를 주의하게……. 정말 이길 수 없다면 도망치면 되고.”
이것이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앞은 전투 중 주의해야 할 세부적인 사항을 일깨운 것이었고, 뒷마디가 사실 중점이었다.
도망쳐!
상태가 온전한 3품 무사가 도망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고전을 겪으면 아무리 도망치고 싶어도 고족의 수단으로는 거의 도망칠 수 없었다.
‘도망치는 게 당연히 가장 좋은 선택이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고족과 운주의 동맹이 이뤄지니 대봉이 패하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허칠안은 천천히 사람들을 훑으며 생각을 번뜩였다.
그가 이번에 돌아온 건 고족과 운주 역당의 동맹을 깨기 위함이었다.
이제 마음에 대략적인 계획이 잡혔다.
슉-
허칠안이 미간에 손가락을 대자 머리 뒤쪽 불의 고리가 타올라 뜨거운 열을 발산했다. 그의 피부는 곧 빠르게 어두운 금색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남성적인, 엄청난 기세의 금강 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칠안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포악하고 오만한 냉소를 지었다.
“여러분의 뛰어난 수법을 배우지요!”
* * *
“허칠안이 금강 신체를 수련했다고?”
십여 리 밖, 갈문선은 나무 끝에 서서 단안 망원경을 들고 먼 곳의 움직임을 관찰 중이었다.
멀리 내다보는 데 능한 이 법기는 허평봉이 발명한 것이었다.
그걸 소지하면 십여 리 밖의 움직임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높은 곳에 올라 보면 더 멀리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 갈문선의 시야에 비치는 광경이 매우 세밀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상황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갈문선의 눈동자에 불타는 불의 고리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언제 금강 신체를 수련해낸 거지……? 쯧, 저 자식. 지난번 정보에는 분명 기재돼 있지 않았단 말이지. 다시 말하면 최근에 수련해냈다는 뜻인데……. 역시 대기운을 지닌 자답군.”
갈문선은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금강의 신체와 영혼에 무사의 불사의 몸을 더했다. 이렇게 되면 고족 초범 고수가 그를 죽이고 싶다고 한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 * *
“금강 신체?!”
천고 할머니 뒤쪽에서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깨끗한 옷차림에 매혹적인 자태의 란옥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드러난 두 눈엔 빛이 반짝였고 거친 호흡 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 반해 나머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우시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영자, 잘 숨게, 함부로 나서면 안 돼. 내가 정면에서 그를 견제할 테니 발유 자네가 독을 뿌려 영향을 주게. 란옥, 그의 상태를 보며 기다렸다가 바로 그의 정욕을 불러일으키게. 순언은 알아서 처리하고.”
간단하게 대적 방침을 정한 우시가 끝으로 천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번거로우시겠으나 할머님께서는 저희를 도와 기운을 감춰주십시오.”
천고 할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네.”
그녀가 손을 들어 가볍게 문지르자 순식간에 족장 다섯의 기운이 동시에 사라졌다. 거기엔 심장 박동, 호흡, 기운의 파동도 포함이었다.
이제 무사의 위험 예지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었다.
둥! 둥! 둥…….
제일 먼저 두봉을 걸친 우시가 허칠안을 맞이했다.
그는 미친 듯이 질주하며 경미한 지진을 일으켰다.
우시가 허칠안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돌연 발소리가 사라졌다. 그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십여 장(丈) 거리를 스쳐 허칠안 바로 앞에 나타났다.
곧이어 펄럭이는 두봉 사이로 주먹이 튀어 나갔다.
땅!
천지를 가르고 종소리가 크게 울렸다.
허칠안은 마치 금색 철 덩어리처럼 거꾸로 날고 있었다.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 허칠안은 이 틈을 타 전장을 더 외곽으로 옮겨 최대한 백산이 파괴되는 걸 막고자 했다.
우시는 계속 기세를 몰아 추격했다. 다른 족장도 잇따라 행동을 개시하며 측면에서 포위 공격했다.
허칠안이 도망칠 틈은 찾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 * *
콩! 콩! 콩!
마침 쫓아가 관전하려던 대장로가 다급한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나무 막대기를 든 허영음이 있었다.
대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크게 꾸짖었다.
“영음? 너 뭐하러 왔니?”
그는 마치 자신의 종족 아이를 향해 호통치는 것 같았다.
이내 용도 등등도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다급히 콩알이를 쳐다보았다.
지금 이 우람하고 다부진 고족 사람들과 있으니, 콩알이는 정말로 콩알 같았다. 키는 겨우 용도 무릎에 닿을 정도였다.
“저희 큰 오라버니는요!”
허영음은 마치 성난 어린 사자처럼 포효했다.
아이는 옅은 눈썹을 곤두세우며 대장로 등을 향해 한껏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급기야 곤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우리 큰 오라버니를 때리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다 때릴 거예요! 큰 오라버니는 한번 죽은 적 있어요. 전 어머니, 아버지가 우는 걸 원치 않아요!”
아이는 그 관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태껏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고 살던 아이가 그 관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장로는 너희 큰 오라버니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데 누구를 원망하겠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비친 맑고 날카로운 빛을 보고 있으려니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용도는 어두운 얼굴로 허영음을 잠시 살피다가, 걸음을 옮겨 아이의 머리를 힘껏 어루만졌다. 그의 손바닥은 콩알이 머리보다도 컸다.
“지금의 너는 너무 약하단다.”
용도의 목소리는 중후했으나 말투는 아주 차분했다.
이내 그가 콩알이를 높이 들어 어깨 위에 올려두었다.
“널 데리고 관전하러 갈 테니 초범 영역 풍경을 익혀보거라. 만약 네 큰 오라버니가 죽으면 그들의 얼굴을 기억했다가 목숨 걸고 수행하는 것이다.”
몇몇 장로는 그처럼 제자를 가르치는 방식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별다른 흠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 * *
그때, 허칠안은 단숨에 30리를 물러나 인적 드문 산간 평지에 멈췄다.
그가 똑바로 서자마자 우시가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왔다.
우시의 두봉이 격하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그 기세등등하고 거침없는 두봉인을 보며 허칠안은 험상궂은 얼굴을 했다.
“한 수 양보한 것뿐인데 득의양양해하는 꼴을 보니 참 할 말이 없군. 정말 이 초범경 시체로 나와 맞설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건가?”
허칠안은 물러나긴커녕 더 앞으로 나아가 우시를 맞이했다.
그가 한쪽 팔로 두봉인의 머리를 누르자 갑자기 허칠안의 머리 뒤쪽 불의 고리가 폭발했고, 손바닥에선 기기가 뿜어져나왔다.
뻥!
굉음과 함께 우시는 뒤로 젖힌 채 거꾸로 날아갔다.
이마의 피부가 다 터져 살점이 드러났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다.
쿵! 쿵! 쿵…….
뒤로 젖혀진 우시는 두 다리로 착지해 연신 몇 걸음을 물러났다. 그때마다 지면에선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우르르……, 쾅! 쾅!
우시가 겨우 막 똑바로 선 그때, 다시 뒤에서 허칠안이 나타나 칼처럼 손바닥을 합친 후 우시의 목을 베었다.
슉!
갑자기 옆에서 하늘을 가르는 스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한 자색 그림자가 화살을 초월할 속도로 허칠안의 앞을 습격했다.
허칠안은 바로 몸을 젖히고 머리만 움직여 자색 그림자를 피했다.
그림자는 허칠안의 코만 스친 채 지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