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61
958화. 역고 (1)
칙- 칙-
자색 그림자가 비스듬히 지면에 꽂혔다. 독액으로 인해 즉각 지면이 부식되어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그와 스친 허칠안의 코끝 역시 옅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먼 곳에서 발유는 뺨을 부풀린 채 다시 두 번째 독액을 축적했다.
동시에 우시가 이에 호응하여 몸을 앞으로 내던졌다. 그는 맹렬한 뒷발질로 뒤에 있는 허칠안을 차버렸다.
땅!
발길질이 아랫배에 딱 맞아들어가며 기기 파동을 일으켰다.
슉……!
두 번째 독화살이었다. 허칠안이 발길질로 물러난 그 자리를 정조준했다. 이는 도저히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화경 무사의 우세가 드러났다.
갑자기 허칠안의 몸이 뼈가 없는 것처럼 ‘요(凹)’자 형태로 비틀어지더니 다시 공격을 허사로 만들었다.
땅! 땅! 땅!
기회를 틈타 접근한 우시가 주먹과 발을 다 써서 공격했다.
허칠안의 몸에선 종을 치는 듯한 굉음이 났다.
동시에 발유는 끊임없이 독화살을 뿜었다.
푹!
허칠안이 폭력으로 우시의 연수를 끊었을 때 드디어 발유는 목적을 달성했다. 독화살 하나가 허칠안의 무릎에 명중했다.
허칠안의 바짓가랑이는 거의 다 부식되고 어두운 금색 피부는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어두운 금광 덕에 색소 침착은 무릎에서만 그쳤지만, 호체 금광 역시 독소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독소는 독고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이것이 같은 경지의 고수를 독살하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3품 무사는 쉽게 독살될 수 없었다.
발유의 목표는 아주 명확했다.
단순한 소모전, 무딘 칼로 살을 가르는 것.
그때, 산속에서 사람 형체 여섯이 뛰쳐나왔다. 다들 두봉을 걸친 채 모자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골도 일곱 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발유가 헤헤 웃었다.
“왔군!”
칼을 든 여섯 두봉인은 급히 입장하지 않고 먼저 발유를 향해 뛰어갔다.
두봉인은 발유 앞에 일자로 늘어서, 땅에 칼을 내려두었다.
칼은 모양이 예스럽고 소박했다. 뼈를 갈아 만든 것으로, 골도 표면은 잘게 부서진 검은 반점과 누런 자국이 가득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칼이었다.
이 골도의 유래는 아주 깊었다.
대략 1300년 전, 극연에 초범경 고수(蠱獸)가 출현했었다. 그 고수(蠱獸)가 지나간 곳은 영원히 먹어도 배부를 수 없는 심연처럼, 온갖 생명이 자취를 감췄었다.
이에 고족 각 부족 족장이 손을 잡고 그 고수(蠱獸)와 남강 북부 황야에서 격투를 벌였다. 그리고 꼬박 열흘이 걸려서야 겨우 그 고수(蠱獸)를 베어 죽였다.
그 짐승은 역고수(力蠱獸)라, 육신이 강하고 자가 치유 능력이 같은 경지의 무사를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체력도 무궁무진했다.
지금 이 골도 여섯 자루가 그 고수의 가장 단단한 뼈 6개를 갈아 만든 것으로, 장장 60년에 걸쳐 대성공을 이룬 것이었다.
골도의 재질과 예리한 정도는 웬만한 절세신병 못지않았다.
발유가 골도의 칼날을 쥐고 가볍게 그었다.
금세 붉은 피가 칼날에 물들었다.
그는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골도 다섯 자루를 만들어냈다.
“가게!”
발유가 나지막이 말했다.
“응, 오늘 그의 피로 육성신(六星神)께 제사를 올려야겠군.”
우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곧이어 전장에 골도 여섯 자루가 난폭하게 입장했다.
허칠안은 일순간 사방을 뒤덮은 살기를 느꼈다. 하지만 이는 무사의 예지가 아니었다. 그가 느낀 본능적인 기운이었다.
지금 위기에 대한 무사의 예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심고사 순언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7명이 한 사람이고, 한 사람이 또 7명이네. 거기다 ‘육성신’ 같은 날카로운 무기도 옆에 있고.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우시의 전투력은 평범한 3품 무사를 훨씬 뛰어넘겠어.”
란옥이 붉은 입술을 핥으며 간드러지게 말했다.
“우시, 그자를 죽이면 안 돼. 내가 그 몸속에 정고를 심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 거거든.”
순간 허칠안의 귓바퀴가 움직였다.
‘뭐야, 지금 말한 사람 누구야? 미친 몸매야, 아니면 귀에 뱀 2마리 건 왕눈이 예쁜이야?’
땅!
그때, 두봉인 두 명이 허칠안의 양측을 스쳐 지났다.
골도는 허칠안 허리 두 군데에 옅은 보라색 칼자국을 냈다.
보라색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칼이지? 예리한 정도는 태평도보다 좀 떨어져도, 절세신병 수준인 것 같은데. 비록 내 금강신공을 부술 수는 없지만 아, 좀 아픈데…….’
양 허리의 얼얼한 통증으로, 허칠안은 미인을 향한 관심이 싹 달아났다.
제일 처음은 칼날이 스친 통증이었고, 그 후에 지속된 화끈거림은 독소로 인한 것이었다.
이번엔 검은 장포인 둘이 허칠안의 허리를 스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 골도를 허칠안 무릎에 꽂았다.
허칠안은 일단 좌측의 적이 공격하게 내버려 두고, 오른 다리를 들어 그를 세차게 밟았다. 동시에 기기를 뒤흔들어 이 행시를 잘게 부수려 했다.
그러나 허칠안은 상대의 가슴을 함몰하고 가슴뼈를 밟아 부러뜨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예 행시를 흔들어 잘게 부술 수는 없었다.
분명히 기억하기론, 허칠안이 맨손으로 격투를 벌인 그 행시 외에 다른 두봉인의 기운은 초범경에 이르지 않았었다.
허칠안은 문득 시가에서 보고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언젠가 시현은 제련할 행시를 수집하고 기혈을 수집해, 시고부 시체 양성 비법 방식으로 초범 꼭두각시를 만들어내려고 했었다.
허칠안은 새로 전투에 개입한 행시 여섯 구가 바로 이 비술로 만들어진 것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비록 전투력이 초범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육신의 견고한 정도는 이미 4품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 * *
“큰 오라버니! 베요!”
먼 곳에서 허영음은 용도의 어깨에 앉아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의 맑은 눈 속에 산간 평지의 전투가 생생하게 펼쳐졌다.
더 먼 곳에는 나무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관전하는 모남치가 있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그녀의 발 옆엔, 의기소침한 기색의 백희도 있었다.
용도는 제자의 머리를 한번 어루만진 후, 대장로 등을 쳐다보다가 울림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시의 칠시진법(七尸陣法)은 저도 빠르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발유의 독이 어우러지면 천천히 무사의 기혈을 소모하기에 아주 적합하지요. 아직 발유는 전력을 다해 나서지 않았고, 영자는 어둠에 숨어 있으며, 란옥은 수수방관하고, 순언은 짐승을 부려 간섭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장로가 천천히 말했다.
“지금 도망가도 늦지 않은데…….”
그 순간, 그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들이 나섰군.”
* * *
시종일관 방관만 하던 란옥이 갑자기 어느 정도 걸음을 옮겨, 붉고 촉촉한 입술을 가볍게 모았다. 마치 연인의 귓가에 입김을 부는 듯했다.
그러나 그 산뜻한 숨결이 산간 평지 전체를 뒤덮었다. 이곳은 순식간에 발정 기체로 가득 찼다.
솨솨삭-
묘한 소리가 귓가에 끊이지 않고, 땅 밑에 숨어 있던 곤충들도 잇따라 동굴에서 기어 나와 짝을 찾는 울음소리를 냈다.
나뭇가지 위의 새 떼들도 극도로 흥분해 처량한 울음소리를 냈다.
대형 동물은 두 눈이 벌겋게 되어 미친 듯 짝을 찾아 헤맸다. 심지어 종족과 성별도 가리지 않았고, 체형 차이가 크지 않으면 그 자리에 바로 엎드려 들끓는 본능대로 짝짓기했다.
“나도 나서지!”
발유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안개처럼 끈적끈적한 푸른 연기를 뿜었다.
푸른 연기의 질량은 공기보다 무거웠다. 꼭 가벼운 천처럼 산간 평지를 감돌며 허칠안과 우시가 조종하는 7명의 꼭두각시를 뒤덮었다.
이 독은 자색 독화살과는 달랐다. 그건 생명만을 겨냥했는데, 실수로 흡입하면 독기가 혈액을 따라 몸 곳곳에 퍼져 오장육부를 모조리 망가뜨렸다.
어느새 산간 평지에 짝을 찾던 벌레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교배하던 수컷은 암컷의 몸에서 떨어져 암컷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갔다.
무릇 독기를 맡은 생명은 뱀, 벌레, 쥐, 개미, 날짐승, 들짐승 할 것 없이 전부 목숨을 잃었다.
란옥과 발유는 서로 쳐다보며 웃다가, 발유가 먼저 소리 높여 말했다.
“영자, 준비됐는가? 그 자식이 도망치는 즉시 도로 몰아 보내!”
누구든 이 상황을 탈피하고자 호흡을 잠시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숨을 쉬기만 하면, 그 사람은 바로 발정 기체와 맹독의 시련에 직면해야 했다.
지금 란옥과 발유는 짧은 시간 안에 초범 무사를 죽일 수는 없지만, 허칠안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전투력을 약화시킬 계획이었다.
그리고 행시는 본디 죽은 자로 정욕도 없고 독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 * *
이 순간, 생각이 없는 리나조차 다급하게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리나는 허둥지둥 천고 할머니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팔을 꼭 잡고 애원했다.
“할머니, 할머니……. 저들 좀 멈추게 해주세요. 제, 제가 허칠안을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면 되잖아요. 허칠안은 제 친구예요, 죽이지 마세요.”
리나는 일이 이렇게 흘러가리라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허칠안의 명성이면 아버지와 장로들이 허영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리나가 이 발상을 떠올린 자신의 총명함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몰랐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리나는 누가 자신을 때려죽인대도 절대 허칠안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물론 남강 고족으로 가자는 건 허칠안이 제시한 바였지만.
천고 할머니는 리나의 손등을 두드리며,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이건 너와 무관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 싸움은 어떻게든 치러야 한다. 아니면 그들이 분노를 어떻게 발산하겠니? 중원에 첫 번째 고(*鼓: 북)소리에 사기가 충천하고, 두 번째 고 소리에 사기가 떨어지고, 세 번째 고 소리에 사기가 고갈된다는 말이 있다. 고족이 운주와 동맹을 맺으려는데 허칠안이 그걸 원치 않으니 맞서 싸우는 걸 택한 것이란다.”
그리고 잠시 멈칫한 그녀가 암시하듯 말했다.
“고족은 강자와 앉아서 담판 짓기만을 원한다.”
하지만 리나가 암시를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리나는 당장 힘껏 발을 구르며 소리를 높였다.
“저들이 사람을 괴롭히잖아요! 능력이 있으면 일대일로 싸워야죠.”
천고 할머니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리나는 거의 넋이 나갔다.
이때, 리나는 갑자기 가슴에서 익숙한 떨림을 느꼈다.
천지회에서 누군가 전서를 보낸 것이었다.
‘천지회! 일이 생기면 천지회를 찾아야지…….’
리나는 허둥지둥 한동안 품을 더듬다가 지서 파편을 꺼냈다.
[칠: 공주마마, 수중에 갑옷과 무기가 있습니까? 제 대오를 무장한 뒤에 그들을 이끌고 청주에 가서 싸우고 싶습니다.]이영소의 전서였다.
회신은 회경 대신, 이묘진의 욕이 뒤따랐다.
[이: 허황된 망상이 따로 없군. 전시에는 군비가 부족한데 어찌 네 수하의 그 오합지졸한테 쓸 수 있겠냐? 무기와 갑옷을 원하거든 직접 청주에 가서 적을 죽이시지. 게다가 누군가는 실권 없는 공주일 뿐이거든.]겸사겸사 회경도 깎아내렸다.
회경은 천종의 와룡을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듯 대답이 없었다.
리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손가락으로 전서를 써내려갔다.
[오: 살려주세요. 허칠안이 죽을 것 같아요. 저희 고족 족장들이 허칠안을 공격하고 있어요.] [일: 어떻게 된 일인가.]회경이 가장 먼저 전서했다.
[오: 운주 사람들이 고족과 동맹을 맺고 대봉을 공격하려고 해요. 마침 허칠안이 남강에 있으니 족장들이 허칠안을 포위해 죽이려고 해요…….]언제나 그랬듯 리나의 말에는 두서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