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62
959화. 역고 (2)
약 십여 초 정적이 흘렀을까.
이영소의 전서가 도착했다.
[칠: 제가 남강에 한동안 머물렀었는데 고족 일곱 부족 족장은 전부 초범경입니다. 고족의 수법은 아주 기이해서 3품 무사 한 명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간을 오래 끌수록 도망치기 더 어렵고요.] [이: 괜, 괜찮아……. 허칠안은 3품 무사고 또 부도보탑도 있으니 그가 떠나고 싶다면 고족의 족장도 막을 수 없네.]이묘진은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고족의 각 족장이 허칠안을 포위해 죽이려 들고 있다니!
고족의 실력을 아는 자라면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 리나, 지금은 무슨 상황이지?] [오: 허칠안이 족장들한테 붙들려 있어요.]회경은 바짝 뒤따라 전서를 보냈다.
[일: 그럴 리가. 그렇게 총명한 이가 자신을 죽음에 몰아넣을 리가 없네. 고족이 영음을 인질로 잡아 억지로 붙들어둔 건 아닌가?]똑똑한 회경은 즉시 이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 허칠안은 고족과 운주의 동맹을 저지하고 대봉을 구하고 싶어 해요.]회경은 갑자기 아무런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이: 너희 고족이 죽고 싶은 거지? 죽음을 자초하는 건가? 이 몸이 너희 고족을 멸하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면 믿겠어?]이묘진은 분통을 터뜨렸다.
리나는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이호는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회경은 침묵하고, 이묘진은 격한 분노를 보이고 있었다.
초원진은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좀 중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 리나, 우리를 찾은 건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요?] [오: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 먼저 내게 영음과 왕비의 상황부터 알려주시오.]초원진은 여전히 모남치를 왕비라고 부르는 게 익숙했다.
[오: 영음은 저희 아버지 옆에 있어요. 영음이는 저희 아버지 제자라 아주 안전해요. 왕비는 누구죠?] [사: 허칠안 옆에 따라다니는 그 여인이오. 음, 평범한 외모의 그 여인.]리나는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 사람도 아주 안전해요.] [사: 조급해하지 마시오. 별일 없을 거요. 허칠안이 평소 목숨을 내던질 일도, 사람도 흔하지 않소. 만약 무조건 죽는 판이라면, 허칠안도 일찌감치 도망쳤을 것이오. 천하에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소. 그는 고족 수단에 대해 그대보다 더 잘 알지도 모르오. 그대는 칠절고를 잊었겠지만. 맞서 싸우길 택했다면 그도 어느 정도 자신 있다는 것이오.]초원진은 일단 말은 이렇게 해도 왠지 자신이 없어 한마디 덧붙였다.
[사: 이따가 우리에게 전투 결과를 알려주시오. 기다리고 있겠소.]‘맞아. 칠절고가 있지……!’
리나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그걸 기억해낸 것이다.
* * *
‘독고부 족장 독이 내 것보다 훨씬 강하네. 역시 전문가야. 암고의 몽폐는 아직 나한테 시전하지 않았어. 만약 내가 단순하게 그저 3품 무사라면, 틀림없이 이곳에서 천천히 소모되며 죽어가겠지…….’
허칠안은 먼저 맞은편에서 날아온 골도 여섯 자루를 피하고 일차적으로 우시, 란옥, 발유의 수준을 알아본 뒤에 더는 손을 쓰지 않았다.
정고도, 독소도 사실 허칠안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친 게 없었다.
몇몇 족장이 그리도 자랑스러워하는 수법은, 고술 차이가 크지 않은 적에게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자고로 경험이 풍부한 전사가 수단을 남겨놓고, 적의 깊이를 알아보는 건 흔히 하는 조작이었다.
이내 허칠안이 옆으로 돌아서 활보하자 갑자기 오른쪽 바지통이 갈라지면서 다리 근육이 2배로 부풀어 올랐다.
탁!
공기마저 뒤틀리며 갈라지고 있었다.
다리는 곧 좌측에 있던 행시의 몸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 행시는 즉각 허리부터 절단되었다.
광포!
금강의 신체와 영혼이 광포와 어우러지면 아무리 견고해도 다 부술 수 있었다. 천하에 막지 못할 게 없었다.
남법사에서 아소라와 일대일로 싸울 때와 비교하자면 현재 허칠안의 전투력은 한 단계 더 급증한 상태였다.
발차기로 행시 하나를 해결한 허칠안의 머리 뒤에서 불의 고리가 터졌다.
고리는 즉시 골도를 들고 뒤에서 습격하려던 두봉인을 폭파하면서 온몸을 맹렬한 불길로 뒤덮었다.
허칠안 머리 뒤에 있는 불의 고리는 부정한 물건과 요괴를 전문적으로 제압했다. 도문 4품의 음신이라도 화염에 타오르면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이 행시 역시 악령 대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칠안이 뒤돌아 팔을 들자 과장된 근육으로 인해 소매가 찢어졌다.
연이어 뒤에 있던 행시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지고 갈라지면서 뼛조각과 회백색 뇌장이 사방으로 튀었다.
“역고?”
우시는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지만, 연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는 본래 3품 행시가 엉겨 붙도록 조종하며 적을 제압하고자 했었다.
곧 허칠안이 손을 뻗어 3품 행시의 목덜미를 졸랐다.
겉보기엔 그가 마치 자발적으로 들이받은 것처럼 보였다.
쿵!
허칠안 머리 뒤쪽 불의 고리가 터지며, 그의 어두운 금빛 몸이 기형 근육을 지닌 거인처럼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몸속의 기기가 세찬 조수처럼 팔뚝을 따라 솟구쳤다.
철컥-
괴력에 기기가 더해진 공격에, 우시의 목덜미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허칠안은 계속 추격하지 않고 행시 사이를 뚫고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관성이 있을 리가 없어서, 그의 몸짓은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이 순간 그는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빙판 위 스케이터 같기도 했다.
예상대로 남은 행시 네 구가 쓰러졌다. 어떤 건 머리가 잘렸고, 어떤 건 몸 절반이 맞아 터지고, 어떤 건 두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우시의 그 3품 행시는 일정 거리를 날아가서야 땅에 떨어졌다.
허칠안이 두 다리를 약간 굽히자 지면이 아예 함몰됐다.
쿵!
허칠안은 그대로 검은 그림자로 변해 막 똑바로 선 3품 행시를 덮쳤다.
3품 행시의 몸에 올라탄 허칠안은 두 팔 근육이 팽창하고 핏줄이 튀어나왔다. 너무도 기이한 형상 그 자체였다.
퍽!
허칠안은 오른 주먹으로 3품 행시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행시의 얼굴은 오른쪽으로 세차게 돌려지고, 이빨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퍽!
뒤따라 보탠 허칠안의 왼 주먹에, 행시의 뺨은 다시 또 왼쪽으로 향했다.
퍽! 퍽! 퍽!
허칠안은 좌우로 주먹을 날려가며 마음껏 폭력을 썼다. 3품 무사의 얼굴은 점점 피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장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란옥, 순언, 발유 등의 족장들과 먼 곳에 있던 용도 등은 약간 넋이 나가버렸다.
그러다 잠시 후, 란옥이 용도와 장로들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역고……. 역고잖아! 용도, 자네 역고부가 초범경의 비술을 이방인에게 전수하다니!”
몇몇 장로는 눈만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용도 역시 경악한 얼굴이었다.
이후, 그들은 일제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리나를 노려보았다.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순식간에 따가운 눈총을 받은 리나는 연신 뒷걸음질과 함께 양손을 힘껏 저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용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딸을 이글이글 응시하다가 갑자기 멍해졌다.
그가 문득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리나도 아직 초범경의 비술을 장악하지 않았습니다.”
여섯 장로도 반응이 왔다. 방금은 너무 화가 나 미처 잊은 사실이었다.
뒤이어 대장로가 무언가 떠오른 듯 머리를 치며 소리쳤다.
“아, 그였구나!”
용도와 나머지 장로가 고개를 돌리자, 대장로가 설명했다.
“오늘 영음을 데리고 극연에 승급하러 갔을 때, 외곽 고신의 힘이 이상하게 희박해졌더군. 나와 삼장로, 사장로가 깊이 들어가 상황을 살피니 밀림 내부 어느 곳 고신의 힘 역시 희박해졌다는 걸 발견했네. 그 당시에는 강대한 고수가 세상에 나타난 줄로 알았는데…….”
대장로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고기의 신선한 육질에 정신이 팔려, 그 중요한 고수의 출현을 소홀히 한 건 바로 그 자신들이기 때문이었다.
삼장로가 여유롭게 말했다.
“그는 언제부터 역고를 수행한 겁니까? 어째서 초범경 수준까지 수행한 것이지요? 누가 그에게 수행 비술을 가르친 겁니까?”
연이은 물음에 모든 장로의 질투심이 솟구치고, 부러움이 극에 달했다.
용도조차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뱉었다.
“광포……. 초범과 선 한 가닥 차이일 뿐입니다.”
이 자리에선 오직 대장로만이 짧은 시간 동안 광포를 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효도 아주 짧았다.
대장로가 중얼거렸다.
“그는 대체 얼마나 수행한 거지? 얼마나 수행해서 저 경지에 이른 걸까. 영음과 같지는 않겠지?”
‘영음과 같지는 않겠지…….’
족장 용도를 포함한 모든 이가 미치광이 보듯 대장로를 쳐다보았다.
* * *
“정보에서 거론한 것과 같군. 그는 정말 고술을 할 줄 알아. 하지만 또 다른 건 옹주에서 그가 희현 공자님과 원상 아가씨와 맞붙었을 때는 고술이 평범했다는 거지. 심지어 4품에도 못 미쳤어…….”
단안 망원경을 쥔 갈문선이 잘생긴 눈썹을 잔뜩 구겼다.
그는 옹주에서 허칠안이 수련 경지를 고의로 숨긴 것인지, 아니면 최근에야 돌파하게 된 것인지 조금도 분간할 수 없었다.
전자라면 허칠안이 소름 끼칠 정도의 인물임을 뜻했다. 후자라고 해도 그의 수련 경지가 두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만약 옹주에서의 정보가 틀림없다면 그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 그렇다면 정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인데…….”
갈문선의 눈썹은 아예 ‘천(川)’ 자 모양이 되려 하고 있었다.
자고로 완벽한 함정, 적절한 계획이란 정확한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이 허칠안 같은 경우는 근본적으로 일을 조금씩 계획할 수가 없었다. 그에 관한 정보가 시시각각으로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운을 몸에 짊어지면 정말 이렇게 무시무시할 수 있는 건가?”
갈문선은 술사와 무사 쌍수로 5품 무사이자 6품 술사였다. 6품에 머물러 있는 건 당분간 ‘예언사’가 견뎌야 할 액운을 넘길 자신이 없어서였다.
술사로서 그는 기운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물론 대기운이 몸에 더해진 자는 복연(福緣)이 깊고 두터우나 초범경에 이르면 몸에 더해진 기운의 역할이 한없이 약해졌다.
이 역시 3품 이상 강자가 중원 황제를 업신여길 자격이 된다는 근거였다.
1품, 2품 혹은 3품 강자가 중원 황제를 죽인다면, 기운의 배반을 받고 배반의 결과를 얻게 될 터였다.
황제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 그 자신이 기운의 배반을 꺼리면 되었다.
갈문선이 보기에 이건 일종의 균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몸에 기운이 더해진 자는 멋대로 날뛰기만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갈문선은 허칠안의 상황이 좀 의문스러웠다.
“국운과 기운이 좀 다른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술사 체계가 존재한 지 고작 600년뿐이다. 전에는 지금껏 어떠한 체계도 국운과 이렇게 밀접한 관련이 있진 않았지. 600년간 초대 감정과 당대 감정도 국운을 제련해 어떤 이의 몸속에 집어넣은 적은 없었다.
스승님이 최초 시도였다. 선례가 없는 상황에 어쩌면 그도 국운이 몸에 더해졌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던 걸까? 스승님의 계획은 스스로 골똘히 생각한 결과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은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던 사이, 갈문선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내의 형체가 다시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