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63
960화. 끝내기 (1)
3품 행시 몸에 올라타 마음껏 폭력을 행사하던 허칠안은 갑자기 시각, 청각, 후각을 잃었다. 오감육식이 모조리 가려진 것이었다.
그때, 주변에 잠복하던 암고부 족장이 허칠안에게 암고부 고품급 수단인 몽폐를 시전했다.
퍽!
기회를 잡은 우시는 꼭두각시를 조종하여 머리로 머리를 들이받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이마가 세차게 부딪혔다.
이성환두가 가세하는 바람에 허칠안의 위기 예감은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다. 그래서 암고의 조작과 아래에서의 행시 공격을 미리 예지할 수 없었다.
행시 꼭두각시의 이마뼈가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허칠안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빛을 잃은 채 의지를 상실했고, 대뇌에 공백이 생겼다. 또한 그의 몸 전체가 뒤로 젖혀졌고, 이마의 어두운 금색 피부에는 촘촘한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우시는 현기증이 없었다. 죽은 자가 어떻게 현기증이 있겠는가.
“지금이야!”
그가 특유의 쉰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족장들은 허칠안을 얕잡아 보았다. 영자, 순언이 나서진 않았지만, 란옥과 발유가 돕는 계획은 우선 허칠안의 깊이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적을 얕잡아본 건 얕잡아 본 것이었다.
허칠안은 보통의 3품이 아니었다. 그는 순식간에 3품 대원만 전투력을 폭발해냈고, 행시진(行尸陳)을 직접적으로 무너뜨렸다.
여러 족장 역시 이 문제를 깨달았기에 우시가 울부짖기 전에 이미 각자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내 허칠안 뒤에 있던 그림자에서 1년 내내 햇빛을 받지 않은 듯한 창백한 안색의 중년 사내가 뛰쳐나왔다.
그는 재빠르게 이 금강 육신의 등에 빌붙었다.
삽시간에 양기 가득한 화염이 중년 사내의 몸을 불태웠다. 그러나 허황된 그림자 한 층만 태울 뿐, 실물은 없는 듯했다.
이것이 바로 암고부의 고위격 방어 수단, 음영이었다.
곧이어 ‘영자’의 소매에선 살짝 굽은 갈고리 모양 비수가 미끄러져 나왔다. 칠흑같이 까만 몸통은 옥인지, 철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이는 암고부 역대 족장이 대대로 전수한 절세신병, 전갈 갈고리였다.
갈고리는 무사의 육신을 전문적으로 부수는데, 산해관전역 당시 영자는 일찍이 이 신병을 기반으로 습격에 능한 암고의 특징을 살려 하마터면 불문 금강을 죽일 뻔한 적도 있었다.
땅!
그 전갈 갈고리가 허칠안의 이마를 뚫었다.
일순 눈부신 불똥이 일고, 촘촘한 균열이 확대됐다.
통증으로 인해 허칠안의 눈에선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계속해서 현기증에서 억지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미친 듯 달리던 살구눈 미인의 순언은 돌연 그 자리에 멈춰서 입만 벌린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허칠안은 그야말로 벼락을 맞은 듯했다. 점차 초점을 회복하던 눈동자도 다시 공허하게 빛을 잃으며 풀려갔다.
심고의 조종술이란 원신을 뒤흔들고 억지로 통제하는 것이었다.
유지 시간은 채 1초도 되지 않았으나, 조금만 방심해도 지나칠 수 있는 승리의 기회였다.
땅! 땅! 땅…….
전갈 갈고리가 어두운 금색 이마를 뚫으면서 촘촘한 불똥을 동반했다.
슉~
뒤이어 살짝 구부러진 비수가 허칠안의 이마뼈를 찌르고, 대뇌까지 찌른 후에 세차게 휘저었다.
이 광경 앞에, 우시와 여러 족장은 눈이 반짝였다. 드디어 결말을 본 듯했다. 지금의 허칠안에게도 저런 부상은 중상이 되기 충분했다.
하지만 허칠안은 뇌는 부서졌어도, 원신은 완벽하게 정신을 차렸다.
란옥은 그가 그러한 중상을 입고도 정신을 회복할 것을 예상했는지 때마침 바람을 몰고 나타났다.
그녀는 얇은 천의 긴 치마를 펄럭이며 허칠안의 품으로 향했다.
란옥이 길고 가느다란 팔을 뻗어 허칠안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녀는 애정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반은 애교를, 반은 애원을 했다.
“싫어요~”
매혹(魅惑)!
이는 매력이 더해진 우위의 능력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수동적인 기능을 능동적으로 바꾼 것이었다.
한순간 허칠안의 살의와 분노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지척에 다가온 절세미인의 얼굴을 멍하니 보며 황홀한 눈빛을 보였다.
란옥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뾰족한 아래턱을 들었다. 그대로 그녀는 허칠안의 입술을 머금고 자고와 발정 기체를 그의 몸속으로 흘려보냈다.
다음 순간, 허칠안의 어두운 금색 피부에 빨간빛이 돌더니 즉시 뚜렷한 생리 반응이 나타났다.
목적을 달성한 란옥은 빙그레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푹! 푹! 푹~
바로 발유의 공격이 바짝 뒤따랐다. 자색 화살이 허칠안의 무릎, 가슴, 얼굴에 발사됐고, 금강 신체는 금세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순언은 다시 입을 벌린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허칠안이 정욕에 깊이 빠진 이 틈에 두 번째 통제를 진행했다.
쿵! 쿵! 쿵…….
우시도 골도 두 자루를 빨아들인 뒤 허칠안을 향해 미친 듯 달려갔다.
이 순간, 허칠안의 이마가 뚫리며 피와 뇌장이 상처를 따라 흘러내렸다.
금강의 신체와 영혼은 빛을 잃고 곳곳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원신은 심고에게 제압당했으며 기혈은 왕성한 정욕이 하반신으로 쏠린 탓에 역고의 광포를 시전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우시도 허칠안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최소 중상을 입힐 수는 있었다. 자고로 허칠안의 전투력만 크게 손상시켜도 다시는 풍파를 일으키기 어려웠다.
그 모습을 보고, 란옥이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봐, 자네! 그를 죽이지 말게.”
그녀는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이 남성의 신체와 영혼을 맛보지 못했다. 여기서 몰락하면 그야말로 무분별한 낭비였다.
우시는 헤헤거리며 웃었다.
“안심하라고. 내가 그를 행시로 만들어도 실력의 8할은 유지할 수 있다고. 그때 가서 그를 조종해 잠자리를 갖도록 해.”
란옥은 그에게 퉤, 침을 뱉었다.
말하는 사이 우시는 이미 허칠안 앞에 이르렀다.
그는 두 칼을 교차해 허칠안 이마의 상처를 힘껏 베었다.
후!
골도는 공기를 비트는 기기를 휩쓸며 허칠안과 ‘영자’를 둘로 갈랐다.
“음…….”
공기를 벤 듯한 우시는 의뭉스러운 소리를 냈다. 두 칼로 십자(十字)를 베었으나 벤 것은 여전히 공기였다.
허칠안의 몸은 푸른 연기인 듯, 그림자인 듯 실체가 없었다.
“영자, 자네 무슨 꿍꿍이인가!”
우시는 이 모든 걸 암고부 족장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것이 대체 무슨 상황일까. 영자는 우시보다 더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마치 겁에 질린 사슴처럼 그림자로 멀리 도약해, 허칠안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꼭 고신을 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
“너 역시 암고술을 할 줄 아는군!”
영자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순간, 우시 역시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순식간에 안색이 급변해선 과감하게 뒤로 물러났다. 승세를 몰아 추격하겠다는 계획은 포기였다.
‘그가 암고술을 할 줄 안다…….’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마치 괴물을 보듯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 * *
‘역고에 이어 암고까지 할 줄 안다고?’
먼 곳에서 관전하던 용도와 여섯 장로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모남치는 그제야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몸을 굽혀 백희를 안았다.
“착하지. 잠깐 너한테 올라탔다고 이렇게까지 울다니.”
백희는 계속 흑흑 울었다.
“저 허리가 너무 아파요…….”
모남치는 생각나는 대로 몇 마디 위로한 후, 금세 허칠안에게 집중했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도망칠 방법을 궁리할 수 있길 바랐다.
* * *
“불가능해, 이건 불가능해…….”
란옥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족 역사상 2가지 고술을 동시에 수행한 천재가 적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 중 초범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던 자는 없었다.
이것들도 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중원 사람이 어떻게 역고와 암고를 수행하였으며 이 경지까지 도달했는가였다.
그녀가 볼 때, 지금 이 황당한 정도는 북방 요족과 오랑캐가 화포와 상노를 끌고 군노와 화통을 들고 있는 것보다 더 심했다.
“유생의 능력인가?”
순언이 살구 눈을 가늘게 접었다.
유가 6품, 유생!
이 경지는 적의 수법을 손에 익힌 뒤 종이에 붓으로 쓸 수 있었다.
유생의 핵심 능력이 바로 ‘학습’이었다.
란옥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유가 제자라면 내 매혹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거야.”
고심해도 결론이 나질 않으니, 다들 재차 허칠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정말 신나 죽겠네…….’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이마의 상처를 찌르며 험상궂게 웃었다.
그도 확실히 인정하는 바였다. 고족 족장들이 손발을 맞춰 기습하고 강하게 통제하면 3품경 무사쯤은 확실히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이것도 족장 다섯만 있을 때의 얘기였다. 여기에 천고 할머니와 용도를 더하면 2품 무사 한 명 포위해 죽이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2품 무사가 사투를 벌이며 물러나지 않는다는 전제를 걸어야겠지만.
조금 전, 부도보탑 안의 대 지혜 법상이 허칠안의 신지를 일깨웠다. 덕분에 허칠안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탑령 노승이 수수방관한다고 해도 허칠안은 그림자 도약을 이용해 포위를 벗어날 계획이었다.
고족 족장들은 아주 강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수법은 허칠안에겐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웠다.
이게 바로 허칠안이 감히 혼자서 다섯 명을 도발한 저력이었다.
순언은 깊이 숨을 들이쉰 후, 동료에게 전음했다.
“우리 대책을 바꿔야겠네. 영자, 그림자 도약하거나 그림자로 변할 때는 공격할 수 없네. 그러니 그가 일단 그림자 도약을 시도하면 자네가 바로 그를 몰아내게. 그런 뒤 란옥의 매혹과 내 조종을 합치해 그를 억지로 통제하겠네. 발유, 자네는 즉시 독화살을 풀고 육신을 마비시키는 독소로 바꾸게. 영자 자네는 방금처럼 기회를 틈타 기습하게. 우시, 자네는 견제를 맡아 영자의 기습에 협조하게.”
말이 떨어진 순간, 그녀는 그림자에 녹아들어 사라지는 허칠안을 보았다.
“영자!”
순언이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가 따로 일깨울 필요 없이 허칠안이 그림자에 녹아드는 그 순간, 영자가 즉각 앞으로 달려들며 사라졌다.
허황된 두 개의 그림자는 지면에서 쫓고 쫓기며 뒤엉키다가 쌍으로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왔다.
때려죽이는 능력으로 유명한 무사가 암고의 그림자 도약을 장악했다. 이는 어떠한 체계의 고수가 생각하든 소름이 끼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었다.
암고의 단거리 도약은 속도가 빨라 술사의 전송진보다 뛰어났다. 진정으로 막으려야 막을 수도 없고 저지할 수도 없었다.
천하엔 오로지 암고만이 암고를 상대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온 걸 본 순언은 즉시 입을 벌리고 소리는 없으나 원신에게는 극도로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그 시각, 란옥은 바람을 타고 붉은 치마를 휘날리며 허칠안을 맞았다.
그녀는 품을 벌리고 마치 제비 새끼가 다시 둥지로 날아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일부러 애처롭고 가련한 모습을 하고 아름다운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 누가 봐도 많이 억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저를 해치지 마세요~”
확실히 ‘매혹’은 무사를 상대하기엔 상당히 순조로웠다.
란옥도 자신을 향해 얼빠진 눈빛을 보내는 사내를 보았다.
이 기회를 틈타 란옥은 갖고 싶은 마음에 절로 침을 흘리게 만드는 이 금강의 몸을 순조롭게 안았다. 그녀는 다시 길고 가느다란 팔로 허칠안의 목덜미를 감싸고, 촉촉한 붉은 입술을 붙였다.
“후~”
그녀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기운과 함께, 자고 십여 마리를 허칠안의 입속으로 들여보냈다.
그때, 란옥의 귓가에 허칠안의 낮은 목소리가 닿았다.
“모든 사내한테 다 이렇게 하는가?”
‘이건……!’
란옥의 눈동자가 격하게 수축했다.
다음 순간, 허칠안은 란옥의 입속으로 숨을 내뿜었다. 그 기운은 매우 뜨겁고 자극적이라 가슴이 다 아릴 정도였다.
“아…….”
란옥은 아랫배를 감쌌다. 얼굴에는 검은 핏줄이 두드러졌고, 입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정고부는 발정, 매혹, 정신 착란을 위주로 했다. 육신은 정고사의 강점이 아니었다. 허칠안의 독은 발유만큼 강하진 않아도 힘이 약한 여인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허칠안은 팔을 벌린 채 어여쁜 미인을 격하게 끌어안았다.
우지끈…….
순식간에 란옥의 뼈가 십여 개 정도 부러졌다.
허칠안은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네 입김은 날 발정시킬 수 없지만 내 입김은 널 반쯤 독살시킬 수 있지.’
란옥의 상황에 장내든, 장외든 모두가 넋을 잃었다.
순조로운 매혹은 효용을 잃었고, 도리어 란옥이 허칠안의 이름 모를 수법에 중상을 입었다.
아름다운 란옥의 얼굴에 검은 핏줄이 가득 퍼지고 코와 입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안색이 급변한 발유가 나지막이 소리쳤다.
“독고? 독고라고?!”
그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고함을 쳤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충격과 경악스러운 마음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허칠안이 독고사이기도 하다고?’
용도가 고개를 돌려 여섯 장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장로들의 눈빛 역시 용도 자신처럼 멍했다.
중원 사람이 무려 3가지 고술을 할 줄 아는 데다, 심지어 아주 높고 깊은 경지까지 수행했다.
‘설마 그해 위연이 고족 고수를 포로로 잡아 그들에게 빼낸 비술인가?’
용도는 자신이 진상을 추측해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