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73
970화. 연대가 가장 오래된 강자
허칠안은 동생 허영음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지금 모남치는 백희가 무의식 중에 말실수한 일로 화가 나 친정인 부도보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콩알이는 허칠안이 하도 윽박지른 통에, 결국 꼼꼼히 양치질하고 발까지 깨끗이 씻고 난 후에 침상에서 편안히 뒹굴었다.
“큰 오라버니! 저 여기서 오래 지내야 해요?”
허영음이 침상에 엎드린 채 새까만 눈동자를 초롱초롱 반짝였다.
허칠안도 곁에 앉아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왜?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어?”
허영음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싶어요! 그런데 음식을 먹을 때는 보고 싶지 않아요.”
“…….”
“그럼 너 여기가 좋아?”
허영음은 짧은 팔까지 휘두르며 큰 소리로 답했다.
“좋아요! 여기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고기가 있잖아요!”
‘영음이는 천성적으로 강호를 떠돌기 좋은 재목이네. 또래들은 한동안 부모님을 못 보면 슬퍼서 엉엉 울기만 했을 텐데…….’
허칠안은 웃으며 동생의 이불을 덮어주었다.
“자.”
허영음도 조그맣고 통통한 손으로 옆 빈자리를 툭툭 쳤다.
“응, 큰 오라버니도 자요.”
도로롱-
얼마 지나지 않아,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허칠안은 아이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촛불을 불어 껐다.
방 안은 한순간 어둠에 잠겼다.
* * *
천고부.
콩알 같은 등불 아래, 어두운 방 안이 살짝 비쳤다.
천고 할머니가 침상 옆에 앉아 한창 옷을 수선하고 있었다.
갑자기 촛불이 흔들렸으나 천고 할머니는 미동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도 한번 들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탁자에 차가 있네. 막 끓인 걸세.”
탁자 옆에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난 사람은 엎어 놓은 찻잔에 차를 따랐다.
“할머님, 칠절고가 뭡니까?”
천고 할머니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약 80년 전, 고신의 힘이 솟구쳐 나왔네. 그 기세는 지금의 몇 배였지. 이 늙은이가 상황을 살피러 극연에 갔다가 이상한 고충 한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네. 그건 아주 작았지만 선천적으로 7가지 고술을 갖추고 있었지.
하지만 일곱 역량이 매우 혼란스러워 균형을 이루기 어려웠네. 언제든 몸이 터져 죽을지 몰랐어. 이 늙은이가 그걸 기르려고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는데 그게 바로 천고를 주춧돌 삼아 나머지 여섯 역량을 지탱하는 거였네.”
‘칠절고는 고신의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나타난 거였어…….’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왜 이렇게 특별하지요?”
고신 외에는 7가지 고술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는 생물이 없었다. 칠절고가 유일한 예외라는 건 그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천고 할머니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저번에 고신의 힘이 폭발하면서 칠절고가 나타난 것 외에 유성의 조각상이 갈라졌네. 그 때문에 이 늙은이도 어떻게 봉인을 원상 복구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대봉 국운으로 생각을 돌린 게지.”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신의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칠절고가 나타나고 유성 조각상이 갈라졌다, 라……. 칠절고는 본능만 있고, 독립적인 의식은 없어. 그 점은 내가 확신할 수 있지. 내가 많은 생각을 했길 바라자.
음, 설령 칠절고에 문제가 있다 해도 지금 내 실력으로는 쉽게 제압할 수 있어. 언젠가 칠절고가 나한테 가장 강한 수단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해. 내가 무도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어서 다행이야…….’
허칠안이 오랫동안 말이 없는 걸 보고, 천고 할머니는 그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자상한 미소를 그렸다.
“더 묻고 싶은 게 있는가?”
허칠안은 생각을 거두고 웃음으로 답했다.
“있습니다, 할머님의 그 원숭이 분신은 오늘 극연에서 뭘 봤습니까?”
천고 할머니는 서서히 미소를 거두고 탄식하며 말했다.
“어떻게 알아차린 건가.”
꿀꺽…….
허칠안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담담하게 말했다.
“초범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제 무쌍한 천부적인 자질과 혁혁한 공적만을 기억하지요. 제가 처음에 무엇에 의지해 집안을 일으키고 명성을 떨쳤는지 기억하는 이는 아주 적습니다. 낮에 할머님을 폭로하지 않은 건 그저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허칠안의 수련 경지가 아직 대성하기 전, 그가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했던 건 바로 사건 해결 능력이었다.
사건 해결 능력은 논리적 추리에 세세한 관찰을 더한 것과 같았다.
그는 확실히 감정과 허평봉 같은 수준의 계략을 갖고 있지는 않았고, 후방에서 책략을 세울 수도 없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지략이 뛰어나다고 자만하는 허평봉조차 도로 기운을 거둘 때 실의에 빠져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그 모든 게 허칠안의 뛰어난 사건 해결 능력 덕분이었다.
여러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분석하고 헤아려 신비로운 술사의 진짜 신분을 파헤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그는 고작 1년 만에 누구나 멋대로 가지고 놀 수 있던 약소한 용기에서 초범경 중에서도 걸출한 고수가 되었다. 기사 중 하나로 성장한 것이다.
허칠안은 ‘신비로운 술사’ 허평봉의 참모습을 한 걸음, 한 걸음씩 파헤쳤다. 이제는 감정의 신비로운 베일을 들춰낼 차례였다.
어쨌든 그 두 전봉 술사도 허칠안을 손바닥에 두고 가지고 놀 수 없는데 하물며 천고 할머니는 어떻겠는가.
허칠안은 찻잔을 내려놓고 어두운 촛불에 일렁이는 천고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할머님께서는 오늘 극연으로 저를 찾아오셔서 장단점을 구술하고 제게 남강을 떠나라고 권하셨지요. 사실 제가 팔찌를 꺼내지 않았다고 해도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주셨겠지요? 할머님은 진작부터 허평봉이 아니라 저와 동맹을 맺기로 마음먹으신 겁니다. 맞습니까?”
“똑똑한 아이구나.”
천고 할머니는 웃었다. 묵인한 것과 다름없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전 할머님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중립적으로 표현하셨어요. 저한테도, 허평봉한테도 치우치지 않고 다섯 족장이 저와 전투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셨습니다. 하지만 사실 할머님께선 제가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다. 제 몸의 칠절고는 바로 할머님께서 리나에게 부탁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 다시 말해 할머님께선 고족이 운주와 동맹을 맺을 수 없음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겁니다. 한쪽과 동맹을 맺으면 다른 한쪽과는 무조건 결렬해야죠.
그토록 지혜로우신 할머님께서 남몰래 갈문선을 감시하지 않으셨다고요? 물론 갈문선은 작은 역할이나 그 배후의 허평봉은 얕잡아 보면 안 됩니다. 저조차 허평봉에게 후수가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할머님께서 짐작하지 못하셨을 리는 없겠지요. 그러므로 저는 할머님께서 암암리에 갈문선을 주시하고 계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갈문선이 극연에서 멋대로 행동하게 두고 저지하지 않았을까요?
제게 말씀하신 적 있지요. 고신을 봉인하는 건 영원히 변치 않는 고족의 목표라고요. 제가 지금 할머님을 찾아뵌 건, 칠절고 외에도 이 일을 여쭙고 싶어서입니다.”
천고 할머니는 천명사처럼 제멋대로 천기를 엿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미래의 일각을 엿볼 수는 있었다. 그런 인물을 마주하는 것이니, 허칠안도 처음부터 상당히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아마도 천하에 리나만이 천고 할머니를 자상하고 상냥한 어른이라 여기지 않을까? 물론 그 역시 틀렸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결코 천고 할머니의 전부는 아니었다.
천고 할머니는 잠자코 고개를 숙인 채 옷을 기웠다.
허칠안 역시 재촉하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차를 마셨다.
침실은 매우 고요했다. 창밖의 벌레만이 지칠 줄 모르고 울고 있었다.
남강의 기후는 찌는 듯 더웠다. 겨울이라도 초목이 푸르고 새와 짐승도 월동할 필요가 없었다. 기껏해야 여름철보다 수가 좀 적어질 뿐이었다.
한참 뒤, 결국 천고 할머니가 탄식과 함께 천천히 운을 뗐다.
“이 일들을 안다고 자네에게 딱히 좋은 게 없네만. 자네, 하늘로 솟구쳐 오른 그 흰 빛이 무슨 힘인지 아는가?”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다.
“할머님께서 알려주시지요.”
“자네는 아마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야. 운주에서 그걸 기록한 적이 있고, 그것의 사찰도 있었지.”
천고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칠안이 거의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백제?!”
‘허평봉이 언제 이 신마 후예와 관계를 맺은 거지…….’
허칠안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쩐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솟구쳤다.
사람 구실 못하는 자는 이 신마 후예와 연결 고리가 있는 게 분명했다. 비록 쌍방이 맹우임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맹우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적의 벗은 곧 적과 다름이 없었다.
“전에 분석한 적 있습니다. 운주는 바다와 인접해 있어 500년 전 그 혈통이 자신에게 후수를 남겼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거사가 성사되지 않으면 해외로 멀리 가는 것이지요. 지금 다시 보니 허평봉이 운주를 근거지로 택한 건 어쩌면 이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암암리에 슬그머니 백제와 관계를 맺은 겁니다.”
동시에 허칠안은 습관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 백제가 어떤 위격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초품은 아니겠지…….’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쉰 후, 흩어지는 생각을 거뒀다.
“할머님, 계속 말씀하시지요.”
천고 할머니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옷을 기우면서 말했다.
“그것이 고신에게 3가지 질문을 했네. 첫째는 언제 봉인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였지. 고신은 대변혁 시대의 폐막에 그것이 빠질 리 없다고 답했네.”
이건 그녀가 신마어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번역한 것이었다.
“씁…….”
허칠안은 숨을 들이마셨다.
‘대변혁 시대의 폐막에 그게 빠질 리가 없다고?’
뭔가 자세히 생각할수록 좀 무서웠다.
고신의 대답은 2가지 정보를 암시하고 있었다.
첫째, 대변혁 시대의 폐막.
이것이 가리키는 건 아마도 어떠한 일, 어떤 기회, 어떤 재난일 것이었다. 시대가 뭘 의미하든지 간에 관련된 차원은 절대적으로 높았다.
초범경 이하는 참여할 자격도 없는 그런 차원.
둘째, 그것이 빠질 리가 없다는 것.
고신은 자신이 봉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초품은 맹목적으로 자신하지 않았다. 하물며 천고부가 운명의 일각을 엿볼 수 있는데, 고술의 근원인 고신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가능했다.
생각을 마친 허칠안은 천고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에 천고 할머니도 다시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로는 고신에게 도존이 어디에 있는지 질문했네. 고신은 어쩌면 이미 철저하게 몰락했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했지.”
‘도존이 어디에 있는가……. 이제 좀 재미있어지네. 해외에서 온 영수인 신마 후예가 도존에게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지다니…….’
허칠안은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모든 초품 중 도존이 가장 신비롭고, 연대가 가장 오래된 강자였다.
그는 깨달음을 얻은 연대를 고증할 수 없고, 기록된 사료도 없었다. 지금으로선 그저 신마의 시대가 끝나고 인족과 요족이 막 굴기한 연대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시대의 시간 척도가 수천 년이라 근본적으로 정확한 위치도 특정할 수 없었다.
‘백제가 왜 아무 존재감 없는 도존에 주목했을까? 왜 또 고신에게 물었을까? 고신은 신마 시대가 끝난 뒤, 남강에 깊이 잠들었지. 천여 년 동안 유가 성인에게 봉인됐어.
만약 고신과 도존 사이에 무슨 교집합이 있다면 아마 고신이 남강에 깊이 잠들어 있던 사이에 발생했을 텐데. 또한 고신의 대답은 정보량이 아주 커. 도존이 이미 몰락했을지도? 누가 도존을 죽일 수 있지? 도존 자신이 삶에 싫증을 느껴 스스로 끝냈을 리는 없을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