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77
974화. 청주에 안긴 깜짝 선물
이내 허칠안은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석하게도 천기를 아는 자는 반드시 천기의 속박을 받습니다. 감정께서 알고 있다고 해도 제게 알려주지 못하실 겁니다. 됐습니다. 이 일은 급하지 않아요. 청주 전쟁이야말로 초미지급입니다. 국사께서는 막 청주에서 돌아오셨지요. 그쪽 전쟁 상황은 어떠합니까?”
낙옥형이 말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네만.”
잠시 또 생각하던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자네 사촌 동생이 송산현 진수로 파견된 것 같더군. 이곳은 양공의 두 번째 방어선 중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하나지.”
‘그 뜻인즉, 청주 정세가 한동안은 안정적일 테지만 신년이 위험할 거라는 것……. 이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거라고? 국사, 진짜 연기 잘하네. 분명히 우리 가족한테 관심을 두고 있으면서…….’
허칠안은 속으론 빈정대고 있었지만, 표정은 좀 심각했다.
“구미천호가 곧 대륙으로 돌아올 것이고, 남강의 요족도 집결할 겁니다. 전 반드시 남요의 반란이 성공할 거라 장담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역 불문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청주 전쟁은 아마 개입할 수 없을 겁니다.”
청주의 승패는 이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터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강의 전투가 더 중요했다.
남요가 십만대산을 되찾을 수 없다면, 불문을 견제할 수 없었다. 일단 불문이 손을 내밀어 운주와 협력하게 된다면 얘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승패에 영향이고 뭐고, 대봉은 바로 꼬리를 내려야만 했다.
“고족이 군대를 파견해 청주를 증원하도록 할 수 있네.”
낙옥형이 말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청주에 깜짝 소식을 전해주는 거지요.”
비록 고족의 초범은 떠날 수 없지만, 일곱 부족의 족인은 참전할 수 있었다. 심고, 독고, 시고는 전쟁터의 총아고 암고는 더욱이 최고의 자객이었다.
이것이면 아마 청주의 압박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터였다.
* * *
송산현, 옹성 안.
허신년은 부장군의 사상자 보고를 다 듣고, 소리 없이 탄식했다.
“내려가게. 장병들에게 좀 주의하라고 하게. 적군의 고수에게 야간 습격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되네.”
두 차례 공선전 끝에 적군의 정예병은 몸을 성하게 보존했다. 죽은 건 전부 유랑민으로 구성된 잡군이었다.
운주군 총사령관은 똑똑한 자였다. 유랑민의 목숨으로 성 수비군의 포탄과 화살을 소모할 줄 알았다.
또한 그들은 고수들을 잡군 틈에 뒤섞이게 하여 기회를 엿보다가 성벽에 올라가 마구잡이로 죽였다.
그 결과, 성을 지키던 상노와 화포가 파손되었다.
허신년이 곁에 있는 묘재방을 쳐다보며 말했다.
“적군의 총사령관은 똑똑한 자지만, 야간 습격은 유난히 어리석어 보이는군요. 약간 이상합니다.”
묘재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이상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저는 그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에 대비하지 않는 틈을 타 습격할 줄 아는 것이지요.”
허신년은 냉정하게 분석했다.
“밤에 성을 공격하는 장단점은 방금 제가 말씀드렸지요. 성숙한 장수는 이렇게 무턱대고 쳐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단기간 내에 송산현을 함락시켜야 하는 기한이 있지 않은 이상은 말이지요.”
“어쨌든 저는 적을 죽이는 것만 담당할 뿐, 머리를 쓰는 일에 절대 개입하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얘기한 적이 없을 텐데, 그날 남강 십만대산에서 본 대협이 허 은라에게 협조하여 불문 요충지인 남법사에 쳐들어가 불문 고승들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마지막에는 불문 2품인 아소라를 격파하여 남요의 거사에 초석을 다졌지요. 오늘 제가 당신을 돕고 있으니 충분히 안심하셔도 됩니다.”
묘재방은 선 입장 표명 후, 허풍을 떨어댔다.
허신년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청주성에 있을 때, 원호법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제게 십만대산의 일을 상세하게 얘기해주었지요.”
단번에 허풍이 까발려진 묘재방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이를 드러냈다.
“그자는 얄미운 요괴일 뿐입니다.”
“군자의 소견은 대체로 같지요.”
허신년의 말이 끝나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상대를 흘겨보았다. 서로가 같은 얘기를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보아하니 당신도 난처한 상황을 겪었군.’
이때, 병사 하나가 황급히 들어와 큰 소리로 보고했다.
“허 대인! 적군이 서신을 맨 화살대를 쐈습니다!”
허신년은 눈을 반짝이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보고하게.”
묘재방은 즉시 일어나 병사에게 화살대를 받아, 허신년에게 건넸다.
서신을 뜯어 읽은 후, 허신년이 냉소를 지었다.
묘재방이 서둘러 물었다.
“뭐라고 쓰여있습니까?”
허신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적군 총사령관은 탁호연이라는 자인데, 그가 말하길 사흘 내에 성을 함락시키고 제 머리를 베어 제 형님에게 첫 대면 선물로 주겠답니다.”
* * *
동성문 십여 리 밖, 운주군 막사.
천막 안은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가 큰 소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병사들은 일찍이 잠들었고, 무장한 병사들은 왔다 갔다 하며 순찰 중이었다. 더 외곽에는 순시하는 척후병이 있었다.
군장 밖에는 우람한 체구에 갑옷을 입은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붙잡은 대봉군 척후병을 직접 베었다.
이 사내가 바로 탁호연이었다.
탁호연은 피로 얼룩진 칼등을 핥으며 섬뜩하게 웃었다.
“송산현 수호를 책임지는 자가 허칠안의 사촌 동생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내가 송산현을 격파하고 그놈의 머리를 베면 반드시 잘 보존하여 허 씨에게 보내야 할 것이야.”
부장수 조념(趙恬)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척후병의 진술에 따르면 허신년은 운록서원 장진의 제자로 병법에 정통하다고 하니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탁호연의 설치는 성격을 아주 잘 아는지라, 바로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장군의 용감무쌍함으로 성 함락이 머지않아 실현될 겁니다. 대장군께서 만약 장군이 허신년의 머리를 베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히 포상을 내리실 겁니다.”
탁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신년의 머리를 베는 자는 백은 천 냥을 내리고 백호에 봉할 것이라 명령을 전하게.”
* * *
이튿날, 허칠안은 입정에서 깨어나자마자 한 여인을 시선에 담았다.
정향(丁香)처럼 애수에 잠긴 여인이었다.
그녀는 아름답기도 아름답지만, 분위기가 미모를 압도했다. 당장이라도 애수에 잠긴 그 마음속으로 들어가 위로해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허랑, 깼군.”
낙옥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구나, 소애(*小哀: 슬픈 인격을 귀엽게 표현한 말)…….’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디 7가지 감정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게 욕, 노, 악, 이 3가지 인격이었다.
노 인격은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다만 성미가 거칠고 급해 걸핏하면 성깔을 부리고 손찌검하기 일쑤였다.
욕 인격은 허칠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하루 24시간 내내 운동을 해야 해서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악 인격은 아직 겪어본 적이 없는데, 지난번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인격이지만 그 전에 낙옥형이 그를 내쫓아버려서 아예 경험이 없었다.
이모가 그토록 꺼리는 모습에, 허칠안은 아마도 악 인격이 궁투극에 등장하는 악독한 황후 부류라고 추측해볼 뿐이었다.
어쨌든 허칠안은 그 3가지 인격만 나타나지 않으면 그런대로 괜찮았다.
소애는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이었다. 자신이 나이가 많아 사랑하는 사내의 엄마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서글퍼할 때가 많았다.
“국사, 국사께서는 아침 햇살처럼 아름다워 사람을 취하게 만드네요.”
허칠안은 가녀린 꽃을 보호하듯 연약하고 예민한 소애를 보호했다.
소애는 수줍은 기색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낮췄다.
“허랑, 나를 국사라고 부를 필요 없네. 옥형이라고 부르면 돼.”
‘왔다, 왔어. 또 사회적 매장이겠네……. 그럴 필요 없잖아, 어차피 나중에 당신이 회복되면 또 검을 들고 나를 베고 싶어할 텐데.’
허칠안은 남몰래 조용히 몸서리를 쳤다.
* * *
극연 외곽, 원시림 가장자리.
천고 할머니 등 초범 족장을 필두로 한 일곱 부족의 4품 고수들이 원시림 가장자리 지대에 모였다.
고족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웠다. 고신의 힘이 갑자기 분출된다는 건 종종 초범경의 고수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했다.
정신이 혼란스러운 기형적 괴물에다 초범경이었다. 그것이 상징하는 건 살육과 파손. 고족 역사에서 초범 고수에게 죽은 족장이 적지 않았다.
초범 고수는 고족 족장들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처리해야 하는 짐승이라 말할 수 있었다.
“고신의 힘이 평소에 비해 몇 배 짙어졌습니다.”
시고부 4품 장로가 말했다. 지금 그는 곁에 기운이 두터운 행시 꼭두각시를 데리고 있었다.
뒤이어, 독고부 장로가 역고부 장로 여섯을 보며 말했다.
“초범이 탄생할 거라고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4품 차원의 고수, 고충 수가 단기간 내에 폭등할 겁니다. 만약 방심하고 소홀히 한다면, 저희는 몰락할 위험이 농후합니다.”
대장로가 바로 욕지거리를 했다.
“자네 웃기는군! 이 몸이 죽였던 고수는 자네가 먹었던 고기보다 훨씬 많을 걸세.”
대장로는 수긍은 하지 않았으나 시종일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고신의 힘이 폭발한 횟수는 많지 않았다. 그들도 살면서 겨우 2번 정도 겪었을 뿐이었다. 어떠한 경우도 어제의 움직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하룻밤 동안 힘을 흡수하고 소화했으니, 극연 근처의 고충, 고수들은 아마 이미 1차로 변태했을 듯했다.
강대함이 핵심은 아니었다. 극연 주변 원시림이 너무 넓어 전면적인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문제였다. 일단 어느 곳이라도 빠뜨릴 시, 미래의 초범 고수에게 숨을 돌릴 틈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 허 은라가 돕고 있습니다. 그는 무사로 전투에 능하죠. 그가 전투를 돕는다는 건 범이 날개를 얻은 격입니다.”
역고부의 이장로가 말했다.
각 부족 장로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독고부, 시고부, 정고부라고 해도 이장로의 말을 부정할 순 없었다.
곧 천고 할머니 곁의 한 중년이 말했다.
“도와주는 술사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극연을 포격하면 많은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도문 인종처럼 검진(劍陳)을 다룰 수 있는 체계라든지요.”
한창 토론하던 중, 사람들은 바람을 몰고 온 금빛을 보았다.
머리 뒤쪽에 불의 고리가 타고 있는, 허 은라였다.
그의 곁에 검을 부려 비행하는 여인이 한 명 있었다. 비검을 밟은 우의 차림의 그녀는 손에 총채를 걸고 있었고, 미간의 주사는 더욱 이목을 끌었다.
그 여인을 본 찰나, 고족 사내들 전체가 다 멍해졌다. 누가 봐도 여인에게 매혹된 기색이었다.
머리는 저 사람이 희고 깨끗한 중원 여인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눈은 이미 천하에 가장 아름다운 미인을 보았다며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 본 저 여인이,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허칠안이 착지한 후, 천고 할머니 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분은 인종 도사, 대봉의 국사입니다.”
‘인종 도사라…….’
천고 할머니 외에 모든 사람이 의아해하며 낙옥형을 주시했다. 자신들이 지금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라면, 현재 인종 도사는 2품 강자였다.
“제가 특별히 함께 고수를 처리하고자 모셔온 겁니다.”
이어진 허칠안의 말에, 역고, 심고, 천고, 암고 등 몇몇 부족의 장로들은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인종 검수가 참여하면, 고충과 고수를 처리하기가 훨씬 쉬워지겠군…….’
하지만 독고, 정고, 심고 부족 장로는 침묵하거나 난처해했다. 그들은 내심 허칠안을 적대시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대표하는 건 대봉 황조이지 않은가.
‘왜 적을 예로써 대해야 하지?’
이는 이들 모두가 가진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허칠안이 고족을 돕기 위해 저 멀리 대봉의 인종 도사까지 모셔왔다는 건 명백한 현실이었다. 이 성의와 선의를 보고 어찌 모진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 세 부족 장로들은 속으로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대봉 국사를 남강까지 모셔올 수 있다는 건 틀림없이 엄청나게 인심을 쓴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