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81
978화. 최강 부대 (1)
묘재방은 곧장 옹성으로 향했다. 책상에는 한창 지도를 살피며 말없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허신년이 있었다.
“신년, 그대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아마 내일 철수할 것입니다.”
허신년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만약 지원병이 없다면 확실히 그렇겠지요. 하지만 저는 운주 반란군의 지원병이 곧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신년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송산현은 양 포정사의 2번째 방어선에서 중요한 거점 중 하나입니다. 만약 송산현을 지킨다면, 청주의 식량 지원 부대는 송하 항로를 통해 남쪽으로 운반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송산현을 작용점으로 하는 서북 쪽 전체는 아군의 후방으로서 아군을 지탱하며 운주 반란군과 분투할 수 있지요.”
묘재방은 고개를 들었고, 허신년은 지도에 목탄으로 운주군에게 점령된 성곽을 그렸다. ‘송산현’은 못처럼 반란군 진격선인 서북쪽에 박혀 있었다.
묘재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 대인이 이렇게 그린 걸 보니 이제 송산현의 중요성을 알겠습니다. 본 대협은 갑갑했습니다. 양 포정사가 이렇게 작은 현을 왜 그리 중시하는지. 물론 허 대인께서 방어선의 중요 거점이라고 자주 얘기했었지만 말입니다. 어디가 중요한지 확실히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일목요연하군요. 허 대인은 역시 진사이자 운록서원 출신의 지식인답습니다. 본 대협은 언제나 마음이 놓입니다.”
“틈틈이 책을 많이 읽어 문장을 다듬는 수준을 좀 높이시지요.”
허신년이 차분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속한 무사를 마주한 경험은 풍부한 편이기에, 그는 쉬이 화를 내지 않았다.
뒤이어 허신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주 반란군이 동릉, 완군 두 전선에서 궤멸하여 부득이하게 그쪽 전장에 병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탁호연을 지원할 힘이 없지요. 그렇지 않다면 탁호연은 군대를 철수하지 않고 지원을 기다렸을 겁니다.”
동릉과 완군은 송상현과 두 번째 방어선을 형성했다.
묘재방은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허신년이 침음하다 답했다.
“성에 식량과 성을 수비하는 데 필요한 물자가 아직 넉넉합니다. 당연히 지키지 못하면 양 포정사의 지원병을 기다려야죠. 물론 동릉과 완군 두 곳의 전투가 너무 처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만약 처참하다면?”
다시 이어진 묘재방의 질문에, 허신년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럼 지원받을 수 없이 고립됐으니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해야지요.”
동릉과 완군은 송산현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했다.
다행히 그가 출병하기 전, 손현기가 화포, 상노, 차노, 화통을 포함한 중무기를 대량으로 주었다. 이것들 모두 성을 수비하는 날카로운 무기였다.
석유, 곤목(*滚木: 전쟁 시 성벽 아래로 굴리는 통나무) 등의 물자는 송상현 자체가 부유해서 아주 넉넉하게 비축되어 있었다.
대봉 수비군은 장기전을 치를 저력이 있는 것이다.
말하는 사이, 허신년이 백부장 한 명을 불러들여 분부했다.
“척후병을 파견해 서성에서 내보내게. 괭이와 삽을 가지고 송하를 따라 잠행하여 적의 양도(*糧道: 군량을 운반하는 길)에 머물러 있으라 하게.”
백부장이 떠난 후, 묘재방이 자발적으로 분석에 나섰다.
“지원병이 오기 전에 적의 군량과 마초를 끊고자 하는 겁니까?”
며칠 전 그는 기마병을 이끌고 적진에 돌진하여 한바탕 마구잡이로 죽이고 적군의 군량과 마초를 태웠다. 마지막에 불길이 잡히긴 했으나 지금 남은 군량과 마초로는 아마 며칠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허신년이 말했다.
“아니요. 저는 관도를 훼손하여 적의 지원병이 진행하는 속도를 늦출 겁니다. 그런 뒤 탁호연을 분노하게 만들어 성을 공격하도록 압박하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저희는 반란군의 지원병이 도착하기 전에 탁호연의 군대를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행군과 전투에는 반드시 식량과 군비의 수송이 동반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차량에 의존해야 했다.
차량이 정상적으로 전진하려면 도로 상황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으니, 파손이 심한 길은 지원병의 행군 속도를 크게 늦출 것이었다.
“묘 형, 방금 고전을 치렀으니 가서 고기를 좀 드십시오. 저녁에는 당직을 서야 합니다. 저도 좀 쉬어야겠습니다.”
허신년은 부풀어 오른 태양혈을 문지르며 숨을 내뱉었다. 그는 이미 하룻밤을 꼬박 뜬눈으로 보낸 상황이었다.
묘재방을 보내고, 허신년은 경갑을 입은 채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단단하고 불편해 보이는 장비지만 그에게는 아무 방해도 되지 않았다. 그는 아주 빠르게 잠이 들었다.
이는 애당초 북상하여 요족, 오랑캐를 지원한 경험 덕분이었다. 그때 대봉과 요족, 오랑캐 연합군이 뿔뿔이 흩어지며 남은 병력이 각지로 분산됐고, 언제든 위기를 맞을 위험에 놓여 있었다.
하여 그는 이처럼 갑옷을 입고도 빠르게 잠들 수 있는 신공을 연마했다.
* * *
둥! 둥! 둥…….
빽빽하면서도 웅장한 고(鼓) 소리가 허신년을 깨웠다.
그는 눈을 뜨고 단순한 침상에서 튕기듯 나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상 옆 물시계를 보니 시간은 묘시(*卯時: 새벽 5~7시)였다.
여명이 밝기 전, 허신년은 제식 군도를 들고 옹성을 뛰쳐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밖에는 성벽 위 횃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때 막 옹성으로 달려오던 묘재방이 허신년을 보고 씩, 웃었다.
“그 자식은 미치광이입니다. 자발적으로 성을 공격하다니요. 우리 생각에 꼭 들어맞는 거 아닙니까? 자극요법을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허신년은 성벽으로 걸어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탁호연은 성격이 조급하고 충동적이라 자극요법에 걸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자극요법을 쓰지도 않았어요. 그도 평범한 자는 아니라 남은 병력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 겁니다. 좀 수상쩍군요.”
묘재방이 물었다.
“뭐가 수상쩍다는 거지요?”
‘내가 감정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허신년은 말없이 성벽 옆으로 가 조심스럽게 먼 곳을 조망했다.
성벽 위에서 발사되는 화포의 불빛 덕에, 성 아래로 빽빽하게 접근하는 적군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지금 같이 망하자는 건가?’
허신년은 생각하는 동시에, 갑자기 왼쪽으로 넘어졌다.
휙! 휙!
허신년이 몸을 피한 곳에서 포탄 하나가 터졌다.
불빛은 충격파와 자갈을 휘감은 채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묘재방은 기기를 뒤흔들어 몹시 뜨거운 그 기류를 막았고, 덕분에 허신년도 중상을 입을 위기를 피했다.
“제기랄!”
허신년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 허리를 굽힌 채 마도로 향했다.
“투석차는 기름을 발사하여 밝게 비춰라! 궁수와 화총수는 준비한다. 우선 기름통을 올리지 말고 먼저 군목을 들어라…….”
그의 지휘 아래, 수비군은 질서정연하게 방어와 반격을 펼쳤다.
쾅! 쾅!
곳곳에서 화포가 발사되며, 포탄이 폭발하는 굉음이 울렸다.
팽창한 불빛은 성 아래 그리고 성벽 위에서 터졌다.
화포수가 폭발로 죽으면 예비대가 신속하게 자리를 메웠고, 상노, 화포가 파괴되면 민병이 즉시 새로운 중무기를 밀어왔다.
그 밖에도 징집되어 온 민병들은 허리를 굽힌 채 마도 위를 이리저리 내달리며 부상자를 구조했다.
전투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격렬했다.
탁호연은 제식 군도를 들고 화포, 화살 그리고 성벽 위에서 떨어진 군목을 민첩하게 피했다. 그는 성문까지 아주 순조롭게 접근했다.
성문은 이미 사흘 전 그가 직접 부쉈다. 하지만 운주군이 순조롭게 성문을 통과할 수 없었던 건, 성 수비군이 일찌감치 엄청난 무게에 달하는 돌덩이를 옮겨와 성문 입구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사람 한 명, 말 한 필만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문만 남아 있었다.
성을 지킬 때는 작은 문 뒤에 거대한 돌덩이로 막고, 성을 나설 때는 민병 수십 명이 밧줄로 그 거대한 돌덩이들을 잡아당기는 것.
이런 전술은 술사 체계가 나타나기 전에 흔히 보였던 일이었다.
고대 모든 성곽의 성문 입구에는 돌을 비축하는 창고를 단독으로 만들곤 했는데, 이것으로 전시에 수비군이 빠르게 성문을 봉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술사 체계가 나타난 뒤에 변방 요충지와 주성에 수호 진법이 생기면서 ‘봉성전술(封城戰術)’은 점차 도태되었다.
지난 1년 사이, 양공은 봉성전술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각 군현에 창고를 짓고 돌을 준비하라 명령했었다.
봉성전술이 주로 방비하는 건 4품경 고수였다. 성문은 이 경지의 무사를 막을 수 없지만, 봉성술은 성문이 파괴된 후에도 여전히 적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군대는 여전히 보통 병사와 저품 무사가 주를 이루지 않는가.
탁호연은 솟구쳐 뛰어올랐다. 그가 성벽을 몇 걸음 밟고 손쉽게 성벽 위로 올라 칼끝을 휘두르자, 단번에 화포 1대와 포수 2명이 두 동강 났다.
쿵! 쿵! 쿵…….
마도 위, 5품 묘재방은 깊은 구덩이를 연속해 밟으며 발광하는 들소처럼 4품 탁호연을 들이받았다.
그 순간 탁호연이 섬뜩하게 웃더니 도의를 폭발했다.
제식 군도는 눈 깜짝할 사이 인두처럼 붉어지더니 모든 걸 베어버리는 의를 휘감고 5품 묘재방을 공격할 준비를 끝냈다.
멀지 않은 곳에선 허신년이 호위병 둘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지금 그의 온몸에 옅은 청기가 들끓고 있었다.
곧 그가 한 손을 뒷짐 지고, 한 손은 아랫배에 둔 뒤 나지막이 말했다.
“대장부는 죽어도 여한이 없는 법. 대장부는 가슴에 인정을 품는 법.”
홀연 그의 허리춤에 걸린 양공의 옥패가 빛나면서 호연정기에 힘을 보탰다. 동시에 허신년의 좌측에 있던 시위가 하늘을 향해 화살을 쐈다.
화살은 불꽃을 휘감고 고공에서 터졌다.
두 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묘재방은 흥분제를 맞은 듯 기운이 폭등했다.
반면, 탁호연의 눈빛은 확연히 흐리멍덩해졌다. 인정이라는 두 글자에, 그는 칼을 전혀 내리치지 못했다.
이 틈에 묘재방은 몸을 숨기고 다가가, 그가 쥔 칼을 쳐버렸다. 뒤이어 한 발을 앞으로 굽힌 채 어깨를 옆으로 돌려 그대로 탁호연을 들이받았다.
탁호연의 몸은 멋대로 허공까지 날아올랐다.
이어진 건 바로 화경 무사의 장기 절학이었다.
한 번에 상대를 죽인다!
허신년은 7품 인자로, 그가 방금 사용한 건 8품 수신경 능력인 문담지력(文膽之力)이었다.
문담지력의 가장 큰 역할은 사기를 끌어 올려 아군 장병들의 전투력을 어느 정도 증가시키고 통증을 일부 없애주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한동안 적의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잘 운용하면 적을 약화시킬 수도 있었다.
8품 수신 문담지력의 고급판은 5품 덕행이었다.
덕행은 글자 그대로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규범화하여 ‘군자육덕(君子六德)’으로 다른 사람을 요구하는데, 이는 불문의 계율과 아주 비슷했다. 다만 계율은 고급화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덕행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것이 바로 언출법수였다. 그 경지에선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규범화하는데 ‘군자육덕’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임의로 강행할 수 있었다.
퍽!
마침 정신을 차린 탁호연 때문에 묘재방의 연수가 강제로 끊겼다. 뒤이어 아랫배를 걷어차인 묘재방은 거꾸로 날아가 마도 위를 끊임없이 굴렀다.
탁호연은 그대로 성가퀴를 연달아 밟아 허신년을 덮쳤다.
지난 몇 차례 공성전에서 탁호연은 이 운록서원 출신 지식인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유가법술의 일시적인 견제에 5품 무사가 협력하여 여러 차례 패배만 맛보고 후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