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83
980화. 도존의 장거
결국 어쩔 수 없이 허칠안이 나섰다.
“아니요, 국사께서는 며칠 뒤에 폐관 수행하실 거라 남강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그에게는 낙옥형이 최대한 빨리 업화를 가라앉히고 도겁하여 육지신선이 되는 게 가장 중요했다.
1품 검수가 주둔하며 지키고 있어야 대봉도 비로소 견고할 수 있었다. 그전엔 낙옥형의 ‘평형’을 깰만한 그 어떤 전투도 불필요한 위험이었다.
구미천호는 다소 실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 우선 떠나지 마시지요. 저한테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 거래할 흥미가 있으실지 없으실지 모르겠지만요.”
허칠안은 지식이 바로 재산이라는 원칙에 따라 고신과 백제의 대화를 구미천호에게 팔아넘길 작정이었다. 모두가 초범 영역의 고수니 이런 기밀 소식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허! 자네 소식이 본좌가 관심을 둘 만한 가치가 있는지 한번 봐야겠지.”
구미천호의 대답에, 허칠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운주에 나타났던 백제가 고족에 와 고신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것에게 3가지 질문을 했답니다.”
순간 구미천호의 왼눈에 흘러나오던 청광이 떨렸다. 그녀는 여유로운 모습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자네, 내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군.”
허칠안은 바로 백제와 고신의 대화를 구미천호에게 알려주었다.
말을 마친 후, 그가 웃으며 말했다.
“마마께서는 무슨 보수로 이 비밀과 맞바꾸실 계획입니까?”
구미천호가 웃었다.
“공교롭군! 내가 해외로 갈 때도 백제를 만났네. 직접 그해 신마 후예가 구주 대륙을 도망친 이유를 들었지. 그 3가지 질문과도 관련이 있네.”
허칠안은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이유입니까?”
비록 후세 인족이 시시때때로 신마 시대는 인족 선조에 의해 끝이 났고, 신마가 몰락한 뒤에 신마 후예 역시 인족에게 거의 다 도살당했다고 선전하지만, 허칠안은 진실을 알았다.
먼 옛날 신마가 몰락한 뒤, 그 후예는 구주를 아주 여러 해 동안 통치했다. 그때, 인족와 요족은 서서히 굴기했으나 초품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품은 아마 아주 드물었을 것이었다.
그러니 수가 방대한 신마 후예와 맞서기 어렵지 않았을까? 다만 신마 시대처럼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주 대륙은 확실히 인족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마 후예는 지난번 구미천호가 말했듯 상고 시대에 돌연 해외로 대거 이동했다.
낙옥형과 모남치도 이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낙옥형은 구주 대륙 전봉 강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보인 것이고, 모남치는 정말로 순수하게 재미를 느낀 것이었다.
이윽고 구미천호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그것들은 도존에 의해 구주에서 쫓겨난 것이네.”
순간 허칠안의 머릿속에 번개가 친 듯 영감이 거품처럼 끓어올랐다.
‘도존에게 쫓겨났다니……! 그래서 백제가 도존이 어딨냐고 물었나? 도존이 그해에 왜 신마 후예를 구주에서 내쫓은 거지? 너희 아빠도 신마 후예에게 먹힌 거야? 문지기는 대체 뭘 말하는 건데! 도존과 관련 있는 건가?’
그는 어렴풋이 무언가를 파악했다. 이런 건 딱 하나 단서가 부족한 사건인데, 짐작은 가나 실증할 수 없는 상태랑 비슷했다.
동시에 그는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도존이 몰락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뒤에 백제는 구주로 다시 돌아왔을까?
* * *
청주 포정사사.
양공은 정방 탁자 뒤에 앉아 막료들의 끝없는 논쟁을 듣고 있었다.
전선에서 2건의 군사 정보가 전해졌다.
완군이 2만 대군에 포위됐다. 운주군이 포위하고선 공격하지 않아 세 갈래 길로 나누어 지원하러 간 병마가 모조리 섬멸한 것이었다.
청주 군대의 손해가 막심했다.
동릉성 상황은 더 엉망이고 더 복잡했다. 손현기와 희현이 한바탕 대전을 치러 성벽 절반이 폐허가 되었다. 동릉은 이미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성은 이미 폐허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본래 동릉에 주둔하던 청주군이 성곽으로 철수하여 운주 반란군과 야전을 벌이고 있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져버렸다. 패한 것은 아니지만 동릉의 방어선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양공!”
이모백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완군에 파견한 지원병이 매복 공격을 당한 건 반란군에 비수군이 있기 때문이네. 비수군 척후병 앞에서 우리 측 행군은 전할 수 있는 기밀이 아무것도 없네. 이는 만회할 수 없는 국면일세.”
모든 막료가 침묵했다. 대봉에 비수군이 없다는 건 하늘을 적에게 내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일거수일투족 모두 적의 눈앞에 있으니 어찌 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비수군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비수군 뿐이었다.
양공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탁한 숨을 내뱉었다.
“내가 이미 조정에 급보를 보내 뇌주의 적미열응을 징집해달라 청했네.”
한 막료가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뇌주에서 몇 마리를 징집할 수 있습니까? 조정은 진작에 적미열응을 현지 상회와 명문 귀족에게 팔았습니다. 게다가 적미열응이 출전하지 않으면 전투력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양공, 만약 적의 비수군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후속 작전은 저희한테 아주 불리합니다.”
양공은 뜨거운 차를 한 모금 홀짝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수군을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네. 장진을 군의 고수와 협조하게 하여 차례대로 격파하면 되지.”
보통 병사와 저품 무사는 비수군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바람을 몰아 비행하는 4품 고수가 비수군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모백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벗을 쳐다보았다.
“비수군 중에도 고수가 있네. 게다가 이렇게 간단한 대응책은 우리도 생각할 수 있는데 반란군이 생각하지 못하겠는가? 어쩌면 또 제 도끼에 제 발등 찍는 모략일지도 모르네.”
4품 고수가 본거지를 벗어나 홀로 어공하여 적을 죽이는 건 위험성이 너무 컸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랐다.
어느 막료가 개탄하며 말했다.
“저희에게도 비수군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어쩌면 저희가 요족, 오랑캐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금목부의 비수군에게 남하하여 전투를 도와달라고 청하는 거지요.”
순간, 좌측에 있던 한 막료는 생각이 번뜩였다. 무심코 던진 말에 누군가는 진심으로 반응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부정당했다.
“자네 생각은 적미열응을 징집해달라고 조정에 청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게다가 북경은 청주와 10만 리나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오겠는가.”
“손현기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건 어떤가? 그는 3품 술사잖나. ‘운반’을 책임질 수 있다면, 꼭 실행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네.”
“손현기가 간다면, 누가 그 희현을 견제하겠는가? 에휴, 운주 반란군에 젊은 3품 무사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하지만 요족, 오랑캐에 지원을 청하는 계책은 확실히 실행할 만하네. 다만 절차에 따라 우선은 조정에 글을 올린 뒤 조정에서 북상하는 사절을 파견해야 하네. 설령 요족, 오랑캐가 흔쾌히 승낙한다고 해도 금목부의 비수군이 남하하여 참전하길 기다리면 봄이 온 뒤의 일이 되겠지.”
“멀리 있는 물로는 당장의 갈증을 해결할 수 없는 법.”
“제공들은 너무 근시안적이네. 그해 비수군을 돌려보낸 건 태평성대라 쓸 일이 없기 때문이었네. 하지만 정산성 전역 이후, 제공들께서는 경계심을 품어야 하네.”
“위 공께서 아직 계셨다면 분명히 비수군 양성에 착수하셨을 것이야.”
“우리에게도 비수군이 있다면 좋을 텐데.”
결국 이모백이 탁자를 두드려 이 화제를 끊고 나지막이 말했다.
“동릉은 이미 무너졌네. 수비군은 손현기의 인솔하에 이미 반란군과 야전으로 전환하여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완군은 포위됐지. 반란군은 비수군의 정탐력을 이용하여 성을 포위하고 지원군을 공격할 계획이네. 이는 소모전으로 당분간은 이변이 없을 걸세. 하지만 만약 오랫동안 방치하면 완군은 조만간 포탄과 식량이 떨어질 것이야.”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린 막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완군의 곤경을 헤칠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송산현을 지킬 방법을 생각해야 할 걸세.”
곁에 있던 막료는 처음에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반응이 왔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양공을 쳐다보았다.
“대인, 제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송산현에선 승전보를 전해오지도 않았고 지원 요청 서신을 보내오지도 않았지요.”
양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릉과 완군에 비교하면 송산현의 중요성은 그다음일세. 운주 반란군은 분명히 앞 두 곳을 선제공격할 것이야.”
이모백이 말을 받았다.
“응, 송상현은 지세를 차지했고, 군량과 마초가 넉넉하며 죽균과 신년이 주둔하고 있으니 지킬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현재 정세에 따르면 동릉은 이미 무너졌고, 완군은 포위됐지. 운주 반란군의 다음 행보는 송산현이네.”
한창 얘기하던 도중, 하급 관리가 빠르게 들어와 밀서를 높이 바쳤다.
“포정사 대인! 송산현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양공이 서둘러 말했다.
“올리거라.”
하급 관리가 건넨 밀서를 펼친 후, 양공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모습에 이모백 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신에 뭐라고 쓰여 있는가!”
양공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비수군이 송산현을 기습했다고 하네. 신년이 도움을 청했네.”
잠시 멈칫하던 그가 더 심각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3일 전의 서신이야.”
송상현에서 청주성까지 아무리 빨리 달려도 3일이 걸렸다.
* * *
송산현.
태양은 높이 떠 있지만 열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현재 허신년은 성벽 위에 서서 수비군들의 피와 초연이 뒤섞인 자갈을 쥐고 있었다.
그는 별다른 표정 없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성벽 위에는 폭발로 인한 구멍이 널려 있고, 파편과 얼룩이 배어 있었다. 온전한 곳은 거의 없었다.
천을 감은 병사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있었다. 사람 역시 온전히 사람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성벽 위에 남은 사람은 분명 송산현 수비군 중 부상이 가장 가벼운 자들이었다.
송상현엔 본래 수비군 2천 명이 있었으나 지금은 5백 명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는 잔혹한 공수전에 죽고 말았다.
비수군이 기습한 지는 벌써 3일이 지났다.
비수군의 공격 방식은 아주 단순했다. 성벽 위로 포탄과 기름통을 던지는 것이었다. 수비군들이 성을 공격하는 적군과 상대하는 대로, 비수군은 수비군을 상대했다.
단순하기는 단순하나 아주 치명적이었다.
수비군은 첫째 날 1천 명 가까이 희생되었다. 성벽 위는 포탄에 폭격당해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벽돌과 자갈은 불에 타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다.
해 질 무렵, 비로소 적군이 물러났다.
하지만 그처럼 절망적인 하루를 보냈는데, 어찌 기운이 나겠는가. 내일은 분명 성이 함락될 거란 생각에 수비군의 사기는 떨어지고 인심이 동요했다.
허신년은 사람을 보내 밤새도록 성 내의 집마다 집 구리거울을 수집하고, 장인을 소집해 상노를 개량하고 대공 발사 상노를 개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