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88
985화. 적의 (2)
낙옥형이 다시 물었다.
“그럼 자네는 손현기가 더해진다면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허칠안은 비장의 패와 수단을 자세히 살피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싸워본 적은 없지만, 자신이 많지는 않습니다.”
낙옥형은 붉은 입술을 살짝 치켜올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자네와 손현기는 아소라를 어떻게 이길 거지?”
허칠안은 멍해졌다.
이모는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요사스러운 악마처럼 고개를 숙인 채 사랑하는 사내의 입술을 머금고 몇 번 움직이다가 웃으며 물러났다.
“2품 나한 과위, 죽이는 수법으로 이름난 살적, 3품 금강신공, 그리고 수라족 최강 전사의 칭호가 대표하는 힘. 자네는 혼자 힘으로 어떻게 그를 견제한 건가? 자네 봉마정은 아직 다 뽑지 않았어. 대단한 건 3품 대성에 가까워졌다는 것인데. 부도보탑과 아직 초범에 이르지 않은 칠절고만으로 어찌 그와 그렇게 오래 얽힐 수 있는 거지?”
‘이건…….’
허칠안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그는 지금 일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맞아. 내가 당시 3품경일 때 유성 조각칼, 진국검 그리고 신수 나머지 사지의 도움에 의지해 구사일생으로 2품인 정덕을 벴었지. 그리고 아소라는 정덕보다 절대적으로 강해.’
낙옥형은 탄식하며 말했다.
“자네는 불문 초범과 맞붙은 경험이 없으니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어도 이상한 건 아니네. 이번에 요족과 손잡고 십만대산을 공격할 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 어쩌면 이게 불문이 깐 포석일지도? 일부러 신수의 일부 사지를 보내 요족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한 거지. 자네는 이번 복국 작전이 실패하면 요족에 기운이 얼마나 더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허칠안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국사, 일부러 저와 싸우신 거군요…….”
낙옥형은 허칠안 배 위에 앉아, 아름다운 눈을 애달프게 깜빡였다.
“내가 어찌 허랑을 때리고 싶겠어. 허랑이 무정하고 야박해서가 아니야. 분명 이미 내가 있는데도 모남치와 깨끗이 정리하지 않잖아. 모남치를 데리고 강호를 거닐다니. 장차 내가 자식을 낳으면 자네는 분명히 아내를 버리고 그것이랑 몰래 도망치겠지.”
그녀는 갑자기 손짓해 녹슨 철검을 불러들였고, 검 끝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받치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난 자네 새끼를 죽일 거야. 시체 하나에 목숨이 두 개네.”
“…….”
허칠안은 도도한 원판 국사가 약간은 그리웠다.
그는 두통이 밀려와 절로 미간을 문질렀다.
“국사,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요?”
차가운 검 끝이 허칠안의 목덜미를 가로질렀다.
어둠 속, 얼음 같은 눈동자 아래 차갑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보였다.
“뭐라고?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아, 제 머리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네요. 아마 국사한테 맞고 잘못된 것 같아요. 국사께서 제 원신을 흔들어 흩트린 뒤에 제 영혼을 잘 맞췄나요?”
허칠안은 언제나 융통성이 있었다.
낙옥형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단번에 철검을 내던지고 허칠안의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착하지!”
‘정신 나간 거 맞네, 24시간만 버티고 보내야지…….’
허칠안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어쨌든 이 낙옥형의 반응으로, 허칠안은 그녀가 소유욕이 매우 강하고, 모남치를 극도로 꺼린다는 걸 깨달았다.
질투심이 강해 어항 속 다른 물고기를 겨냥하는 소애를 제외하고, 다른 인격은 화신을 경계하고 꺼릴 뿐이었다.
‘국사의 눈에 남치가 가장 강한 정적인가 보군. 다른 여자는 다 너무 약해. 화신은 아마 국사가 미모에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유일한 여자겠지…….’
허칠안이 곁에 있는 소악을 곁눈질로 힐끗 보자, 소악은 눈을 깜박였다.
‘괜찮아, 네가 남치보다 예쁘진 않아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이내 허칠안은 낙옥형이 뭘 하든 내버려 두고, 눈을 감은 채 그날 아소라와의 전투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살적과위는 내가 접한 적이 없어 아소라가 고의로 져준 건지 아닌지 몰라. 근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살적과위가 상상한 것만큼 그렇게 강하진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어느 정도 타격을 주긴 했지만, 그뿐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 3품 금강 전투력으로 말하자면 아소라는 고의로 져주지 않았어. 아소라는 확실히 날 제압하면서 싸웠지. 그런데 만약 아소라가 처음부터 수라 혈통을 풀었다면?
3품 금강의 신체와 영혼이 수라 혈통과 협력했다면, 아마 바로 나를 매달고 때릴 수 있었겠지. 물론, 아소라가 과거와 작별하고 불문에 귀의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수라 혈통을 풀어주길 원치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어. 그래도 약간 무리라는 느낌이 드는데…….’
허칠안과 손현기가 아소라와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건 잘 협력했기 때문이었다. 봉마정이 주는 치명적인 일격을 이용해 상대의 실력을 약화시켰다.
마지막엔 신수 두 다리를 빼앗았지만, 여전히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보기에는 봉마정, 부도보탑 등의 수단 덕에 가까스로 이긴 듯했다.
외부인이 볼 땐 아소라가 강하지 않은 게 아니라 허칠안이 너무 음흉했다. 그러나 이것이 당사자인 허칠안을 설득시키진 못했다. 현장에서 손현기는 대부분 하늘에 틀어박혀서 거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3품인 허칠안이 홀로 그렇게 오랜 시간 아소라를 견제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허칠안은 이모와 맞붙은 뒤 2품 전봉 고수는 감히 3품 무사가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럼 과연 허칠안은 무엇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소라를 꼼짝하지 못하도록 한 것일까?
“씁…….”
허칠안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소라가 연기를 했다니…….’
아소라는 확실히 허칠안을 제압하며 싸웠었다. 마지막엔 허칠안이 봉마정에 기대 비로소 이겼으니 분명 가까스로 이겼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보통 자신이 음험하게 이겼고 적이 아주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 누가 아소라가 연기 중일 거라 어디 의심하겠는가.
‘문제가 생겼어. 아소라가 왜 연기한 걸까……. 우선 아소라는 절대 우군일 리는 없어. 불교에 들어서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공허하다고 느끼니 반역자가 될 가능성도 없지. 불문의 보살과 나한도 바보는 아니야. 만약 정말로 아소라에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남강에 주둔하도록 배치했을까.
이렇게 보니 답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불문 내부의 갈등. 대승, 소승 다툼이 내가 예측한 것보다 더 격해서 요족이라는 외적으로 갈등을 돌렸어야 했나?
아니야, 이 설명도 문제는 없는데 뭔가 부족해. 우선 내일 십만대산에 가야겠다. 구미천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이 일을 알리고 구미천호한테는 무슨 의견이 있는지 좀 봐야지. 이모가 눈치챌 수 있는 거라면 구미천호도 틀림없이 눈치챌 수 있었겠지. 하지만 구미천호는 아무 말도 없었어.
그래, 말하지 않은 건 아니지. 내가 신수의 나머지 사지를 되찾을 수 있다고 하니 확실히 감개무량해 했잖아. 만요국을 도와 나라를 되찾고, 도액이나 아소라를 포로로 잡아 마지막 봉마정을 제거한다. 십만대산 전역이 끝나면 구주를 뒤흔들 것 같은데…….’
갑자기 허칠안은 뭔가 뜨겁고 촉촉한 느낌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낙옥형이 그의 볼에 뜨거운 입맞춤을 퍼붓고 있었다.
“뭐 하시는 거죠?”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베개 옆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소악은 혀를 내밀고 입술을 핥았다. 아리따운 얼굴에 요사스러운 웃음이 피었다. 그녀는 하얀 아래턱을 치켜들더니 도발하듯 말했다.
“와서 쌍수해.”
허칠안은 바로 몸을 돌려 자세를 바꿨다.
“3품 신체와 영혼도 만만치는 않은데. 각오는 되셨나요?”
* * *
이튿날, 부도보탑 안.
허칠안은 양손을 합장하고 탑령 노승 옆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대사님, 저 또 깨달았습니다.”
이 말을 할 때, 허칠안의 얼굴에는 어떠한 속세의 욕망도 없었다.
탑령 노승은 그를 보더니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군!”
그때, 옆에 있던 모남치가 백희를 안은 채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사님, 그는 이미 두 번이나 깨달았습니다.”
허칠안은 그녀를 째려보다가 한쪽으로 끌었다. 화신은 그대로 구석까지 옮겨와선 정색하며 말했다.
“누가 자네더러 나를 만지랬지?”
백희도 발을 들고 모남치의 팔을 잡은 허칠안의 손을 툭툭 쳤다.
“놔, 놓으라고!”
백희는 마치 끄떡없이 엄마 옆에 서 있는 아이 같았다.
허칠안은 손을 거두고 다시 천천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질투했어요?”
모남치는 냉소로 답했다.
“질투? 자네 너무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닌가? 정말 세상의 여인이 모두 스스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자네를 사랑하는 줄 아나 봐?”
백희도 옆에서 뾰로통하게 거들었다.
“내 말이! 내 말이!”
‘아니? 날 좋아하는 여자는 이영소 1/10도 못 미치지. 그 사람은 그야말로 세상에 여자친구가 깔린 형님인데…….’
허칠안은 백희를 쳐다보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나 내일 남강에 다녀올 테니 그동안 나오면 안 된다.”
순간, 모남치가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왜, 내가 너희 쌍수에 방해가 돼서 싫은가? 난 아직 허 은라와 국사의 쌍수가 어떠했는지 묻지도 않았어. 생각건대 사랑이 너무 깊어 한순간도 떨어지길 원치 않겠지.”
‘어쨌든 지금 난 텅 비었잖아…….’
허칠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닙니다. 마마께서는 아마 모를 거예요. 낙옥형의 현재 인격은 ‘악’이에요. 악독의 악이요. 낙옥형이 어젯밤 마마를 부도보탑에서 내보내라고 압박했어요. 직접 마마를 죽이겠다고요.”
모남치의 안색이 변했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전 당연히 그럴 수 없으니 한바탕 싸웠지요.”
분노한 모남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 여인이 자네를 때렸어?”
허칠안은 억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모남치의 손을 잡았다.
“저한테는 어떻게 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마마는 그럴 수 없지요. 저는 절대로 마마가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모남치는 이제 미움이 반쯤은 사라졌다.
그녀는 가볍게 손을 빼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나는 자네와 결백하니 이런 방탕한 말은 하지 말지.”
모남치는 입을 오므려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끌어내렸다.
허칠안도 적당하게 물러나 말을 이어갔다.
“백희랑 함께 가야 해요. 백희를 통해 구미천호와 연락해야 하거든요.”
모남치가 염려했다.
“하지만 낙옥형이 아주 악독하다며. 백희를 괴롭히지는 않겠지?”
허칠안은 모남치의 품에서 백희를 받아 안고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 이건 백희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거예요.”
백희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수습에 나섰다.
“저는 허 은라가 제일 좋아요!”
‘늦었어…….’
허칠안의 얼굴엔 일말의 미동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