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995
992화. 전쟁의 신, 허칠안
웅왕은 즉시 두 발을 들고 부처의 손바닥을 막았지만, 무려 살적의 힘을 머금은 이 부처 손바닥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었다.
부처 손바닥은 한 장씩 웅왕을 내리눌렀다. 웅왕의 몸이 정상적인 체형으로 변하며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때였다. 웅왕 뒤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금강 신체가 지닌 불빛이었다.
어느새 아소라가 웅왕 뒤에 나타나 칼처럼 손바닥을 모으고 웅왕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어두운 금색 장도에 일곱 빛깔 노을빛이 감돌았다.
웅왕은 위기를 알아차리고 한 손을 휘둘러 대응했다.
아소라는 입에서 진실한 말을 내뱉었다.
“칼을 내려놓아라!”
계율의 힘이 웅왕의 몸에 가해져 그의 후속 대응을 끊어냈다.
푹!
둥그런 머리가 날아올라 아소라 발 옆으로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금색 부처 손바닥이 순조롭게 내리쳐 웅왕의 몸을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었다.
2품 강자 둘의 힘을 합쳐 3품 요족을 손쉽게 해결한 것이다.
“웅왕!”
“아니, 이건 불가능해…….”
교전하던 요족들이 이를 보고 실성하여 소리쳤다.
그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조금 전 격투로 자신들 편인 웅왕이 참수됐다. 몸도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겼다.
불문 강자 둘을 마주하니 되받아칠 힘이 전혀 없었다.
순조로운 처리 후, 아소라와 도액은 멈추지 않았다.
아소라는 금 사발을 꺼내 웅왕을 봉인하려 했고, 도액은 양손을 합장하고 공중의 구미천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외쳤다.
“살생해서는 안 되는 법!”
그는 108명 선사가 친 선진을 빌려 계율의 힘을 최대치로 강화했다. 구미천호의 투지를 꺾고 일시적인 영향을 주어 웅왕을 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아소라가 막 사발 아귀를 웅왕에게 겨누고 법기를 추동하려는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에 의식이 점차 모호해졌다. 그는 곧바로 드러누워 자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같은 시각, 무사의 위기 예감이 발동했다.
아소라 발밑의 그림자가 팽창하더니 사람 형체로 변했다.
‘이건 그것의 천부적인 신통력? 안 돼, 자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소라의 생각도 느려졌다.
허칠안은 그림자를 뚫고 나와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뎌 활 쏘는 자세를 취했다. 왼손에는 나무 재질의 칼집으로 된 고검을 들고,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눌렀다. 그는 모든 기기를 무너뜨리고 모든 감정을 추슬렀다.
두 눈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었다.
몇 초 뒤, 허칠안의 팔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띵!
소리와 함께 칼집에선 황동 검이 나왔다.
유심히 관전하던 사람들은 선처럼 섬세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눈부신 검광을 보았다. 검광은 번쩍이며 나타났다가 다시 번쩍이며 사라졌다.
졸음에 시달리던 아소라는 몸이 갑자기 굳었고, 그런 뒤에 머리가 천천히 굴러떨어졌다.
‘2품 살적 힘에 금강신공의 힘을 더하면 3품 요족 신체와 영혼에 효과적으로 중상을 입힐 수 있군. 아소라가 그날 고의로 져준 게 확실하다…….’
허칠안은 더 손을 쓰지 않고 졸음이 습격하기 전에 빠르게 물러났다.
‘웅왕의 천부적인 신통력은 역시 대단하네. 아소라한테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애석하네, 이런 신통력이 적군, 아군을 가르지 않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이 기회를 틈타 아소라를 봉인하는 건데…….
진국검의 칼끝에 내 옥쇄, 그리고 역고의 폭발력을 더하면 3품 금강의 신체와 영혼을 베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아마도 수라 정혈을 푼 뒤의 아소라의 육신을 벨 수는 없겠지…….’
허칠안의 기운이 빠르게 하락했다.
옥쇄의 전신(前身)은 천지일도참으로, 이런 도법은 그 자체로 차원을 뛰어넘는 전투에 쓰였다. 하지만 대가는 일정 시간 허약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허약함도 3품경에 이르면 무한히 단축되었다. 왕성한 기혈을 운행하면, 단 십여 초 만에 회복할 수 있었다.
‘예사로운 상황에선 옥쇄를 사용하면 안 되겠네. 아니면 이 한동안의 허약기 동안 같은 계급한테 살해당하겠어.’
허칠안은 천천히 숨을 내뱉고 성벽 위 수비군과 요병(妖兵)을 보았다. 그런 뒤 묵묵히 뒤통수의 불의 고리를 떼어 내더니 갑자기 뿌리쳤다.
불꽃은 춤을 추다가 점차 이글거리는 피풍으로 변했다.
이 순간의 그는 요족과 서역 수비군의 눈에 전신처럼 보였다.
“허칠안…….”
도액 나한은 복잡한 어조로 조용히 혼잣말을 뱉었다.
* * *
도액 나한이 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은 그날 허칠안을 서역으로 데리고 돌아가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도액은 대승불법에 관한 허칠안의 이론 덕에 불도를 철저히 깨닫게 됐다. 자신을 제도해 불도를 이루는 것에서, 창생을 제도하여 불도를 이루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사실 도액 나한은 허칠안을 불자라 칭했지만, 딱히 그를 중시하진 않았다. 그래서 감정과 대봉 조정의 저지하에 허칠안이 불문에 귀의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허칠안을 제자로 거두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도액은 그 길로 급하게 서역으로 돌아가 대승불법의 창시자가 되었다.
이후 광현 보살과 유리 보살의 동의를 얻어, 유리 보살이 직접 대봉으로 향했지만 그때 허칠안은 이미 몰라볼 정도로 발전한 상태였다.
경성의 풍파가 발생한 뒤, 불문은 허칠안이 강호를 떠돌며 용기를 수집하는 틈을 타, 호법 금강과 도정 나한을 중원으로 보내 그를 잡으려 했었다.
결과는 뭐, 혹 떼러 갔다가 혹만 붙이고 돌아온 격이었다.
상황이 그 지경에 이르니, 불문도 위아래로 잠잠해졌다. 대승불법을 추앙하는 광현과 도액도 더는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도액 나한은 시시때때로 생각했었다. 그날 허칠안을 불문으로 데리고 돌아왔다면 어땠을지. 그랬다면 지금 대승불법은 이미 서역에서 눈부시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불문의 이념, 교의는 필시 구주에 널리 퍼져야 하는 것이었다.
이내 도액 나한은 순식간에 기세가 타오른 요족과 막 불꽃을 휘둘러 장포로 만든 청년을 쳐다보았다.
그날 허칠안을 데려왔었다면, 중원의 허 은라는 완전히 사라지고 서역엔 당대 제일의 천부적 자질을 가진 불자가 탄생했겠지…….
그 시각, 허칠안은 저 멀리 나란히 서 있는 사람 머리와 판다 머리를 보며 유감스럽다는 듯 탄식하고 있었다.
‘지금이 아소라를 봉인할 가장 좋은 기회야. 단, 최상급 강자를 봉인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그 전에 나는 ‘잠자는 저주’의 영향을 받아 정신이 혼미한 절인 생선으로 변하겠고…….’
머리가 잘리든, 몸이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기든 초범경 요족이나 무사에게는 아주 사소한 상처였다.
아소라와 도액은 만만한 사람부터 공략하고자 우선 요왕을 봉인했다. 이것이 바로 요족의 간계에 걸려든 것이었다.
웅왕의 영역이 펼쳐지면 그 범위 내 생명은 전부 깊은 잠에 빠졌다.
물론 아소라는 불문의 최강자로서 눈꺼풀은 들 수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있을 순 있었다. 단, 고개를 가눌 수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3품 요왕으로 2품 겸 3품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건 의심할 여지없는 과투자였다.
눈빛을 교환할 필요도 없었다. 구미천호와 허칠안은 동시에 습격했다.
한 사람은 혜성처럼 급강하해, 108명 선사가 친 선진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한 사람은 하늘을 거슬러 올랐다. 진국검은 빠르게 하늘로 솟구친 강한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웅!
두 사람은 동시에 옅은 금빛 장막에 가로막혔다.
108명 선사가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들은 정지된 유화(油畵)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승포(僧袍)의 옷자락조차 미동이 없었다.
웅! 웅! 웅!
서리 같은 은발의 여우는 두 주먹으로 빛의 장막을 끊임없이 내리쳤고, 뒤에 달린 9개 꼬리를 늘려 촉수처럼 힘차게 두드렸다.
웅! 웅! 웅!
허칠안은 온몸의 근육을 팽창해 8척(尺) 높이 거인으로 변신했다. 거기에 역고의 폭발력까지 더해서 검을 휘둘러 빛의 장막을 내리쳤다.
요족과 무사의 공격은 이렇게 소박하고 수수했다. 하지만 소박한 권법과 도검에 내포된 폭력은 다른 체계 초범의 육신을 손쉽게 파괴했다.
두 초범 강자의 폭력적인 공격에 선사가 친 빛의 장막은 마침내 확실하게 흔들렸다. 108명의 선사는 손해를 봤다는 듯 잇따라 눈살을 찌푸렸다.
이를 보고 도액 나한이 양손을 합장하고 불호를 외며 말했다.
“칼을 내려놓아라.”
품계의 제압에 허칠안은 손이 풀렸다. 하마터면 진국검을 놓칠 뻔했다. 마음속에선 무기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까지 느꼈다.
도액 나한은 즉시 폭력과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융화된 구미천호를 바라보며 두 손을 빠르게 꺾고 소리쳤다.
“진(鎭)!”
그 즉시, 도액 나한 머리 뒤쪽 일곱 빛깔 빛의 고리가 갑자기 빛이 났다.
구미천호의 꼬리는 폭력에 뒤흔들리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녀의 온몸엔 균열이 일고, 하얀 피부는 피로 물들었다.
도액 나한은 ‘편애’하는 편이었다. 그는 허칠안에게 계율을 시전하여 투지를 꺾었으나 구미천호에게는 살적 과위의 위력을 시전해 영구적으로 견고한 만요국 공주의 신체와 영혼을 바로 타파했다.
고작 찰나였다. 균열 같은 상처가 전부 회복되었다. 다음으로 구미천호의 근육과 피부가 갈라지면서 다시금 거미줄 같은 상처가 생겼다. 이를 계속 반복하더니 다섯 번째 이후에야 살적 과위의 힘이 소진되었다.
불문 3대 과위 중, 살적 과위는 살육의 힘으로 유명했다. 적을 특정하여 힘을 다 소모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았다.
이는 같은 경지 무사의 신체와 영혼을 깨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사의 기혈과 생기를 끊임없이 소모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허칠안과 구미천호는 즉시 두 번째 공세를 펼쳤다.
폭력으로 선진을 부수려 했으나 이번에는 도액 나한 때문에 실패했다.
구미천호의 상처는 회복됐다가 다시 갈라지고, 갈라졌다가 다시 회복됐다.
“불문 선공은 ‘부동명왕법상’의 간소화 판으로, 부동(不動)을 중시하지. 입정한 뒤에는 나도 없고 타인도 없으며 천지와 동체가 되네. 하지만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자지 않고 또, 외사(*外邪: 밖으로부터 침입한 사기)의 침입과 외적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지. 도액은 2품 나한의 몸으로 108명의 선사를 집결시켜 선진을 쳤네. 반항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이 진을 깨려면 공을 들여야 할 게야.”
구미천호가 전음으로 말했다.
‘선공의 향상판이 부동명왕법상이구나. 부동명왕법상도 방어 절학의 일종이야. 금강법상과 의미가 다른 방어…….’
허칠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동시에 문득 운주의 가나수 보살이 떠올랐다.
그 대빵은 ‘부동명왕법상’과 ‘금강불패법상’을 겸하여 수행했다. 절망적일 만큼 생명력이 뛰어나 감정이 그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확실히 까다롭군요. 마마께서는 무슨 생각이 있으십니까?”
허칠안이 전음으로 대답했다.
소위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자가 틀림없는 당신의 적이라고 했다. 이를 불문에 그대로 적용하면 바로 중을 가장 잘 아는 자는 분명 남요일 터였다.
그는 구미천호에게 틀림없이 대응할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구미천호가 웃으며 말했다.
“본좌가 방금 말했지 않은가. 선공은 ‘부동’을 중시한다고. 도액 나한이 나서서 우리를 공격할 때는 저절로 선공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네. 이때가 선진이 가장 약해지는 때지. 내 힘으로 2품 나한이 주도하는 선진을 깰 수 없지만, 108명의 선사가 친 선진을 깨는 건 전혀 문제가 없네.”
‘내 힘으로도 선진을 깰 수 있다. 그렇지만 도액 나한이 나설 때 우리 중 한 명은 계율의 영향을 받고, 한 명은 살적 힘의 공격을 받으니 절대로 진을 깰 수가 없다고……. 내가 계율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근데 그건 불가능하잖아. 도문 금단이든, 호연정기든 2품 나한의 계율을 견딜 수 없어. 조위나 도문 양신이 친히 오지 않는 이상에는…….’
계속된 궁리 끝에 허칠안은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