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06
41화 혼란 (1)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장내를 가득 메우는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
시작하자마자 불과 얼마 있지 않아 나온 결과에 관람석에 있는 무림인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탈락자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
2차 예선전의 백미는 시작부터 상위 후기지수들의 대결이라 생각했는데, 누가 단 일 초식에 탈락할 거라 여겼겠는가.
호위 무사의 전음에 제갈원명 역시도 동의하는지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저 소운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남천검객의 제자라고 해도 어느 정도 격전을 예상했었다.
전 비무 단상 중에서 가장 빠른 첫 탈락자가 생겼다.
‘…..흐음.’
31명을 상대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여력은 남길 거라 여겼는데, 시작하자마자 전력을 다해서 상대를 몰아붙일 줄이야.
혈교의 세작으로 의심 가는 이들을 붙여놓았기에 설사 이기더라도 서로 손을 맞출 거라 여겼는데, 전혀 그런 기미도 없었다.
‘아닌 건가.’
전신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분해하는 탈락자의 모습을 보면 같은 세작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아직은 확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세작으로 의심받을 만한 자들을 한 자리에 묶어뒀기 때문에 전략을 바꿨을 수도 있다.
‘과연 두 번째도 같은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소운휘가 가장 껄끄러워 할 상대는 첫 번째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두 번째였다.
같은 호남 무림 지회에 속하는 조항송가의 송좌백.
비슷하게 1년 동안 사라졌었다가 나타난 인물이기에 가장 소운휘와 같은 한 패일 확률이 높은 후기지수였다.
‘저 아이보다는 단순하지. 오히려 더 알기 쉬울 지도.’
소운휘는 군사의 자질이 보일 만큼 영악하다.
그렇기에 1푼의 여지를 둔 것도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반면 저 근육으로 가득한 녀석은 다소 단순해 보인다.
그러던 차였다.
“와아아아아아아!!!”
또 다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곳은 갑 단상 쪽의 관람석 쪽이었다.
‘하?’
갑 단상 위를 쳐다보니, 이정겸의 상대인 후기지수가 장외로 떨어져 있었다.
정 단상과 같은 형태로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을과 병 단상 쪽의 관람석에서도 함성이 터져 나왔는데 그곳에도 이미 승부가 났다.
그것도 앞의 두 단상처럼 후기지수가 장외로 떨어져 있었다.
정 단상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기에 제갈원명이 호위무사에게 물었다.
이에 호위무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제갈원명이 기가 차했다.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상위 우승 후보들이 소운휘에게 자극받아 전부 같은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윽고 무 단상에도 장외 탈락자가 발생했다.
무 단상은 북영도성의 제자인 장명이 출전한 곳이었다.
“허허. 이것 참.”
그와 마찬가지로 단상을 지켜보던 매화백검 호양 진인도 같은 심경이었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제갈 군사. 저 아이가 소운휘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저 아이가 단상 위에 불을 붙여놓았구려.”
호양 진인의 말대로였다.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다른 단상들도 빠르게 승부를 보려고 하고 있었다.
다만 최상위권이라 할 수 있는 후기지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졌기에 승부가 더뎠지만 역시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과연 젊음이 좋구려.”
호양 진인은 이런 분위기에 오히려 흡족해했다.
반면 제갈원명의 눈매는 얇게 가늘어져서 소운휘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군사의 자질만 있는 것이 아닌 건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운휘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재밌게 돌아가는 구려. 군사.”
집중하고 있던 제갈원명이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호양 진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이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맹주.”
“쉿!”
그들의 옆으로 다가온 자는 다름 아닌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이었다.
본선이 있을 때까지는 관전을 하지 않을 거라 여겼던 그의 등장에 제갈원명 역시 적잖게 놀라워했다.
“……어찌 이곳에?”
“제자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더이다.”
“아아…..”
스승은 스승인가 보다.
이정겸이 가장 뛰어난 기예로 1차 예선전을 통과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무덤덤하게 반응했는데, 변복까지 하고서 지켜보러 온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면사로 희미하게 보이는 맹주의 시선 방향은 제자인 이정겸보다 오히려 정 단상에 있는 소운휘 쪽에 가있었다.
‘맹주께서도 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가?’
참 드문 일이었다.
맹주가 이정겸이 아닌 다른 후기지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말이다.
* * *
-너 완전 기름을 갖다 부었는데.
소담검의 말에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였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의도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31명을 상대해야 하기에 실력을 숨겨서 다른 후기지수들이 올라오게 만들 바에는 빠르게 각개격파를 할 생각으로 벌인 전략이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다른 후기지수들에게 경쟁심을 붙여버렸다.
‘이게 썩 도움이 되는 전략이 아닐 텐데.’
갑을병정무기까지는 그럭저럭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압도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능력이 없다면 오히려 초반에 지칠 확률이 높은데, 경쟁심이라는 것이 무섭긴 했다.
-너랑 달리 주목받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하긴 그럴 수도 있다.
애초에 후기지수 논무는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기 위함이었다.
적어도 그에 못지않은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결국 나의 전략은 다른 후기지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하여 각축의 현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본선이 문제군.’
관람석의 함성 소리에 다른 단상을 문득 봤다.
팔대고수의 공동 전인 이정겸, 그리고 일존의 제자 권영하.
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상대 후기지수들을 장외로 떨어뜨렸는데, 절초인 축아회검을 쓴 나와 달리 단순한 검식만으로 상대를 탈락시켰다.
이 두 사람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제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후우.’
그 전에 이 녀석이 먼저다.
송좌백 녀석이 권갑에 도집까지 차고서 단상 위로 올라왔다.
계획대로라면 녀석은 내게 패해줘야 한다.
그런데 호승심 넘치는 눈빛하며 태도를 보니 그냥 패해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평소라면 전음으로 나무랐겠지만 오히려 이게 나았다.
제대로 겨뤄본다는 느낌을 줘야하니까.
“하압!”
송좌백이 강한 기합과 함께 내게 신형을 날렸다.
미안한데 안 봐준다.
나는 단숨에 검초를 펼쳐 녀석의 요혈들을 찔렀다.
‘!?’
쾌속한 검초에 송좌백의 두 눈이 커졌다.
녀석에게도 실력을 숨겼었는데, 상황 상 숨길 수가 없다.
첫 번째 상대보다 두 번째로 나와서 약하다는 인상이 있을 텐데, 그보다 끌면 뭐가 되겠는가.
“큭!”
진혈금체를 펼친다면 모를까 그냥 겨루면 어렵지 않은 상대다.
순식간에 검초로 녀석의 권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낸 나는 주먹으로 녀석의 미간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퍽!
‘!?’
이런.
송좌백의 맷집을 간과했다.
상당한 공력을 가했는데 녀석이 이를 버텨냈다.
평소에 스승님인 해악천의 구타에 단련이 되어서 어지간한 타격은 통하지 않았다.
“통할 것 같아!”
송좌백이 내게 박치기를 가하려 했다.
그런 녀석의 이마를 손으로 잡아냈다.
-팍!
그 상태에서 나는 녀석의 다리를 걷어찼다.
다리를 맞은 송좌백의 신형이 무너지려는 순간 가슴에 중단전의 오성 공력으로 일장을 날렸다.
“컥!”
이를 맞은 녀석의 몸이 부웅하고 떠서는 그대로 단상 밑에 떨어졌다.
“끄웩!”
내상을 입었는지 녀석이 피를 한 움큼 떨어졌다.
송좌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적당히 하지 않았다는 표시를 내기 위해서 그런 거지만 좀 미안하기는 했다.
나는 포권을 취하며 당주에게 말했다.
“다음 부탁….”
그러던 차에 귓가로 전음이 들려왔다.
[부단주님! 부단주님!]조성원의 목소리였다.
굉장히 다급해 보이는데,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다 일단 하던 말을 마저했다.
“….드립니다.”
[들리지 않으십니까?]아직 예선전 도중이었는데, 녀석이 왜 전음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나는 전음으로 답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다음 이어서 들려오는 전음에 도저히 반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나는 단상 위로 상대가 올라오는 것도 잊고서 전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조성원이 관람석 밑까지 내려와 도집 같은 것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손에 흘리는데 검은 가루들이 흘러나왔다.
전혀 예상지 못한 사태에 조성원도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녀석이 만약 여전히 정파인이었다면 당장 무림 연맹 측에 알렸겠지만, 나의 사람이 되었기에 우선 내게 알린 것 같았다.
느닷없이 폭약이라니 이게 무슨 사태인지 모르겠다.
‘백혜향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이걸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순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때 정 단상의 심판을 맡고 있는 당주가 내게 말했다.
“대체 뭘 하는 겐가?”
짧은 찰나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이 상황에서 시합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나는 대치하고 있는 백혜향 측의 첩자를 쳐다보았다.
녀석이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시선이 진행석 쪽을 힐끔힐끔 향하고 있었다.
‘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행석 쪽을 쳐다보았다.
진행석 쪽에 제갈원명이 자리에 일어나서 검은 무복을 입은 무림 연맹의 무사들과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사들이 조성원처럼 검집에서 뭔가를 쏟아내고 있었다.
‘찾았구나.’
조성원이 찾았을 정도면 제갈원명이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백혜향 측의 첩자는 이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폭약까지 몰래 반입했다는 것은 후기지수 논무의 우승을 노리는 게 아니란 말인가?
“시합을 하지 않을 생각인가!”
당주가 경고를 했다.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포권을 취했다.
“시합을 포기하겠습니다.”
“뭐?”
당혹스럽거나 말거나 나는 다급히 단상을 뛰어내려오며 조성원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거 넘겨!]관람석 쪽으로 단번에 뛰어간 나는 녀석에게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당장 사마영을 찾아서 나를 쫓아오라 했다.
나는 다급히 진행석 쪽으로 경공을 펼쳤다.
-도중에 그만두면 혈마검은 어쩌려고?
‘그럴 상황이 아니야.’
-아니라니?
‘가만히 있으면 같이 엮이게 돼.’
진행석 쪽으로 다가가자 그곳에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제갈원명과 호양 진인이 보였다. 그런데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은 면사를 쓰고 있는 자가 있었는데, 군사인 제갈원명과 장로인 호양 진인이 그를 쳐다보고서 말을 하고 있었다.
“멈춰랏!”
진행석에 있던 무림 연맹의 무사들이 나를 가로막았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당장 일군사를 뵈어야 합니다.”
큰 소리로 말하자 진행석 위에 있던 그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검집을 들어 보이며 외치려 했다.
그러자 제갈원명이 전음으로 나를 다그쳤다.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고서 진행석의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무림 연맹의 무사들이 나를 포위했다.
당장이라도 나를 추포할 기세였다.
제갈원명이 검집을 쳐다보며 내게 말했다.
“그게 뭔가?”
“저와 같이 왔던 지인이 발견한 겁니다. 누군가 이곳에 폭약을 몰래 검집에 넣어서 반입한 것 같습니다.”
“역시!”
제갈원명이 굳은 인상으로 면사의 사내를 쳐다보며 황급히 말했다.
“맹주. 당장 관련자들을 전부 추포하겠습니다.”
‘맹주?’
그럼 면사의 사내가 맹주 백향묵이란 말인가?
변복까지 하고서 이곳에 왔다는 것은 관전을 하러 온 모양이었다.
‘!?’
잠깐만 이 말은 지금 비고가 있는 무림 연맹의 본단에는 가장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무한제일검이 부재 중이란 의미가 된다.
‘빌어먹을!’
-왜 그래?
백혜향이 노리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그녀는 처음부터 후기지수 논무에 우승해서 비고에 접근할 생각 따윈 일체 없었다.
-그럼 쟤들은? 그 일존의 제잔가 하는 애도 있잖아.
그들은 전부 눈속임이다.
무림 연맹을 속이는 것과 동시에 우리 역시도 속이기 위함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양동 작전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눈치 챈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맹주. 당장 본단으로 가시지요. 아무리 보안이 철저해도 맹주께서 계신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큽니다.”
“알겠네.”
-팟!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맹주 백향묵은 신형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팔대고수 정도 되는 자가 작정하고 경공을 펼치니, 거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백향묵이 사라지자 제갈원명이 내게 말했다.
“자네만큼은 본 군사를 실망시키지 않아서 다행이네.”
나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늦게 판단을 내렸다면 같이 휩쓸릴 뻔 했다.
나는 제갈원명이 내게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도와줄 수 있나?”
“도움이라면?”
“지금 폭약에 관한 것을 공표하고 논무를 도중에 중지시키면 혼란이 야기될 걸세. 그렇게 되면 저들이 혼란을 틈 타….”
“빠져나갈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네. 나는 지금 당장 연맹의 무사들을 끌어 모아,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을 터이니, 자네는 여기 계신 호양 진인, 당주들과 함께 내가 일러주는 자들을 추포해줄 수 있나?”
‘!?’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의심 받는 것을 막았더니, 이제는 백혜향 측을 추포해야 하게 생겼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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