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07
41화 혼란 (2) >
어두운 지하.
안 그래도 어두운 지하 복도로 뿌연 연기가 가득 차고 있다.
연기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게 앞을 가렸다.
-쿵!
누군가의 손바닥이 벽면에 부딪쳤다.
“끄으으……”
고통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손이 벽면에서 밑으로 미끄러졌다.
등불에 비춰진 벽면이 피로 얼룩져 있다.
-콰득!
“컥!”
연기 속에서 뭔가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누군가가 두껍게 막혀 있는 밀실의 문을 열었다.
연기 속에서 몇몇의 인영이 보였다.
그리고 인영들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꽤 버티는 걸 보면 피독주 같은 것도 있나 보네.”
얼굴은 사내였는데, 목소리는 여인의 것이 들리고 있었다.
평범한 청년의 인피면구 속에 가려진 진짜 정체는 바로 백혜향이었다.
그런 백혜향을 뒤따라오는 사내가 말했다.
“당가에서 조치를 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본단의 비고답게 주요 인사들이 빠져도 보안이 철저한 걸 보면 과연 무림 연맹답습니다.”
사내의 말로 인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이 있는 이곳은 바로 무림 연맹의 중추 중 한 곳인 비고였다.
혈교의 유력한 교주 후보 중 한 사람인 백혜향은 그 중추에 들어오는 대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여기만 지나면 되나.”
“아직 진법과 기관 장치가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먼저….아가씨!”
사내의 말을 무시하고서 백혜향이 앞으로 걸어갔다.
길게 이어진 복도.
그 복도를 한 발자국 걸어 나갈 때마다 미로처럼 변화가 일어나려 했다.
백혜향의 두 눈동자가 검붉은 빛을 냈다.
눈 표면에 얇고 투명한 막이 없었다면 그 빛은 더 선홍빛을 띠었을 것이다.
-슥! 팍!
그녀가 고개를 뒤로 살짝 젖히자, 우측 벽면에서 날카로운 창이 튀어나와 반대 벽에 꽂혔다. 그녀는 수도로 앞을 가로막는 창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기관 장치가 연달아 가동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사내가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과연!’
기관 장치나 진법은 그녀의 눈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복도의 어떤 곳을 통과하면서 바닥을 세차게 밟자,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미로처럼 얽히던 복도가 일직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복도의 끝에는 등불로 밝혀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밌네.”
백혜향의 그 말에 사내가 의아해하며 뒤따라왔다.
사내가 기가 찼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공간의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검 자루들.
자그마치 수백 자루에 가까운 검집과 검병에는 노란색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다.
“별 짓을 해놓았군요.”
이래서야 검을 찾기 힘들었다.
“검의 기운을 막기 위해서 이래놓은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했는지는 이해가 간다.
희대의 요검(妖劍)이라 불리는 그 검은 단순한 보검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마저 갉아먹는다고 들었다.
‘이걸 어쩌지?’
하나씩 검을 빼서 확인한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촉박한 상황이었다.
얼마 있지 않으면 맹주를 비롯한 간부들이 나타날 거다.
“이렇게 가려놓으면 못 찾을 거라 생각한 건가?”
백혜향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검과 감응하기 위해 신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그녀였다.
검붉은 눈동자로 검 자루로 가득한 벽면을 천천히 응시하던 그녀가 가볍게 위로 뛰어올라, 어떠한 검 자루를 잡았다.
“그겁니까?”
백혜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보시죠.”
사내의 말에 그녀가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가 싶었는데 백혜향의 다음 말을 듣고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들 써먹을 수 있잖아.”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부적이 붙여진 검 자루들이었다.
의아하게 이를 쳐다보던 사내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 * *
본단 건물의 뒤편에 있는 비고에 도착한 맹주 백향묵은 굳은 인상으로 연기가 새어나오는 건물을 쳐다보았다.
건물 근처에 있는 연맹의 무사들이 전부 천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걸 보면 분명 저것은 독 연기가 틀림없었다.
‘감히!’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그조차 과감한 침입자의 소행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런 그에게 한 콧수염에 미중년의 사내가 다급히 뛰어왔다.
“맹주!”
“사마 군사.”
미중년의 사내는 무림 연맹의 제 2군사인 사마중현이었다.
사건이 터지고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해서 사태를 수습 중인 그였다.
맹주 백향묵이 그에게 물었다.
“어찌 된 일이오?”
“적들이 독계를 썼습니다. 당우중 장로께서 직접안에 들어가서 지하까지 차있는 독무를 해독시키고 있습니다.”
당우중은 사천당가의 부가주였다.
정파를 통틀어 당가만큼 독을 잘 다루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독무가 아니었다.
“침입자는 잡았소이까?”
“맹주 근방에 있던 장로들과 당주들이 흩어져서 그들을 쫓고 있습니다.”
“그들?”
“적들이 교란책을 썼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비고에서 꽤 많은 자들이 튀어나왔는데, 그들 모두가 부적이 붙여진 검 자루를 들고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들을 잡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소?”
“비고를 지키는 무사들까지 섞여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군사 사마중현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 당가의 사람들과 연맹의 의원들이 창백한 얼굴로 피를 게워내고 있는 무사들을 들 것에 실어서 옮기고 있었다.
그들의 옆에 부적이 붙여져 있는 여섯 자루의 검이 있었다.
“저들에게 검을 등허리에 묶게 하고서 무작정 도망치게 시켰습니다.”
“하!”
“계속 뛰어서 용천혈을 자극하지 않으면 촌각 안에 죽는다고 속였습니다. 그래서 놈들에게 속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치고 있습니다.”
“……몇 명이나 되오?”
“적어도 마흔 명이 넘는 걸로 파악됩니다.”
적지 않은 수였다.
그들 중에 진짜 범인이 끼어있다는 소리였다.
‘이런 잔머리를.’
누구의 계책인지 모르겠지만 기가 막힐 정도로 머리를 썼다.
군사 사마중현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맹주…..아무래도 비상령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무림 대회 중인걸 감안했다가는 정말 검을 탈취당할 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맹주 백향묵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은 무림 대회 도중이었다.
정파의 유력한 인사들과 수많은 무림인들이 참석한 대행사에서 비고가 털렸다고 비상령을 내리는 순간, 무림 연맹의 위신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별 수 없구나.’
고민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정사 대전의 최대 승전물을 탈취 당한다면 그게 더욱 무림 연맹의 위신을 흔들리게 할 것이다.
맹주 백향묵이 입을 열었다.
“당장 비상령을 내리….”
-쾅!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커다란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방향은 바로 후기지수 논무가 진행되고 있는 대연무장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콰쾅!
본단과 대연무장의 거리가 상당했지만 폭발음과 함께 들려오는 수많은 인파의 비명 소리들은 팔대고수라 불리는 맹주 백향묵에게 뚜렷하게 들렸다.
맹주 백향묵은 굳은 얼굴로 명했다.
“당장 비상령을 내리시오. 그리고 다섯 당의 전력을 대연무장으로 보내시오.”
“명대로 하겠습니다.”
연맹의 위신을 생각할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 * *
‘……하!’
제갈원명의 부탁을 받고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2차 예선전이 진행되고 있는 비무 단상으로 향하고 있던 나였다.
만약 저들을 추포하려하다 같이 죽자는 식으로 내 정체를 밝힐까봐,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이 우스워지기라도 하듯 사건이 제대로 터졌다.
-진짜 미친 거 아냐? 자폭을 하다니?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원래 나와 겨루기로 되어있던 백혜향 측의 세작으로 짐작되던 녀석이 다음 사람과 겨루던 도중에 갑자기 웃통을 벗었다.
그런데 그 안에 화약이 있던 것이었다.
그 말을 하고는 그대로 자폭을 해버렸다.
정 단상의 진행을 맡은 당주가 막아보려 했지만,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도리어 폭발에 휘말려 버리고 말았다.
‘버리는 패였단 말인가?’
나의 시선은 저절로 을 단상으로 향했다.
그곳에 일존의 제자인 권영하가 있다.
그런데 이 폭발을 신호삼기라도 한 건지 단상에서 비무를 치르고 있던 권영하가 그대로 경공을 펼치며 단상을 빠져나갔다.
“놈이 도망친다. 놈들을 잡아랏!”
제갈원명이 공력이 실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폭발로 인해 더 이상 숨기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화산파의 매화백검 호양 진인을 비롯한 당주들이 일제히 놈과 나머지 세작들을 잡기 위해 경공을 펼쳤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무쌍성은 원한을 잊지 않는다!”
관람석 쪽에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에 나뿐만이 권영하와 세작들을 잡으려고 달리던 호양 진인과 당주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쾅!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피와 육신의 파편들.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악!”
‘이런 미친!’
관람석 쪽에 있는 폭약을 가진 자들은 조성원과 무림 연맹의 무사들이 전부 잡은 줄 알았는데, 아직 잡지 못한 놈이 있었던 것이다.
연무장에서 벌어졌던 폭발과는 그 파급력의 차이가 달랐다.
“포, 폭약이다!”
“도망쳐!”
순식간에 후기지수 논무가 진행되고 있던 대연무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림 연맹의 무사들이 관람석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장내를 혼란에 빠뜨렸다.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대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인파와 소음으로 백혜향 측의 세작들이 가려져버렸다.
“모두 진정하시오!”
제갈원명의 외침 또한 난리통에 묻혔다.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놨구나.’
이 정도 사태라면 저들이 도망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이쪽의 계획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백혜향 측에서 펼친 양동 작전이 성공했다면 그들에게 혈마검을 빼앗기는 게 되고, 실패한다면 더는 검을 탈취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설마 후기지수 논무를 연이어서 하겠는가.
당장에 의심을 피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되면 차라리 우리도 지금 탈출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몰랐다.
-괜찮겠어? 갑자기 사라지면 익양 소가에 불똥이 튀는 거 아냐?
소담검의 말에 나는 아차 싶었다.
익양 소가가 어찌 되는 건 상관없는데, 누이 동생인 영영이가 문제였다.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영영이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미치겠군.’
정말 상황이 복잡해져버렸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나저나,
‘어디에 있는 거지?’
사마영과 조성원이 보이지 않았다.
사마영을 찾아서 진행석 쪽으로 오라고 했는데, 설마 관람석의 폭발에 휘말린 건 아니겠지?
불안해지고 있었다.
-팍! 팍!
인파들이 연무장을 가로질러 도망친다고 계속 부딪치고 있었다.
이래서는 그들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때 문득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남천, 소담. 사마 소저의 검을 찾을 수 있어?’
나 역시도 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지금 너무 많은 검과 사람의 소리로 도저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기다려봐.
-찾아보겠다.
녀석들이 찾는 편이 더 나을 거다.
지금 혼란이 터졌을 때 인파에 섞여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차라리 관람석 쪽으로 올라가서 찾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인파를 헤치고 나가려던 찰나였다.
-운휘! 뒤다!
남천철검의 외침과 함께 살의를 느꼈다.
뒤에서 수많은 인파의 틈 사이로 누군가 내게 단검을 들고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놈은?’
그는 다름 아닌 나와 2차 예선전에서 첫 번째로 겨뤘던 그 백혜향 측의 세작이었다.
한참 도망쳐야 하는 판국에서 나를 노리다니 어지간히 죽이고 싶었나보다.
기척을 죽이고 살수를 감행하려 했던 놈은 내가 뒤를 돌아보자,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놈이 내게 전음을 보냈다.
장외로 떨어져서 아직 승부를 보지 못했다고 착각하는 건가.
놈이 인파를 헤치고서 내게 다가왔다.
그때 녀석 쪽을 바라보고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녀석이 의아했는지 다가오면서 인상을 썼다.
너한테 보낸 표시가 아니거든.
그 순간 누군가 녀석의 목을 팔로 휘감았다.
“헉!”
녀석이 당황해서 단검으로 뒤를 찌르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녀석의 목을 그 누군가가 비틀어버렸다.
목이 꺾인 놈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흥! 감히 누굴 노려.”
녀석의 목을 비틀어서 죽인 자는 다름 아닌 사마영이었다.
그 뒤에서 조성원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있었다.
‘제때 맞췄구나.’
나는 녀석에게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뒤에서 허락을 구하는 사마영에게 죽여도 된다고 말한 것이었다.
-웅성웅성!
[인피면구를 벗겨버려요.]근방에 도망치던 인파들이 놀라서 쳐다보기에 나는 그녀에게 놈의 인피면구를 벗기라고 전음을 보냈다.
인피면구가 반쯤 뜯겨지며 녀석의 원래 얼굴이 드러났다.
찢어진 눈매에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인피면구를 쓰고 있을 때보다 훨씬 혈교스러운 얼굴이었다.
“인피면구?”
“설마 세작이야?”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 사이로 무림 연맹의 무사를 발견한 나는 그를 불렀다.
“엇? 이건….”
인피면구가 뜯겨진 것을 보고서 놀라하는 무림 연맹의 무사에게 말했다.
“세작 같습니다. 누군가를 노리더군요.”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했다.
무림 연맹의 무사가 황급히 다가와 놈을 살폈다.
“신원 파악을 부탁합니다. 저는 제갈 군사님이 부탁한 게 있어서 갑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 그를 두고서 나는 사마영과 조성원을 데리고 인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일단은 무림 연맹 측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자연스럽게 인파와 더불어 대연무장을 빠져나갈 무렵, 사마영이 내게 전음을 보냈다.
어디에 있었나 했더니, 아무래도 사마영은 대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왔나보다.
내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쳐다보자 그녀가 이실직고를 했다.
알 것 같다.
이군사 사마중현.
그는 사마세가의 사람이었다.
사마영이 손사래를 치면서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사마세가 이야기만 하면 묘하게 분노를 머금던 그녀였다.
하지만 당장에 그녀를 질책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몰래 대연무장을 빠져나간 덕분에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부적을 붙인 검 자루를 들고 있는 자들이라고 했다.’
그 말은 그것이 한 둘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무림 연맹의 무사들이 그들을 잡으려고 한다고 했다.
‘혈마검인가.’
내 예상이 맞다면 그것은 혈마검일 것이다.
백혜향 측에서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교란책으로 가짜 혈마검으로 무림 연맹의 무사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와 비슷하면서 다른 전략을 세웠구나.’
이쪽은 가짜 혈마검을 비고에 두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백혜향 측은 가짜 혈마검들로 과감하게 교란책을 펼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었다.
양동 작전으로 무림 연맹의 성내가 혼란에 빠졌지만 이것은 길게 가지 않을 거다.
조성원이 사마영에게 사정을 들었는지 내게 전음을 보냈다.
녀석도 나와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이대로 도망쳐도 혈마검이 백혜향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내부 전쟁은 그녀의 승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나는 나대로 무림 연맹의 의심마저 받게 된다.
‘탈취해야 해.’
어떻게든 혈마검을 탈취해야 한다.
그럼 진짜 혈마검을 들고 도망치는 자를 잡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그때였다.
-죽인다. 전부 죽일 것이다.
-오싹!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머릿속을 울리는 강렬한 살의가 담긴 목소리에 나는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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