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10
42화 혈마검 (2) >
“자네의 검집 좀 봐도 되겠나?”
북영도성 곽형직의 말에 나를 비롯한 사마영과 조성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렇게 정확하게 허를 찌를 거라고는 예상지 못했다.
나의 검집은 혈마검을 탈취하기 위해 교묘하게 빈 공간을 만든 특수한 검집이었다.
이걸 보이는 순간 끝장이었다.
“그저 보여주기만 하면 되네.”
“…..어째서입니까?”
그런 나의 말에 곽형직이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도집을 바닥에 고정시키듯이 박아 넣었다. 그리고는 도집에서 도병 옆 부분에 튀어나온 뭉툭한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도집이 목갑처럼 펼쳐지며 그 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
도집 안에는 놀랍게도 도가 두 자루가 들어 있었다.
한 자루는 길고 얇은 유엽도의 형태였고 다른 한 자루는 좀 더 짧고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도병 쪽에 원형으로 큰 손잡이 같은 게 있었다.
손이 아니라 발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였는데, 저걸 왜 달아놓았는지 모를 정도로 기이했다.
“내가 직접 주문 제작한 도집일세. 자네의 검집은 그 폭이나 너비가 남천철검보다 크더군. 과민 반응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 검 한 자루 정도는 더 들어갈 공간이 충분해 보이는군.”
이런 변수가 있었을 줄이야.
어지간한 사람들은 알아보기 힘들만큼 절묘하게 제작된 검집이다.
그렇기에 보통 발상으로는 검집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같은 발상을 하는 이가 있기 마련이었다.
‘진퇴양난이구나.’
검집을 보여주는 순간 무조건 들킨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두 가지였다.
무조건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북영도성 곽형직과 이곳에서 생사를 걸고 다투는 것이었다.
‘……도망칠 수 있을까?’
그에게서 모두가 무사히 벗어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각개격파 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북영도성으로 인해 무림 연맹의 사람들이 나의 정체를 알게 되면 곤란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번 보다는 낫다.’
파응사 나육형과 싸울 때는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셋이서 합공을 할 수 있었다.
북영도성 곽형직이 파응사 나육형 이상의 고수라고 해도 나 역시 그때보다 성장했다.
“정녕 보여주지 않을 생각인가?”
북영도성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머뭇거리는 태도에 그 역시도 거의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나는 곽형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허점이 보이면 무조건 노리세요.”
사마영과 조성원에게 내린 명이었다.
-스릉!
사마영이 등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았고, 조성원 역시도 장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마지막으로 나 역시도 남천철검을 뽑았다.
“하아.”
곽형직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도의 비극이로구나. 호종대의 진전을 이은 자가 세작이었다니.”
진심으로 실망한 목소리였다.
뭔가 내심 씁쓸하다.
나를 호의 깊게 대해준 이와 이런 식으로 겨뤄야하는 현실이 말이다.
북영도성은 적이 아니라 지인으로 대하고 싶은 이였다.
그때 곽형직이 내게 뜻밖의 말을 했다.
“…….정도로 돌아올 수 없겠나?”
‘!?’
전혀 예상지 못한 제의였다.
당연히 어떻게든 나를 제압하려들 거라 여겼는데, 이런 제의를 할 줄은 몰랐다.
“자네가 어떻게 혈교와 연을 맺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네. 천하의 남천검객의 후인들인 자네들 사형제가 혈교와 연을 맺을 정도라면 분명 정도와 같은 선에 있을 수 없을 만큼의 뭔가가 있었겠지.”
‘……아.’
아무래도 곽형직은 나와 사마영이 정도와 갈라설 수 밖에 없을 만큼의 원한으로 혈교와 연을 맺었다고 오해한 듯 했다.
하긴 그와 이야기를 할 때 남천철검의 도움을 받아서 그가 알만한 것들을 언급했었다.
그것 때문에 곽형직은 내가 혈교의 세작일지언정 남천검객의 후인임은 굳게 믿고 있는 듯 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이 북영도성이 한 팔 걷어붙이고 돕겠네. 그러니 사도에 빠지지 말게나.”
진심으로 나를 설득하려들고 있었다.
그만큼 호적수에 대한 정이 깊었던 모양이다.
북영도성 곽형직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심중이 깊은 자였다.
‘……이 사람은 참된 정도를 밟고 있구나.’
회귀 전에 그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나를 도와주려고 했을까?
백위향 장로나 모용수와 같은 쓰레기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하아…..’
참 죽이기 싫어진다.
그러나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정파의 변절자로 몰리는 상황에 처해지고 그 여파는 영영이에게까지 미치게 될 거다.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내가 입술을 뗐다.
“제게도 사정이 있습니다. 저도 선배님께 검을 겨누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검을 내려놓게.”
“제가 검을 내려놓게 되면 다른 쪽에서 저를 용서치 않겠죠.”
그 말에 북영도성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치며 호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명예를 걸고 자네들 사형제를 지켜주겠네.”
“선배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정도를 믿지 못하겠나?”
“저는 선배님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정도라는 이름하에 썩어 문드러진 부분을 믿지 못하는 거죠.”
그 말에 북영도성이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그 정도 경험이 많고 연륜이 깊은 무림인이라면 정도의 이면도 알 것이다.
정도라고 해서 옳은 것만도 아니고 좋은 사람만 있지 않다는 것도 정도는 나보다 오히려 더 체감하고 있을 거다.
“정녕 사도의 길을 걸으려는 건가?”
그의 물음에 나는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걸으려는 길은 사도가 아닙니다.”
“사도가 아니면?”
“저는 정사에 얽매이지 않는 길을 걸을 겁니다.”
그런 내 말에 곽형직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건 실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정도 아니고 사도 아니다라…..궤변이로군.”
“정과 사가 정답이지 않잖습니까? 정파에 악인이 있듯이 사파에도 호인이나 선인도 있습니다.”
“…….중도를 말하고 싶은 겐가.”
“중도라면 중도일 수 있겠지요. 저는 정사에 얽매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의 진심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나는 진심으로 혈교나 사도에 빠지지 않았음을 말이다.
“후우.”
그런 내 말에 곽형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이내 도를 들어 내게 겨냥하고서 말했다.
“자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듯 하군. 하지만 정도를 걸어가는 자로써 나 역시 사정이라는 게 있네. 자네를 이렇게 내버려둘 수 없네.”
……역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하다.
곽형직이 내게 말했다.
“선배된 자가 어찌 후배에게 선공을 취하겠나.”
선수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 그를 죽여야 한다.
나는 곽형직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호아세검!’
진 성명검법의 제 1초식 호아세검(虎牙勢劍)을 펼쳤다.
맹렬한 기세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초식이다.
이미 중단전을 개방하고서 성명신공의 6성까지 운기를 마친 상태였다.
“과연!”
짧은 탄성과 함께 곽형직이 현란하게 도를 휘두르며 맹렬하게 밀어붙이는 호아세검의 검세를 가볍게 막아냈다.
-채채채채챙!
‘강하다.’
한 손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균형이 잡혀 있었다.
보통 한 팔을 잃고 나면 균형을 잃어서 무공이 현저히 퇴보할 수밖에 없었다.
좌수에 외팔에도 불구하고 곽형직의 무공은 지금이 전성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 강했다.
-촥!
‘엇?’
그런데 전혀 예상지 못한 일격이 있었다.
시야에서 살짝 벗어난 사각 부근인 좌측 뒤쪽에서 도가 풍차처럼 회전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영문인가 싶었는데,
‘발?’
곽형직의 오른발등으로 도가 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 둥근 손잡이가 이런 용도였던 거다.
손과 발로 동시에 도법을 펼치는 이런 괴이한 기술은 처음 본다.
‘피해야 해.’
동시에 두 공격을 막기에는 무리였다.
나는 검을 휘둘러 견제하며 보법을 펼쳐 거리를 벌리려 했다.
“보내줄 것 같은가!”
-휘휘휘휙!
휘두르는 검을 가볍게 막아낸 곽형직의 회전하는 도가 어느새 내 다리를 노려왔다.
그러나 찰나에 절묘하게 이를 막아내는 이가 있었으니, 사마영이었다.
“윽!”
회전하는 도에 사마영의 신형이 살짝 튕겨나갔다.
공력에 있어서 곽형직이 우위였기에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는데, 이를 버티진 못한 것이다.
그러나 내겐 틈이 생겼다.
-쿵!
진각을 밟은 나는 그대로 손을 회전시키며 검을 내질렀다.
진 성명검법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축아회검. 오랜만이로군.”
호적수답게 곽형직이 초식을 알아보았다.
회오리를 치며 쇄도하는 검초에 곽형직이 뒤로 몸을 날리며 도를 앞으로 뻗었다.
-채채채채챙!
도가 회오리치는 검세에 부딪치며 푸른 불꽃이 튀겼다.
그런데 그 사이에 곽형직이 도를 잡고 있던 손을 빠르게 떼고서 번개처럼 도병의 머리를 쳤다.
그러자 축아회검의 중심부가 강한 힘에 의해 흔들리며 나의 신형이 도리어 밀려났다.
-파파팍!
그때 조성원이 뒤에서 나타나 곽형직의 등 뒤로 장법을 펼쳤다.
뒤를 노리는 장법에 당할 법 했는데, 그 순간 곽형직이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헛!”
공중제비를 도는 것과 동시에 그의 발에 끼워져 있던 도가 조성원의 머리를 쪼개려고 들었다.
그런 조성원의 뒷목의 옷깃을 사마영이 잡아당겼다.
-쿵!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며 바닥으로 도가 깊게 파고들었다.
파고들었던 도가 곧바로 위로 솟구치려 하자, 조성원과 사마영이 동시에 보법을 펼치며 이를 피했다.
‘……대단하다.’
나는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어도 외팔이라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오히려 파응사 나육형보다 훨씬 강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을 사용하는 도법마저 만들어낼 정도로 그의 무재는 대단했다.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이런 실력을 보이다니.’
조금만 방심해도 위험한 건 우리일지도 몰랐다.
다시 곽형직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고 하던 찰나였다.
다수의 기척이 느껴졌다.
사마영도 이를 감지했는지 그 방향을 쳐다보며 내게 전음을 보냈다.
그때 곽형직이 우리에게 말했다.
“자네들을 쫓아올 때 나 혼자만 올 거라고 생각했나? 혹시 몰라 뒤쫓으면서 제자에게 후기지수들이나 무림 연맹의 무사들을 데리고 오라고 일러두었네.”
‘젠장.’
순간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자네들에게는 승산이 없네. 그만 포기하게. 소형제.”
이렇게 되면 파응사 나육형 때보다도 더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세 명이서 합공해도 승기를 확신할 수 없는데, 여기서 지원군들까지 데려오다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수풀 사이로 여섯 명의 청년들이 나타났다.
곽형직의 제자인 장명을 위시한 후기지수들이었다.
“소 형?”
장명이 나를 보고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반응을 보니 지원군을 불렀지만 누구를 뒤쫓는지는 몰랐던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 네놈 세작이었구나!”
후기지수들 사이에 황보세가의 황보동현도 끼어있었다.
무작위로 도움을 청해서 데려온 것 같은데, 귀찮은 녀석도 포함되었다.
안 그래도 내게 원망이 큰 녀석인데.
“무엇들 하는 게야!”
“네넵!”
-팟!
곽형직의 외침에 장명을 비롯한 후기지수 여섯 명이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나의 눈짓에 사마영과 조성원이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튀어나갔다.
이렇게 되면 전과 똑같은 전법을 취해야 했다.
두 사람이 저들을 쓰러뜨릴 때까지 어떻게든 혼자서 그를 감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슈우우우우!
전신의 피가 빠르게 돌면서 몸의 체온이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피부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진혈금체의 증상이었다.
‘!?’
이를 본 곽형직의 눈이 커졌다.
“진혈금체? 설마 기기괴괴의 무공을 익힌 것인가?”
그가 단번에 진혈금체를 알아보았다.
놀라하는 그에게 나는 위로 뛰어올라 진 성명검법의 제 5초식 유성낙검(流星落劍)을 펼쳤다.
곽형직이 다급하게 도를 위로 들어 올려 이를 막아냈다.
-채애애애앵!
“흡!”
진혈금체를 펼치면서 상승한 역량에 곽형직의 발바닥이 밑으로 살짝 파고들었다.
반드시 베겠다는 일념으로 검에 힘을 가하려는 순간,
곽형직이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힘의 중심을 발밑으로 향하게 한 그가 한쪽 발을 움직였다.
-촥!
엄청난 속도로 곽형직의 발에서 회전하는 도가 내 옆구리를 노렸다.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피해야 해.’
-팍!
나는 곽형직의 도를 누르고 있는 검을 지지대 삼아, 몸을 튕기며 공중에서 몸을 핑그르 돌아서 회전하는 도를 피했다.
그런데 이를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말았다.
-촥!
뭔가가 베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등에 차고 있던 검집이 갈라지면서 그 안에 숨어있던 혈마검이 떨어지려 했다.
회전하는 상태였지만 다급히 이를 잡아내려 했는데,
-챙!
곽형직이 도로 혈마검을 쳐내버렸다.
-휙휙휙휙!
튕겨나간 혈마검이 한참 싸우고 있는 후기지수들 무리로 날아갔다.
“혈마검이다! 잡아랏!”
곽형직이 후기지수들에게 소리쳤다.
‘안 돼!’
혈마검을 빼앗길 수 없기에 나는 손을 뻗어 은연사로 그것을 잡아내려 했다.
그러나 회전하는 상태에서 이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뻗어나간 은연사의 줄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누군가 위로 뛰어올라 혈마검을 잡아냈다.
‘아……’
그는 다름 아닌 곽형직의 제자 장명이었다.
여섯 명의 후기지수와 대치하고 있었던 사마영이나 조성원은 이를 잡을 틈도 없었다.
장명이 검을 빼앗았다는 기쁨에 손을 들고서 외쳤다.
“스승님! 검을 잡았….컥!”
그때 장명이 괴상한 소리를 냈다.
뭔가 괴로워보이는 표정을 짓던 장명이 다급히 검을 잡고 있던 손을 억지로 떼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의 손에서 떨림이 일어나더니 이내 그것이 몸 전체로 이어졌다.
“장명아! 당장 검에서 손을 떼!”
“끄그그그그.”
곽형직이 당혹스러워하며 다그쳤는데, 장명은 경련을 일으키며 멈출 줄 몰라했다.
괴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의 얼굴로 핏줄이 불룩불룩 튀어 올라왔다.
주화입마라도 입은 듯 한 모습에 그의 곁에 있던 후기지수가 한 사람이 이를 도우려했다.
“장 형! 검을 놓으시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촥!
“억!”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후기지수의 몸이 반 토막으로 갈라졌다.
‘!?’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얼굴의 핏줄들이 울룩불룩 튀어나와서 두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을 내뿜고 있는 장명에게서 좌중을 압도하는 살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부적이?’
나는 그보다 검에 붙여져 있던 부적들이 사라진 게 더욱 당혹스러웠다.
검집에 넣어져 있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모두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데 황보동현이 소리쳤다.
“요, 요검에 사로잡혔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명이 황보동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당황한 황보동현이 도를 휘둘러 막아내려 했지만,
-챙강! 촥!
장명의 검이 순식간에 황보동현의 도와 함께 그를 반 토막으로 갈라버리고 말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또, 또 죽였어.”
“자, 장 형! 정신 차리시오!”
남은 세 명의 후기지수들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들을 노려보던 장명이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죽인다.”
“힉!”
겁에 질린 후기지수들이 하얗게 질려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그보다 장명의 움직임이 더욱 빨랐다.
-촥!
엄청난 속도로 경공을 펼친 장명이 도망치려던 후기지수 두 명의 목을 동시에 베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노린 자는 사마영이었다.
사마영의 목을 찌르려고 했는데, 그녀가 다급히 검면으로 이를 막아냈다.
-채애애앵!
“아악!”
하지만 얼마나 강한 공력이 실려 있었는지, 그녀가 비명과 함께 뒤로 튕겨져 나갔다.
‘소저!’
나는 신형을 날려서 날아가는 그녀를 받아냈다.
-팍! 타타타타타!
‘무슨 공력이!’
진혈금체를 펼치고 있었는데 그녀를 받고도 나의 신형이 열 보가 넘게 밀려났다.
내상을 입었는지 사마영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너무 세졌어요.”
그녀가 심각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건 그녀를 받아내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역량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죽인다!”
그러는 사이에 장명이 유일하게 남은 후기지수와 조성원을 노렸다.
“장명! 멈추거라!”
그런 그를 곽형직이 가로막았다.
곽형직이 그를 제압하기 위해 도초를 펼쳐 검을 떨어뜨리게 만들려 했다.
그러자 장명이 검초를 펼쳤다.
-채채채채챙!
두 사람의 도와 검이 빠르게 부딪쳤다.
곽형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장명이 펼치는 검초는 고절한 걸 넘어서 상대를 철저하게 죽이기 위한 살수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신 차리거라!”
곽형직이 그를 다그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초식을 부딪치다가 곽형직이 발목에 걸려 있는 도를 회전시키며 장명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장명이 그 도를 맨손으로 잡아냈다.
-팍!
“아닛?”
핏줄이 튀어나와서 붉게 물들어 있는 손.
너무나도 섬뜩할 정도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곽형직의 도를 맨손으로 잡아냈다.
당혹스러워하는 찰나에 장명이 들고 있는 혈마검이 곽형직의 심장을 찔렀다.
곽형직이 다급히 이를 막아냈다.
-채앵!
그와 함께 곽형직의 신형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 틈에 장명은 곧바로 도망치고 있는 남은 후기지수 한 명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장명아. 안 돼!”
곽형직의 외침은 장명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장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후기지수의 몸을 가차 없이 베어버리고 말았다.
“죽인다!”
그 짧은 사이에 장명의 손에 다섯이 죽고만 것이다.
자신의 제자가 한순간에 살성이 되어서 후기지수들을 죽여버리자, 곽형직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명은 여전히 피에 목말라 있었다.
다음 목표는 조성원이었다.
“헉!”
조성원이 부리나케 경공을 펼쳤지만 장명의 경공 속도는 너무도 빨랐다.
곧바로 따라잡아버렸다.
놈이 조성원을 베려는 순간 내가 절묘하게 이를 막아냈다.
-채애앵!
“큭!”
엄청난 무게감에 내 몸이 오히려 뒤로 젖혀지고 말았다.
그 틈에 사마영이 장명의 뒤를 노렸다.
검으로 놈의 목을 베려고 했는데, 장명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그녀의 검을 그저 팔목만으로 막아냈다.
“죽인다!”
장명이 그 상태로 몸을 돌리며 사마영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슉! 퍽!
장명의 옆구리로 도가 날아들며 녀석의 몸이 옆으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도를 던진 자는 다름 아닌 곽형직이었다.
한데 그 정도 되는 고수가 공력을 실어 도를 던졌으면 그것이 찔리기라도 할 만도 한데, 금강불괴라도 되는 마냥 멀쩡했다.
오히려 곽형직이 던진 도를 움켜쥐고서 맨손으로 부숴버렸다.
-콰지직! 투캉!
‘!?’
정말 괴물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곽형직이 심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도와주게.”
그런 그에게 나는 답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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