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13
43화 망령 (2) >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는 중년의 남자.
남자가 술잔을 들고서 말했다.
남자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거구의 중년인은 기기괴괴 해악천이다.
해악천은 겸연쩍은 듯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교주라 불린 중년인의 눈치를 보던 해악천이 이내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탁자 위의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서로 아무 말이 없던 두 사람.
그때 해악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해악천이 보통 사람의 배나 되는 큰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쿵쿵 쳤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교주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교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기괴괴가 답답했는지 이를 참지 못하고 술병을 들어 왈칵 들이켰다.
쉬지 않고 한 번에 술을 전부 마신 그가 병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해악천은 쓰라린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말과 함께 교주가 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검이었다.
검집 전체에 붉은 글씨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고, 손잡이인 검병에는 검은 색 천에 붉은 글씨가 새겨진 천으로 감겨 있었다.
이를 본 해악천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악천이 결사반대를 했다.
이에 교주가 검집에 손을 얹으며 묵직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은 혈교의 전신이었다.
그런 그분을 망령이라 표현하는 것은 설사 피를 이었다고 해도 불경이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해하는 해악천에게 교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교주의 목소리는 씁쓸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안타깝게 쳐다보는 해악천에게 교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 *
‘이럴 수가……’
해악천은 20년도 넘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소운휘의 손에 들려 있는 선홍빛으로 물든 혈마검과 변한 모습을 보는 순간, 그는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혈마의 넋이 그 몸을 차지했음을 말이다.
검병을 보니 백(魄)을 누르는 주술이 적힌 천이 감겨있지 않았다.
‘어찌 이런 일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은 혈마검 자체를 감당할 수 없다.
“아흑.”
고통의 신음 소리에 해악천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소운휘의 손에 목이 잡혀 있는 사마영이 당장에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송좌백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나서려 했다.
“씨발 소운휘 너 이 새끼야. 미친 거…”
“아서라!”
“네? 하지만 스승님….”
“나서지 말라고 했느니라!”
해악천의 다그침에 송좌백이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사마영을 쳐다보았다.
매달려 있는 그녀의 몸에 점점 힘이 풀리고 있었다.
해악천이 공손한 목소리로 소운휘에게 말했다.
“혈마이시여. 지금 손에 쥐시고 있는 아이는 본교의 교인입니다.”
“교인?”
이에 소운휘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사마영을 쳐다보았다.
사마영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소운휘가 피식하고 웃더니, 사마영을 물건을 다루듯이 송좌백에게 휙하고 집어던져버렸다.
“헉!”
송좌백이 이를 받았다가 사마영의 몸에 실린 공력에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가 넘어져서 힘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사마영은 다쳤을 것이다.
‘이 새끼가 정말? 하!’
도저히 소운휘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정말 검의 요성에 사로잡힌 건가?’
그것도 그렇지만 해악천이 왜 요성에 사로잡힌 저 녀석에게혈마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소운휘가 뒷짐을 지고서 오만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네놈은 보아하니 쓸 만해 보이는데 누구지?”
“신은 본교의 존자를 맡고 있는 해악천이라고 합니다.”
“역시 존자였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북영도성 곽형직의 속내는 바짝 타고 있었다.
소운휘를 상대로 동귀어진을 하려 했지만 그것도 무리였다.
그의 시선은 절로 쓰러져 있는 제자 장명에게로 향했다.
‘저 아이를 데리고 도망갈 수 있을까?’
상대는 혈교의 그 기기괴괴였다.
다른 자라면 모를까 기기괴괴 해악천은 자신과 동세대에서 명성을 날리던 노괴다.
남은 여력만으로 저 노괴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나와 제자 녀석의 운명이 여기까지였단 말인가.’
팔을 잃었을 때조차 누구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만큼은 하늘이 무심하게 느껴졌다.
‘장명아. 장명아. 못난 스승을 만나서 이렇게 가게 되는구나. 미안하구나.’
곽형직이 이를 꽉 물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이 한 몸 불태워서 정도의 기상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곽형직이 굳은 결의로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해악천이 머리 숙여 소운휘에게 말했다.
“혈마이시여. 지금 계신 그 육신 또한 본교의 교인입니다.”
“그래서?”
“제 제자이옵니다.”
그런 해악천의 말에 소운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영광이겠구나. 교인이 어찌 이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겠느냐. 받들어 모셔야 할 존재를 직접 몸으로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 소운휘의 말에 해악천의 인상이 굳어졌다.
우회적으로 돌려 말했으나, 혈마는 저 몸을 차지하고서 나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해악천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무림 연맹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렇게 강림하셔서 계시면 일신에 위협이 도사릴 수 있습니다.”
이에 소운휘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일신의 위협? 누가 감히 본좌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단 말이더냐?”
“혈마이시여. 자그마치 수만입니다.”
“잘됐구나. 건방지게 이십여 년 동안 본좌를 가둬둔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기회가 생겼구나.”
“혈마이시여!”
“어리석구나. 본좌를 거스르지 말거라.”
“후우……”
해악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소운휘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해악천이 중얼거렸다.
“망령……그래. 망령이구나.”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소운휘의 물음에 해악천이 말없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우악스럽게 큰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금 그 태도는 무엇이냐?”
소운휘가 천천히 바닥에 꽂혀 있는 혈마검의 검병을 손에 쥐었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동귀어진의 수를 펼치려고 했던 곽형직 또한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공격하려던 것을 멈췄다.
“네놈의 태도가 거슬리는 구나. 존자여.”
소운휘의 그 말에 해악천이 두 주먹을 쥐고서 특유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러자 해악천의 몸이 구릿빛으로 물들며 근육이 들썩거리더니, 이내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독문 수법인 진혈금체였다.
소운휘가 그 모습에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구나.”
이에 해악천이 묵직한 목소리로 주먹을 겨냥하며 말했다.
“제자 녀석의 몸을 내놓아라.”
“하!”
소운휘가 기가 막혀 했다.
“본좌의 뜻을 정녕 거스르는 것이더냐?”
“나는 망령의 명을 듣지 않는다.”
“뭐?”
“내게 명을 내릴 수 있는 자는 오직 15대 교주 백무영 교주뿐이다.”
해악천의 그 말에 소운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그리 하거라.”
그러더니 이내 신형이 흩어졌다.
사라진 신형이 순식간에 해악천의 앞에 나타났다.
찰나의 순간 해악천이 두 주먹을 교차하며 위로 올렸다.
-쿠쿠쿠쿠쿠!
해악천의 발이 땅으로 한 움큼 파고들었다.
그의 두 주먹 사이에는 검을 내리치고 있는 소운휘의 손목이 있었다.
“제법이구나. 내 검을 막아내다니.”
-퍽! 촤르르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운휘의 발길질이 해악천의 가슴에 적중하며 그의 신형이 뒤로 미끌리며 열 보가 넘게 밀려났다.
송좌백이 그 모습에 얼이 빠지고 말았다.
저 거구의 노괴 해악천이 힘으로 밀리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정말 저게 자신이 알고 있는 소운휘가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젠장!’
송좌백이 동생 송우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스승님을 돕자!”
그리고 진혈금체를 펼치려고 했다.
그때 해악천의 다그침이 들렸다.
“아서라! 너희들이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스승님!”
해악천이 이렇게 웃음기를 쫙 빼고서 심각하게 말하자, 아무리 송좌백이라고 해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할 수 있었다.
소운휘가 혀를 차며 말했다.
“늦었다. 존자여. 제자를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면 본좌를 거슬려선 안 되었다.”
소운휘에게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평범한 이가 있었다면 뿜어내는 살기만으로 심장이 덜컥 멈춰질 정도였다.
한데도 해악천의 얼굴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해악천이 말했다.
“진혈금체의 최종 단계를 보여주마. 두 눈 크게 뜨고 보거라.”
그것은 소운휘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쌍둥이 형제들에게 한 말이었다.
-두득! 두득! 슈우우우우!
해악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수증기의 양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러더니 구릿빛이었던 피부가 더욱 선명해지더니 이내 윤기 있는 핏빛을 띄었다.
“이게 적혈금신이다.”
-팟!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해악천의 신형이 소운휘에게로 뻗어갔다.
소운휘가 황소처럼 돌진해오는 해악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혈마검과 해악천의 주먹이 부딪쳤다.
-차아아아앙!
그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서로의 힘이 거의 비등해진 것이었다.
열 보 정도 튕겨나간 소운휘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본좌에게 피를 보게 하다니. 네놈…..특이한 신체 능력을 가졌구나.”
검을 쥐고 있는 소운휘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성원이 혀를 내둘렀다.
‘기기괴괴 정말 대단하다.’
괴물처럼 강해진 소운휘를 상대로 비등한 힘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맨 주먹으로 혈마검과 부딪친 대가는 확실히 받았다.
오른손 주먹이 갈라져서 피가 흘러내렸다.
“오른손으로 주먹질은 힘들겠구나.”
“흥!”
해악천은 이를 개의치 않는지 주먹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소운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해악천의 주먹이 수십 개의 권영을 만들어내며 폭풍처럼 소운휘를 뒤덮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적풍(赤風)이었다.
-촤촤촤촤촤!
이에 소운휘가 혈마검으로 궤적을 그렸다.
검이 교묘하게 권영들의 경로를 방해하며 해악천이 만들어낸 폭풍을 꿰뚫었다.
‘이런!’
놀라울 정도의 검 솜씨였다.
“빈틈이 있구나.”
혈마검이 정확하게 가슴 정중앙을 찔러 들어왔다.
그 순간 누군가 소운휘의 손목을 발차기로 위에서 내려찍었다.
“네놈?‘
그는 바로 곽형직이었다.
궤적이 뒤틀린 것이 거슬렸던 소운휘가 번개처럼 왼손으로 지공을 날렸다.
-푹!
곽형직이 몸을 뒤틀어 이를 피하려다 허벅지를 찔리고 말았다.
하지만 덕분에 해악천에게 기회가 생겼다.
“흐압!”
-퍽!
해악천의 일권이 소운휘의 가슴에 적중하며, 그의 신형이 포탄처럼 뒤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소운휘를 날려 보낸 해악천이 거칠게 곽형직에게 따졌다.
“북영도성. 네놈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이에 곽형직이 다급히 허벅지를 지혈하며 말했다.
“기기괴괴 네놈 혼자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니지 않느냐.”
“흥! 괜한 참견이다.”
“네놈을 돕는 게 아니다.”
“뭐?”
“네놈의 제자에게 빚을 졌다. 그 빚을 갚으려는 것뿐이다.”
“웃기는 놈이로구나.”
해악천이 끌끌거리며 혀를 찼다.
그런 해악천에게 곽형직이 진지하게 물었다.
“검을 놓아도 검의 요성에 벗어나지 않았다. 네 제자를 원래대로 만들 방법이 있느냐?”
그런 그의 물음에 해악천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해악천이 가슴에 제대로 일격을 당하고도 멀쩡하게 일어나는 소운휘를 보더니, 이내 곽형직에게 전음을 보냈다.
도와준다고 하는데 생색을 내니 황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악천이 전음을 이어갔다.
곽형직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소운휘가 자신들을 향해 신형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력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도 흐릿하게 보일 만큼 굉장한 속도로 신형을 뻗어오고 있었다.
내회혈은 후뇌 침골 아래에 있다.
곽형직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묻어났다.
해악천이 이야기한 귀문이라 불린 두 혈 자리는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는 혈이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해악천이 바닥을 향해 일권을 내리쳤다.
-쾅!
바닥에 반 장 가까이 구덩이가 파이며 돌 파편들이 위로 튀어 올랐다.
뻗어오던 소운휘가 비웃음을 흘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파편들이 닿기도 전에 가루처럼 흩날리며 사라졌다.
“눈속임을 하는구나.”
소운휘가 뒤로 몸을 돌리며 앞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푹!
혈마검이 해악천의 오른손바닥을 관통했다.
검은 일직선으로 뻗어가 해악천의 얼굴을 정확하게 노려왔다.
그때 해악천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더니, 관통된 손을 더욱 깊이 집어넣어 그대로 소운휘의 손을 움켜쥐었다.
“네놈?”
해악천이 씨익하고 웃었다.
“잡았다.”
“어리석구나.”
소운휘가 그의 가슴에 왼손으로 지공을 날렸다.
한데 지공은 해악천의 가슴을 뚫지 못했다.
‘!?’
한없이 금강불괴에 가까운 적혈금신은 아무리 혈마의 백이 씌워진 소운휘라고 해도 맨손으로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을 못 쓰면 망령에 불과하구나. 클클.”
“이놈!”
소운휘가 공력을 일으켜 반탄력으로 그를 튕겨내려 했다.
그러나,
“지금이다!”
“하압!”
-팡! 팡!
해악천의 왼손의 엄지가 천령혈, 그리고 곽형직의 왼손 검지가 뇌해혈을 동시에 찔렀다.
“크헉!”
소운휘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험한 두 혈 자리를 동시에 타격을 받자, 얼굴로 핏줄이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윽고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성공인가?’
곽형직이 해악천을 쳐다보았다.
해악천 또한 반신반의한 방법이라 성공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방법은 혈마검의 요성에 사로잡힌 자들에게서 검을 놓게 하기 위해 만든 방법이었다.
그때 고개를 드는 소운휘의 두 눈에 붉은 안광이 짙어졌다.
“이놈들 죽여 버리겠다!”
“이런!”
-파앙!
그와 동시에 엄청난 반탄력이 일어나며 해악천과 곽형직이 동시에 튕겨나갔다.
뒤로 날아가며 겨우 신형을 바로 잡은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유일하게 원래대로 돌릴 방법이 수포로 돌아갔다.
소운휘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곱게 죽을 생각은 버리거라.”
더욱 강렬한 살기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붉은 아지랑이가 몸에서 흘러나왔는데, 그 기운이 심상치가 않았다.
소운휘가 검을 위로 치켜 올랐다.
그러자 혈마검에서도 붉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오며 날카로운 기운이 유형화되어갔다.
“이, 이기유형!”
곽형직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운이 유형화되는 것은 팔대고수들이나 가능한 절세 기예였다.
“이번 육신에 익숙될 때까지 힘을 아끼려 했으나, 네놈들이 자초한…..억!”
그때 소운휘가 몸을 비틀거렸다.
“통한 건가?”
해악천과 곽형직이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소운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육신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째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는데 그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내 몸이다. 망령.
‘이놈!’
육신뿐만이 아니라 혼백까지 차지했다고 확신했던 그였다.
한데 원래 혼백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네놈의 몸과 혼은 내 것이다!’
-내 몸이라고 했다.
그때 머릿속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념(念)조차 이치가 통하면 통제할 수 있을 지어니. 천권(天權)이 열렸도다.]‘이게 대체?’
-화르륵!
그 순간 소운휘의 오른손등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푸른 불꽃은 이내 손등에 있는 북두칠성 형태의 점 중에 네 번째 점인 천권으로 스며들어 푸른색으로 바뀌어갔다.
“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소운휘가 비명을 질렀다.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소운휘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붉은 아지랑이들이 소용돌이를 치더니, 이내 심장부로 스며들어갔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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