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2
8화 기기괴괴(奇奇怪怪) (3)
손바닥이 전부 까져서 상처투성이다.
중간에 한 번 헛딛는 바람에 손톱 두 개가 너덜거렸다.
너무 아팠지만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는 필사적인 의지가 그런 고통을 이겨내게 만들었다.
-타타타타타!
나는 미친 듯이 수풀을 파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여기까지 내려오는 데만 거의 두 시진 가까이를 쓴 것 같았다.
그나마 몸을 좀 단련한 전생이라도 이 가파른 산을 내려오려면 큰 차이가 없을 듯 했다.
이걸 두 시진 만에 갔다 오라고? 미친 늙은이.
먹을 걸 구하고 돌아오는 것만 다쳐도 다섯 시진은 넘게 걸리겠다.
-에휴. 네가 내공을 쓸 수 없는 게 진짜 답답하다.
‘젠장. 난들 없고 싶냐?’
주화입마에 걸렸던 어린 시절을 증오하고 싶을 정도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의문이다.
불평불만 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쳐야 그 늙은이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륵!
그때 눈 깜빡할 사이에 그림자가 지면서 시야가 어두워졌었다.
수풀을 헤집고 가는 터라 우거진 나뭇잎들에 잠시 햇빛이 가려졌겠거니와 생각했었다.
그런데 소담검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왜 그래?’
-너 잣 됐다.
‘뭐? 잣?’
그 순간이었다.
-슉!
거대하고 우람한 무언가가 내 앞으로 사뿐히 뛰어내렸다.
이를 본 나는 얼음이라도 된 마냥 굳어져버렸다.
내 앞을 가로막은 자는 털복숭이 야인은 기기괴괴 해악천이었다.
“본좌의 경고를 가벼이 들었군.”
“그, 그게 아니라….”
“죽을 각오는 됐겠지?”
-퍽!
“컥!”
눈앞에 별이 빙글빙글 돌면서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은 얼굴이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 때문이었다.
“끄으으.”
머리가 무겁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눈을 뜬 순간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으, 으아아아아악!”
거꾸로 펼쳐지는 산봉우리가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 올리자, 밑이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 와중에 피가 안면으로 쏠릴 것 같은 고통에 괴로워 죽을 것만 같았다.
팔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등허리 쪽에 교차돼서 묶여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발목 쪽도 묶여 있었다.
지금 나는 절벽에 팔과 다리가 묶인 상태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어어어!”
이 상황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 평범한 범인은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했다가 욕도 해봤다가 했지만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이었다.
-끼이이이이!
바람이 불자 내 몸이 추가 되어 흔들렸다.
그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으아아아아악! 켁켁!”
살려달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터라, 비명을 지르자 목이 너무 아팠다.
목이 상했는지 소리를 지르는 데 쉰 목소리가 나왔다.
머리로 피는 쏠리고 밧줄은 흔들려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광경이 계속 펼쳐지는데 죽을 것만 같았다.
“끄으으으!”
참 신기한 일이었다.
공포가 지속되면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지나 보다.
나는 머리와 안면에 피가 쏠리는 고통을 막기 위해 상체를 억지로 들어올렸다.
“헉헉!”
복부가 당겼지만 개의치 않았다.
상체를 접자 피가 쏠리던 것이 내려가며 안면이 짜릿해졌다.
“아……”
다행히 밧줄을 어찌나 세게 발목에 묶어놨는지 떨어지진 않을 것 같았다.
“…..빌어먹을.”
문제는 두 팔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풀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상체를 들어 올린 채 버티려고 했지만,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계속 접고 있으려니, 허리가 찢어질 것 같았다.
“하아…하아….”
고민을 하던 나는 눈을 감고서 접었던 허리를 폈다.
차마 그 낭떠러지를 보고 싶진 않았다.
다시 허리와 복부가 편안해지면서 다시 안면과 머리로 피가 쏠렸다.
“끄으으으.”
반에 반 각도 이렇게 있지 못했다.
결국 허리를 다시 접었다.
다시 안면과 머리가 편안해졌지만 복부랑 허리로 통증이 전환되었다.
“으윽.”
덕분에 다시 허리를 펴야만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강제나 다름없었다.
허리와 복부가 비명을 질렀지만 안면에 피가 쏠리는 고통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같은 반복된 행동은 한 시진이 넘게 반복되었다.
그 도중에 절벽 낭떠러지에 매달려서 토까지 하는 진귀한 경험도 했다.
“하아…..하아….”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대로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탁! 탁! 탁!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에 허리를 접어서 위를 쳐다보았다.
“헉!”
언제 내려온 것인지 해악천이 절벽을 한 손으로 잡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괴로웠던 나는 해악천에게 두 손은 묶여있지만 빌듯이 말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목이 쉰 바람에 내 목소린데도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클클.”
해악천이 특유의 웃음 소리를 내더니, 이내 나를 자신의 옆구리에 끼고서 밧줄을 다른 손에 돌돌돌 감으며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갔다.
그의 거처가 있는 동굴로 돌아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팍!
그가 묶어놓은 밧줄을 풀고서 나를 동굴 바닥에 내팽개쳤다.
아팠지만 비명을 지를 힘도 없었다.
복부와 허리를 찢어질 것 같고 목도 쉬어서 만신창이 그 자체였다.
‘시바…..’
속으로만 욕을 했다.
저 망할 늙은이는 진짜 악마였다.
차라리 얻어맞는 것이 낫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동굴 한쪽 벽면에 붙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송가네 쌍둥이 형제가 보였다.
‘뭐야?’
녀석들을 데리고 곱게 무공을 가르쳐 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녀석들의 상태도 만만치가 않았다.
형인 송좌백은 얻어터진 흔적부터 시작해 두 주먹이 피딱지가 엉겨 붙어 있었고, 동생인 송우현은 머리 정수리가 까져서 눌려 있었다.
송좌백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벙긋거렸다.
‘저 새끼는 악마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전우를 쳐다보듯이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동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
그때 나는 동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소담검을 발견했다.
기어가듯이 몸을 질질 끌고 가서 그것을 챙겼다.
-으아아아아앙! 너 죽은 줄 알았잖아.
검을 잡자마자 녀석이 질질 짜는 소리로 격하게 반겼다.
밧줄을 감아서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서 죽는 줄 알았단다.
-꼬르르륵!
이 와중에 뱃가죽이 달라붙는 신호가 왔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서 너무 배고팠다.
그건 송가네 쌍둥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질근질근!
그런데 호피를 씌워놓은 돌 의자에 앉아 있는 해악천은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것은 말린 육포 조각이었다.
속에서 천불이 일어났다. 저런 게 있었는데 뭘 사냥을 해오라는 것인가.
“배고프냐?”
해악천의 물음에 쌍둥이 형제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해악천이 나를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피식하고 웃고는 말했다.
“녀석이 사냥은 하지 않고 도망치다 벌을 받았으니, 네 녀석들도 식사는 없다.”
망할 책임 전가.
설마 저기에 넘어가진 않겠지.
‘…….’
송좌백이 좌절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는 나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진짜 단순한 놈이다.
한데 문제는 이 녀석이 아니었다.
“배….배고파아아…..나도 그거….먹고 싶다.”
까진 머리를 붙잡고 있던 동생 송우현이 육포를 뜯어먹고 있는 해악천에게 배고프다고 사정을 했다.
당황한 송좌백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멍청아. 참아!”
그때 해악천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본 나는 당혹스러웠다.
-뭐 길래. 그래?
‘돌겠네.’
해악천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작은 피리였다.
문제는 그냥 피리가 아니었다.
저걸 불면 몸속에 있는 혈고가 날뛰어서 엄청 고통스러워진다.
“망아지 같은 녀석들. 이게 뭔지 알겠지? 클클.”
쌍둥이 형제가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해악천이 피리를 물고서 살짝 불었다.
-삐익!
“으악!”
“억!”
그 순간 쌍둥이 형제들이 가슴을 붙잡고서 자지러지며 쓰러졌다.
얼굴이 빨개져서 경련을 일으키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그 짧은 찰나에 나는 멈칫하다가 이내 녀석들처럼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끄악!”
“너희 같은 녀석들은 말로 해선 안 되지. 클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어대는 것이 정말 미치광이 늙은이였다.
기기괴괴라고 불리며 모두가 꺼려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짧게 피리를 불어서 그런지, 쌍둥이 형제들이 이윽고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정신을 차렸다.
“헉헉!”
나 역시도 그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런 내게 소담검이 말했다.
-너……안 아파?
나와 붙어 있기에 녀석은 이를 금방 눈치 챘다.
그래서 일부러 해악천이 내 얼굴을 보지 못하게 반대쪽으로 웅크리고서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맞아.’
입이 헤벌쭉 올라가려 할 뻔 한 것을 겨우 참았다.
나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분명 저 피리 소리를 들으면 가슴 쪽이 격하게 아파야 했는데, 멀쩡하기만 했다.
‘정말 혈고가 어떻게 된 건가?’
가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거북함과 이질감이 없을 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한데 피리를 불어도 멀쩡하자, 나는 정말 혈고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른다고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지?’
나의 의문에 소담검이 신이 나서 말했다.
-뭐긴 뭐야? 횡재 한 거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확단은 할 수가 없었다.
내공이 있다면 고통스러울 지라도 확실하게 확인해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지금은 혈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일 새벽에 나가서 먹을 걸 구해와라. 두 시진을 주지.”
돌아버릴 것 같다.
그나마 체력이랑 몸 상태가 멀쩡할 때도 절벽을 내려가는 데만 두 시진 가까이 걸렸다.
무슨 수로 그걸 해낸단 말인가.
“혹 또 도주를 시도하거나 시간이 늦어진다면 또 절벽에 매달릴 각오하는 게 좋을 게다. 클클.”
‘!!!’
해악천의 그 말에 소담검이 우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잣 됐네.
* * *
둘째 날.
나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기행을 해야만 했다.
전날에 급하게 절벽을 타고 내려온 것과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덕분에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일어났을 때 전신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걸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나는 절벽을 내려가야 했다.
-포기할 거야?
소담검이 한 번 더 도주를 시도해보는 게 어떻냐고 했지만 당장은 무리였다.
한 번 도주를 시도한 마당에 이 미친 늙은이가 나를 감시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적어도 그를 안심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절벽에 거꾸로 매달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하지만 역시 두 시진 가까이 걸렸다.
사냥을 하기 위해 인근 숲을 헤맨 것이 한 시진.
혈랑대에서 하급 무사로 온갖 잡일을 했던 경험 덕분에 함정을 파고서 꿩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절벽을 오르면서 걸린 시간 두 시진 하고도 반.
동굴로 돌아온 뒤 나는 곧바로 두 시진이 넘는 시간 동안 절벽에 거꾸로 매달려야만 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명을 지르다 목이 더 쉬었다.
셋째 날.
둘째 날과 마찬가지로 절벽 기행은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절벽을 필사적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하마터면 떨어져서 죽을 뻔 했다.
손톱이 나가고 손바닥이 다 까져서 짓이겨져도 여전히 내려가는 시간은 두 시진을 안 넘길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 날은 사냥조차 실패했다.
절벽을 올라가자마자 미친 늙은이한테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은 뒤에 절벽에 매달려야만 했다.
여분의 생단을 갖다주러 온 패혈 단주 구상웅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
.
이렛날.
절벽을 두 시진만에 주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애초에 경공을 배운 적도 없고 내공조차 없는 내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금씩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데, 적응은 되어갔지만 그래봐야 일 각 정도 단축된 정도에 불과했다.
예상대로 또 절벽에 매달렸다.
그런데 이것도 적응되니까 무서움은 많이 가셨다.
다만 여전히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이 괴로워서 계속 허리를 접었다가 하는 것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복부가 점점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
.
열흘 째 되는 날.
절벽을 내려가는 것이 서서히 적응되어 가고 있었다.
맨날 절벽을 타고 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근육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은 굳은살로 단단해졌다.
사냥을 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활을 만들었다.
진즉에 이렇게 안했는지 모르겠다.
반 시진 채 되지 않아 꿩 두 마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먹을 게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는지, 도착이 늦었는데도 절벽에 매달리는 것을 한 시진에 끝내줬다.
이게 뭐라고 엄청 기뻐서 혼자 좋아했다.
그런데 쌍둥이 형제 중 동생인 송우현의 머리 정수리에 땜빵이 크게 생겼다.
대체 무슨 수련을 하기에 머리 정수리에 피멍이 들어서 오는데, 그것 때문인지 머리털이 그 부위만 자라지 않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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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째 되는 날.
드디어 결행날이 되었다.
보름 정도 고분고분하게 따랐더니, 철통같던 감시가 느슨해졌다.
미친 늙은이가 방심하고 있다고 확신한 나는 다시 한 번 탈출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도망가는 경로도 파악해뒀다.
그리고 절벽을 내려와 숲을 달린지 일 각도 되지 못해, 미친 늙은이의 손에 기절해서 끌려왔다.
죽도록 얻어터진 후에 처음으로 절벽에 반나절 이상 매달려 있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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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되는 날.
절벽을 내려가는 것이 많이 익숙해졌다.
밟고 내려가기 좋은 경로가 점점 눈에 들어왔고, 오르는 것 역시도 그 길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왕복을 반 시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사냥까지 합쳐서 왕복 두 시진의 벽을 통과하지 못해서 절벽을 거꾸로 매달리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과 달리 단련한다는 느낌으로 내내 윗몸 일으키기를 했다.
이제는 복부에 없던 왕(王)자 조차 생겼다.
전생에 삼류 무사로 단련했을 때보다도 고작 한 달 만에 체력과 힘이 좋아진 느낌이다.
종일 절벽만 타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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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났다.
-지긋지긋하네. 우리 노예의 하루는 오늘도 시작 되는 건가.
‘시비 걸지 마라.’
-예이예이.
소담검의 빈정대는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군 이 짓거리를 하고 싶어 하는가.
이제는 악에 받쳐서 하고 있다.
‘기필코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런 지옥 같은 고생이 의외의 득을 가져왔다.
전신의 근육이 고루 발달했다.
허벅지는 말을 연상케 할 만큼 두꺼워졌고 복부는 돌덩이를 만지는 것처럼 단단해졌다.
하급 수련 생도로 훈련을 받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절벽을 타는 것이 이만큼이나 단련에 좋을 줄은 몰랐다.
-쟤 어떡하냐?
‘흠……’
쌍둥이의 동생인 송우현의 머리가 독특한 형태가 되고 말았다.
땜빵이 너무 커졌다.
지금까지 저런 머리는 처음 본다. 이것은 대머리인가 부분 탈모인가.
‘몰라. 어차피 머리에 신경도 안 쓰는 녀석인데.’
송우현의 머릿속에는 오직 제 형과 먹을 거에 관한 것뿐이다.
그 외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그보다 내 인생이 우선이었다.
언제까지 여기 붙잡혀서 이렇게 절벽을 오르내리며 사냥만 하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망할 미친 늙은이.’
호피를 씌워놓은 돌 의자에 있는 해악천을 노려보았다.
저 늙은이는 절대로 누워서 자지 않았다.
늘 저렇게 정좌를 하고 있다.
‘확 찌를까 보다.’
성질 같아서는 자고 있는 지금 단검으로 찔러버리고 싶은 심경이다.
그런데 갑자기 해악천이 눈을 떴다.
-깼다!
‘헉!’
지레 겁먹은 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해악천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말했다.
“한 두어 달 정도 했나.”
“넷?”
영문 모를 말을 하고선 그가 나를 번쩍 들어 옆구리에 끼고서 갑자기 동굴을 나가, 산 절벽 위를 경공을 펼쳐 올라갔다.
산봉우리 위에는 처음 올라와 본다.
새벽의 산봉우리는 안개로 가득하여 마치 신선들이 돌아다닐 것만 같았다.
해악천이 내 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보았다.
“이제 겨우 갖춰졌군.”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섭다. 무슨 해코지를 하려고 저러나.
불안해 하고 있는데, 해악천이 내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단전이 없이도 내공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쩔 테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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