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29
47화 사대 악인 (3) >
손끝부터 발끝까지 긴장감으로 물든다.
눈앞에 보이는 저 사내는 중원 무림에서 최강이자 최고라 불리는 열두 초인들 중 한 사람이다.
월악검 사마착.
-상대할 수 있겠어? 그렇게나 강한데.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확신이 가지 않는 승부다.
설사 합공을 한다고 해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월악검 사마착의 강함은 열두 초인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고?
소담검이 놀라서 물었다.
무림에 관해서는 뭐 아는 게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혈성들이나 존자들 간에도 무력의 격차가 있듯이 팔대 고수와 사대 악인들 간에도 무력의 상하 관계가 있다.
사대 악인이 그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정파 무림을 비롯해 관에서도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들 중 세 명이 상위 다섯에 속하는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괴물들 중에 괴물이라는 거네.
진기로 허공섭물까지 펼치는 걸 보면 모르겠어.
내공이 가히 인외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무림의 정점에 이른 자와 우리는 대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 괴물이랑 왜 싸우려는 거야? 그냥 도망치지.
그럴 수 있다면 그랬을 거다.
애초에 그의 심사를 불편하게 한 존재는 나였다.
목표가 분명한 만큼 도망치려 든다면 당연히 나를 쫓아올 것이다.
그때 남천철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운휘. 차라리 네 본심을 이야기하는 게 낫지 않나?
‘본심?’
-나나 소담검이 장난처럼 이야기했지만 언제까지 사대악인의 여식이라 벽을 치고서 네 마음을 닫을 작정인가? 너 역시 사마영에게 마음이 있지 않나?
그런 녀석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해서 죽었다.
그렇게 회귀 후 나는 결심했었다.
어떤 사람에게도 정을 주지 않고 누구도 믿지 않기로 말이다.
그런 와중에 사마영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어떤 의미로 정말 위험한 여자였다.
사대 악인의 여식.
정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으로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거리를 유지하고 최대한 그녀에게 선을 그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선을 긋고 벽을 쳐도 열고 들어오는 사마영이다.
아혈과 마혈이 점해져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나를 저렇게나 좋아해주는 건가.
-운휘 네게 두 번째 생이 주어진 것은 전의 삶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살라는 게 아니라, 네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라는 의미가 아니겠나?
‘!!!’
내가 살고 싶은 인생?
남천철검의 조언에 머릿속에 남아있던 잡념이 사라졌다.
첩자 시절의 매사에 조심스러워하던 본능이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정말로 하고 싶은 데로 살아야겠다.
“흥!”
-스릉!
월악검 사마착이 검집에서 보검을 뽑아들었다.
검을 뽑았을 뿐인데 날카로운 예기가 살갗을 베는 듯 한 착각마저 든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슥!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선 나는 월악검 사마착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시작 전에 한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런 나의 말에 사마착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허락하든 하지 않든 말할 생각이었다.
“저도 선배님의 따님을 좋아합니다.”
‘!?’
그런 나의 말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닌 사대악인의 일인인 월악검 사마착을 상대로 대담하게도 그 여식을 좋아한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해악천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해악천의 미간에 주름이 갔다.
더 이상 내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했기에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사마영의 눈가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밝힌 것에 기쁜 모양이었다.
반면 백련하의 눈빛은 착잡하기 그지없어보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악!
날카로운 예기가 기감을 자극했다.
“헛?”
마치 베일 것만 같은 예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검신을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
-차아아앙!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검에 부딪치며 내 몸이 밀려났다.
이를 뒤에서 해악천이 붙잡아주었다.
기운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손바닥이 아려왔고 혈마검의 검신이 미친 듯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해악천이 내게 말했다.
“잘하는 짓이다. 제대로 타오르게 해줬구나.”
그의 말에 월악검 사마착을 쳐다보니, 살기가 오르다 못해 나를 죽일 기세였다.
-딸을 시집보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소담검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나의 시선은 사마착의 검에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예기가 날린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 전대 교주께서도 가능했던 일이니라.”
난마도제 서갈마가 그 말과 함께 장도를 특이하게도 찌르는 형태로 기수식을 취했다.
긴장한 빛은 여전했지만 전의감은 고조되어 있었다.
“정사 대전 이후로 합공은 오랜만이군요.”
사혈성 도장호 역시도 검병을 두 손으로 잡고서 오른쪽 귀 옆으로 향하게 했다.
자세들이 특이한 걸로 보아 처음부터 절초를 펼치려는 듯 했다.
“준비하시게. 혈마.”
해악천이 앞으로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이에 나 역시도 혈마검의 검 끝을 앞으로 내밀며 기수식을 취했다.
“시건방지군.”
짧은 한 마디와 함께 사마착이 먼저 움직였다.
합공을 당하는 입장이라 선공을 양보해준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아!’
처음부터 나를 노릴 줄 알았는데, 그의 목표는 다름 아닌 해악천이었다.
“크하하하핫! 좋구나.”
막상 전투에 들어가니 해악천이 호쾌한 웃음과 함께 사마착을 맞이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적혈금신으로 물든 주먹이 적풍이 되어 앞으로 난사되어 날아갔다.
사마착의 검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촤악!
그림자처럼 수십 개의 잔상을 일으키는 주먹들이 검의 궤적에 휩쓸렸다.
해악천의 신형이 자의와 상관없이 옆으로 쏠렸다.
그 찰나에 사마착이 왼손의 검결지로 해악천의 심장부로 찔렀다.
‘위험해!’
그러나 그것은 닿지 못했다.
-촤악!
서갈마의 장도가 위로 솟구치며 사마착의 검결지를 베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마착이 뒤로 검결지를 빼더니, 위로 빗겨 올라가는 서갈마의 도신을 사정없이 찔렀다.
“큭!”
서갈마가 신형이 뒤로 밀려나려 했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서갈마 역시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세 보 정도 밀려나자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데도 장도의 궤적을 바꿔가며 사마착을 목을 향해 휘둘렀다.
-챙!
이를 사마착이 검으로 막아냈다.
그 순간 도장호의 검이 사마착의 등을 노렸다.
사마착이 바닥에 진각을 밟았다.
-쾅! 콰직!
선상의 목판이 갈라지며 목판 조각들이 위로 솟구치며 도장호의 앞을 가렸다.
도장호가 이를 통째로 갈라버렸다.
그런데 그의 시선에서 사마착이 사라졌다.
“어디?”
“위네!”
서갈마의 외침에 도장호의 시선이 위로 갔다.
어느새 공중으로 솟구친 사마착이 그의 턱을 발로 차버렸다.
-퍽!
“큭!”
그리고는 회오리를 치듯이 검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밑에 있는 서갈마와 해악천에게 예기를 흩뿌렸다.
보이지 않는 예기들이 그들을 뒤덮었다.
“젠장!”
-채채채채챙!
서갈마와 해악천이 방어 초식을 펼치며 이를 막아냈다.
그 순간 사마착보다 높은 고지로 경공을 펼친 내가 아래로 검을 내리치며 성명검법의 검초를 펼쳤다.
진 성명검법의 제 5초식 유성낙검(流星落劍).
“흥!”
사마착이 콧방귀와 함께 왼손의 검지와 중지로 내려치는 검을 잡아냈다.
‘무슨!’
혈마화를 한 상태로 십성 공력이었다.
그것을 맨손으로 잡아내다니.
-꾸구구구!
사마착이 공력을 가하자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혈마검의 검신이 휘어졌다.
검의 탄력을 이용해 나를 튕겨내려는 듯 했다.
“크압!”
그때 해악천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사마착의 우측 갈비뼈로 일격을 날렸다.
‘이때다!’
나 역시도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사마착의 머리로 발차기를 날렸다.
그 순간 사마착의 검이 궤도를 바꿔 자신을 노리는 나와 해악천의 주먹과 발을 동시에 베어내려 했다.
‘칫!’
나는 혈마검의 검병을 지지대 삼아 발차기의 방향을 틀어 물구나무를 서듯이 두 발이 위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해악천은 사마착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촥!
사마착의 검이 해악천의 왼팔 근육을 파고들었다.
“스승님!”
그런데 살갗을 약간 파고들었던 검이 완전히 파고들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사마착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 순간 해악천의 주먹이 사마착의 갈비뼈에 강타했다.
-퍼억!
“제법이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악천의 신형이 강한 반탄력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해악천이 거구의 몸으로 공중제비를 펼치며 밑으로 착지했다.
“손을 놓으시오!”
마침 도장호가 위로 날아올라 내 검을 잡고 있는 사마착의 손을 베려 했다.
-챙!
이에 사마착이 밑으로 낙하하는 와중에 검을 휘둘러 도장호의 일격을 가볍게 막아내고서 심지어 튕겨내기까지 했다.
-채앵!
“크윽! 쿨럭!”
사마착의 검에 튕겨나가는 도장호의 입에서 선혈이 솟구쳤다.
“노부의 도도 있다.”
도장호가 튕겨나가던 찰나에 서갈마의 장도가 사마착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이에 결국 사마착이 혈마검의 검신을 놓고서, 번개처럼 장도를 밑으로 쳐냈다.
-채앵!
장도가 밑으로 쳐내지자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갈마가 그 힘을 이용해 몸을 회전하며 그대로 사마착의 어깨를 발로 걷어찼다.
하지만 사마착의 검이 교묘하게 서갈마의 발목을 베려고 했다.
“하압!”
-채앵!
이를 놓치지 않은 내가 사마착의 검을 막아냈다.
“귀찮은 녀석.”
“헛!”
공력에서 밀렸기에 검을 막아냈지만 거꾸로 된 상태로 나의 신형이 튕겨나가 이내 선실에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쾅!
나무로 만들어진 선실이 박살이 나버렸다.
속이 진탕이 되는 것 같았다.
-완전 괴물이잖아.
-전주인과 비무를 했던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인 오검전왕보다도 훨씬 강한 것 같다.
달리 괴물 중의 괴물이 아니잖아.
온몸이 부서질 듯이 아팠지만 이를 참아내고 일어나 부서진 선실에서 빠져나왔다.
나오니 해악천과 서갈마가 동시에 합공을 가하고 있었다.
맹렬한 초식의 대결.
-파파파파팍!
파공음으로 뒤덮인 그들의 주변 바닥이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정말 인간이 맞나.’
초절정의 극에 이른 두 고수의 공격을 사마착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서 검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반면 해악천과 서갈마는 보법까지 펼쳐가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상승 고수들의 대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월악검이었다.
-팍!
사마착의 검이 두 사람의 합공을 뚫고서 서갈마의 어깨를 찔렀다.
“큭!”
-채앵!
도장호가 다시 달려들어 검을 위로 쳐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관통했을 것이다.
“너부터 죽여주마.”
사마착이 한 손으로 해악천을 견제한 상태로 도장호의 미간에 검결지를 날렸다.
때마침 근접한 내가 그를 뒤로 잡아당겼다.
덕분에 검결지가 빗나갔다.
“지금!”
나의 외침에 도장호와 내가 동시에 사마착에게로 검을 찔렀다.
사마착이 먼저 찔러 들어온 도장호의 검을 중지에 고정했던 검지 손가락으로 퉁겼다.
-티잉!
탄력으로 휘어진 도장호의 검이 뒤이어 들어온 내 검을 밑으로 쳐내버렸다.
덕분의 나와 도장호가 서로 얽히며 앞으로 신형이 고꾸라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사마착이 발로 도장호의 가슴을 걷어차 버리고 말았다.
-퍽!
“크억!”
뒤에 있었던 내게는 여파가 미치지 않았지만, 도장호가 튕겨나가면서 그를 안아드느라 나 역시도 밀려나고 말았다.
그때 사마착이 해악천을 상대하다 말고 뒤로 몸을 날리더니, 겹쳐 있는 우리 두 사람을 향해 보검을 날렸다.
-슉!
투창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검이 우릴 꿰뚫으려고 했다.
‘죽는다.’
모든 신경이 예민해지며 죽음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오감으로 느껴졌다.
“크윽!”
도장호가 팔꿈치로 나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검이 날아오는 속도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죽을 수 없어.’
찰나에 머리가 터져나갈 듯이 아파왔다.
염(念)이 폭주하듯이 강해지며 천권의 점이 더욱 붉게 빛이 났다.
‘혈정검세’
나는 밀쳐내는 도장호의 어깨를 잡고서 서로의 위치가 바뀌게 회전하며 선홍빛으로 물든 혈마검을 목판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순간 선홍빛 예기가 바닥에서 파도가 범람하듯 허공으로 솟구쳤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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