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34
48화 삼대 금지 (4) >
-신기하네. 어째서 네 말을 듣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인면자안사(人面紫眼蛇).
만사신의에 말에 의하면 영물이라기보다 요괴에 가까운 존재라고 했다.
괴물이라 불려야 할 마땅한 존재가 나를 따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는 점이었다.
-전에 봤던 그놈도 이렇게 말귀를 알아먹었다면 고생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뭐 그때 고생하기는 했지만 나름 기연을 얻었기에 아쉽거나 하진 않다.
오히려 지금이 더욱 행운처럼 느껴진다.
“제, 제발 이 괴물더러 조금만 뒤로 물러나라고 해주시오.”
사내가 내게 애원을 했다.
두 명이나 인면자안사에게 먹히는 걸 보았기에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내가 인면자안사를 쳐다보자 녀석이 입을 실룩거리며 뒤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정말 똑똑한 놈이다.
-얼굴만 보면 섬뜩한데 하는 행동이 멍멍이 같군.
-그러게 말이네.
-크하핫. 역시 네놈이랑 붙어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군.
언제는 백련하 곁에 남아있어야 했다며 후회해놓고는.
태세 전환이 빠른 게 절로 혀를 차게 만든다.
인면자안사가 뒤로 물러나자 나는 도까지 바닥에 떨어뜨리고서 벌벌 떨고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있겠죠?”
“그,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물어주십쇼.”
편하네.
오히려 무력이나 말로 협박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아까 나무뿌리 묶음 어쩌고 하면서 얘기하던데, 설마 이 안에서 물자를 가지고 서로 독점하면서 거래를 하고 그러는 겁니까?”
그들이 밖에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였다.
죽은 다리를 부러뜨렸던 사내는 이 자들에게 상당히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머뭇거리던 사내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참 웃기는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조차 거래가 오고 간다.
-인간들은 참 특이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오지에서도 서로의 이익을 따지는 걸 보면 말이야.
어찌 보면 참 씁쓸한 일이다.
“물자로 장사를 한다는 거네요. 그 패웅이라는 자가 주도하는 겁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심문 끝에 나는 이곳 봉림곡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봉림곡에 갇힌 자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첫째가 무쌍성에 의해 갇힌 자들, 둘째가 월악검 사마착에 의해 갇힌 자들이다.
가장 많은 수는 무쌍성에 의해 갇힌 자들이다.
월악검 사마착에게 잡혀왔던 자들의 상당수가 악인들이 많아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는 족족히 문제를 일으켜 자체적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렇게는 들어오게 된 큰 원인이었고, 이 안에서의 세력 구도 상황은 이랬다.
봉림곡 내에는 크게 세 패로 나뉜다고 했다.
첫 번째가 가장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던 월노(月老)라는 자가 중심이 된 기존의 패거리.
-여덟 명이라고 했나?
아마 그랬을 거다.
그리고 두 번째가 가장 많은 인원을 데리고 있는 패웅의 패거리다.
패웅은 월악검 사마착이 떨어뜨린 악인이면서 들어온지 일 년하고도 석 달 밖에 안 된 자이지만, 외공의 달인으로 빠르게 이곳을 장악해나갔다고 한다.
-잔머리가 좋은 거겠지.
내 생각도 소담검과 같다.
녀석이 이곳을 장악해나갈 때 가장 먼저 한 게 나무뿌리가 내려오는 공동을 노렸다고 한다.
듣기로 나무뿌리가 내려오는 장소는 오직 북쪽 공동 하나뿐이라고 했다.
물이야 이곳으로 빠지는 격류가 있기에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구하기 어려운 것이 불을 붙일 수 있는 나뭇가지였다.
-뭐가 필요한 건지를 파악한 거네.
맞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다.
어쨌거나 패웅이 그렇게 만든 패거리는 스물세 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데리고 있다.
-거의 절반이네.
거의 패권을 장악한 셈이었다.
마지막 패거리들은 어느 쪽에도 붙지 않은 자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급자족으로 사냥을 해서 먹을 걸 구해서 패웅의 패거리들에게 바치고 나무뿌리 묶음을 얻어간다고 한다.
다가올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 말이다.
-이 정도면 그냥 패웅이 여기 우두머리네. 쯧쯧.
사실상 우두머리의 위치다.
원래는 월노가 이끄는 무리들이 이보다 많았다고 들었다.
그때는 구도가 서로 팽팽했다고 한다.
하나 월노의 무리들이 봉림곡의 탈출구를 만들려다 수로가 터지는 사건을 겪게 되면서 이 구도가 단숨에 역전 당했다고 했다.
게다가 월노가 부상으로 앓아눕게 되면서 대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뭐 지들끼리 지지고 볶든 너랑 상관은 없는 일이잖아.
맞는 말이다.
어차피 나는 여기서 한 달만 버티다 나갈 사람이다.
-인간 네놈도 운이 좋군.
부정할 수 없네.
사실 사마착이 의도한 상황은 이게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내가 맨몸으로 피터지게 이들과 대립하면서 살아남기를 바랐을 거다.
하지만 상단전의 존재와 인면자안사라는 요괴가 나를 따를 것이라고는 짐작이나 했을까?
잠자리가 불편하더라도 편하게 나갈 수 있을 듯 하다.
-한 달은 뭐 식은 죽 먹기네.
물고기가 들어오는 작은 못도 내 손에 들어왔으니 식수와 식량은 해결된 셈이다.
단 하나만 해결하면 된다.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나무뿌리 묶음만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봐요.”
“네넵!”
“당신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요.”
“아, 알겠습니다.”
이건 패웅만 족치면 될 일이었다.
나가려고 하자 내 곁으로 다가와 애교를 부리듯이 거대한 머리를 갖다 붙이는 안면인면사의 머리를 쓰다듬고서 말했다.
“여길 지키고 있어.”
녀석의 보랏빛 눈동자가 아쉽다는 듯이 데굴데굴 굴렀다.
처음에는 징그럽게 느껴졌는데 보면 볼수록 영물 같은 느낌이다.
-영물은 개뿔. 징그럽기만 하구만.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뭐 써먹을 수 있는 녀석이라면 달리 볼 수도 있는 거지.
-비위도 좋네.
“금방 올 거야.”
데리고 나가면 더 쓸 만 하겠지만 이 녀석의 몸통으로는 여길 나갈 수 없다.
* * *
사내를 따라 미로처럼 얽힌 동굴 길을 걸었다.
나무뿌리가 내리는 곳이 그들의 거처라고 했으니 아마도 북쪽 방향일 거다.
어디선가부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다른 동굴보다도 밝았다.
“다 왔습니다.”
사내가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앞장 서요.”
그런 나의 말에 사내가 군말 없이 따랐다.
이미 내 무력을 확인했기에 굳이 인면자안사와 관계없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동굴로 들어가자 여태까지보다 커다란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 전체의 반을 나무뿌리들이 칡넝쿨처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공동의 반대편 벽을 타고 내려와 있었다.
그 반대편의 벽 앞에 왕좌라도 되듯이 돌의자를 만들어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근육질의 애꾸눈의 중년인이 보였다.
“저 자입니까?”
“그, 그렇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저놈이 패웅이었다.
바닥에 앉아 있던 사내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야? 갑찬. 물고기는 어디가고 그놈은 뭐야?”
“신입 놈은 그 괴물 뱀에게 잡혀먹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게….”
이 자의 이름이 갑찬이었구나.
특별히 궁금하지 않아서 물어보진 않았다.
갑찬이라 불린 사내가 어쩔 줄 몰라했다.
앞에는 자신이 따르는 우두머리와 동료들이 있고, 뒤에는 내가 지키고 있으니 좌불안석일 것이다.
“가져간 무기는 어쩌고?”
갑찬을 계속 몰아붙이기에 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당신이 여기 우두머리인 패웅입니까?”
“이 새끼가 신입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나의 말에 사내들이 일제히 가지고 있던 병장기를 빼들었다.
전부가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절반 정도는 도검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처음 만났던 자들처럼 돌을 갈아 만든 도끼와 창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갑찬이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라면 싸우지 않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뭐?”
“이 분은 그 괴물 뱀을 다룰 수 있으십니다.”
“무슨 얼토당토 않는 얘기를 하는 거야?”
사내들이 내게 무기를 겨냥하고서 말했다.
“어이. 신입. 살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그 검들이랑 단검 내려놔. 안 그럼 이 자리에서 확 찢어 발겨버릴 테다.”
“안 들려! 인마!”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혈마검을 허리춤에서 뽑았다.
“오오. 완전 보검입니다. 패웅님.”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혈마검의 화려한 자태에 사내들의 눈이 탐욕으로 들끓었다.
겉보기에는 여느 보검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나는 이들을 무시하고서 돌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패웅에게 소리쳤다.
“나와 거래합시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감히!”
사내들 중 한 사람이 내게 도를 휘두르려고 했다.
이에 나는 그 자의 목에 번개처럼 혈마검의 검 끝을 목에 갖다 댔다.
“헉!”
“아랫 것들과 나눌 대화는 없습니다.”
방금 전의 일수에 사내들이 놀라서 당혹스러워 했다.
왜냐하면 내공을 다루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속도였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내공을?”
“잡혀 들어온 게 아니야?”
사내들이 술렁이며 내게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역시 실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크하하하하핫.”
그때 돌 의자에 앉아 있던 패웅이라는 자가 고개까지 젖혀가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곳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일계.”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벽 뒤쪽에 있던 사내들이 횃불을 들고서 공동 벽면에 칡넝쿨처럼 얽혀 있는 나무뿌리들에 갖다 댔다.
‘!?’
이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짓이었다.
여섯 명이서 각 방향마다 횃불을 들고 있었는데, 저기 나무뿌리에 붙어버리면 이곳 공동은 불바다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려오는 나무뿌리들을 전부 잃게 될 것이다.
-얍삽한 놈이네.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놈이다.
패웅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나무 뿌리를 전부 태울 거다. 그럼 같이 죽는 거다.”
그렇게 말한 녀석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열 보 정도 떨어진 거리다.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한 걸 보니 검에 당하기는 싫은가 보다.
놈이 내게 물었다.
“네놈. 어떻게 내공을 쓸 수 있는 거지?”
“그건 당신이 알 바가 아니죠.”
그런 나의 말에 패웅이 고개를 젓더니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니 중요한 문제지. 내공을 쓸 수 있는 자라면 내 몸 속에 박혀 있는 침들을 빼낼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아아…..
그러고 보니 이 자도 사마착의 손에 잡혔다고 했지.
나처럼 혈 곳곳에 침이 박혀있을 거다.
패웅이 기대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나무뿌리겠지?”
“잘 아시는군요.”
“이곳에 오는 이유야 하나뿐이거든.”
“그럼 거래하시겠습니까?”
“좋다. 나도 원하는 바다. 단 조건은 내 몸속에 박혀 있는 침을 빼주는 거다. 그렇다면 네놈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도록 하지.”
침을 빼달라라.
그런데 이거 어쩌지.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겠군요.”
“뭐?”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제 몸속에 박혀 있는 침부터 뺐을 테니까요.”
그런 나의 말에 패웅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놈…..월악검에게 붙잡혀 온 것이냐?”
나는 아무런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실망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놈에게 말했다.
“들어드리지 못해서 안타깝군요. 제 조건은 간단합니다. 못이 있는 동굴로 한 달 정도 쓸 수 있는 나무뿌리 묶음을 넉넉하게 가져오시면 됩니다.”
그런 나의 말에 패웅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네놈은 무엇을 줄 테냐?”
“물고기가 여기서는 나무뿌리 이상의 가치라고 들었습니다만.”
패웅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정말로 네놈이 그 괴물 뱀을 다룰 수 있는 게 맞나?”
“직접 확인해보시겠습니까?”
그런 나의 말에 패웅이 갑찬이라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저, 정말입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변정도 그 괴물 뱀에게 먹혔습니다.”
사내의 그 말에 패웅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고민을 하는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말했다.
“한 묶음에 물고기 열 마리다.”
“과하군요.”
“우리 인원을 봐라. 장정이 스물이 넘는데 물고기 한두 마리로 턱이나 될 것 같으냐?”
“구멍을 통해서 물고기가 들어오긴 해도 여덟, 아홉 마리였습니다.”
내가 과하다고 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물고기가 제때 유입되지 않으면 내가 먹을 양도 부족해진다.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지. 나무 뿌리 한 묶음에 물고기 열 마리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는 없다.”
패웅이 강경하게 나왔다.
“제가 들은 것과는 다르군요.”
“뭐가 말이지?”
“저 자에게 듣기로 쥐 다섯 마리만 잡아와도 나무뿌리 한 묶음과 교환해줬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나의 말에 패웅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가치라는 것은 늘 바뀌기 마련이지. 구하기 힘든 물건일수록 그 가격이 오르지만 물고기는 이제 네놈이 자유롭게 구할 수 있지 않나.”
“제가 물고기를 풀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물건일 텐데요.”
“그럼 생으로 물고기를 먹던가. 어차피 물고기를 못 먹는다고 죽을 일은 없거든. 하지만 나무뿌리는 다를걸. 겨울은 어찌 날 테고 추위는 어찌 견딜 테냐?”
자신이 가진 이점을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곳을 어떻게든 점령하려고 한 것이었고 말이다.
패웅이 자신이 이겼다는 듯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잘 알았으면 물고기 열 마리를 가져와라. 그럼 네놈이 그리 간절히 바라는 나무뿌리 묶음을 줄 테니.”
“이 모든 기준은 당신이 정한 거겠군요.”
그런 나의 말에 패웅이 양팔을 활짝 펴고서 말했다.
“이 봉림곡 안에서는 내가 왕이다. 네놈도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다면 내 말에 따르는 편이 좋을 거다.”
“그렇군요. 나무뿌리를 점령한 자가 왕이군요.”
“크하하하핫. 알아들었으면 어서….”
“수하분들도 왕의 뜻에 따라서 죽을 용기가 있는지 확인해 봐도 될까요?”
“뭐?”
-푹!
“컥!”
혈마검이 패웅의 이마에 꽂혔다.
머리를 관통당한 놈이 꺽꺽 소리를 내더니 이내 바닥에 쿵하고 쓰러졌다.
열 보 정도 떨어져 있으면 검을 피할 수 있다고 자부한 건가.
던지면 그만이었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공동 안에 있는 사내들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들의 수장을 단번에 죽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나는 횃불을 들고서 공동 벽에 서있는 자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태워보세요.”
“큭!”
그런 나의 말에 횃불을 든 사내들이 이도저도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같이 죽기는 싫은가 보군요.”
그런 내 말에 사내들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질긴 목숨 부지하려고 벌레, 쥐 같은 것까지 잡아먹으며 버텨온 자들이 알력 싸움 때문에 나무뿌리를 버리려고 하겠는가.
-쑤욱!
나는 패웅의 이마에서 검을 뽑고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왕이 제 손에 죽었으니 이제 제가 왕인가요? 이견 있으신 분은 제 앞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피로 젖은 혈마검의 검면을 손바닥에 툭툭 내려치는 내 모습에 사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