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40
50화 괴인 (4) >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울 정도의 눈동자였다.
두 눈동자가 금빛인 사람은 처음 본다.
-금안이라니…..
머릿속에서 남천철검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도 그렇게 말로만 들어왔던 금안의 존재를 여기서 보게 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남천철검에게 물었다.
‘저 자가 남천검객과 겨뤘다던 그 놈이야?’
그런데 그 물음에 뜻밖의 답이 나왔다.
-아니다.
‘아니라고?’
-그때 보았던 그 얼굴이 아니다.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대체 저놈은 누구란 말인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남천철검이 내게 말했다.
-그때 보았던 그 자는 한쪽 눈동자만 금안이었다. 저 자처럼 저렇게 두 눈동자가 전부…
“어이!”
남천철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금안의 사내가 나를 불렀다.
놈이 들뜬 얼굴로 내게 말했다.
“네가 부적을 떼었냐고 물었다.”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이성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
괴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듯 했다.
남천검객을 죽인 그 금안의 사내가 아니라면 저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이지?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놈의 물음에 답했다.
“……그게 무슨 소린지 전혀 알 수 없군요.”
“그럼 너냐?”
금안의 사내가 고개를 돌리고서 외팔의 사내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 무슨 말인지 도통….”
나 역시도 그런데 그라고 영문을 알 리가 없었다.
금안의 사내가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아무도 떼지 않았는데 저절로 떨어지기라도 했단 건가? 아무렴 어때. 크하하하하하핫.”
그러더니 혼자서 광소를 내뱉었다.
미남의 얼굴이었는데 하는 말투나 그런 것은 거칠고 호탕하기 그지없었다.
저 자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이 위험한 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나와 전주인이 겪었던 그 자만큼이나 위험해 보인다.
-어떡할 거야?
녀석들의 그 말에 나는 놈의 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을 보았다.
거대한 철구가 달려있는 쇠사슬이다.
두 손에 철구가 벗겨지기는 했지만 저게 있는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싸우는 건……’
저 자의 역량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내공과 선천진기가 더 강해졌는데도 상대의 전력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게 나보다 우위라는 의미가 된다.
‘도망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가며 계산했다.
하지만 외팔의 사내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두 팔과 마찬가지로 만약 두 다리도 자른다면 쫓아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큭!’
고민하고 있는데 갈수록 왼쪽 눈이 더 아파왔다.
오른쪽 눈을 뜨니 여전히 뿌옇다.
저 자에게서 시선을 떼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참 진퇴양난이었다.
그때 금안의 사내가 말했다.
“어이. 그거 빌릴 수 있나?”
나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금안의 사내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그의 시선이 내가 들고 있는 남천철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안 된다. 운휘.
남천철검이 강하게 거부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 없다.
검을 줬다가 대체 무슨 사달이 벌어지라고 빌려주겠는가.
“이걸 말하는 겁니까?”
나는 남천철검을 들어보였다.
금안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검.”
‘……널 모르고 있어.’
금안의 사내는 남천철검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약 남천검객과 겨뤘던 자라면 남천철검을 알아봤을 거다.
한데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남천철검의 말대로 정말로 전혀 다른 사람일까?
“달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망설이지?”
“제가 왜 검을 빌려줘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경계심이 담긴 내 목소리에 금안의 사내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두 손이 벗어난 이상 강제로 자르고도 이 철구에 벗어날 수 있다.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그럼 뭐 하러 검을 빌리려는 겁니까?”
“몸이 낫는 게 빠르다고 해서 상처가 나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거든.”
‘통증은 느끼는 건가?’
중요한 정보 같은데 선뜻 이야기하는 금안의 사내였다.
그런데 문득 의아해졌다.
검을 빌려달라는 건 저 단단한 쇠사슬을 자를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검과 철구가 부딪쳤을 때 흠집조차 나지 않았었다.
벨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건가.
잠시 망설이던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약조를 해주시면 빌려드리죠.”
-운휘!
남천철검이 기겁을 했다.
잠시만 나를 믿고 있어봐.
“약조?”
“어찌 보면 당신의 두 손이 자유로워진 데는 제 도움도 있지 않았습니까?”
“네 도움?”
“그렇습니다.”
그런 나의 말에 금안의 사내가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핫.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무엇이 말이죠?”
“의도대로 움직였던 주제에 나와 흥정을 하려들다니 말이야.”
‘…..역시였나.’
그 말에 나는 알 수 있었다.
처음 손목을 베었던 것이 저자가 의도했음을 말이다.
그랬기에 두 번째 검은 막아냈던 거다.
“큰 흥정도 아닐 텐데요. 저는 그저 은원 관계도 아닌데 당신과 싸울 이유가 없기에 약조를 받으려는 겁니다.”
“위해를 가하지 말라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금안의 사내가 웃으며 답했다.
“뭐. 좋다. 나도 도의라는 게 없지는 않거든. 어찌되었든 네 덕분에 풀려난 것은 맞으니 약조하도록 해주지.”
다행히 이를 받아들였다.
아직 안도할 수는 없지만 거짓말을 할 위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어차피 억지로 상해를 입힌다면 풀려날 수도 있는데, 굳이 이런 약조까지 할 필요도 없을테니 말이다.
-휙!
나는 남천철검을 그에게 던졌다.
금안의 사내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검을 능숙하게 받았다.
검을 다루는 손동작이나 파지법만 보더라도 그가 뛰어난 검객임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검이로군.”
검을 받아든 그가 허공에 남천철검을 몇 번 휘둘러보더니, 이내 자신의 발목을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에 검을 망설임 없이 내리쳤다.
-채앵!
‘아!’
가볍게 휘두른 검에 철구와 같은 재질로 보이는 쇠사슬이 잘려나갔다.
철과 철이 부딪친 것이었는데 불꽃조차 튀지 않았다.
대단한 검의 고수였다.
“보기보다 괜찮은 검이로군.”
검을 칭찬한 금안의 사내가 오른 발목의 쇠사슬과 허리를 감고 있는 구속구의 쇠사슬까지 전부 베었다.
그 휘두르는 손동작을 나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것은 부드러움의 극치였다.
검에 부드러움을 가미하려면 휘두르는 힘을 최대한 빼기 마련인데, 아무리 힘을 빼도 약간의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데 금안의 사내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후우.”
-우드드득!
모든 구속구에서 완전히 풀려난 금안의 사내가 고개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 나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혹여 이 사내가 예상과 달리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휙! 탁!
금안의 사내는 내게 곧바로 남천철검을 던졌다.
-약조를 지키려나 보네.
소담검도 다행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때 왼쪽 눈의 통증이 더욱 강해졌다.
“크윽.”
결국 참지 못한 나는 왼쪽 눈을 감아버렸다.
눈이 화끈거렸다.
그때 바로 앞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핏물에 얼룩진 오른쪽 눈을 떴는데, 앞에 인영이 다가와 있었다.
금안의 사내였다.
당황해서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데, 그가 금나수의 수법을 펼치는 것처럼 내 오른손목을 붙잡으려 했다.
나는 붙잡으려는 방향의 역으로 손목을 뒤틀어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방향을 틀어 어깨를 붙잡았다.
-꽉!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어깨를 낮췄다가 위로 튕기며, 반탄력으로 손을 튕겨내려 했지만 금안의 사내는 더욱 강한 힘으로 이를 억눌렀다.
“제법이구나. 이 정도면 무림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을 법 한데.”
금안의 사내의 입에서 칭찬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달갑지가 않았다.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누가 약조를 어긴다고 했나.”
“한데 어째서 이러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금안의 사내가 동문서답을 했다.
“그 왼쪽 눈 좀 떠보지 그래.”
“어째서?”
의아해하는데 그가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는 뭔가 향을 맡듯이 코를 킁킁거렸다.
“무슨 짓입니까?”
나는 정색을 하며 그를 밀쳐내려 했다.
그런데 금안의 사내가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이놈 봐라. 재밌는 녀석이네.”
“네?”
“너 살아있는 몸으로 금상지체의 시술을 받은 거냐?”
“금상지체?”
“너 그놈과 무슨 관계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만을 해댔다.
안 그래도 앞이 뿌옇게 보여서 답답했는데, 나는 억지로 통증을 참아가며 감았던 왼쪽 눈을 떴다.
그러자 금안의 사내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엇?’
그의 금빛 눈동자가 내 왼쪽 눈에 꽂혀 있었다.
금안의 사내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시술 받았네. 그런데 놈을 모른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저는 귀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놈이 이제 와서 여기에 있을 리는 없겠지.”
“대체 그놈이 누굴 말하는 겁니까?”
“모르면 됐고. 너 혹시 야광주가 가득한 방에 들어갔었냐?”
“그걸 어떻게?”
그는 내가 그 공동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금안의 사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안 죽고 버틴 거지? 아님 저 꼴이 되었어야 할 텐데.”
사내가 눈짓으로 가리키니 것은 다름 아닌 목이 잘려 죽어있는 괴인들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금안의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놈과 똑같은 체질이라도 되는 거냐? 아니면 이 심장에 있는 기운과 관계있는 거냐?”
‘!?’
놀랍게도 선천진기를 알아차렸다.
그때 금안의 사내가 반대 손으로 내 심장 쪽에 손을 얹으려했다.
이에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쳐내려했다.
그러나 도리어 내 손을 쳐내고서 번개처럼 심장부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에서 차가운 기운이 밀려들어왔다.
“흐헉!”
소름끼칠 정도로 오싹한 기운이었다.
당혹스러워하는데, 대항이라도 하듯 중단전에 있던 선천진기의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 차가운 기운을 밀어내려 했다.
금안의 사내가 손바닥을 떼고서 말했다.
“그럼 그렇지. 이게 널 보호했군.”
“보호하다니 무슨 말입니까?”
“운이 좋은 녀석이구나.”
내 말에는 도통 답변을 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해댔다.
“하지만 이래서야 시술을 받은 의미가 없지.”
갑자기 사내가 나의 심장부 근처에 있는 혈 자리들에 점혈법을 가했다.
-타타타타타탁!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막을 방도도 없었다.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가슴이 관통 당하는 것처럼 차가운 기운이 파고들었다.
“허억!”
속이 역류할 것만 같았다.
헛구역질이 났다.
“으웩!”
신물과 침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금안의 사내가 어깨에서 손을 떼고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기운을 통하게 했으니 이제 무리 없을 거다.”
“으웩…..내게 무슨 짓을…한 겁니까?”
“하하하하하핫. 무슨 짓은 무슨 짓이야. 네놈은 평생 나한테 감사해야 할 거다.”
“네?”
“네놈에게 빚 진건 이걸로 끝이다.”
볼 일이 끝난 사람처럼 금안의 사내가 털레털레 공동의 어딘가로 걸어갔다.
헛구역질이 멈추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던 나는 소리쳤다.
“잠깐…..으웩.”
금안의 사내가 뒤를 슬쩍 돌아보더니, 자신의 금빛 눈동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한 쪽 눈만 이런 녀석을 보면 지체하지 말고 도망쳐라.”
“그게 무슨?”
“나처럼 이런데 갇혀 지내기 싫으면 말이야.”
-팟!
그 말을 마지막으로 금안의 사내가 서쪽 방향에 있는 한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스승님 이후로 이렇게 제멋대로이고 신출귀몰한 자는 처음이었다.
“소 공! 괜찮나?”
외팔의 사내가 그제야 내게 달려왔다.
그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이에 나는 헛구역질을 하면서 괜찮다며 손을 휘저었다.
헛구역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헛구역질이 멈추자 감고 있던 왼쪽 눈의 통증이 사라졌다.
‘아프지 않아.’
심지어 피로 젖어서 뿌옇던 오른쪽 눈도 제대로 보였다.
한바탕 신기루처럼 벌어졌던 일처럼 말이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이라도 치는 것처럼 커다란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아앙!
-쿠르르르르!
그리고 공동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은 금안의 사내가 들어갔던 동굴 쪽에서 들렸다.
외팔의 사내가 그곳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건….”
그때였다.
-촤아아아아아!
“무, 물이!”
동굴에서 물이 범람하듯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물살이 얼마나 센지 격류처럼 옆에 있는 동굴 벽까지 때려 부수며 들어오고 있었다.
-도망쳐!
“젠장!”
나는 낚아채듯이 외팔의 사내를 안아들었다.
“소, 소 공!”
“이게 더 빠릅니다.”
당황해하는 그의 의견을 묵살하고서 동굴 입구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금안의 사내가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굴 옆의 수로가 터져서 안으로 급속히 밀려 들오는 듯 했다.
기세로 봐선 금방 물이 차오를 것 같았다.
-서둘러!
알고 있다고.
뒤에서 물살이 몰아치는 소리가 무섭게 들려왔다.
단숨에 경공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간 나는 통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물이 고여 있는 곳에 몸을 던졌다.
-풍덩!
물속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앞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눈에 선천진기를 집중했다.
선천진기를 집중하니 물속인데도 눈앞이 훤해졌다.
헤엄을 치는데 소담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운휘야. 너 왼쪽 눈이…..
‘눈이 왜?’
그러고 보니 급한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 두 눈을 뜨고 있었다.
바늘을 찌르는 듯한 고통은 이제 없어서 괜찮았다.
-그게 아니라 눈 색깔이 변했어.
‘무슨 소리야? 아직 혈마화를 풀지 않았으니….’
-아니. 왼쪽 눈이 금색으로 바뀌었다고!
‘뭐?’
순간 헤엄치는 도중에 입을 열어서 물을 먹을 뻔 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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