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44
52화 무쌍성으로 (1) >
-촤아아아아!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피부가 밀려나갈 정도였다.
빠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인면자안사 자소가 이렇게 헤엄을 잘 칠 줄은 몰랐다.
‘잘 버티시네.’
외조부 하성운은 자소의 머리 쪽에 사마영이랑 타고 있었다.
사마영이 밧줄을 동여매고 외조부가 혹시나 떨어지지 않도록 잘 막고 있었다.
나는 바로 뒤쪽에서 외팔의 사내 강부를 앞에 태우고 잠시 호흡을 하지 않더라도 버틸 수 있게 내공으로 심맥을 보호하며 받치고 있었는데,
-푸하하하핫! 네 뒤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 좀 봐라.
소담검의 자지러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순간 입을 열고서 물을 먹을 뻔했다.
“끄르르르르르!”
“꺼거거거!”
미염을 비롯한 사내들은 거의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질색을 하면서 자소의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키더니, 지금은 서로 살겠다고 꽉 매달려서는 얼굴까지 뒤집혀 있었다.
뒤집힌 얼굴에 살짝 웃음이 나왔으나 이해가 간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니 봉림곡의 동굴에서도 버티지 않았겠나.
‘제발.’
그들의 의지에 나는 간절히 바랐다.
자소가 우리를 무사히 봉림곡 바깥으로 이끌기를 말이다.
조금만 더 길어지면 모두가 버틸 수 없게 된다.
‘우린 너와 다르게 물속에서 호흡할수 없어.’
이 녀석이 그걸 제대로 인지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어두운 물속을 헤엄쳐 나가고 있을 때였다.
-운휘. 저길 위쪽을 봐라.
‘아!’
남천철검의 말에 위를 바라보았는데, 그곳에서 작은 빛이 보였다.
한참을 어두웠는데 물속으로 파고드는 저 빛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소가 위쪽을 향해 빠르게 올라갔다.
-팟!
“하아!”
자소의 몸이 수면 위로 치솟으며 상쾌한 공기가 폐부를 자극했다.
오랜만에 보는 밝은 햇빛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밝다.’
그러나 선천진기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금방 앞이 보였다.
넝쿨과도 같은 풀들이 몸에 엉켜 있었고 주변에 녹음으로 가득한 수풀들이 보였다.
‘밖이야!’
어둡고 축축하던 동굴과는 확연하게 다른 광경에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되려던 찰나였다.
-쿠르르르르!
제대로 기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자소가 격렬히 몸부림을 쳤다.
그 덕분에 녀석의 몸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튕겨나가고 말았다.
“우왓!”
“으헉!”
-쿠당탕!
튕겨나간 이들이 질퍽한 바닥을 뒹굴었다.
그나마 내공을 익힌 나와 사마영의 경우는 각자가 맡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튕겨나갔어도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자소!”
녀석이 왜 그러나 싶었는데 우리를 전부 튕겨내고는 급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짧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녀석의 미끈거리는 비늘이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붉게 물들었던 것이 보였다.
‘햇빛을 못 버티는 건가?’
생각해보니 인면자안사는 극도로 밝은 빛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데 저렇게 몸에 무리가 갈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 외팔의 사내 강부를 내려놓고서, 넝쿨 같은 풀로 뒤덮인 못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녀석이 빛이 비추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기다란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햇빛은 더더욱 상극이구나.’
비늘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역시 보았던 것이 맞았다.
‘우릴 밖으로 내보내주려고 무리했구나.’
나는 물속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녀석이 머리를 가지고 와 손바닥에 비벼댔다.
떨림이 느껴지는 게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
‘고마워.’
녀석의 몸을 쓰다듬자 특유의 소리를 냈다.
-쿠르르르!
생김새는 사람들이 꼼짝할 수 없게 무섭게 생겨서 하는 짓은 무슨 강아지처럼 군다.
내게 몇 번 정도 비비적거리던 녀석이 이내 물 밑으로 들어갔다.
아쉬운 듯이 보랏빛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는데, 간접적이더라도 계속 햇빛을 쬐는 게 힘든가 보다.
‘더 들어가. 들어가서 쉬어. 나중에 다시 올게.’
자소를 향해 손을 흔들자, 녀석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좀 더 밝은 울음소리를 내며 점점 멀어져갔다.
녀석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들보다도 의리가 좋았다.
물 밖으로 머리를 빼자 사내들이 축축한 땅위를 뒹굴뒹굴 구르며 감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아아!”
“평생 못 나올 줄 알았는데….”
“밖이다! 밖에 나왔어!”
저렇게나 좋아할 줄이야.
오랜만에 쬐는 밝은 빛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저들이 저 정도라면 20년이 넘게 갇혔던 외조부는 얼마나 감격스러워 할까?
“외조부?”
다른 사람들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외조부는 눈을 아예 뜨질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인상까지 찡그리는 게 꽤 아파보였다.
그의 곁에 있는 사마영이 내게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햇빛을 봐서 눈이 아프신가 봐요.”
외조부가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할애비는 괜찮다. 금방 적응될 터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라고 말했지만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사마영이 자신의 옷자락의 일부를 찢어서 외조부의 머리에 감아 눈 쪽을 가리게 했다.
“괜찮아질 때까지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젖은 천으로 묶어서 눈이 시원해져서 그런지 한결 나아보였다.
“…….크흠. 고맙구나.”
외조부의 그 말에 사마영이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조금이라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가 보다.
“이런 순간이 오다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해서 가리고 있으면서도 새삼 감격스러운지 외조부가 계속 그 말을 되풀이 했다.
‘외조부……’
가족들을 전부 잃고서 봉림곡에서 그 오랜 세월 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내가 겪었던 인생만큼이나 외조부도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끄으으.”
그런데 어디선가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의 진원지는 바닥에 눕혀 놓은 외팔의 사내 강부였다.
그가 고통스러운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강부?”
혹시 깨어났는가 싶어서 불렀는데, 계속 신음성을 냈다.
물기가 묻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 손을 대보았다.
‘뜨거워.’
몸에 열이 심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상의를 걷어서 복부와 허리 쪽을 보았다.
‘이런!’
-심각한데.
상처부위가 보랏빛으로 물들어 퉁퉁 부어있었다.
길진 않다고 해도 이곳으로 나오는 도중에 계속 물에 닿아서 그런 듯 했다.
내버려뒀다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소저!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요?”
사마영은 봉림곡 밖에 있었으니 이곳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알 것이다.
나의 물음에 주위를 둘러본 그녀가 말했다.
“봉림곡의 동북쪽에 있는 숲 같아요.”
“혹시 이 근방에 마을이 있습니까?”
“있어요! 제가 밧줄을 구했던 마을인데, 북서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돼요.”
서둘러서 가야할 것 같다.
* * *
사마영의 말대로 북서쪽으로 한 시진이 넘게 올라가자 꽤 큰 규모의 마을이 보였다.
산등성이에서 보니 마을 안이 훤하게 보였다.
서둘러 내려가 마을로 들어가려 하는데, 사내들이 이를 거부했다.
왜 그런가 물어봤는데,
“저 마을은 무쌍성의 영향력 아래 있네.”
“무쌍성?”
의아해하는데 미염이 마을의 한복판에 있는 한 건물에 꽂혀진 깃발을 손으로 가리켰다.
검과 도가 교차하고 있는 문양이 그려진 검은 깃발이었다.
‘아!’
저 표식을 안다.
저건 무쌍성의 표식이었다.
섬서성의 북쪽에 무쌍성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인근 마을에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긴.’
이들이 어째서 저곳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는지 알 것 같다.
무쌍성과 척을 짓고서 봉림곡에 갇혔으니, 그들의 영역에 누가 들어가고 싶겠는가.
“월노. 저희는 마을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런 그들의 말에 외조부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밖으로 나와서 기껏 자유를 찾았는데, 애써 노부를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 갈 길을 가도록 하거라.”
“월노…..”
배려에 감격해서 계속 따르고 싶다고 한 그들이지만 외조부는 그들을 보냈다.
이에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하나씩 넘기면서 언젠가 외조부께서 도움을 청하면 돕겠다는 약조와 함께 떠났다.
유일하게 남은 자는 외팔의 사내 강부와 함께 오랫동안 외조부를 모셨다는 미염이란 자뿐이었다.
마을로 향하면서 나는 걱정에 물었다.
“외조부.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들도 그랬겠지만 외조부도 어찌 보면 무쌍성과 악연의 관계였다.
이에 외조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벌써 이십여 년이 넘은데다 죽었다고 알고 있는데, 누가 이 할애비를 알아보겠느냐. 그리고 지금은 저 친구의 생사가 달려있지 않느냐.”
외조부의 말대로 강부의 상태는 많이 좋지 않았다.
언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기에 다른 마을을 찾을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옷부터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아……”
사마영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동굴 생활을 하면서 옷에 때가 많이 탔다.
게다가 외조부도 그렇고 미염, 강부는 거의 누더기를 걸치고 있어서 행색이 거지 꼴이나 다름없었다.
딱 이목을 사기 좋은 복색들이었다.
“적당한 걸로 부탁드립니다.”
“헤. 맡겨주세요.”
* * *
“어…..음.”
미염은 사마영이 구해다 준 옷을 보고서 뭔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나와 외조부의 것은 고급 천으로 만들어져 꽤나 멋들어진 경장의 옷이었는데, 미염과 강부가 입을 옷은 싸구려 재질의 평범한 옷이었다.
-티나게 차별 대우하는데.
‘…….’
뭐라 할 말이 없다.
어쨌거나 그녀가 구해온 옷을 입은 우리들은 곧장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가는 도중에 느낀 건데 생각보다 무림인들이 많았다.
길목마다 도검을 착용한 무림인들 투성이었다.
“이상하죠?”
사마영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기감으로 느껴지는 자들만 수십 명이 넘었다.
의아했지만 지금은 강부를 먼저 의원에 데려가는 게 먼저였다.
“복안현이 맞느냐?”
업혀 있던 외조부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눈을 가린 상태로 이곳으로 들어온 외조부였다.
그런데 마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십 년이 넘었다고 해도 무쌍성에 살아온 세월이 있지 않느냐.”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원 녀석도. 아무튼 복안현이 맞다면 마을의 동남쪽 편으로 가자꾸나. 그곳에 실력이 괜찮은 의원이 있단다.”
“있을까요?”
“삼대나 이어온 곳이니 아직 있을 게다.”
외조부의 말대로 우리는 마을의 동남쪽으로 갔다.
골목을 지나 넓은 길목에 들어서자 의원이라 적혀 있는 문패가 붙여진 건물이 보였다.
그런데 의원 앞에 한 유생 복장을 하고 있는 청년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뭐지?’
“이 큰 의원을 전세 낸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이건 또 무슨 헛소리지?
그러고 보니 의원의 입구 앞에 회색 장포를 입은 두 명의 사내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청년은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다.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당장 꺼져라.”
-스릉!
사내 중 한 사람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유엽도를 뽑아서 위협을 가하듯이 청년에게 말했다.
그러자 청년이 기가 차다는 듯이 웃더니 이내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놈이!”
회색 장포의 사내들이 동시에 청년을 향해 합공을 가했다.
청년이 빠른 발놀림으로 그들이 휘두르는 유엽도를 피하고서 한 사내의 손목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금방 끝나겠네.
내가 봐도 그렇다.
유생 청년의 무위는 저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했다.
예상대로 손목을 꺾은 청년의 발차기가 또 다른 사내의 턱에 꽂혔다.
“으억!”
턱을 맞은 사내가 의원의 문을 부수고 안으로 날아갔다.
청년이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탁탁 치면서 의원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입구에 반쯤 발을 걸쳤던 청년이 뒤로 튕겨나갔다.
두 손목을 교차하고 있는 청년의 몸에서 뜨거운 김 같은 것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유생 청년이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은백호리!”
‘은백호리?’
-왜 알아?
은백호리 여성은.
산서성 무림에서 꽤나 악명을 떨치는 흑도의 고수였다.
워낙 위쪽에서 활동하는 자라 직접 볼 기회는 없었지만 듣기로는 한기를 다루는 무공을 대성한 여걸이라 들었다.
의원 입구 바깥으로 회색 여우털이 달린 궁장을 입은 한 백발의 여인이 걸어 나왔다.
매서운 눈매에 보통 성격이 아닌 것 같은데, 겉보기만 보면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은백호리가 맞느냐?”
외조부가 내게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난처하게 되었구나. 은백호리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만 이십여 년 전에도 악명을 날리던 고수란다. 지금까지도 건재하다면 보통 실력이 아니겠구나. 젊은 네가 상대하기에는 손속이 매우 악독한 자란다.”
외조부의 그 말에 나는 은백호리 여성은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에게서 풍겨지는 기세가 확실히 보통 고수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성은이 오만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청년에게 말했다.
“내 부하들에게 손을 뻗었으니 각오는 했겠지. 애송아.”
여성은의 오른손에서 하얀 김이 흘러나왔다.
“서, 선배님이 계신 줄 몰랐습니다.”
“늦었단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려 유생 청년을 향해 살수를 펼쳤다.
유생 청년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허리에서 연검을 뽑아 그녀의 공격에 대항했다.
‘후우.’
그 틈에 나는 슬며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발걸음을 옮긴 곳을 다름 아닌 의원의 입구 방향이었다.
“소, 소 공! 방금 월노께서 하신 말씀 잊으셨습니까?”
“다른 의원을 찾을 시간이 없습니다.”
“네?”
“가시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사마영이 피식 웃으며 내 뒤를 따랐다.
“얘야! 무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업혀 있는 외조부가 당황해서 나를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의원 입구를 앞두고 있었다.
유생 청년을 몰아붙이고 있던 은백호리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내게 신형을 날렸다.
“오늘따라 애송이 놈들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한기로 가득한 그녀의 손이 무섭게 내 머리를 노려왔다.
나는 외조부를 업은 상태로 가볍게 몸을 뒤로 젖혀 그녀의 수공을 피해냈다.
“피해?”
자신의 수공을 가볍게 피하자,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녀가 절초를 펼치려 했다.
바빠 죽겠는데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나는 왼쪽 눈을 감고서 중단전을 개방하고서 선천진기를 끌어올렸다.
“내 앞에서 건방지게 한쪽 눈을 감아!”
말과 달리 흑도가 아니랄까봐 은백호리가 눈을 감은 쪽으로 손을 뻗어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
감고 있는 눈동자로 그녀의 기운이 흰빛으로 움직이며 운기 경로가 희미하게 보였다.
중단전을 개방하면 금안이 보일까봐 눈을 감은 것이었는데,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거리가 가까우니 기운이 보일 줄은 몰랐다.
‘하! 이 정도였나.’
경로가 보이니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휙! 휙! 휙!
나는 가만히 서있는 상태로 그녀가 펼치는 초식을 상체만 움직여서 피해냈다.
“어, 어떻게?”
심지어 외조부에게조차 공격이 닿지 않자 그녀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서렸다.
“빈틈이 있네요.”
“뭐?”
나는 싸늘한 한기가 몰아치는 초식의 틈을 파고들어 번개처럼 그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퍽!
“아악!”
주먹을 맞은 은백호리 여성은의 신형이 뒤로 열 보가 넘게 튕겨나갔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은 외조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은백호리가 날아가서 기절했네요.”
‘!?’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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