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56
55화 무정풍신 (3) >
“어머니의…..유품? 하령의 아이라고?”
무정풍신 진성백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비학월패를 보인 것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거론하니, 무정하다 불리는 그조차 감정이 동요되나 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안대로 가리고 있던 왼쪽 눈에 강렬한 빛이 일렁였다.
나는 고개를 다급히 옆으로 젖혔다.
-촥!
그 순간 공기가 일렁이는 느낌과 함께 날카로운 예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놈?”
무천검제 천무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진성백이 감정이 동요되는 그 찰나에 반대 손의 검결지로 조용히 내게 예기를 날린 그였다.
찰나의 기습을 내가 피할 줄은 몰랐나 보다.
-금안이 진짜 유용하네.
동의한다.
팔대고수 급의 자들은 그 기운이 너무 강해서 인간 빛 덩어리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도 공격하는 것 자체를 알아챌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컸다.
천무성이 살기를 발산하며 입을 열었다.
“네놈이 운이 좋구나. 그 운이 얼마나 갈지….”
그때 진성백이 그의 말을 잘랐다.
“천 종주. 나는 그대에게 소형제를 넘겨준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소. 방금 전 그 공격은본 종주를 향한 무례나 다름없소.”
“무례? 하! 이놈이 내 제자를 죽였다고 하지 않았소. 정녕 이런 자를 보호하느라….”
“말은 바로 합시다. 천 종주. 어째서 그대의 제자를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하지 않았소.”
그런 진성백의 말에 천무성이 눈을 부릅뜨더니, 이내 붙잡혀 있던 손목을 뿌리치고는 나를 붙잡기 위해 신형을 움직였다.
그는 내가 어떤 식으로든 입을 열까봐 죽이는데 급급한 듯 했다.
그러나,
-파팍!
“진 종주!”
그런 그의 앞을 진성백이 바람과도 같은 경신법으로 가로막았다.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빨랐다.
아까 전에도 천무성보다도 늦게 움직였는데 먼저 도착하여 놀랐었는데, 풍신(風神)이라는 별호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굉장한 경신법의 달인이었다.
“비키게!”
조급해하는 천무성에게 진성백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내가 있는 한 이 아이에게 손을 댈 수 없소.”
천무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를 죽이는 것을 떠나서 자존심에 금이 간 모양이다.
“손을 댈 수 없어? 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핫!”
광소를 터뜨리는 천무성.
그런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무쌍성을 대표하는 무의 일인자라 불리던 격조 높은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가려져 있던 이면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이를 지켜보던 풍영팔류종의 무사들조차 그 모습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광소를 내뱉던 천무성이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많이 컸군. 진성백. 벽을 넘기 전만 하더라도 이런 건방진 말은 꺼내지도 못했던 애송이 놈이 말이야.”
다시 입을 열은 그는 더 이상 상대를 향한 존중이 없었다.
바뀐 천무성의 태도에 진성백 또한 진지해졌는지 전신의 기운이 강해졌다.
진성백이 풍영팔류종의 사람들에게 명했다.
“이 아이를 지켜라.”
“충!”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풍영팔류종의 유파장들과 무사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종주의 명이라면 팔대고수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이정겸과 진용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영문을 몰라서 지켜볼 뿐이었다.
이것이 기회라 생각한 나는 외쳤다.
“그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나의 말에 천무성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전부 죽을 것인데 그것을 알아서 무엇 하려고 그러느냐?”
“당신의 비밀이 알려져도 괜찮은 겁니까?”
“비밀?”
비밀이라는 말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천무성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끝까지 나를 자극하는구나.”
“어디에 가둬둔 건지 이야기 하시죠. 당신의 비밀이 알려지기 바라지 않는다면.”
이걸 담보로 백혜향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
만약 백혜향이 나를 위해 그를 유인하면서까지 희생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비밀을 폭로했겠지만, 그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그녀라니 이게 무슨 말이오? 천 종주.”
진성백의 물음에 천무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밀을 폭로하진 않았지만 내 말로 인해 무쌍성을 대표하는 무인이자 사대 무종 중 하나의 종주가 한 여인을 감금한 게 되어버렸다.
입을 열수록 명예가 깎여내려 가게 될 것이다.
그때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천무성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천무성이 입을 열었다.
“본 성에 침입한 혈마의 후손을 붙잡아서 가둬놨는데, 그것을 풀어달라고 하다니 네놈 그 계집과 무슨 관계인 거지?”
‘!?’
혈마의 후손이라는 말에 주변이 술렁였다.
내심 당혹스러웠다.
이런 수를 쓸 줄은 몰랐다.
그녀가 전력을 다한다고 혈천대라공을 끌어올린 게 발목을 붙잡았다.
-진짜 간교하네.
놈도 상황을 극복했다고 여겼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천무성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 계집은 본 종의 성탑에 가둬두었다. 혈마의 후손을 잡았는데 어찌 본 성에서 그녀를 놓아줄 수 있단 말이더냐?”
“그게 사실이오?”
진성백의 물음에 천무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내가 자네에게 거짓을 말해서 무엇 한단 말인가?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네. 내공의 연원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 않겠나?”
‘성탑에 가둬뒀구나.’
자신이 결백한 것처럼 굴기 위해 사실을 밝히는 듯 했다.
천무성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혈마의 후손을 살리려고 하는 게 계속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네놈도 혈교의 잔당이 틀림없구나.”
한순간에 여론을 몰아갔다.
놈의 그 말에 풍영팔류종의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의구심으로 가득해졌다.
무공만큼이나 머리가 돌아가는 것이 정말 영악한 자였다.
그런데 이 자 역시도 나란 존재를 몰랐다.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혹스럽군요. 선배님께서 강제로 감옥에 가둬뒀다가 같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탈출하던 여인입니다. 저를 도와줬던 그녀를 붙잡아놓으셔서 풀어달라고 했더니, 그런 식으로 혈교의 후손이라 몰아가시는 겁니까?”
“뭣?”
“천하의 무천검제가 이렇게 거짓말을 잘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군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그 제자 분도 제가 죽인 게 아니잖습니까? 제자 분이 무너지는 동굴에 깔려죽을 때 본인만 피하기 급급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네놈이!”
똑같이 이죽거리면서 돌려줬다.
거짓말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거든.
-암암 첩자 경력만 몇 년인데.
소담검이 키득거렸다.
반면 천무성의 얼굴은 폭발할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를 제대로 자극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천무성도 만만치 않은 자였다.
벽을 넘은 고수라 그런지 감정 통제에 능해 화를 진정시키더니, 진성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서로 간에 의견대립이 있을 지언정 우리들은 같은 무쌍성의 형제들이네. 한데 본 종주의 말을 믿지 않고 외인에 불과한 저 애송이의 거짓말을 신뢰하는가?”
이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지금도 계속 거짓말로 모두를 속이고 있으면서 신뢰를 따지는 게 우습군요.”
“이놈이!”
천무성이 나를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빠르게 날아오는 날카로운 예기를 진성백이 다급히 위로 쳐냈다.
-촥! 콰콰콰콰!
천장에 날카로운 검흔이 생겨났다.
확실히 이 자리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고수는 진성백뿐이었다.
천무성을 가로막은 진성백이 내게 물었다.
“그 거짓말이라는 게 뭔가?”
“이노오오옴!”
-팟!
천무성이 어떻게든 그를 뚫고서 나를 죽이기 위해 경신법을 펼쳤다.
그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데, 그 앞으로 진성백의 신형이 계속해서 가로막으며 경로를 방해했다.
-파팍!
두 사람이 부딪치자 강한 풍압이 일어났다.
공력이 약한 무사들은 뒤로 튕겨나갈 정도로 그 여파가 컸다.
-파파파파파팍!
육안으로 흐릿하게 보였는데, 울리는 파공음만 들어도 점점 그 부딪침이 격렬해졌다.
‘이게 벽을 넘은 자들의 대결.’
초인들의 대결답게 여파가 점점 커질 것만 같았다.
이에 나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지금 무천검제는 진짜가 아닙니다. 진짜 무천검제 천무성 선배님은 갇혀 있었습니다.”
-파팍!
그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딪치던 두 사람이 서로 물러섰다.
천무성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의 비밀을 기어코 밝히고야만 나를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진짜 무천검제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정말 가짜라는 건가?”
나의 폭로에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쌍성을 대표하는 무인이라 추앙받던 무천검제가 진짜가 아니라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물론 쉽게 믿기는 힘들어했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천무성이 싸늘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거짓이네. 설마 저런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믿는 겐가? 노부가 가짜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허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거짓이 아닙니다.”
“거짓이 아니라고? 그럼 네놈 말이 맞다면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인 나를 누군가 쓰러뜨리고 그 행세를 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하리라 보느냐?”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놈은 지금 굉장히 흔들리고 있었다.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고서 말은 하고 있지만 도화선에 불을 붙인 폭약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전음으로 진성백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리고 왼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변명하실 줄 알고 제가 지하에서 탈출할 때, 진짜 무천검제를 지하에서 모셔왔습니다. 보십쇼.”
천무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비웃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동굴이 무너지고 그 난리가 났는데 진짜 무천검제를 어딘가로 옮겨놨겠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열왕패도의 손자 진용이 서있었는데, 녀석도 뒤를 돌아봤다가 아무도 없어서 자신을 지목하는가 싶어 당혹스러워했다.
“저, 전 모르는 일입니다.”
당연히 너야 모르지.
그냥 아무데나 짚어서 이야기한 거니까.
그런데 내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니었다. 천무성이 하나 예상 못한 게 있었다.
“왜 혼자만 저를 쳐다보고 계십니까?”
그 말에 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제외한 모두가 내가 가리킨 왼쪽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나도 쳐다보았다.”
놈이 거짓 변명을 했다.
당연히 그렇게 나오겠지.
그때 진성백이 입을 열었다.
“이상하구려. 나는 이 아이의 부탁을 듣고서 그대에게서 조금도 눈을 돌리지 않았소. 내 눈이 잘못 되었다는 거요?”
‘!?’
천무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쳐놓은 작은 함정에 걸려들은 것이었다.
웅성거리며 술렁이는 분위기에 천무성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기운이 무섭게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스륵!
이에 어느새 내 앞으로 나타난 진성백이 말했다.
“내게서 떨어지지 말거라.”
그때 천무성이 갑자기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그리고는 허탈하다는 듯이 헛웃음으로 이어졌다.
헛웃음을 터뜨리던 그가 말했다.
“다 된 밥에 벌레 같은 놈이 재를 뿌리는 구나.”
그가 검결지를 들어올렸다.
진성백이 자세를 취하고서 언제든지 그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천무성이 갑자기 어딘가를 향해 검결지를 두어 차례 그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예기가 그곳으로 날아가, 성탑의 벽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촤촥! 쾅!
갈라진 벽에 구멍이 생겨나며 성탑 밖이 모습을 드러냈다.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예기를 날리다니 무슨 의도지?
그때 밖에서 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렸다.
“쳐라!”
“와아아아아아아!!!”
밑에서 들리는 소리인 듯 했다.
설마 방금 전에 그게 신호였던 건가?
밑에서 쇳소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는 것을 보니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곳을 에워싸고 있던 무천정종의 무사들이 움직인 것 같다.
천무성이 우리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좀 더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네놈 덕분에 일을 앞당기게 되었구나.”
‘…….’
역시 이놈이 맞다.
이놈이 친부인 진성백을 죽인 자가 틀림없었다.
진성백이 그를 향해 외쳤다.
“전쟁을 하자는 거요!”
천무성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이미 시작되었다. 이 망할 성탑 안에 있는 모든 게 죽어야 전쟁이 끝나게 될 거다.”
“그렇게 둘 것 같소.”
-고오오오오!
진성백의 몸에서 엄청난 투기가 발산되었다.
이에 질세라 천무성 역시도 강렬한 기운을 일으켰다.
팔대고수 급의 두 초인이 일으킨 방대한 기운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사방이 무거운 진기로 짓눌리는 듯 했다.
천무성이 내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방금 전의 그 신호가 단순히 쳐들어오라는 의미만 포함되어 있을까?”
“설마?”
“네놈이 먼저 죽을까? 그 계집이 먼저 죽을까?”
젠장.
백혜향을 죽이라는 신호도 포함되어 있었구나.
“아무래도 네놈이 먼저 죽겠지.”
천무성이 소름끼칠 만큼 살기를 내뿜으며 다가왔다.
그때 진성백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구하려는 여인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이곳은 내가 맡겠다.”
“네?”
“인연을 잃게 되는 것만큼 서글픈 일은 없다. 서둘러라.”
-팟!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성백이 천무성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양대 고수가 그 자리에서 부딪쳤다.
두 초인이 전력을 다해 부딪치자,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풍압이 일어나며 팔 층의 지반 자체가 흔들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수 갈래로 갈라지며 끊임없이 부딪쳤다.
-꽉!
이를 지켜보던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가짜 천무성이 뚫은 벽을 쳐다보았다.
계단을 내려가고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밖을 쳐다보니 밑이 거의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챙챙챙!
성탑을 사수하려는 풍영팔류종의 무사들과 밀고 들어가려는 무천정종 무사들이 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위에서 올려다볼 때도 높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높긴 하다.
성탑의 팔층 높이는 아무리 경공을 익혔어도 단 번에 뛰어내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밑으로 타고 내려가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뒤에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네놈부터 죽인다고 했지!”
가짜 천무성이 목소리였다.
뒤를 쳐다보니 놈의 신형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 빨랐다.
이에 나는 다급히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가짜 천무성 역시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밖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놈이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비웃었다.
“멍청한 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구나.”
벽을 넘어선 초인의 역량에 이른 고수는 이 정도 높이도 가뿐하다는 건가.
놈이 나를 향해 검결지를 뻗어왔다.
이 높은 허공에서 단번에 나를 죽일 작정인가 보다.
“죽어랏!”
“혹시 허공에서 걸을 수 있습니까?”
“뭐?”
“다행이군요.”
나는 몸을 뒤틀며 성탑의 외벽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 순간 은연사의 줄이 뻗어나가며 외벽에 튀어나와 있던 둥근 구조물에 묶였다.
-촤르르르르르!
공력을 일으키자 나의 몸이 허공에서 그곳으로 잡아당겨지며 날아가졌다.
‘!?’
이 광경을 본 가짜 천무성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아무리 초인의 영역에 이른 고수더라도 전설 속의 경공인 허공답보는 펼칠 수 없겠지?
예상대로 놈의 몸이 밑으로 떨어지려 했다.
“이노오오옴!”
놈이 낙하하기 전에 나를 처리하려는지, 다급히 검결지로 예기를 날리려 했다.
어지간히 내게 화가 났나보다.
기필코 죽이려고 한다.
“어딜!”
그 순간 성탑 안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그는 무정풍신 진성백이었다.
진성백의 신형이 허공에서 여덟 갈래로 갈라지며 흐릿한 잔상처럼 변했다.
그러더니 그 여덟 개의 잔상이 동시에 가짜 천무성을 향해 권(拳), 장(掌), 각(脚), 지(指), 조(爪), 도(刀), 검(劍), 창(槍)의 초식을 펼쳤다.
그것들은 팔층까지 올라오며 보았던 각 유파의 절초들이었다.
‘하!’
이것이야말로 풍영팔류의 진면목이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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