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65
58화 지보 (1) (수정) >
-저 서지가 검선이 남긴 지보라고?
검선(劍仙).
600여 년 전 검의 일인자라 불린 신화적인 존재다.
중원 무림 사상 최고라 불렸던 그는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너 회귀 전에 검선비록인가 뭔가를 먹고 죽어서 다시 살아났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우화등선하기 전 검선이 남겼다는 그의 깨달음.
그게 바로 검선비록이었다.
수많은 검객, 아니 무림인들 모두가 노렸던 지고의 보물이다.
-그럼 저건 대체 뭐야?
천무성의 들려 있는 낡은 서지.
겉보기만 본다면 예전에 내가 보았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내가 찾아냈던 검선비록이 기록된 서지는 특수한 약품 처리를 해서 오랫동안 보관하도록 만들어졌었다.
-혹시 여러 개 만든 거 아냐?
녀석의 물음에 나는 속으로 부정했다.
아마도 저건 가짜인 것 같다.
-가짜?
‘회귀 전에도 꽤 많은 가짜 지보가 무림을 흔들었었어.’
그때마다 굉장한 혈투가 벌어졌었다.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가짜란 것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무림인들이 허탈해했었다.
-그럼 저것도 가짜겠네.‘
그렇겠지.
아무리 나의 행동으로 앞으로 흘러갈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해도, 진짜 검선비록이 나타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천무성이 진짜 검선비록을 가지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해볼까?
“……제가 알고 있는 그 검선의 지보란 말입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천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놀란 척하며 말했다.
“그걸 대체 어디서 찾은 겁니까?”
“많이 놀랐나보군. 노부도 곤륜산에서 이걸 얻게 될 줄은 몰랐네.”
“곤륜산?”
곤륜산은 멸문한 곤륜파가 자리하고 있던 성산이다.
그의 말에서 나는 옅은 숨을 내쉬었다.
‘가짜야.’
-정말?
‘진짜는 신강의 천산에 있어.’
곤륜에서 저걸 발견했다면 저건 절대 진짜가 아니다.
후에 신강의 천산에 가서 검선비록을 확인하려고 했기에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나도 확실히 사람은 사람인가보다.
검선비록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길 바라는 걸 보면 말이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그 정도 욕심은 누구나 부릴 수 있지.
그런가?
어쨌거나 가짜라는 걸 알고 나니 다른 게 궁금해진다.
곤륜산은 곤륜파가 지키는 성지다.
그런 그들의 성산에서 지보를 찾았다는 것은 결국 곤륜이 멸망한 후에 발견했다는 소리다.
나는 슬쩍 이것을 떠보았다.
“곤륜파가 없는 게 천운이었겠군요.”
그런 나의 말에 천무성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오랫동안 갇혀 있기는 했지만 한때 무쌍성의 일인자였던 그였다.
내가 무슨 의도로 이 말을 했는지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자넨 노부가 곤륜의 위기를 틈타 이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나보군.”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정직하군. 노부의 역량이 예전 같다면 자네도 그런 말을 쉽사리 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야.”
그건 부정하기 힘들었다.
그가 예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면 돌려서 이런 말도 못했을 거다.
천무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심기가 불편한 것보다 약해진 자신을 향한 허망함 같았다.
이윽고 그가 다시 입술을 뗐다.
“이것의 주인은 노부가 맞네.”
“주인?”
“무쌍성을 세운 세 종주 중 한 사람인 노부의 증조부는 원래 곤륜파의 도인이었지.”
“곤륜파의 도인?”
처음 알게 된 비사였다.
무쌍성의 사대 무종 중 하나인 무천정종의 뿌리가 멸문한 곤륜파라고 누가 떠올리겠는가.
애초에 도가와는 관련이 먼 무쌍성이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건 본 종의 핏줄들 이외 자네가 처음이로군.”
“무천정종이 곤륜 출신이었다니. 놀랍군요.”
“곤륜이 무사했다면 영원히 비밀로 가져가야 할 본 종의 비밀이지. 그게 증조부께서 맺은 약조였으니 말이네.”
이제 곤륜이 없으니 비밀도 무의미하겠지.
하지만 굳이 그것을 외부에 거론하진 않을 것 같다.
이미 무천정종의 명성은 멸문한 곤륜파를 넘어섰으니 말이다.
“곤륜과 연이 끊긴지 오래이나 그들이 의문의 멸문을 당한 이후 노부는 많은 고민을 했지. 본 종의 뿌리이기도 한 그들을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말일세.”
“……그래서 찾아가보신 겁니까?”
“그렇네. 흉수들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서 말이네. 하나 곤륜에는 어떠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지. 때마침 그날 폭우가 쏟아졌다고 하더군. 아마도 노린 걸 테지. 어떤 곳에서 그런 짓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곤륜의 멸문은 철저하게 준비된 것이 틀림없었네.”
단 하룻밤 사이에 거대 문파가 사라졌다.
혈교, 무림 연맹, 무쌍성을 제외하고 그 정도 거대한 힘을 지닌 단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천무성이 서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서지는 곤륜산의 혜명동이라 불리는 동굴에 있던 것이네. 죽은 도인들의 유골을 봉하는 동굴이라네.”
“그곳에 서지가 있던 겁니까?”
“그렇네. 노부는 그것이 운명이라 생각했네. 곤륜의 원혼들이 노부에게 무너져 내린 곤륜의 복수를 해달라고 이를 준 것이라 말이네.”
원혼의 복수라…..
멸문한 곤륜의 것을 취할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지보를 얻은 천무성이 정말로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했을까?
나의 의문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천무성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노부가 그저 지보를 취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보군. 하나 아닐세. 노부는 정말로 곤륜을 멸문시킨 자들을 은밀히 조사했네.”
의외였다.
사실 누구도 곤륜이 무쌍성의 뿌리란 걸 알지 못한다.
굳이 지보까지 얻은 마당에 무리해서 그것을 하지 않더라도 탓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조사를 했다는 것을 보면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다.
“뭔가를 알아내신 겁니까?”
그 말에 천무성이 다소 진지해진 얼굴로 말했다.
“몇 년 동안 곤륜의 주변을 수소문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지.”
“그게 뭡니까?”
“괜찮겠나?”
“네?”
“노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짜, 아니 무악을 만나게 되었네.”
진실을 알게 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인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감에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듣는 이도 보는 이도 없습니다.”
나의 말에 천무성이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노부는 긴 추적 끝에 곤륜파를 멸문시킨 자들을 보게 된 목격자를 발견했네.”
“그게 정말입니까?”
이걸 곤륜의 마지막 생존자 훗날의 곤륜독안 명경인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에게 또 다른 빚을 지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어쩐지 뭐 하러 이걸 물어보나 싶었네.
곤륜독안 명경인을 내 패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그걸 놓칠 이유도 없지 않나.
어차피 저건 가짜 지보라서 별다른 득도 안 되는데.
“그들이 누군지 그럼 알게 된 겁니까?”
그 말에 천무성이 고개를 저었다.
목격자를 발견했는데,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단 말인가?
의아해하는데 천무성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목격자가 본 것은 수십 명의 복면인들과 그들을 이끄는 수장이라고 하더군. 그런데 그 수장이라는 자의 한쪽 눈동자가 금빛이었다고 했네.”
‘금안?’
설마 여기서 금안의 남자가 튀어나올 줄 몰랐다.
한쪽 눈만 금안이라 한다면 남천검객을 비롯해 여러 고수들을 습격했다는 그 자인가?
내색을 하지 않자 천무성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정보는 매우 중요한 단서였네. 한쪽 눈동자가 금빛을 띠고 있는 자를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일세. 하지만 결국 노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네.”
“……끄나풀이 붙어 있었군요.”
“그렇네. 놈들도 내가 자신들의 뒤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더군. 그 결과가 바로 이 꼴일세.”
천무성이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금안의 사내가 만약 나처럼 이 눈으로 기운의 흐름을 볼 수 있다면, 목격자를 놓쳤을 리가 없었다.
-폭우 때문에 놓친 거 아냐?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어쩌면 목격자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동안이나 곤륜 인근을 조사했다면 어떤 자가 자신의 뒤를 캐고 있는지 미끼를 던졌을 수도 있었다.
-함정이면 굳이 금안이나 자신들의 인상착의는 안 밝혀도 괜찮지 않아?
그건 또 그렇네.
그럼 정말로 폭우 때문에 목격자를 보지 못했다는 건가.
‘……폭우라.’
그게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천무성이 생각에 잠겨있던 나를 쳐다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천무성이 입을 열었다.
“자넨 특이하군.”
“네?”
“보통 지고의 보물을 눈앞에 두면 누구를 막론하고 탐욕을 숨기지 못하더군. 그건 무림인이라면 누구나가 말일세.”
하긴 보통 무림인들은 놀라면서 탐욕을 보이거나 호들갑을 떨 텐데, 이것에 관심가지기는커녕 다른 것만 물어대니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한데 그게 가짜라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 내가 관심을 가질 리가 있나.
천무성이 그것을 꼬집었다.
“자네는 이 지보가 아니라 전혀 다른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는군.”
너무 관심을 보이지 않았나 보다.
여기서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척 한다면 이상할 테니 말을 돌려야 겠다.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검객이겠습니까? 하나 이미 주인이 있는 물건을 제가 탐해서 어찌하겠습니까. 다만 걱정되는군요.”
“무엇이 말인가?”
“그렇다면 그 무악이란 자의 배후에 금안의 사내가 있다는 건데, 어르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지보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노리겠군요.”
그 말에 천무성이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자네와 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고 싶었다네.”
하!
이제야 알 것 같다.
굳이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호위 무사들을 비운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나와 원만히 관계를 풀었다면 아버지인 무정풍신 진성백과 풍영팔류종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지보를 선뜻 밝힌 것도 무악을 노린 배후 때문에 몰려서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무천정종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황이 더욱 급박하게 되었으니 자신의 최후의 패를 꺼낸 것이다.
-그렇네. 네 아버지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네 쪽이 더 쉽다고 여겼을 테니까.
무공을 잃었어도 한 종파의 수장이다.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다.
그때 천무성이 내게 서지를 보이며 말했다.
“솔직히 이야기 하겠네. 자네 부친과 풍영팔류종이 노부와 무천정종을 보호해주겠다고 약조한다면 검선의 지보를 공유하겠네.”
“이제야 본심을 털어놓으시는군요.”
천무성이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영리한 친구로군. 하나 자네 부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세. 천고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검선의 심득이 담긴 지보를 볼 수 있는 기회네.”
“검선의 지보라….”
한 가지 그가 모르는 게 있었다.
천무성이 가지고 있는 저 지보는 가짜란 거다.
가짜 지보를 위해서 아버지가 저 자를 보호해줄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송구하나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천무성이 처음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고의 패라 여긴 것을 너무도 쉽게 거절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왠지 저 모습을 보니 골려주고 싶어졌다.
“그 지보가 진짜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천무성의 미간이 주름으로 접혔다.
사실 저게 가짜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그것까지 말한다면 내 말의 진위 여부를 따져야 할 테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포권을 취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천무성이 급히 나를 불렀다.
“이보게.”
“더는 할 말이 없습…”
“이제 알겠군. 이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탐욕을 부리지 않았던 게야. 그렇다면 이걸 봐보게.”
천무성이 급히 접혀 있던 서지를 활짝 폈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내밀었다.
굳이 가짜를 볼 이유가 없는데, 저것을 보여서 어쩌겠다는….어?
순간 나는 펼쳐진 서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게 뭐래? 무슨 낙서 아냐?
서지에는 어떠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먹을 이리저리 휘갈겼는데, 그것이 마치 수많은 검흔들의 집합처럼 보였다.
복잡하게 이것이 얽혀 있었는데, 이걸 보는 것만으로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휘갈긴 흔적들은 놀랍기 짝이 없었다.
“……검.”
나의 중얼거림에 천무성이 씨익하고 웃었다.
“초의가 그려진 것만으로 검을 느끼다니 제법 검재가 뛰어나군.”
“대….대체 이게 뭡니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수많은 검초들이 뒤엉키는 것만 같았다.
너무 복잡하여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무수히 많은 검초들 중에 강렬히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말하지 않았나. 검선의 지보라고.”
“검선?”
그럴 리가 없다.
진짜 검선비록은 신강의 천산에 있어야 한다.
게다가 나는 그것을 직접 보았다.
천무성이 내게 말했다.
“노부조차 몇 년 동안 이것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지. 지금 자네의 수준으로는 이것을 이해하기 힘들 걸세.”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저 안에 무수한 검의 심득이 담겨 있지만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하다.
오랫동안 살펴보면서 공부를 해야 알 수 있을 수준이다.
“노부의 머릿속에는 그 심득이 있네. 자네가 제안을 받아준다면 노부가 깨달았던 검선의 검을 가르쳐….”
“그랬군. 놈이 무엇을 숨겼나 했어.”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나와 천무성이 황급히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3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앞이었다.
그 앞에 무천정종의 무사 복을 입고 있는 한 사내가 서있었다.
“누구냐? 아무도 올려 보내지 말라고….”
내가 손을 내밀고서 그를 만류했다.
“무천정종의 사람이 아닙니다.”
천무성은 무공이 폐해져서 느끼지 못했지만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뻔히 보고 있는데도 마치 주변과 동화된 것처럼 고요하면서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단전만으로는 기척을 감지하기 어려운 고수라는 말이었다.
나는 선천전기를 끌어올리며 중단전을 개방했다.
‘…..기운을 이 정도까지 갈무리하다니.’
중단전을 개방해도 그의 기척이 옅게 느껴졌다.
은잠술을 극성으로 익힌 고수 같다.
-상대할 수 있겠어?
모르겠다.
기운을 감추고 있는데다가, 안대를 쓴 상태에서는 근접해야 기운의 흐름을 확실히 볼 수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놈이 움직였다.
-팟!
나 역시도 이에 맞춰 신형을 날렸다.
놈이 노리는 것은 내가 아닌 천무성이었다.
-스릉!
남천철검을 뽑아서 놈의 미간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그 순간 놈이 머리를 살짝 틀어 이를 피한 후에 내게 단도를 휘둘렀다.
나 역시도 보법을 펼치며 이를 피해냈다.
그리고 검의 방향을 틀어 놈의 어깨로 휘둘렀다.
-챙!
쇳소리와 함께 나와 놈의 신형이 동시에 세 보 가량 밀려났다.
‘양손?’
놈의 왼손에도 단도가 들려 있었다.
-어때?
‘…..강해.’
근접하면서 보게 된 놈의 기운의 흐름은 거의 나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우위인 듯 했다. 초절정의 극에 이른 고수라는 말이었다.
공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나보다 조금 더 강하다.
그래도 내가 불리할 건 없었다.
내게는 기운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금안이 있으니까 말이다.
“제법이군.”
놈이 내게 말했다.
나는 말없이 놈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러자 놈이 현란한 보법을 펼치며 검을 피했다.
열 보 가까이는 기운의 흐름을 보면서 그것을 계속 살폈다.
그러다 이에 적응하게 되자 나는 단숨에 놈의 가까이로 파고들어 이내 머리를 노렸다.
“흡!”
놈이 다급히 머리를 옆으로 젖히는 순간 검의 방향을 틀었다.
진짜 목적인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었다.
-푹!
검이 가슴을 살짝 파고 들었는데, 놈이 양손의 단도를 교차시키며 위로 쳐올렸다.
옷이 위로 찢겨지며 남천철검도 위로 튕겨나갔다.
-챙!
놈이 이어서 내게 발차기를 날렸다.
나 역시도 뒤로 몸을 날리며 이를 피해냈다.
놈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놈 뭐지?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리 봐도 내게 미치지 못하는데.”
당연하겠지.
벽을 넘은 고수가 아닌 이상 선천진기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놈은 하단전의 공력만 가지고 내 무위를 가늠했을 것이다.
“대충 상대할 녀석이 아니구나.”
“가슴에 검이 박히기 전에 그러시지 그랬습니까?”
그 말에 놈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깟 상처가 어쨌다고?”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녀석이 찔렸던 가슴 부위가 핏줄들이 스멀거리며 빠르게 아물어갔다.
‘상처가?’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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