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70
59화 배후 (2) >
“네, 네놈이 어떻게?”
당황해하며 나를 쳐다보는 무악.
역시 환의안이 풀렸다.
그리 길게 유지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중요한 찰나에 풀려버렸다.
-어떡하냐? 운휘야.
어떡하긴 마저 실토하게 해야지.
정작 중요한 것을 듣지 못했는데 끝낼 수야 있나.
그때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무악이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네놈 환술로 나를 농락한 것이냐?”
뭐 일종의 환술이기는 하다.
환의안으로 환상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잘 걸려들더군요.”
빈정대는 나의 말에 놈이 화가 났는지 벌떡 일어났다.
단전도 파괴되어서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울 텐데, 어지간히 분노했나 보다.
그런 놈을 나는 금옥 벽으로 밀어붙였다.
-쾅!
“크윽!”
“성하지 않은 몸으로 무리하지 마시죠.”
“네놈이 나를 속이다니!”
참 사돈이 남말하는 격이다.
자신이 한 짓은 전혀 생각지 못하는 듯 하다.
“속은 당신의 잘못이죠. 그리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무쌍성 사람들을 속였던 당사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네요.”
그 말과 함께 벽으로 더욱 밀어붙였다.
가슴과 쇄골 부위를 압박하자 고통스러웠는지 신음성을 흘렸다.
“끄으으으.”
“하던 이야기나 마무리하죠. 일단 그것부터 묻도록 할까요. 아까 전에 혈교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 그 혈주라는 자가 누구죠?”
“끄으으…..내가 그걸 말할 것 같으냐?”
“이야기 하지 않으면 지금 고통과는 비교도 안 되는걸 선사해드리죠.”
나름 고문에도 일가견이 있다.
-음침한 건 다 할 줄 아네.
음침할것까지야.
경험인거지.
첩자 생활 시절에 배운 것 중 하나가 고문에 견디는 법이었다.
덕분에 수많은 고문법 등이 여전히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놈이 신음성을 흘리는 와중에도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딴 걸 두려워할 것 같으냐?”
이미 고문 같은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분근착골부터 시작해볼까?
손을 움직이려 하는데, 놈이 대뜸 내게 말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무엇이 말이죠?”
“네놈도 그 혈마의 후손으로 보이는 계집과 관련이 있구나.”
이 와중에 본인이 내게서 정보를 캐내려고 하는 건가.
어지간히 만만치 않은 자였다.
하지만 그는 잡혀 있는 입장이고 나는 심문을 하는 위치였다.
“그건 당신이 알 바가 아니죠. 제가 묻는 말에나 답변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나는 분근착골을 위해 놈의 혈도 중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곳에 내공을 가하게 되면 기혈이 뒤틀리고 근골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된다.
-꽉!
혈도를 세게 누르며 내공을 주입했다.
“끄으으으읍!”
듣던 대로 독했다.
이를 악물고서 신음성만 내며 참았다.
“혈주가 누굽니까?”
“끄으으읍.”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얼굴이 새빨개지는데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를 악 물고서 버텨내는데,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다.
놈이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입술까지 꽉 깨물더니 나를 분노의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안 그래도 화상으로 흉측한 얼굴이 마치 흉신악살처럼 보였다.
-무서운데.
상관없어.
놈의 입에서 정보가 나올 때까지 끝낼 생각은 없다.
그때 놈이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끄으으….좋다.”
“이야기하려는 겁니까?”
“개소리 집어치워.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거다.”
“……그게 무슨 소리죠?”
“네놈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다. 네놈만 없었어도 모든 것이 그 분의 뜻대로 이뤄졌을 거다.”
그 분?
그 무명이라는 자를 말하는 건가?
분근착골의 고통 속에서도 놈이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 네놈만은 이 손으로 죽여주마.”
“그 몸으로 뭘 하겠다는….”
-불끈!
‘!?’
그때 놈의 이마의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몸을 밀착하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는데, 이건 내공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중단전을 개방하자 안대로 가리고 있던 금안에 놈의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왜 이러는 거야?
‘기운이 움직이고 있어.’
놈의 심장 부위에 있던 푸른색 기운이 활성화되고 있었다.
내공의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심장부에 있는 선천진기, 즉 원기였다.
보통 무림인들이 원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기운을 끌어내 더욱 강한 상대와 동귀어진(同歸於盡)을 하기 위해서였다.
말인즉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었다.
나처럼 선천진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단전이 파괴되어 당연히 원기를 쓸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놈은 비장의 한 수를 숨기고 있었다.
‘칫.’
나는 원기가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놈의 혈도를 점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놈의 몸에서 강한 반탄력이 생겨나며 쇄골 부근에 밀착해있던 몸이 뒤로 밀려나버렸다.
-팡! 촤르르르!
네 보 가까이 밀려난 나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단전이 파괴되어 전신으로 흩어졌던 놈의 내공이 심장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었다.
미처 간과하고 있었다.
놈이 저렇게 보여도 오대 악인이라 불렸던 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벽을 넘어서 정기신의 기(氣)를 열었었기에 심장부를 단전 대신해 활용하려하고 있었다.
무악이 내게 소리쳤다.
“원기를 소진하여 이 자리에서 죽을지언정 네놈 하나만은 죽이고 만다!”
-팟!
무악의 신형이 순식간으로 앞으로 파고들었다.
검결지를 내밀어 얼굴 안면을 찔러오기에 다급히 발차기로 놈의 손목을 위로 쳐냈다.
손목을 쳐내는 순간 금옥의 천장 부근이 갈라졌다.
-촤아아아아!
그때 놈이 왼손 검결지를 그어 내렸다.
바로 코앞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내 전신의 반을 가르려고 들었다.
나는 황급히 두 손목을 교차했다.
날카로운 예기가 손목을 파고들며 살이 갈라져 피가 튀어 올랐다.
무악이 이죽거렸다.
“무정풍신도 없는데 네놈을 누가 살려줄 수 있겠느냐?”
놈이 만족스러웠는지 검결지를 풀었다.
방금 전의 그 일검으로 내 몸이 두 동강이 났다고 확신한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교차했던 두 팔을 풀고서 말했다.
“그건 저를 죽이고 나서 말씀하시죠.”
베인 팔을 제외하고 멀쩡한 내 모습에 놈이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너!……대체 어떻게?”
“확실히 내공이 흩어져서 전만 못하군요.”
그가 만전이었다면 내 몸을 반으로 갈랐을 거다.
바로 코앞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확실히 흩어진 내공을 억지로 원기로 붙잡아서 그런지 견딜 만 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약해진 것과 별개로 내가 전과 다르게 자신의 일검을 버텨내자 많이 놀란 모양이다.
하긴 전에는 순식간에 허리를 반토막 냈으니 이해는 간다.
“더 이상 무리하면 죽습니다. 그만 하시고 혈주가 누군지 말하시죠.”
금안으로 놈의 원기가 빠르게 흩어지는 게 보였다.
선천진기를 단련한 게 아니기에 저것이 완전히 흩어지면 죽음에 이르게 될 거다.
-으득!
내게 동정을 받았다 생각했는지 놈이 이를 갈았다.
“네놈을 죽일 힘은 충분하다!”
무악이 일갈을 내지르며 신형을 날렸다.
-팟!
놈이 내게 검초를 펼쳤다.
날카로운 예기가 넘실거리며 수많은 궤적을 만들어냈다.
전력을 다한 놈의 검초는 초인의 영역에 이르렀던 고수였음을 과시하는 것만 같았다.
예기에 전신이 갈가리 찢겨나갈 것 같았다.
아직도 이 정도 위력의 절묘한 검초를 발휘할 수 있다니.
그렇다면,
나는 염(念)을 일으키며 상단전을 개방했다.
-솨아아아!
그 순간 내 몸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힘의 개방이 느껴졌다.
벽에 걸치기 전만 하더라도 혈천대라공을 5성 이상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7성 이상 끌어올리는 게 가능했다.
‘혈천대라지공 4초식.’
지공의 파지법을 쥔 나는 혈천대라지공의 4초식 혈공지형(血孔指形)을 펼쳤다.
손가락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무악이 만들어낸 예기의 궤적들을 파고들었다.
“아닛?”
궤적을 파고든 붉은 지공에 의해 예기가 흩어져버렸다.
-파파파파파팍!
그 여파로 무악과 내 신형이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서로 다섯 보 가량 밀려났는데, 무악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혈마화를 한 모습을 보고서 그러는 것 같다.
“네, 네놈 그 모습은 대체 무엇이냐? 혈마의 남은 후손들은 전부 계집들이라고….”
“틀렸습니다.”
-팟!
나는 놈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미간에 지공을 날렸다.
“이놈이…”
무악이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젖힌 후에 내 목을 향해 왼손 검결지를 찔렀다.
이에 검결지를 찌르는 놈의 손목을 위로 쳐냈다.
-팍!
그리고 놈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복부를 맞은 놈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이놈.”
약해졌어도 초인은 초인이었다.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이를 견뎌냈다.
무악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혈마화를 하기 전만 하더라도 적수로서 인정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놈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위험해. 역시 네놈은 이 자리에서 기필코 죽여야만 본 회에 탈이 없겠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에게서 강렬한 기운이 발산되었다.
혈마화를 한 나를 상대하기 위해 모든 원기를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날카롭고 무섭게 기운이 일렁였다.
정말로 동귀어진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금안으로 보는 녀석의 몸은 회광반조를 하듯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막을 수 있을까?’
저 한수에 놈은 모든 것을 걸은 듯 했다.
바로 그때였다.
-쾅!
금옥의 철문이 부서지며 누군가 안으로 난입했다.
그는 다름 아닌 아버지 무정풍신 진성백이었다.
“역시로구나.”
위층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역시 놈과 내가 싸우면서 알아차린 듯 했다.
무서울 정도로 굉장한 기운을 모으고 있던 무악이 잘됐다는 듯이 아버지 진성백에게 소리쳤다.
“무정풍신! 내 말이 맞지 않느냐? 혈마의 후손이 무쌍성에 침입했는데 그냥 내버려둘 작정인가?”
내 정체를 빌미삼아 아버지와 싸움 붙이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의아함에 인상을 찡그리는 무악에게 아버지 진성백이 콧방귀를 뀌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내 아들이다.”
“뭐?”
기운을 응집하던 무악이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애초에 그는 당시 기절하면서 내가 무정풍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
놈이 당황해하는 지금이 기회였다.
“아버지!”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아버지 진성백이 놈에게로 신형을 날렸다.
아버지의 신형이 수갈래의 잔영으로 갈라졌다.
나 역시도 놈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혈천대라공의 절초라 할 수 있는 7초식 혈경파지(血競破指)를 펼쳤다.
“이놈들!”
기운을 최대한 응집하던 무악이 황급히 최후의 절초를 펼쳤다.
-촤촤촤촤촤촤촤촤!
놈이 검결지를 뻗는 순간 수십 갈래의 예기가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뿜어져 나와 주변을 잠식했다.
모든 원기를 불태우는 전 오대 악인의 일격이었다.
그러나 그를 상대하는 것 또한 팔대고수의 일인인 무정풍신이었으며, 나 역시 혈마화를 하면서 역량이 한 층 더 올랐다.
-콰콰콰콰콰쾅!
초식과 초식들이 부딪치며 사방이 파공음으로 물들었다.
감옥이 거의 초토화가 되면서 주변이 연기로 가득 메워졌다
“하아….하아….”
거칠게 들려오는 호흡소리.
연기가 가시자 부서진 금옥 벽에 기대고 있는 무악이 보였다.
오른팔이 날아가고 가슴에 수많은 구멍들이 뚫린 무악이 힘겹게 호흡을 내뱉었다.
놈의 호흡이 끊기기 전에 다시 묻기 위해 다가가는데,
“그, 그 눈!”
놈이 나를 보고서 경악을 했다.
아….미처 몰랐는데 놈과 부딪치면서 안대가 찢겨져 나간 모양이다.
“그보다 혈주가 누군지 당장….”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이 중얼거렸다.
“어째서 그 분과 같은 눈을……”
‘그 분과 같은 눈?’
무명을 말하는 건가?
무악에게 다가가서 그것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놈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원기를 전부 소진하고 숨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때 뒤로 다가온 아버지 진성백이 내게 말했다.
“놈이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한 것이냐?”
“후우.”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아버지에게도 사실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오해하거나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이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왼쪽 눈의 금안을 본 아버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으음. 아무래도 또 놀란 것 같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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