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8
11화 내기 (2)
“쿨럭!”
괴로워하던 오 대주가 피를 토하며 부르르 떨더니 이내 쓰러졌다.
경고를 무시한 건 본인이었으니 인과응보였다.
오늘만큼은 해악천 이 미친 늙은이의 괴팍함이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는 한편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힘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일류고수마저 고작 한 수만에 이 꼴로 만들 정도면 해악천의 무공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해악천을 이겼다는 남천검객은 또 어떠한가.
험난한 무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힘을 가져야 한다.
-저 미친 늙은이 만큼 되려면 너 피똥 싸도록 해도 빡세겠다.
그렇게 현실을 되새겨주지 않아도 알거든.
“으으, 빌어먹을…..”
때마침 내 주먹에 맞고 기절했던 도현이라는 상급 수련 생도가 막 깨어났다.
선천진기를 싣지 않아서 금방 정신을 차린 듯 했다.
그런데 막 깨어나서 그런지 상황을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말하는 도중에….”
-팍!
그런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서 해악천이 들어올렸다.
“어엇?”
굉장한 거구에다 야인 같은 해악천의 모습에 녀석이 화들짝 놀라했다.
얼마나 장신이면 꼭 아이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누, 누구?”
“나? 해악천이다.”
“히익! 어….어르신!”
그제야 상황 파악을 했는지 녀석이 당혹스러워했다.
“네놈은 뭐냐? 저 녀석을 따라온 게냐?”
쓰러져 있는 오 대주를 발견한 도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어버버 소리만 냈다.
“그….그게…..저…저는….오….오….오 대….주….오….대….”
저러면 답은 하난데.
“말더듬이냐? 쯧쯧. 뭐 이런 것도 상급 수련 생도라고.”
-팍!
“어엇?”
해악천이 짜증난다는 듯이 놈을 내팽개쳐버렸다.
얼마나 세게 집어 던졌는지 녀석도 바닥을 뒹굴더니 꺽꺽 대다가 기절했다.
역시 인정사정없는 인간이다.
-타타타타!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마침 쌍둥이 형제가 절벽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저 녀석들 절벽을 능숙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까 해악천의 그 놀라운 경신법을 배운 것 같았다.
-쟤들은 참 쉽게쉽게 받아가네. 그치?
그러게 말이다.
누구는 내기에서 이겨야 얻는데, 어떤 의미로 저 녀석들도 운이 좋다.
그때 해악천이 내게 물었다.
“뭔데 오늘은 이놈들이 올라온 게냐?”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저를 대체할 새롭게 수발을 거들 인재를 데려왔답니다.”
“고작 저딴 놈이? 하!”
저딴 놈이라고 하찮게 평가했지만 나름 인재에 속하는 녀석이다.
단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다.
녀석이 받은 훈련은 새 발의 피라고 생각될 만큼 나는 피똥 싸게 고생했으니까.
-인정.
소담검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어차피 저 녀석이 더 뛰어났다고 해도 교체될 확률은 무(無)였다.
해악천이 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한데 이 녀석들은 왜 네게 덤빈 게냐?”
아무래도 상급 수련 생도와 싸웠을 때부터 본 것 같았다.
하여간 오 대주 이놈과 엮이는 날이면 귀찮을 일들이 계속 생겨난다.
뭐라고 설명해야 그럴 듯할까?
그때 쌍둥이의 형인 송좌백이 끼어들었다.
“그건 저 녀석이 오 대주한테 찍혀서 그런 겁니다. 유독 저 녀석한테만 악감정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송좌백 녀석이 나를 보면서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설마 대신 얘기해줘서 고맙지 라고 얘기하고 싶은 건가?
…….참 고맙네.
“누가 네놈더러 이야기 하라고 했느냐?”
해악천의 신경질적인 호통에 송좌백이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 늙은이가 무섭긴 한가 보다.
“클클, 대체할 녀석을 데려오질 않나. 네놈한테 직접 손을 쓸 정도면 어지간히 찍히지 않고는 그러지 않을 터인데.”
왜 찍혔는지 말해보라는 소리였다.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차피 이 늙은이가 작정하고 알아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패혈 단주에게만 물어봐도 알 일이었다.
결국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오 대주의 수하 무사 두 명을 죽였습니다.”
“뭐라?”
내 말에 해악천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송좌백 역시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기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망치다 붙잡혔던 자신들과 달리 두 명이나 죽였다고 하니 저런 반응인가 보다.
“하! 수하 무사를 죽여?”
“당시에는 복면을 쓰고 있어서 누군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무작정 저를 붙잡으려고 하다보니, 호신을 위해서 그랬습니다.”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다.
물론 녀석들이 혈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분명 정당방위다.
그렇다고 기껏 회귀해서 또 납치당할 순 없잖아.
-결국 납치당했지.
‘내 발로 온 거야.’
-네에네에. 그러시겠죠.
하여간 소담검 이 녀석은 초 치는데 일가견이 있다.
나는 해악천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리 괴팍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혈교의 최고위 간부이기에 오 대주를 옹호해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크하하하하하하핫! 그런 멍청한 놈들이 다 있나. 고작 내공도 없는 녀석한테 당해? 죽어도 싼 놈들이구나.”
해악천이 광소를 하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미친놈의 상식을 범인인 내가 이해하려고 했다니 실수다.
막 웃어대던 그가 말했다.
“힘이 없는 놈들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 암. 그렇고말고.”
-어떻게 보면 같은 식군데 되게 냉정하게 말하네.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이게 혈교의 본질이야.’
혈교는 정도가 아닌 사도였다.
정파 무림인들이 흔히 정도라 불리게 된 것은 특유의 협의를 중시하는 풍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파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냉정했다.
그런 점에서 해악천은 천성이 참된(?) 사파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찰싹!
“윽!”
해악천이 내 등을 우악한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입만 떠벌릴 줄 아나 싶었는데, 실천을 할 만한 배짱도 있구나. 클클.”
의외였다.
해악천의 입에서 처음으로 칭찬이 나왔다.
이 미친 노인네가 이런데서 호의적으로 나오니까 묘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호의적인 모습도 이걸로 끝이었다.
“거추장스럽다. 밑에 갖다 버려라.”
해악천이 다시 인상을 굳히고서 기절해 있는 오 대주와 도현을 산 밑으로 데려가라 했다.
하긴 저 지랄 맞은 성격에 이놈들을 여기에 둘 리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무슨 수로 두 명이나 데리고 내려가.
-그냥 절벽에 밀면 돼. 그럼 알아서 내려가게 되어 있어.
‘…….천잰데.’
그런데 그럴 수 없다는 게 현실.
이런 내 속을 읽기라도 했는지 해악천이 송좌백을 쳐다보면서 도와주라는 눈짓을 보냈다.
“넷?”
덩달아 내려가게 생긴 송좌백의 표정이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귀찮겠지. 그 고생을 하고 이제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즐거워진다.
나도 남의 불행을 즐길 줄 아는 것을 보니, 참된 사파인이 되려나 보다.
송좌백이 열불이 터진다는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그런 녀석에게 말했다.
“너 경신법 배워서 그런지 절벽 잘 타더라.”
나의 칭찬에 녀석이 갑자기 입 꼬리가 귀까지 찢어지려 한다.
참 감정이 잘 드러나는 유형이란 말이야.
“흠흠. 뭐 네 녀석보다야 낫지.”
“그래. 인정할게. 그러니까 네가 대주님을 들어라.”
“뭐?”
나는 얼른 기절해 있는 상급 수련 생도인 도현을 짊어졌다.
이에 송좌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혹시 몰라서 도현이란 녀석의 허리끈을 풀어서 내 몸에 감아서 고정하고 있는데, 해악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귀찮겠어. 그런 개새끼한테 물렸으니까 말이야. 개새끼의 장점은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지. 클클.”
“네?”
“이런 기회는 한동안 없을 게야. 안 그렇냐?”
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해악천이 피식 웃고는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기회……’
생각이 무거워지고 있는 내게 송좌백이 절벽 끄트머리에 매달려서 소리쳤다.
“안 내려갈 거냐? 새꺄.”
* * *
확실히 해악천의 경신법을 배워서 그런지 녀석은 매우 빨랐다.
나 역시도 남천검객의 경신법을 배웠지만 도저히 저 녀석만큼 절벽을 탈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실력도 숨겨야 하는 만큼 일부러 천천히 내려갔다.
“하하하핫, 느려 터졌잖아.”
밑에 도착하자마자 송좌백이 나를 보며 비웃었다.
그래 지금 많이 좋아해라.
나도 그 경신법 배울거니까.
“이쯤 내려놓으면 될 것 같다.”
-탁!
몸에 감고 있던 허리끈을 풀어서 도현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송좌백을 쳐다보았더니, 녀석이 바닥에 내려놓은 오 대주의 오른쪽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다리를 부러뜨리려는 모양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런 내 물음에 송좌백이 웃으며 말했다.
“너 도와주려고.”
“뭐?”
“그 미친 늙은이가 한 말 잊었어? 이런 기회 없을 거라는 거. 돌려서 말한 거잖아. 안 그래도 화풀이도 하고 싶었는데 잘 됐네.”
전자가 목적이 아니라 후자가 목적이네.
그 동안 많이 쌓였었나 보다.
“다리를 확실하게 아작 내야 은퇴 정도는 하지 않겠어.”
불구로 만들 작정이었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녀석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야. 어차피 혈고도 먹었고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확실하게 사파가 돼야 해. 독한 마음 품지 않으면 끝이야.”
-쟤도 많이 변했는데.
소담검의 말처럼 송좌백도 그동안 고생했더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여전히 어수룩한 면이 있었지만 꽤 다부져 있었다.
“네 녀석이 못하면 내가 한다.”
-타타타타탁!
송좌백이 오 대주의 혈도를 점했다.
많이 배웠네.
저렇게 혈도를 점하는 건, 혹시나 다리를 아작 내다 깨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 했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말했다.
“야.”
“말릴 생각이라면 포기해. 난 할거거든.”
“그게 아니라 네가 뭔가 착각한 거 같은데.”
“뭐?”
“그 미친 늙은이가 고작 다리나 부러뜨리라고 그런 소리를 한 것 같아?”
‘!?’
내 말에 녀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설마…..죽이라는 거야?”
“그래.”
다리를 아작 내는 것 정도로 오 대주 저놈이 포기할 것 같은가.
전생에 첩자를 하면서 많은 군상들을 보았다.
저런 집착이 심한 인간은 적당한 훈계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아마 다리가 불구가 된다면 더 분노하여 그때는 나를 죽이기 위해 온갖 수를 낼 것이다.
“죽이라니?”
그런 뜻인 줄은 몰랐는지 녀석이 당혹스러워했다.
자신과는 아무런 은원 관계도 아닌데, 죽이는 것까지는 곤란한 듯 했다.
아직은 덜 다부졌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말했다.
“도와준다며? 죽여.”
“뭐? 주, 죽이라고?”
“설마 마음 약해진 거야?”
송좌백이 인상을 찡그린 채 답변을 하지 못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녀석은 손에 피 한 번 묻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솔직히 손에 피를 많이 묻혔고 첩자의 신분으로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일이란 일은 다해봤다.
“비켜. 네가 못하면 내가 한다.”
녀석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어차피 이 기회가 아니면 오 대주를 처리하기 힘들어진다.
모처럼 해악천이 자신을 팔아도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니, 지금 죽이는 편이 나았다.
바로 그때였다.
“이 개새끼들이 뭐라고?”
“엇?”
젠장!
송좌백 저 녀석 혈도를 제대로 점하지 않았나 보다.
오 대주가 깨어났다.
“빌어먹을!”
송좌백이 다급히 오 대주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는 명색이 일류고수였다.
오 대주가 몸을 비틀며 반대 발로 송좌백의 갈비뼈 쪽을 걷어찼다.
-퍽!
“끄윽!”
갈비뼈를 맞아서 엄청 고통스러울 텐데, 송좌백 녀석이 그것을 억지로 참고서 오 대주의 다리를 반대로 비틀어버렸다.
-우득!
“끄아악! 이 새끼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린 오 대주가 송좌백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
십성 공력을 실었는지 송좌백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타타타타탁!
그때 놈의 뒤쪽으로 달려간 내가 소담검으로 오 대주의 머리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자 오 대주가 다급히 몸을 왼쪽으로 굴렀다.
나려타곤(懶驢打滾)이었다.
일류고수의 자존심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겠지.
-팟!
오른손에 잡고 있던 단검을 던져 번개처럼 왼손으로 낚아챘다.
-그렇지! 그거야!
이것은 소담검에게 배운 팔뢰단검술이었다.
자유자재로 양손을 활용하는 단검술이었는데,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실전에서 성공했다.
왼손으로 단검을 잡은 내가 옆으로 구른 오 대주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
“크윽! 이놈!”
-팍!
오 대주가 다급히 양손으로 단검을 붙잡았다.
확실히 일류고수다웠다.
불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잘도 대응했다.
-탁!
나는 놈을 죽이기 위해 오른손까지 검병을 붙잡고서 있는 힘을 다했다.
오 대주가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내공도 없는 네깟 놈 따위가 날 찌를 수 있을 것 같아?”
헛소리가 아니었다.
놈의 공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소담검이 떨리면서 위로 올라갔다.
심지어 소담검의 검신을 내 쪽으로 돌리려 했다.
‘칫. 별 수 없나.’
도저히 힘을 숨길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성명신공을 2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돌아가려고 했던 검신의 방향이 도중에 멈춰 섰다.
내가 자신의 공력에 거의 버금가는 힘을 발휘하자 오 대주의 두 눈이 흔들렸다.
“네, 네놈이 어떻게?”
놈이 놀라하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굉장히 힘들었다.
2성의 초입만으로 일류 고수의 공력을 완전히 버티는 것은 벅찼다.
“으으으.”
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오 대주도 필사적으로 단검을 밀어내려 했다.
공력 대결로 속이 진탕이 될 것만 같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앗!”
기합을 지르며 황소처럼 달려온 송좌백이 오 대주의 정수리를 십성 공력이 실린 발차기로 갈겨버렸다.
-콰득!
“꺽!”
그 순간 머리통이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푹!
“끄어어어어.”
오 대주의 가슴으로 단검이 파고들었다.
놈이 입을 벌리고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표정을 짓더니, 파르르 떨다가 이내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얼마나 세게 찼는지 오 대주의 두 눈과 콧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머리 위쪽은 완전히 함몰되어 있었다.
“헉헉…..”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송좌백이 옆구리를 붙잡고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씨발……”
나도 무리한 공력 대결로 지쳤기에 뒤로 손바닥을 짚으며 두 다리를 폈다.
시체 하나를 두고 둘 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내가 송좌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처음이겠네.”
아마 첫 살인일 거라 확신한다.
네 발차기가 결정타였으니까.
“잘난 체 하지마. 새끼야. 넌 나한테 목숨 빚 진거야.”
내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말대로 공력 싸움이 조금만 더 지속되었어도 나도 내상을 입었을 거다.
일류 고수가 세긴 세다.
대주의 직위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송좌백이 내게 말했다.
“나중에 대결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몰랐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알아도 그 동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서 지금 얘기하는 걸 수도 있었다.
녀석이 내게 말했다.
“네 녀석한테는 불행한 이야기겠지만 대결은 내가 이길 거다. 그래야 그 미친 늙은이의 정식 제자가 되니까.”
해악천이 녀석에게는 이런 제안을 했나보다.
하긴 뭔가 의욕을 가질 만한 것을 던져줘야 더 열의를 가지겠지.
확실히 녀석의 몸놀림을 보면 정말 강해졌다.
근데 나도 질 생각이 없거든.
“자신 있냐?”
“당연한 소리. 너랑 나랑 붙으면 네가 내 털끝이나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자신감이 넘치네.
처맞고 나서 뒹군다고 제대로 못 봤나? 내 역량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단 거지.
녀석에게 내가 말했다.
“그럼 내기할까?”
“내기?”
인상을 찡그리며 무슨 수작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녀석에게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지는 놈이 이기는 사람의 수하. 어때?”
훗날의 악명높은 백흑쌍귀를 아랫사람으로 부린다라.
벌써부터 구미가 당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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