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85
64화 개파식 (2) >
-다그닥! 다그닥!
호남성의 중북부인 류성(柳城) 남동쪽 인근.
기마대로 보이는 삼천여 무리가 달리고 있었다.
깃발에는 무림 연맹이라 적혀 있는 푸른 깃발이 달려 있었고, 말에 꽂혀있는 수기들에는 호남성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선두에는 황색 갑주의 중년인이 있었는데, 호남성 무림 연맹 지부의 지부장인 무장도 위지상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멋들어지게 수염을 기른 한 성골의 중년인이 있었는데, 그는 무림 연맹의 제 삼 군사이자 사 장로를 역임하고 있는 백위향이었다.
그들은 혈교의 잔당들이 집결했다는 소식에 급히 남하하는 중이었다.
말을 타고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여러 군데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소수의 기마대들이 보였다.
“멈추지 마라.”
“충!!!”
한시가 급한 상황이기에 다가오는 기마대에도 호남성 지부의 무사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의 고삐를 다그쳤다.
말을 몰아서 선두로 다가온 무리 중 한 명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귀주성 지부의 전령입니다.”
다른 자들도 차례로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강서성 지부의 전령입니다.”
“광동성 지부의 전령입니다.”
그들은 다른 성에서 각각 파견 온 무림 연맹 지부의 전령들이었다.
무림 연맹의 제 삼군사 백위향이 물었다.
“위치들은?”
“귀주성 지부는 지금 의주를 지났습니다.”
“강서성 지부는 지금 하주에 도달했습니다.”
“저희 광동성 지부는 잠계 근방입니다.”
그들의 보고에 무림 연맹의 삼군사 백위향 장로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호남성 지부장인 무장도 위지상이 말했다.
“운남성 지부 때문에 그러십니까?”
“제때 도착해야 하는데, 전령이 늦어질 정도면 다른 지부들보다 늦어질 것 같구려.”
“백 군사.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네 개 지부의 전력만으로도 혈교를 수적으로 상회합니다. 오히려 운남성 지부가 복병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 된다면 좋겠지요. 하나 혈교를 만만하게 볼 수 없소이다. 이 참에 뿌리를 뽑으려면 압도적인 전력으로 밀어붙여야 하오.”
군사라는 직책답게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갈색 매 한 마리가 낙하하며 백위향 장로의 팔목에 착지했다.
백위향이 매의 발목의 통에서 전서를 빼들었다.
그리고 둘둘 말려있는 전서를 펴서 읽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관군을 움직이는데 실패한 것 같소.”
“그럼 혈교의 무리들이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퇴각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쳐 흩어지는 잔당들을….”
“아니오. 퇴각하지 않았소이다.”
그 말에 호남성의 지부장 위지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관군을 상대하지 않았는데, 퇴각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까?”
“혈교놈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관군이 물러나면서 광서성 지부의 전력만으로 싸운 것 같소.”
“어찌 그런….아아아.”
호남성 지부장 위지상이 탄식을 내뱉었다.
혈교의 전력은 자그마치 만을 넘긴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했다.
위지상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본 맹의 형제들의 목숨을 놈들의 피로 갚아야 겠습니다!”
복수를 다짐했다.
“한데 작은 문제가 있소.”
“문제?”
“그들이 광서성 지부의 무사들의 상당수를 포로로 잡은 것 같소.”
“포로? 혈교 놈들이 말입니까?”
위지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혈교는 애초에 포로를 두지 않는 자들이었다.
자신들의 교리를 따르겠다고 항복하는 자들이 아니면 무차별적으로 죽이던 잔혹무도한 자들이 아니었던가.
“하! 이 간교한 놈들이 머리를 쓰는구나.”
과거와 달리 세력이 약화된 잔당들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어쨌거나 포로를 잡았다면 어떻게 나올지는 자명했다.
꽤나 난처한 상황이었다.
“군사. 원래의 계획과는 많이 흐트러졌는데 괜찮겠습니까? 광서성 지부의 무사들이 인질로 붙잡혀 있다면 섣불리 공격하는 것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인질이 잡혔다고 해도 애초에 그들은 본 맹과 정도 무림을 위해 희생을 자처했소이다. 죽음을 각오한 숭고한 희생을 어찌 적들의 농간에 모욕되게 할 수 있겠소.”
“교섭을 하지 않으실 겁니까?”
“교섭은 없소.”
백위향 장로가 단호하게 의사를 밝혔다.
그 말은 포로의 생사를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소리였다.
“하나 그들도 본 맹의…..”
“위지 지부장도 아실 것 아니오. 혈교 놈들은 절대로 약조를 지키지 않을 거요. 이십여 년 전에 그리 겪고도 모르겠소? 이 잠깐의 위기만 넘긴다면 놈들은 광서성 지부의 포로들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죽일 게 틀림없소.”
그 말에 위지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위향 장로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절대로 인질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마음이 약해져서 저들의 술수에 넘어갈 뻔 했습니다.”
“괜찮소이다. 형제들의 목숨이 걸려있으니 누구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오. 하나 이 고결한 희생이 앞으로의 화근을 끊어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는 백위향 장로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였다.
* * *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으로 가득한 광서성 무림 연맹 지부의 본단 광장.
교인들의 사기가 들끓고 있었다.
그런 것과 달리 주위는 엉망진창이었다.
-이야. 완전 피바다로 만들어놨네. 어째 저쪽 전쟁터보다 더 심하냐?
혀를 내두르는 소담검의 말이 이해가 간다.
내가 평야에서 치렀던 전투보다 이곳은 더 격렬했던 것 같다.
시신들의 절반 이상이 멀쩡한 것이 없었고 대개가 으깨지거나 토막이 나거나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이게 혈교의 본연의 모습인가.’
존자들과 혈성들로 이루어진 혈교 최고수들이 만들어낸 피의 향연이었다.
피에 젖은 그들의 섬뜩한 모습에 포로가 된 광서성 무림 연맹 지부의 무사들은 새하얗게 질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쟤들 잘 통제할 수 있겠어?
소담검의 물음에 나는 존성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아홉 명이 능히 천 명의 무림인들을 감당할 만큼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감당해야지.’
이 거대한 혈교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역사도, 그리고 혈교가 가지고 있던 피의 고리도 끊을 수 있게 된다.
-운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전주인께서도 검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이지만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쓰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
남천철검 네 말이 맞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다.
그나저나 수장을 비롯해 어지간하면 드세게 반항하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목숨을 거두지 말라고 했는데, 몇 명 정도 살아남은 거지?
-얼추 삼백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운휘.
그럼 이쪽의 포로들과 합치면 대략 천오백 명 정도인가.
광서성 지부의 전력이 삼천 명이었는데, 그들 중에 절반을 살려서 포로로 확보한 셈이었다.
해악천의 전음이 귓가를 울렸다.
본단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에 제대로 피를 봐서 그런지 스승님도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스승님인 해악천이 씨익하고 웃으며 나를 칭찬했다.
물론 칭찬 받을 만 했다.
여기서 관과 엮였다면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혈교는 개파를 거행했어도 여전히 점조직으로 활동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흠.’
그나저나 계획을 수정해야 겠다.
-무슨 계획?
원래 이곳을 탈환하여 혈교의 근거지로 써야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사방이 피에 절어서야 두 다리를 쭉 펴고 자겠는가?
-왜 원혼들이 달려들기라도 할까봐?
그냥 찝찝한 것뿐이다.
피는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유난 떨기는 쯧쯧.
빈정대지 마라. 혈마검.
저도 장인 어른한테 당하고 나서는 보고 싶지 않다며 생떼를 부려놓고선.
-크흠.
그 말에 혈마검이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닫았다.
부끄러운 줄은 아나보네.
아무튼 찝찝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곳 무림 연맹 지부의 본단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우리 쪽이 훨씬 많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혈교 본단을 만들 수밖에 없다.
‘……무림 연맹처럼 성의 형태를 갖춰야 해.’
그래야 적의 침공에 대비하기 수월해 진다.
-저기 봐.
본단 건물의 문에서 누군가 걸어나왔다.
누군가는 바로 백혜향이었다.
다른 존성들과 마찬가지로 피로 얼룩진 그녀의 손에는 한 중년인의 머리채가 잡혀 있었다.
“클클클, 오자서 이놈 오랜만이구나.”
입구 앞을 지키고 있던 해악천이 그를 알아보았다.
오자서라면 이곳 무림 연맹의 지부장이었다.
광서성 최고의 검객이라 불리는 자였는데, 어찌 보면 운남성의 패자였던 남천검객과 같은 시대를 걸어왔던 고수였다.
그런 자가 백혜향의 손에 저렇게 치욕스럽게 끌려오다니.
아마 본인은 죽고 싶을 지도 모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별로 기분 나쁘지는 않는지 백혜향이 나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피에 젖어서 웃는 모습이 어울리는 여자는 오직 그녀뿐일 것이다.
그때 누군가 내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다.
사마영이었다.
……내가 눈웃음을 보였나?
-조심해라. 장인 손에 훅 가기 싫으면.
소담검의 말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훅 가기는 뭐가 훅 가. 자고로 대 혈교의 혈마 정도 되면 삼처사첩(三妻四妾) 정도는 거느려야 위신이 서지.
-그럼 운휘는 그 미친 장인 손에 여섯 번은 갈리겠지.
제발 살 떨리는 소리들 좀 하지 마라.
그러는 사이에 백혜향이 오자서의 머리채를 잡고서 내 앞까지 질질 끌고 와서 강제로 무릎 꿇렸다.
억지로 고개가 들려 나를 바라보는 오자서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악귀 가면의 효과가 참 좋은 것 같다.
원래 사람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낀다고 하지 않았나.
-타타타탁!
백혜향이 오자서의 혈도를 타격하자 놈의 입술이 들썩였다.
점혈로 아혈을 점해놓았던 것 같다.
오자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네놈이 새로운 혈마인가?”
목소리를 살짝 굵게 변조하고서 말했다.
“그래.”
나를 노려보던 놈이 목을 위로 들어 올리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서 치욕을 안기지 말고 죽여라.”
제법 강단이 있는 자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정도 무림에 있어서 광서성의 일인자가 무너졌으니 삶에 애착 같은 것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군. 그대는 방패막이가 되어줄 소중한 장기말이니까.”
그런 나의 말에 오자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네놈 정말 혈마가 맞는 것이냐?”
상단전을 개방하지 않아서 믿기지 않는 건가?
굳이 이 녀석에게 확인시켜주려고 상단전을 개방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놈이 말했다.
“……상관없다. 어차피 네놈이 혈마든 아니든 우리를 인질로 삼아봐야 방패막이는커녕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다.”
“쉽게 단정 짓는군.”
“작은 불씨를 내버려두면 초가를 태우기 마련이지. 본 맹은 과거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는다. 설령 우리를 인질로 삼는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희생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우리의 희생으로 앞으로 다가올 모든 화를 잠재울 수 있다면 가치는 충분하다!”
강하게 나오는군.
이게 정파의 장점이자 극명한 단점이다.
정의 혹은 협의라는 명분하에 희생조차 숭고하게 포장하는 것.
“참으로 존경스럽군.”
그런 나의 말에 오자서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에 나는 뒤에 있는 포로들을 고개 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과연 저 뒤에 있는 연맹의 무사들도 그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죽음을 숭고하게 여길까?”
“자랑스러운 연맹의 무사들을 욕보이지 마라.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그랬다면 패배했을 때 진즉에 목숨을 끊었겠지.”
그 말에 오자서가 인상을 찡그리며 포로들을 쳐다보았다.
무림 연맹의 무사들의 일부가 오열을 터뜨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오자서가 노기에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해줬다.
“아무 짓도 안했다. 그저 저들을 떠나보내고 남을 식솔들의 슬픔을 상기시켜준 것뿐이지.”
“슬픔을 상기시켜?”
나는 뒷짐을 지고서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희생이랍시고 죽고 나면 남은 식솔들이 과연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아비를 떠나보낸 자식, 남편의 부고를 들은 아내,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런 나의 말에 화를 내던 오자서의 얼굴이 멍해졌다.
내가 식솔들로 협박이라도 했을 거라 여겼나.
그런 단순한 전법은 쓰지 않는다.
나는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서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오자서. 그대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감정을 흔든다고 내가…”
“감정을 흔들어? 아니. 그저 현실을 상기시켜주는 것 뿐이다.”
“현실을 상기시켜?”
“그대를 기다리던 아내는 피로 젖은 옷자락을 보면서 끌어안고 오열을 하겠지. 아들이 될지 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식도 아비의 죽음에 슬퍼하다 못해 그 눈물이 점점 메말라가며 차갑게 마음이 식어가겠지.”
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참으려는 모양이다.
그런 그에게 나는 말했다.
“본 혈마도 그 슬픔을 잘 알고 있지. 그렇기에 쓸데없는 희생을 없애 이 증오의 연쇄를 끊고 싶은 거다. 그대의 남은 가족들이 슬픔과 분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네놈…..이런 식으로….”
뭔가 울컥했는지 오자서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나는 그런 그의 귓가에 대고서 악마의 속삭임처럼 부드럽게 말했다.
“치욕이니 정의니 생각하지 마라. 그저 살고 싶다는 말 한 마디면 된다. 하면 그대의 식솔들과 여생을 보낼 수 있다.”
이런 나를 백혜향이 기가 차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은 처음 보나?
연기가 첩자의 기본 기술이라 한다면 상대의 감정을 움직여 정보를 캐내거나 혼란을 주는 것은 첩자의 고급 기술이다.
* * *
일존 파혈검제 단위강이 백혜향처럼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대 혈마를 제외하고도 전대와 전전대 혈마를 모셔왔지만 저런 자는 처음이었다.
전대 혈마나 백혜향만 되었어도 저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고, 이들을 인질로 삼아서 적들에게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고 통보하는 걸로 끝냈을 거다.
‘……도통 이해할 수 없구나.’
저들에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불어넣어서 뭘 어찌 하겠단 말인가.
단위강이 해악천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가 스승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런 단위강의 물음에 해악천이 어깨를 으쓱하며 전음을 보냈다.
그런 그의 말에 해악천은 육혈곡에서 진운휘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어지간하면 자신에게 위축되어 아무 말도 못할 만도 한데, 건방지게 협상을 하려들던 모습이 말이다.
해악천이 피식하고 웃으며 전음을 보냈다.
* * *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각 성에서 출정을 나온 무림 연맹의 여러 지부들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미 각 지부의 전력들이 광서성 무림 연맹이 있는 령종하까지 하루 하고도 반나절 채 남지 않은 거리까지 도달했다.
무림 연맹의 제 삼군사인 백위향 장로는 사전에 여론을 조장하기 위해 령종하와 령산의 주변으로 사람들을 파견했다.
그들은 혈교 토벌의 당위성을 소문낼 것이다.
인질로 사로잡힌 광서성 무림 연맹 지부의 요청으로 각 연맹의 지부에서 피눈물을 머금으며 악독한 혈교와 비장하게 싸우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 된다면 중원 사람들과 무림인들은 광서성 무림 연맹 지부의 희생에 눈물을 흘릴 것이고, 형제들의 고결한 희생을 참아가며 싸우게 될 연맹의 각 지부를 찬양하게 될 것이다.
-다그닥! 다그닥!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여러 군데서 파견 보낸 여론 조장꾼들이 보였다.
‘뭐지?’
백위향 장로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보낸지 고작 몇 시진도 되지 않아 돌아오고 있었다.
인근 모든 현과 부, 크고 작은 마을들에 소문을 내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터인데 말이다.
“군사!”
가장 먼저 도착한 이가 심각한 얼굴로 보고했다.
“왜 벌써 온 게냐?”
“무,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엇이 문제라는 게야?”
연맹의 호남성 지부장 위지상도 궁금했는지 물었다.
이에 파견을 갔다 온 이가 말했다.
“각 현과 부의 크고 작은 마을에 무림 연맹이 살아남은 광서성 지부의 포로들을 살리기 위해 혈교와 협상을 하러 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뭐엇!”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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