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87
64화 개파식 (4) >
“……네놈이 본 군사를 기만해.”
“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군사. 믿어주십쇼!”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외치는 사내를 보며 무림 연맹의 삼군사 백위향 장로는 분노로 속이 들끓었다.
그가 보았든 보지 않았든 광서성 지부의 포로들은 살아있었다.
희생을 자처했던 광서성 지부장 오자서에 부지부장 곽철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대체 어찌 된 거지?’
도통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첩자로 갔던 자의 반응을 보면 혈교와 내통한 것 같지도 않았다.
억장이 터진 듯이 얼굴까지 새빨개져서 해명을 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속은 것 같다.
‘설마 광서성 지부 놈들이 도운 것인가?’
천오백 여 명이나 되는 저 많은 포로들이 죽은 척하며 속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영문이야 어찌되었든 선제공격을 하기 힘들어졌다.
“군사! 정말…”
“조용히 해라.”
백위향 장로가 조용히 그를 다그쳤다.
여기서 더 떠들면 뒤에서 공작한 것이 대놓고 표출되지 않는가.
마음 같아서는 첩자로 들어간 이 녀석을 당장에 베어버리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많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지부 것들 중에서 쓸 만한 놈들이 없군. 쯧쯧.’
정보 조작과 첩보 전을 통해 혈교를 흔들려던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꼴이 우스꽝스럽게 되었다.
자신만만하게 포로들이 죽었다고 공표하고서 사기를 돋우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둘 중 하나인가.’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었다.
맹의 위신과 같은 연맹의 형제들을 보호한다는 신뢰를 위해서 혈교와의 교섭을 응하던가.
혹은 모든 것을 불사하고 싸우던가.
하나 후자는 사실상 힘들었다. 관인들부터 시작해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별 수 없군.’
일단 교섭에 응하는 그림은 그려야 한다.
백위향이 백팔십도 표정을 바꾸더니 기쁘다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기뻐하라. 본 맹의 형제들이 살아있다! 맹의 군사로서 어떻게든 그들을 반드시 되찾겠다!”
그야말로 위선 그 자체였다.
호남성의 지부장 위지상이 우려의 목소리로 전음을 보냈다.
이에 백위향이 비릿하게 웃으며 답했다.
[포로만 되찾으면 교섭이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소.]* * *
-야. 기분 어때?
소담검의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높으신 분들이 탄다는 사인교(四人轎)를 타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사인교는 앞뒤로 두 사람씩 어깨에 걸친 가마다.
일반 가마형과 달리 위가 열려서 사방을 볼 수 있는 형태의 이 사인교에 올라서 보니 말 위에 탄 것 마냥 전방이 뻥 뚫려서 보인다.
-출세의 상징이지.
부담의 상징 같은데.
존성들이 그냥 걸어가면 모양새가 빠진다고 하여 일단 타기는 했는데, 이목이 집중되니 낯간지러운 느낌도 든다.
얼굴을 가리는 악귀 가면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크으. 좋기만 하구만.
왜 네가 의기양양한지 모르겠다.
-출세한 남편 덕 보는 마님 마냥 떠드는구만. 쬐끄만한 게.
-뭐라고!
혈마검의 도발에 소담검이 또 욱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댄다.
요새 잠잠하다 싶었더니 또 싸운다.
머릿속이 울리는 통에 결국 녀석들의 소리를 차단했다.
‘많군.’
본교의 교인들이 모여 있을 때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이만 명에 육박하는 무림 연맹의 무사들을 보니 장관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내 눈에는 단 한 사람만 보였다.
‘백위향 장로!’
그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하긴 그는 외부의 정무를 맡고 있는 외군사의 직책을 지녔다.
총군사인 제갈원명이 죽어서 내군사 직을 맡고 있는 사마중현이 더욱 자리를 비울 수 없을 터이니, 그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뛴다.
회귀 전 검선지보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나를 죽였던 그를 보게 되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살심이 치솟았다.
모용수를 보았을 때보다 더 감정의 주체가 안 된다.
-냉정을 유지해라. 운휘.
남천철검이 나를 만류했다.
나도 알고 있다.
분노 때문에 일을 그르칠 만큼 어리석진 않다.
‘……머지않았다. 백위향.’
그때가 되면 놈에게 어울리는 비참한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놈의 뒤로 익숙한 몇몇 얼굴들이 보였다.
각 성의 지부장들이었는데, 귀주성과 광동성의 두 명은 훗날 승진하여 무림 연맹의 본단으로 들어와 당주직과 장로직을 받는다.
교섭을 위한 가운데 지점에 도착하자 교인들이 사인교를 밑으로 내렸다.
존성들의 눈빛과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럴 만도 하지.
지부장도 아닌 무림 연맹의 군사들 중 한 명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를 죽이고 싶지 않은 본교의 수뇌부들이 있겠는가.
양측은 당장에라도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하다.
먼저 백위향이 입을 열었다.
“서로 인사치레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니 생략하도록 하겠소.”
“흥! 이쪽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의 말을 스승님인 기기괴괴 해악천이 받아쳤다.
거구의 그의 모습에 몇몇 지부장들은 살짝 위축되었는지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기기괴괴. 역시 살아있었구려.”
“네놈들을 놔두고 편히 갈 수 있나. 클클.”
“그때 죽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오.”
“손에 쥐면 당장에라도 꺾일 얇은 모가지로 잘도 지껄이는구나.”
“…….”
백위향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이럴 때만큼은 스승님의 화법이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백위향의 모습을 보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회귀 전에 보았을 때와 변한 게 없다.
그때 백위향이 시선을 돌려 사인교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대가 당대 혈마요?”
상단전을 개방하지 않았지만 사인교에 타고 와서 그런지 단번에 혈마라고 불렸다.
“그렇다.”
목소리를 변조하고서 놈의 말에 답했다.
그러자 백위향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제야 알겠구려.”
“무엇을 말이지?”
“어째서 그대들이 어울리지도 않는 교섭 같은 것에 매달리는지 말이오.”
놈의 말에 존성들의 표정이 하나둘씩 싸늘해졌다.
일부러 자극하는 것이라면 성공했다.
백위향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인간 같지 않던 전대 혈마였다면 교섭이니 뭐니 그런 소리를 하지 않고 무작정 전쟁부터 걸어왔을 거요 하나 그대의 모습을 보니 그것도 옛 이야기 같구려.”
[일부러 도발하는 겁니다.]사혈성 도장호의 전음이 귓가를 울렸다.
나도 알고 있다.
놈은 정파의 가면을 쓴 위선자다.
포로 교섭 건으로 자신들이 먼저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일부러 도발을 해서 이쪽에서 먼저 손을 쓰도록 만들려는 걸지도 모른다.
여전히 간교하기 짝이 없다.
백위향이 내게 실실 웃으며 말했다.
“궁금해서 묻는 것인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유가 무엇이오? 혈마의 피가 옅어져서 그런 것이오? 아니면 얼굴조차 드러내지 못할 만큼 담대함이 없는….”
놈이 말을 하다 말고 흠칫 놀라서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그는 바로 일존 파혈검제 단위강이었다.
벽을 넘은 일존 단위강이 대놓고 갈무리했던 기운을 드러내니, 사방의 공기가 무겁게 짓눌렸다.
‘!!!’
무림 연맹의 각 지부장이 놀랐는지 긴장한 얼굴로 단위강을 쳐다보았다.
일부러 기운을 드러냈으니 확연하게 알았을 거다.
단위강이 초인의 영역에 이르렀음을 말이다.
“백 군사. 노부도 그대에게 물으리다. 노부가 검을 뽑는다면 이 자리에 있는 그대들을 전부 죽이는데 몇 수면 될 것 같소?”
초식도 아닌 몇 수라는 말에 백위향을 비롯해 지부장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만하게 들렸지만 당장의 기세만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세에 눌려서 도발하던 것을 멈추고 입을 다물고 있던 백위향이 말했다.
“……숨겨둔 패가 있었구려.”
“손에 쥔 패도 없이 본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리라 여겼던 것은 아니겠지?”
그런 나의 말에 백위향이 옅은 신음성을 흘렸다.
그러다 이내 내게 말했다.
“포로의 반환에 대한 요구 조건을 말하시오.”
간교한 자이지만 역시 상황 판단이 빠르다.
이쪽에 초인의 영역에 이른 무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숫적으로 우세해도 전쟁을 벌이면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인지했겠지.
그럼 이쪽의 요구 조건을 밝혀야겠다.
“집결한 각 지부의 전력을 해산하고 돌아가라.”
백위향의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정도 요구 조건은 어느 정도 짐작했던 모양이다.
고민하는 척 지부장들과 눈빛을 교환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를 무사히 반환한다면 그리하리다.”
“하나 더 있다.”
“하나 더? 지금의 조건만으로도 충분히 포로 반환의 값을 치렀다고 생각하오만.”
“그건 그쪽의 생각이지.”
이런 나의 말에 백위향의 미간에 내 천자의 주름이 생겨났다.
어차피 아쉬운 쪽은 그쪽이다.
인상을 쓰고서 나를 쳐다보던 백위향이 입을 뗐다.
“…….들어보고 요구를 들어줄이 아닐지 판단하겠소이다. 일단 말해보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무림 연맹의 이름으로 본교가 광서성의 주인임을 인정하고 개파식을 축하한다고 공표해라.”
‘!!!’
그 말을 들은 백위향과 연맹의 각 지부장들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럴 만도 하지.
만약 저것을 공표하는 순간 무림 연맹의 이름으로 혈교의 부활을 인정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격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보자보자 하니 이 자들이!”
“이 자리에서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인가!”
일존의 무위에 억눌려 있던 지부장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스승님인 해악천이 돌덩이 같은 커다란 두 주먹을 마주치며 도발했다.
-쿵쿵!
“이 몸은 당장에라도 맞붙어도 좋다. 클클. 이 참에 네놈의 모가지를 꺾어버리게 말이야. 아! 물론 포로가 어찌 되도 상관없다면 말이다. 크하하하핫.”
악당의 정석을 보여주는 스승님이다.
어차피 세간에 우리는 악이었고 그대들은 정의를 지키는 정도 무림이 아닌가.
백위향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선을 넘고 있소. 당대 혈마.”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포로의 반환은 없다.”
“……본 맹이 포로를 포기하고서 그대들을 공격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가 보오?”
백위향이 강하게 나왔다.
그런 그에게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포로들더러 자살하라고 첩자를 보냈으니, 언제라도 버릴 준비가 되어있으시겠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소이다.”
백위향이 대놓고 잡아뗐다.
여기서 인정을 하면 입장이 곤란해지니 당연히 부정하겠지.
“그런데 이를 어쩌지? 저기 그대가 보낸 첩자를 포로들이 전부 보았는데 말이야. 그들이 이 사실을 널리 알리면 어떻게 될까?”
그 말에 놈의 표정이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그러더니 이내 깊게 숨을 내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역시 네놈들과는 좋게 대화가 안 되는군.”
이제야 본색을 드러낸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면이 드러나는 작자다.
놈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혈마여. 네놈 말이 사실이라면 이쪽에서는 포로들이 변절하여 혈교에 넘어갔다고 주장한 뒤에 처리하면 그만이다.”
“살아남은 포로들이 전부 말이냐? 무림 연맹의 군사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데.”
“멀리서 지켜보는 저 어리석은 치들을 믿고 그러는 가 본데, 명색이 혈마란 작자가 우습기 짝이 없구나. 하하하핫.”
광소를 터뜨린 놈이 내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중원 무림인들이 무림의 공적이었던 네놈들 말을 믿어줄 것 같으냐? 그리고 변절한 포로들이 없다면 네놈들에게 남는 게 뭐지?”
그가 일존 단위강을 쳐다보며 말했다.
“파혈검제? 벽을 넘은 초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할지언정 이만에 가까운 본 맹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내게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혈마여. 본 군사는 이십여 년 전부터 네놈들과 싸워왔다. 고작 네까짓 놈이 머리를 굴린다고 본 맹을 어찌해볼 수 있을 거라 여겼느냐? 네놈들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선택지는 오직 하나다. 포로를 반환하고 잠시 수명을 연장한 것을 즐기는 것뿐이다. 알겠느…”
“하하하하하하하핫!”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내가 미친 듯이 웃어대자 백위향이 인상을 찡그리며 의아해했다.
웃음을 그치고 놈에게 말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는데, 가관도 아니군.”
“뭐야?”
나는 뒤를 슬그머니 쳐다보며 말했다.
“어찌 들으셨습니까?”
그때 존성들의 뒤쪽에서 죽립을 쓰고 있던 검은 무복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죽립을 쓴 사내가 귀밑 부분의 피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피부가 찢어지면서 숨겨져 있던 얼굴이 드러났다.
“인피면구?”
인피면구 속에 드러난 얼굴에 지부장들 중 한 사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광동성 무림 연맹의 지부장 노연적이라는 자였다.
백위향이 의아해하자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이내 포권을 취했다.
“이 통판 나으리께서 어찌 이런 곳에 계십니까?”
“통판? 통판!”
백위향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인피면구 속에 감춰져 있던 정체는 다름 아닌 통판 이석이었다.
존성들 틈바구니에 관인이 숨어 있으리라 누가 알았겠는가.
“토, 통판께서 어떻게?”
여러 이익 관계가 얽혀서 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무림 연맹이었다.
백위향은 어찌나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통판 이석이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여기 있는 혈교의 교주께서 무림인들 간에 교섭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따라왔더니, 무림 연맹에 심히 실망스럽구려.”
“통판 나으리.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건 교섭에 더 유리한 협상을 위해 약간의 과장을….”
“과장이라…..본인이 알기로 무림 연맹은 정의를 숭상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그대가 하는 과장을 들어보면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구려.”
냉랭한 통판 이석의 말에 백위향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일개 한 사람의 관인인 그가 무서워서겠는가.
제 삼자의 위치라 할 수 있는 관인의 입에서 이 소문이 퍼져 나갈까봐 당혹스러운 것일 거다.
“이십 년이 넘게 머리를 굴려도 의미가 없군.”
“네놈!”
그 말에 백위향이 노기가 서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관인을 데려온 것이 원망스럽겠지.
그럼 쇄기를 박아보실까?
“아까 전에 포로들과 파혈검제를 빼면 본교에 아무 것도 없다고 했나?”
나는 상단전을 개방하고서 혈천대라공을 운기했다.
그 순간 나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백위향을 비롯한 지부장들이 시선을 떼지 못했다.
“머리카락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아지랑이에 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작 머리 밖에 굴릴 줄 모르는 혈마라고 여겼을 텐데, 팔대 고수에 준하는 기운을 풍기니 당혹스러울 거다.
불과 방금 전만 하더라도 노기를 터뜨리던 백위향은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위압감을 실어 말했다.
“포로들의 생사에 관심이 없다고 하니, 어느 쪽이 전멸할지 말지 한 번 시험해 보겠나?”
나의 말에 존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갈무리했던 기운들을 풀어놓았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기세에 연맹의 각 지부장들이 황급히 병장기로 손을 가져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때 백위향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귀교의 개파식을 축하하는 바이오.”
웅얼거리는 소리로 작게 그 말을 하는데,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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