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192
66화 우군도독부 (2) >
일촉즉발의 상황.
손을 파르르 떨면서 올리지 못하는 턱수염의 장군.
어지간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삼만 이라는 대군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입장이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파라 불리는 무림인들이 소위 정파라 불리는 자들과는 다르다고 하더니, 귀공을 보니 실감이 가는구려.”
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관군들 사이에 가려져 있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눈을 감고 있었지만 금안으로 이 자의 기운이 여실히 보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자였다.
다만 갑주를 걸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외양에서 풍기는 모습이 꽤나 관직에 있는 자임을 알 수 있는 중년인이었다.
“누구신지?”
“본인은 귀주성 제형안찰사사에서 부사를 맡고 있는 고조택이라하오.”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
-왜? 높은 사람이야?
높다.
제형안찰사사는 한 성(省)의 형과 옥을 총괄하는 사법기관이다.
그곳의 부사라면 사사내 한 부서의 수장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국령 감찰부일 확률이 높았다.
스스로의 정체를 밝힌 고조택이라는 부사가 턱수염의 장군에게 말했다.
“강 장군. 이쯤 하도록 하지요. 소환에 응했는데 애써 전쟁을 치를 의미야 있겠소이까?”
영리한 자였다.
턱수염 장군의 체면을 적절히 살려주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크흠. 고 부사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쓸데없는 희생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덥썩 무네.
소담검이 키득거렸다.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기회인데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여야지.
턱수염의 장군이 고개를 돌려 한 병사에게 눈짓을 하자, 그 자가 깃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시위를 겨냥하던 삼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그것을 거뒀다.
‘후우.’
속으로는 안도했지만 일부러 내색하진 않았다.
제형안찰사사의 부사인 고조책이 내게도 말했다.
“강 장군도 한 발 물러났으니, 공께서도 관군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검병에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검병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혈교를 맡고 있는 백모라고 합니다.”
-응? 네가 언제부터 백가였다고?
혈교의 교주 계통은 대대로 백가다.
여기서 진가나 소가라고 하면 혈교 안의 변화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꼴이다.
굳이 내 진짜 성이나 이름을 외부에 알릴 필요는 없다.
부사 고조책이 내게 말했다.
“이렇게 말로 통할 일을 괜히 얼굴을 붉혔소이다.”
“원만하게 해결이 된다면 어찌 거절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백 교주. 일단은 국령을 어긴 혐의로 소환되는 것이기에 병장기는 이쪽에 맡기실 생각은 없으시오? 무혐의가 된다면 다시 돌려줄 것이오.”
조심스럽게 내가 권유하는 그였다.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부분은 차단하고 싶나 보다.
이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검이 없다고 한들 무림인이라면 맨손과 맨발 역시도 위협이 되는 무기인데, 하면 제 팔과 다리를 전부 잘랐다가 다시 붙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허어…..”
그런 나의 말에 부사 고조책이 졌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강 장군이라 불리는 자를 쳐다보았다.
강 장군도 내게서 검들을 빼앗아갈 수 없음을 알았는지 한숨을 푹 내쉬며 이를 포기했다.
부사 고조책이 내게 말했다.
“하면 그 악귀 가면이라도 벗으실 순 없겠소? 그리 가면을 쓰고 있다면 귀공이 진짜 교주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 않소.”
“사정이 있어 지금 가면을 벗기는 힘들군요. 도독부에 가게 된다면 벗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가면을 벗을 수가 없다.
급하게 오느라 화장도 지우지 않았고 인피면구도 쓰지 않았다.
얼굴을 씻고 인피면구를 쓰기 전까지는 화장 한 얼굴을 보여서 우스개가 될 생각은 일체 없다.
나중에 가면을 벗겠다니 더는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 약조 지키기 바라겠소. 만약 가면을 벗었을 때 진짜 교주가 아니라면 도독께서는 이 일을 절대 가벼이 넘어가지 않으실 것이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면 마차에 오르시지요.”
‘마차?’
부사 고조책이 가리킨 곳에 커다란 마차가 있었다.
그냥 평범한 것이 아니라 높은 자들을 태울 법한 제법 고풍스럽게 생긴 마차였다.
국령을 어긴 혐의로 소환했는데 저런 마차에 태운다고?
의아했다.
그런 내게 부사 고조책이 웃으면서 말했다.
“본 부사도 같이 타고 갈 것이오.”
……이건 또 무슨 꿍꿍이지?
* * *
마차에 오르고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부사 고조책이 마차의 벽을 살짝 두드리며 내게 말했다.
“이 마차는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져서 말소리가 바깥에서 새어나가지 않소. 그러니 편하게 대화를 나눠도 되오.”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그가 내게 말했다.
“사실 본 부사는 귀공께서 이렇게 쉽게 마차에 오르실 줄은 몰랐소이다.”
“어째서 그리 말씀하십니까?”
“솔직히 사파인 그대들은 정파와 다르지 않소.”
다르지.
정파나 무림 연맹은 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을 크게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관과의 우호적인 관계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정파의 무림인들은 관인들의 비위를 어느 정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사파나 지금까지의 본교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쉽게 관명을 따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이리 우군도독부의 군까지 동원한 것이오.”
“차라리 사자를 한 명만 보내셨으면 이리 많은 관군이 고생할 일은 없었을 터인데, 안타깝군요.”
그런 나의 말에 부사 고조책이 의아해했다.
“저희가 관을 배척할 것이었다면 도지휘첨사 나으리를 찾아가 본교의 개최 승인을 받을 리가 없었겠지요.”
“……본 부사가 알고 있던 그 혈교의 교주가 맞는지 모르겠구려.”
“시대에 맞춰나가지 못하고 불응하는 자는 그 파도에 휩쓸리기 마련이지요. 본교 역시도 국정을 이끄는 관이나 선량한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허어.”
그런 나의 말에 부사 고조책이 작은 탄성을 흘렸다.
그러더니 진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사과해야 겠소이다. 본 부사가 귀교와 교주에 대해 괜한 선입견을 가진 것 같소.”
관인이 이렇게 선뜻 사과하다니.
참 의외였다.
신분고하를 떠나서 생각보다 괜찮은 자인 것 같다.
“이십여 년 전을 생각하면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는 게 당연하지요. 그런 선입견을 바꾸는 것이 당대 교주인 제 소임입니다.”
“훌륭하시오. 교주께서 이렇게 품격이 있고 교양이 있는 분인줄 알게 된다면 도독께서도 근심을 더실 것이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대화가 잘 통하는 자다.
관에도 이런 자가 많다면 무림과 관이 부딪칠 일은 없을 거다.
-그 반대도 그렇지 않을까?
하긴 무림인들 대부분이 그 성향이 자유롭다.
국령에 휘둘리지 않고 싶어 하고 가진 그 힘을 배출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관과 무림이 때때로 부딪치는 것이기도 하다.
부사 고조책이 턱수염을 쓰다듬더니 내게 말했다.
“사람의 교분이라는 것이 뜻이 통하면 생긴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이를 말씀입니까.”
“귀공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 시국을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소이다.”
“시국이라는 무슨?”
인상이 써졌다.
이 사태가 시국이라는 말을 할만큼 그리 커진 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부사 고조책이 말했다.
“교주를 소환하는 도중에 자칫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여기까지 본인이 마차를 끌고 온 것이 이상하다 생각지 않소?”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도지휘첨사에 대한 뇌물 수수혐의가 비록 국령을 어겼다고 하나, 문파 승인과 관련된 정도의 문제라면 아무리 완고한 도독께서도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소.”
‘흠.’
생각해보면 그렇다.
작은 문파도 아닌 혈교의 수장을 부르는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관의 입장에서도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어서 굳이 무리해가면서 압박할 일도 아니었다.
나 역시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기에 그저 무림 연맹의 농간이라고 여겼고, 관을 상대로 여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조용히 소환에 응한 것뿐이었다.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오.”
“도독을 움직인 것이 무림 연맹입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부사 고조택이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
“짐작하신 대로요.”
“하면 이것이 무림 연맹에서….”
“관에서 귀교를 압박하게 하려는 수작인 줄 아느냐고 물으려는 것이 아니오?”
‘!?’
정확하게 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관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아니 무림 연맹 역시도 마찬가지다.
“관과 무림이 서로 조약을 맺은 것이 있다고 하나, 언제든지 화근으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한 그대들을 마냥 내버려둘 것 같소. 관에서도 무림 내의 일을 늘 살펴보고 있소.”
일리가 있었다.
관에게 있어서 무림은 끌어안고 있어도 위험한 존재였다.
당연히 모르쇠로 지켜볼 리가 없었다.
“알고 계셨다면 어찌하여?”
“무림 연맹에서 관에 갖다 바치는 금전이나 공물이 한두 푼일 것 같소. 그들은 황실이나 고위 관료들과도 일부 연을 맺고 있어서 도독부에서도 그들의 성의를 무조건 무시하기 힘드오.”
“하면 무림 연맹의 손을 들어주실 겁니까?”
“아니오. 그럴 것이었다면 사자를 보내지 않고 우선 귀교에 압박부터 가했을 거요.”
삼만의 대군을 보낸 것이 압박이 아니면 뭐지?
그저 보이기용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확실히 무림과는 도량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어찌하려고 소환한 겁니까? 만약 답이 정해진 소환이라면 이를 응하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뻔히 짜고 치는 판이라면 내가 갈 이유가 없다.
이에 부사 고조택이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오.”
내게 방안을 일러주려는 것인가?
“부사께서 가르침을 주시지요.”
“원래 도독께서는 정파 연맹에서도 바치는 공물이나 뇌물을 빌미로 이 일을 넘기려고 하였소.”
“그렇게 넘겨도 되지 않습니까?”
“한데 문제가 생겼소이다.”
“어떤 문제입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부사 고조택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지금 우군 도독부에는 진왕과 경왕, 영왕께서 와 계시오.”
‘!!!’
진왕? 경왕? 영왕?
-누구길래 그렇게 놀라는 거야?
대연 제국의 황자들이야.
-황자!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왕의 칭호를 받은 세 황자가 우군도독부에 있다니?
그들은 황태후와 제 일비, 이비의 소생들로 차기 황태자 자리를 노리는 거물들이었다.
더 많은 황자들이 있지만 왕의 칭호를 받은 이들은 이 셋뿐으로 실제로 그들 중에 황태자가 되는 자가 나온다.
-넌 알겠네?
지금이면 이 년 후 정도에 벌어질 일이니 당연히 알지.
게다가 삼 년 후에는 국상까지 일어나 고작 일 년 만에 그 황태자가 황위에 오른다.
-황제가 아픈 거야?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병상 중일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삼 년 후에 갑자기 국상을 치르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많이 놀라셨을 거요.”
“……무림인이라고는 하나 황자 전하들이라니 놀랍군요.”
“일이 어렵게 되었소이다. 세 왕께서는 폐하의 명을 받고 각 성과 오호도독부들을 순방하고 계시는 중이오.”
“무림 연맹이 그 기간을 맞춘 겁니까?”
“그러하지 않을까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오.”
만약 그런 것이라면 꽤나 머리를 굴렸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게 과연 이군사와 삼군사 중 누구의 머리에 나온 책략일까?
“어쨌거나 전하들께서 계셨을 때 무림 연맹의 군사라는 자가 찾아와서 소환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오.”
“그럼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이미 도독께서는 도지휘첨사에게 귀교에서 받은 전표를 전부 처리하게 했소. 전부 태웠을 터이니 더는 증거가 없소이다.”
‘아……’
그래서 혐의라고 했구나.
도지휘첨사가 물증을 없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도독부에서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처리한 것이었다.
부사 고조택이 말했다.
“공께서는 그저 소환에 응해서 도독부에서 벌어질 재판에 질의에만 응답해주면 큰 이변 없이 무혐의로 정리가 될 것이오.”
“그리 배려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다만?”
“전하들이 마음에 걸리오. 특히 차기 보위에 가까우신 진왕 전하께서는 도가를 숭상하시는 분으로 무당파의 종선 진인이라는 분께도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오.”
태극검제 종선진인.
꽤나 신경 쓰이는 정보다.
대연 제국은 도교를 국교로 채택했다.
물론 국교로 채택했다고 해서 다른 종교를 박해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불교인 소림사나 항산파, 아미파가 여전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관과 무림의 관계를 생각하여 크게는 아니겠지만 교주를 자극하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소이다.”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겠군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명심할 것이 있소이다.”
“명심?”
“영왕 전하께서는 무(武)에 지극히 관심이 높으신 분이오. 그렇지 않아도 한때 무림을 양분했던 혈교의 수장께서 오신다는 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소.”
“그건 그리 나쁘지 않군요.”
“혹여 공을 시험해보기라도 할까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이오.”
“시험을 한다라…..”
부사 고조택이 진지하게 내게 경고했다.
“본 부사는 귀공께서 원만히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면 세 분 전하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소.”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다.
한데 과연 무림 연맹에서 그리 호락호락하게 이를 준비했을까?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엮어들 수밖에 없는 함정을 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괜찮겠어?
대비는 해야겠지.
다행히 나는 그들 중 누가 황태자가 되는지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부사 고조택이 물었다.
“여담이지만 둘만 있어서 묻는 것인데, 왜 그런 흉측한 악귀 가면을 쓰고 온 것이오?”
그게 그렇게 궁금했던 건가.
이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가면을 반쯤 벗었다.
화장을 한 얼굴이 반 정도 드러나자 부사 고조택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교주께서 여인이셨소?”
그 말에 소담검이 박장대소를 했다.
아니 화장을 했을 뿐인데 왜 여인이라는 말이 나오지?
이에 나는 정색하며 답했다.
“남자입니다.”
이에 부사 고조택이 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소. 남자의 목소리에 목젖도 튀어나오고 어깨 골격이 다른데 어찌 여인으로 오해하겠소?”
“…….”
농도 할 줄 아네.
* * *
그렇게 아흐레가 지났다.
그 동안 화장도 지우고 인피면구를 했기에 악귀 가면은 벗었다.
이것도 종일 내내 쓰는 것이 힘들었기에 그나마 인피면구가 나았다.
두 시진 전에 우군도독부가 있는 귀주성의 귀양(貴陽)에 도달했다.
마차에서 종일 부사 고조택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많이 친해져서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다른 관인들보다 열려있는 자였고, 친해지면 도움이 될 거라 여겼기에 이것저것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끼이이이.
한참을 달리던 마차가 멈춰섰다.
드디어 우군도독부에 도착한 것 같다.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부사 고조택에 내게 당부했다.
“백 형. 누차 이야기 했지만 세 전하들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척을 지으면 안 되네.”
“알고 있소. 고 형. 어찌 그 당부를 잊겠소.”
“최대한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걸세.”
나 역시도 명심하고 있다.
황자들과 대립하게 되면 일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성 내의 관인들과도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찌 황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겠는가.
그렇게 마차에서 내리니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현판에 우군도독부라 떡하니 적혀있었다.
내려서 두어 발자국 정도 걸어갔을 때였다.
‘음?’
기감을 자극하는 상당한 기운에 그곳을 쳐다보니 푸른 비단 옷을 입은 이십대의 귀한 상을 가진 청년이 내게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이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데 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였다.
‘누구지?’
라고 여기는데, 갑자기 부사 고조택을 비롯한 관군이 전부 무릎을 꿇고서 소리쳤다.
“영왕 전하를 배알하나이다.”
‘영왕?’
대연 제국의 황태자이기에 이들처럼 무릎은 꿇지않더라도 나 역시도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려 했는데, 그때 영왕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대가 혈교의 교주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귀하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네. 그대가 그렇게 강하다지?”
‘!?’
제 발로 황자가 찾아왔는데 이걸 어찌 멀리하라는 거지?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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