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01
69화 변수 (3) >
-……이게 통하네?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녀석은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호들갑을 떨었었다.
나 역시 반신반의하며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던져봤는데 통했다.
중단전만 개방한 상태에서의 내 무위는 이 가짜 혈마에게 미치지 못하기에 속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아마도 통한 것은 이 금안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쪽 눈만이 금안인 자가 흔하다면 모를까.
현재로서 그 정체불명의 조직을 이끄는 금안이라는 자와 나밖에 없다.
그 추측으로 기인한 도박이 성공했다.
가짜 혈마가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뭐라도 최대한 뽑아먹어야지.
눈치 채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전에 놈의 입으로 금안과 조직에 관한 것이 조금이라도 나오게 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상황인지를 예측해서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수로?
첩자 생활을 할 때 모르는 자와 접선할 때 가장 많이 써먹는 방법이 있다.
“왜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
상대를 압박하는 거다.
기가 죽어서 움츠려 들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상대에게 대뜸 정보를 떠보는 식으로 곧장 넘어가서도 안 된다.
“왜 대답이 없지?”
그런 나의 물음에 가짜 혈마가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저 같은 자가 어찌 존주를 함부로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존안이 달라 미처 몰라 뵌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오…..넘어가는 것 같은데.
방심하면 안 된다.
작은 말실수 하나만으로도 상대는 이질감을 느낀다.
이럴 때는 적이 모르는 상황을 계속 나열해주는 것이 좋다.
“본의 아니게 나 혼자 움직이기 위한 신분 하나를 알리는 꼴이 되었구나.”
“함구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혈마는 지금 우군도독부에 없다. 영악한 것이 재판을 벌써 끝냈더군. 이곳에서 놈을 발견했나?”
그런 나의 물음에 가짜 혈마가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의아해하는 것 같다.
뭔가 실수를 한 걸까?
서둘러서 화제를 돌려야겠다.
그때 놈이 입을 열었다.
“혈마는 이 경로로 오지 않았습니다.”
“뭐라?”
“재판은 정오 중에 이뤄질 거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초의 계획대로 혈교와 관이 틀어지고 혈마검을 회수하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아!’
이들의 목적이 이거였구나.
어째서 내 행색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아침에 나로 분해 전진교의 제자들과 무림 연맹 지부 사람들을 참살한다.
이렇게 되면 재판이 시작되면 나는 혐의가 벗어나기도 전에 우군도독부를 빠져나가 참극을 벌인 혐의가 더해진다.
그리 된다면 경왕이라고 해도 나를 비호하기 힘들어진다.
‘내가 재판을 무시하고 탈출하여 관과 부딪치도록 만드려는 것이었나. 한데 이들을 전부 몰살한 이유가 뭐지?’
그 정도로는 상당히 과했다.
일부만 처리했어도 충분히 상황이 몰렸을 거다.
흡사 관과의 관계는 악화시키더라도 내가 빠져나갈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놓은 것 같다.
일단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계획이 힘들어진다면 다음 계획으로 가는 것이 순리지.”
분명 계획이 틀어질 경우의 차선책이 있을 거다.
과연 그게 뭘까?
가짜 혈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한 상태로 말했다.
“지금 당장 우군도독부를 한바탕 휘젓겠습니다.”
……젠장.
가짜 혈마로 분한 상태로 우군도독부를 한바탕 휘젓겠다는 건 끝까지 혈교와 관의 관계를 악화시키겠다는 거다.
-어떡할 거야? 그냥 내버려둘 거야?
내버려두긴 뭘 내버려둬.
그랬다가 이들이 원하는 대로 된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방향을 틀게 해야겠다.
“……아니다. 이번 계획은 철회한다.”
“그게 무슨?”
“생각해보니 우군도독부에서 이미 혈마가 빠져나갔는데, 다시 돌아와 그곳을 휩쓴다면 오히려 삼자의 개입으로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런 나의 말에 가짜 혈마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의혹만 심어줘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나의 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인가?”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서 말했다.
그러자 놈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내게 사죄했다.
“송구합니다.”
여기서 더 캐묻고 싶지만 놈의 행동 방향 자체를 바꿨기에 이 이상은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
소기의 목적이라도 달성했으니 이대로 놈을 보내는 편이 낫겠다.
“돌아가서 명을 기다려라.”
-팍!
가짜 혈마가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긍정의 의미였다.
하아.
다행이다.
놈들의 우두머리로 짐작되는 금안의 행세를 한 것이 통했다.
이대로 놈을 보낸 후에 만종 진인을 데리고 우군도독부로 가야 겠다.
어차피 숨겨두었던 혈마검과 사련검도 회수해야 하니까.
그때 놈이 점혈로 인해 기절해 있는 만종 진인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가려 했다.
아무래도 죽이려는 것 같다.
“그 자는 내버려둬라. 그렇지 않아도 알아볼 것이 있어서 직접 처리할 것이다.”
그런 나의 말에 가짜 혈마가 멈춰 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말했다.
“명대로 하겠습니다. 가기 전에 존주께 하나만 여쭤 봐도 될지?”
여쭤본다고?
제일 난감한 상황이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놈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내게 말했다.
“지난 번에 청을 드렸던 것을 허락해주십쇼.”
아아…..
긴장했던 것이 풀린다.
이런 질문을 유야무야 넘어가기 쉽다.
지난 번의 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된다는 식으로 하면 여기서 왜 안되냐는 식으로 의문을 가질 수 있으니 된다고 하면 대화를 끝낼 수 있다.
“좋다.”
나는 짧게 놈에게 답했다.
그러자 놈의 눈매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뭐지?
“존주께 청 같은 걸 드린 적이 없는데, 무엇이 좋다는 겁니까?”
…….빌어먹을!
너무 술술 잘 풀린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다니.
다급히 검을 잡으려는 순간, 놈의 가짜 혈마검이 내 목을 겨냥했다.
쾌검으로는 거의 최고 경지에 이른 자였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어떻게 알았지?”
그 물음에 놈이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존주께서는 한 번 내렸던 명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분 치고는 특유의 위압감이 적은 게 이상하다 싶었더니 아주 영악한 놈이로구나.”
역시 무리수였다.
적의 행동에 방향을 트는 것은.
놈이 좀 더 검을 내 목 가까이로 찔러오며 말했다.
“그 눈…..대체 어떻게 그리 된 거지?”
금안의 밑에 있으면 그 비밀을 모르는 건가?
한 번 떠봐야 겠다.
“네놈들이 더 잘 알 텐데 왜 묻는 거지?”
-슥!
날카로운 검 끝이 목에 닿았다.
“죽기 싫으면 묻는 말에나 답해라.”
“말하기 싫다면.”
“입을 여는 것에 한 가지 방법만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놈에게서 살기가 짙어졌다.
이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졌다는 듯이 말했다.
“알려주면 목숨을 보장할 수 있나?”
“……흥정을 할 처지가 아닐 텐데.”
“목숨을 부지하는 것 정도는 큰 흥정에 속하지 않을 것 같은데.”
놈이 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네놈의 실력으로 내게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겠지.”
“흥정을 받아들이는 건가?”
“이야기….”
-팟!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뒤로 신형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소담검에 왼쪽 은연사의 고리를 채우고서 날려 보냈다.
-챙!
놈이 검을 휘둘러 그것을 막아냈다.
그 찰나에 오른손을 뻗어 은연사를 발사해 남천철검을 낚아채서 잡아당겼다.
그 광경을 본 가짜 혈마가 이를 막기 위해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내 왼손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슈슈슈슉!
소담검이 뱀처럼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놈을 노렸다.
섬영비도술의 5초식 사행비검(蛇行飛劍)이다.
무쌍성에서 비도살왕의 스승이라고 자처하는 자를 만난 후로 틈틈이 단련했다.
그러나,
-채챙!
놈이 너무도 쉽게 사행비검의 궤로를 파악했다.
검은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 사행비검의 초식을 파훼시켰다.
하지만 덕분에 남천철검이 내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은연사로 인해 검을 회수한 나의 모습에 가짜 혈마가 다소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어떻게 그것을 가지고 있지?”
역시 은연사를 알아보았다.
무쌍성에 잠입했던 비도살왕의 스승이라 자칭했던 그 자를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답변해줄 이유는 없지.
어차피 놈과 겨뤄야하니 더는 실력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상단전을 개방하고서 염을 일으켜 혈마화를 하였다.
‘!!!’
머리카락이 붉게 변하고 다른 한쪽 눈이 붉어지는 모습에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진짜 정체를 알게 되어서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네놈……대체 그 모습은?”
“내 흉내를 냈던 놈이 이건 알아보지 못하나 보지.”
-촥!
나는 놈을 향해 날카로운 예기를 날렸다.
공간이 일렁이며 날아가는 예기에 놈이 검을 내리치며 이를 갈랐다.
혈천대라공을 펼쳤을 때 나오는 붉은 예기에 비해서 그냥 예기는 그 위력이 약한 것 같다.
너무 쉽게 막는다.
가짜 혈마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금안에….은연사, 남천철검…..그리고 혈마라고? 네놈 대체 진짜 정체가 무엇이냐?”
“능력껏 알아봐라.”
-슈우우우우우!
진혈금체를 펼치자 전신의 혈액이 빠르게 돌며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놈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벽을 넘은 초인이다.
팔대 고수 급이라면 모든 전력을 다해야만 일말의 승산이 있다.
-팟!
놈에게 신형을 날린 나는 단번에 최고의 검초 중 하나를 펼쳤다
‘신로 성명검법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
검이 미꾸라지처럼 검이 기묘하게 움직이며 수 갈래로 갈라져 가짜 혈마의 요혈을 노렸다.
가짜 혈마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놈이 제대로 검을 잡고서 검초를 펼쳤다.
-채채채채챙!
검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궤적을 그리며 비추형검의 궤로를 방해했다.
보통 실력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검을 다루는 실력이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튀는 푸른 불꽃들.
그 사이로 놈과 나의 검이 끊임없이 부딪치며 서로의 허실을 노렸다.
‘궤적 사이의 틈을 노려야 해.’
놈의 기운은 볼 수 없지만 금안으로 궤적에 집중하자.
궤적 안에 분명 허점이 있을 거다.
검선께서는 신로 성명검법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검초도 완벽할 수 없다고 했다.
-차창!
그때 놈의 검이 먼저 비추형검의 궤로의 틈을 뚫었다.
그러더니 나의 가슴 정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왼손에 쥐고 있는 소담검으로 쇄도해오는 가짜 혈마검을 위로 쳐냈다.
그러자 놈의 발차기가 복부에 꽂혔다.
-팍!
“큭!”
진혈금체로 몸을 보호하고 있지만 신형이 뒤로 두 보 가까이 밀려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이 절초를 펼쳤다.
“대붕의 날개 짓을 보여주마.”
-촤르르르르르!
마치 날개를 활짝 편 대붕을 보는 것처럼 놈의 검이 좌우상하로 헤아릴 수 없는 검영을 만들어냈다.
대붕이 아니라 흡사 수백의 손을 가진 아수라 같다.
그렇게 활짝 편 검영의 날개가 악마의 손처럼 나를 움켜쥐려 했다.
피할 길이 없다면 맞부딪쳐야 한다.
검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그러자 남천철검의 검신이 흰 빛으로 일렁였다.
신검합일이었다.
-쾅!
세차게 진각을 밟고서 놈을 향해 검을 회전시키며 찔렀다.
신로 성명검법 6초식 축아광회검(逐亞廣回劍).
놈의 검초가 수많은 검영으로 나를 움켜쥐려 하자, 축아광회검의 검초가 회오리를 치며 부딪쳤다.
-채채채채채채챙!
귀가 찢어질 듯한 쇳소리와 푸른 불꽃이 눈앞을 가렸다.
신검합일을 했기에 일식의 위력은 이쪽이 위라고 여겼지만 놈은 쾌검으로 일검마다 두세차례 검을 부딪치며 검의 합을 맞췄다.
괴물 같은 놈이다.
‘…….밀린다.’
-촥!
회오리를 뚫고 들어오는 검영에 어깨를 베였다.
이게 진짜 벽을 넘어선 고수의 역량인건가.
놈이 펼치는 검속은 혈마화와 진혈금체를 하고서도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채채채채채챙!
가면의 틈 사이로 보이는 가짜 혈마의 눈이 웃고 있었다.
마치 허물이 벗겨진 나를 비웃듯이 말이다.
-촤촤촤촥!
축아광회검의 검초를 뚫고 들어온 검영이 좌측 쇄골과 허벅지, 복부, 가슴을 찔렀다.
“큭.”
고통으로 신형이 무너지려 한다.
이렇게 밀리면 나는 결국 놈의 검초에 먹히고 만다.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벽을 넘지 못했기에 그 한계에 맞부딪치게 된 건가.
그 차이가 이렇게 나를 몰고 가는 것일까?
-정신 차려! 실력에서 밀린다고 포기할 작정이야? 벽이니 뭐니 그런 걸 따져서 뭐해!
소담검의 다그침이 머릿속을 울렸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녀석의 말이 맞다.
적과 싸우면서 벽이니 뭐니, 그게 무슨 상관인거지?
적을 죽이려는 자가 죽을 각오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으득!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벽은 중요하지 않다.
죽이고 죽는 싸움에 승자는 살아남는 자다.
놈을 죽이겠다는 그 일념이 중요했다.
‘죽인다!’
어떻게든 놈을 죽인다.
적이 빠르게 움직이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적이 강하게 검을 휘두르면 나는 그보다 더 강하게 휘두른다.
-채채채채채챙!
놈의 눈빛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밀릴 듯 했는데, 내가 한 발자국 더욱 앞으로 내딛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검영이 뚫고 들어오는 횟수가 많아졌다.
-촤촤촤촥!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가고 있다.
“네놈……미쳤구나. 스스로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거냐?”
검초를 펼치던 놈이 내게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에 나는 놈에게 말했다.
“아니. 네놈을 죽일 거다.”
그리고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내딛었다.
마치 죽음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멍청한 놈. 그리 죽고 싶다면 지옥으로 보내주마.”
놈이 더 이상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는 듯이 더욱 검속을 높였다.
검영들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 어떻게 네놈을 죽일 수 있겠나.
‘뚫는다. 놈의 검영을 뚫는다!’
오직 이 생각 하나뿐이다.
그 순간 남천철검에 일렁이던 흰 빛이 진해졌다.
마치 검선이 내게 보여준 것처럼 새하얀 빛으로 검이 뒤덮여갔다.
그러자 축아광회검이 새하얀 돌풍으로 바뀌며 날개 짓을 하는 대붕과도 같은 검영을 밀어냈다.
‘!?’
놈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네놈……설마 이 와중에 벽을…..”
“죽인다!”
-쾅!
앞으로 한 발자국 진각을 내딛었다.
그와 동시에 검병을 양손으로 잡고 그 궤적을 위로 비틀었다.
그 순간 하얀 돌풍이 위로 솟구치며 하나의 태풍처럼 예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이…..이런…..”
-채채채채채채챙!
대붕처럼 몰아치던 검영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며 놈의 신형이 돌풍에 휩쓸렸다.
“이노오오옴!”
휩쓸리는 와중에 놈이 내게 검을 던졌다.
-푹!
초식을 펼치던 도중이었기에 피할 겨를도 없이 검이 복부에 박혀버렸다.
-운휘!
그러나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검초를 멈추면 놈이 살아남는다.
위로 솟구친 놈의 신형이 돌풍에 휩쓸려 날아가 버렸다.
-촤촤촤촤촤촤촥!
귓가로 뭔가 베이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쉬지 않고 움직이던 손이 멈추자 하얀 돌풍이 수그러들며 거세게 휘몰아치던 예기의 바람이 사라졌다.
“하아…..하아…..”
거친 호흡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을 다한 검초에 머릿속이 투명해지는 것 같다.
그때 눈앞으로 뭔가가 떨어졌다.
-쿵!
축아광회검에 위로 솟구쳤던 가짜 혈마였다.
-미친……그걸 버틴 거야?
-……정말 괴물이구려.
전투 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을 다물고 있던 남천철검마저도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수많은 검상을 입었는데도 저리 서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놈이 부숴진 가면을 거칠게 벗어 던졌다.
얼굴에도 수많은 검상이 나있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오십대로 보이는 중년인이었는데, 그가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근 십 년만이구나.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몰아붙인건. 하나 네놈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
-스르르르!
놈의 상처부위들이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얼굴의 상처도 핏줄이 일렁이면서 베인 부위들이 사라져갔다.
무쌍성에서 보았던 그 자와 같았다.
“검이 관통했으니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뭔가 하나 잊은 것 같은데.”
“뭐?”
“이 금안의 뭘 의미하는지 말이야.”
나는 복부를 관통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선천진기를 운용했다.
그러자 관통했던 부위가 놀랍게도 빠르게 아물어갔다.
-속도가 더 빨라졌어.
확실히 나도 느껴진다.
회복 속도가 전보다 더 빨라졌다.
통증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 광경을 본 놈의 표정이 굳어졌다.
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네놈을 기억해두겠다.”
이성적인 녀석이다.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전력을 분석하고서 싸우는 것을 포기했다.
아마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싸움보다 나에 관한 정보를 자신의 조직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더 이득이라 판단한 거겠지.
“머지 않아 다시 보게….”
“아니. 그럴 거 없어. 지금 이 느낌이라면 네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네놈이 하나 잊었나 본데. 내 검의 속도도 따라잡지 못하면서 경공으로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팟!
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형을 날렸다.
이에 나 역시 신형을 날렸다.
풍운보를 펼치는 순간 마치 바람을 타고 가는 것처럼 주위의 풍경들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놈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
놈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네놈이…..”
이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느리네.”
-휘릭!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의 몸이 잔상을 일으키며 여덟 개로 나뉘었다.
벽을 넘어야만 여덟 잔영으로 나뉠 수 있다는 풍영팔류의 진수가 내게서 펼쳐졌다.
그걸 본 놈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푸, 풍영팔류? 네놈 대체 뭐야? 어떻게 무정풍신의 무공까지?”
“알 거 없어.”
곧 죽을 운명이니까.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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