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07
71화 표물 운송 입찰 (4) >
진각과 함께 펼쳐지는 익숙한 광경.
그것은 틀림없는 성명검법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내게 이 검초를 쓸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보법을 펼치며 열 보 이상 거리를 벌렸다.
초식을 막거나 받아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남천철검 또한 놀라움에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녀석에게 들었던 것은 열다섯 번의 비무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데 낭왕 혁천만은 정확하게 축아회검을 구사했다.
초식에 담겨있는 초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사마영의 전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도 눈이 휘둥그레져있었다.
역시 나만의 착각이 아니다.
그녀 역시도 성명검법을 펼치는 내 모습을 꽤 많이 봤었기에 초식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남천철검에게 물었다.
‘……남천검객이 낭왕에게 초식을 전수했었어?’
-그럴 리가 없다. 비무를 하면서 풋내기 낭인 시절의 저 자에게 검을 다루는 조언 정도를 해준 적은 있었지만 성명검법을 전수한 적은 없다.
남천철검이 강하게 부정했다.
비참한 끝이었지만 남천검객의 임종 때까지 그에게서 떨어진 적이 없는 남천철검이다.
녀석이 잘못 알고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런데 어떻게 성명검법의 검초를 펼칠 수 있는 거지?
“이게 무슨 짓이지?”
내가 보법으로 거리를 불리자 낭왕 혁천만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금 당신이 불쾌할 상황인가.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는 전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남천검객에게는 제자가 없다.
대체 그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의 물음에 그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게 궁금한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낭왕이 내게 검을 겨냥하며 말했다.
“그분께서는 늘 자신의 검을 향상시켰다. 네가 그분의 진전을 이었다면 그에 걸맞는 성명검법을 내게 보여야 할 거다.”
-팟!
낭왕이 나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 몸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아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흐릿하게 보였을 거다.
하나 나는 무림에서 가장 빠른 경신법 중 하나라 불리는 풍영보를 익혔다.
-스륵!
혹시나 알아볼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대놓고 펼칠 수 없지만, 적절히 성명신공의 경신법과 섞는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촤아아악!
내가 서있던 곳을 기점으로 예기로 바닥이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덕분에 놀란 사람들이 더욱 뒤로 물러났다.
낭왕 혁천만이 뒤로 고개를 돌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경공이 제법 쓸 만 하군.”
“선배님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겸양 따윈 집어치워라. 내게 그분의 검법을 보여라.”
어지간하다.
이런 식으로 나와 같은 성명검법으로 겨루려는 이유가 뭐지?
대체 어떻게 성명검법을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는 그와 제대로 겨룰 생각이 없다.
“겸사겸사지.”
제발 전음을 보내면 전음으로 답변해주면 고맙겠는데.
굳이 이런 것을 숨길 이유가 없다는 건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이를 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낭왕 선배님이라고 하지만 저희 사문의 검법을 이렇게…..”
-흠칫!
오싹한 감각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뒤로 신형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을 가르며 예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허공의 일렁임이 보였다.
‘말을 자르다니.’
-목!
소담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낮추었다.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난 낭왕 혁천만의 검이 은빛 궤적을 위에서 그리고 있었다.
목을 노리다니 미쳤나?
“지금 살수를 펼치신 겁니까?”
그런 나의 말에 낭왕 혁천만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이 쭉정이를 키웠군. 배알도 없이 도망치기만 할 작정이더냐?”
일부러 도발을 하고 있었다.
그것에 내가 넘어갈 것 같나.
나는 경신법을 펼치며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도망이 아닙니다. 선배님의 입으로 제게 사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문의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아무 것도 모른 채 겨루고 싶지 않습니다.”
-웅성웅성!
그 외침에 주변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아까 전에도 낭왕 혁천만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다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나 내가 직접 다시 거론하니 다들 놀란 것 같다.
“사제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낭왕과 이신성이 같은 사문이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아까 낭왕이 펼쳤던 검법…..남천검객의 검법 아냐?”
확실히 사람이 많으니 성명검법을 기억하는 자들도 간간히 있는 것 같다.
아마 연배가 있는 자들일 거다.
어쨌거나 낭왕 혁천만이 난청(難聽)이 아닌 이상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하기는 힘들 거다.
낭왕 혁천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분의 제자라는 녀석이 잔머리만 굴릴 줄 아는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고집이 있군. 좋아 가르쳐주지. 나 낭왕은 평생 혼자 검을 익혀왔다. 심법, 보법, 박투술 하나조차 모두 낭인들 사이에 떠도는 삼재심법이나 흔해빠진 삼류 무공들을 조합해서 만든 것들이다.”
‘!!!’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럼 스승이나 사문 없이 혼자 저 경지에 이르렀단 말이야?
낭왕의 외침에 모두가 말문이 막혔는지 광장이 조용해졌다.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그가 외쳤다.
“내겐 스승이라 부를 만한 자는 없었다. 아니 있다면 나와 겨뤘던 모든 무인들이 내게 무(武)를 가르쳐줬지.”
“…….설마 그들의 초식을 겨루면서 익혔다는 겁니까?”
“그렇다.”
온몸이 오싹해졌다.
그 동안 수많은 천부적인 무재를 지닌 자들을 보았다.
대표적으로 팔대고수의 공동 전인 이정겸이나 백혜향과 같은 자들이 있다.
그런데 여태껏 남과 비무를 하면서 상대를 통해서 무공을 익혔다는 자는 처음이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천재, 아니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다.
‘잠깐….’
그런데 이건 무공을 훔치는 게 아닌가?
놀랍기는 한데 그가 내 사형인 것 마냥 이야기할 거리가 아니잖아.
“사제라고 하셨는데, 그럼 선배님은 제 스승님과 비무를 겨뤄서 성명검법을 허락 없이 익혔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나 낭왕은 여태껏 홀로 무공을 익혔으나, 내게 유일하게 검을 알려준 이가 있다.”
설마 보름 간의 대련을 말하는 건가?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홀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채워주셨지.”
음.
보름 동안 겨루면서 조언을 해준 것에 많이 감격했던 모양이다.
하긴 듣도 보도 못한 낭인 출신이 도전할 때마다 겨뤄주고 조언을 해준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럼 낭왕 혁천만은 남천검객의 인덕에 반해서 그를 스승으로 생각했던 건가?
“그분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나는 유일하게 그분만이 나의 은사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예상이 적중했다.
뭔가 뭉클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제 관계로 친다면,
“……그건 선배님의 일방적인 의견이시지 않습니까?”
“의심이 많은 녀석이로구나. 그분은 나를 인정했다.”
“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남천철검?
-그럴 리가. 내 기억에 그런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겨룬 보름 째 되는 날, 저 자가 전주인에게 절을 하고 떠난 게 다다.
…….절을 하고 떠났다고?
그리고 남천검객께서는 어떻게 했는데?
-고개를 끄덕인 게 다였다. 그 후로 저 자를 만난 적이 없다.
아아……
남천철검.
-왜 그러나?
매일 전주인이 말했다고 이야기하는 너도 인간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절을 한 것을 받아줬다는 건 직전 제자는 아닐지라도 가르침을 줬다는 사실을 남천검객도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럼 어떤 의미로 낭왕 혁천만은 남천검객의 유일하게 직접 가르침을 사사한 제자인 셈이다.
-너도 전주인의 제자다. 운휘.
그야 그렇지.
그분이 임종 전에 힘겹게 남긴 흔적을 익혔으니.
어찌 보면 정말 그는 내게 사형과도 같은 존재는 확실하다.
서로가 남천검객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말이다.
-인정할 거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스승님이라 할 수 있는 남천검객께서 인정한 남자다.
그런 자를 내가 뭐라고 부정하나.
-팍!
나는 그에게 남천철검을 거꾸로 잡고서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배, 아니 소운휘가 사형을….”
나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낭왕 혁천만이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시늉을 했다.
“내게 사형이라 하고 싶다면 내게 그분의 진전을 제대로 이었음을 보여라. 그렇다면 너를 사제로 인정하마.”
…….이거 주객이 전도 되었잖아.
팔대 고수의 일인인 낭왕 정도 되는 명성을 가진 자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를 남천검객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였다.
이제 제대로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다 이 표행에 함께 하면 어쩌려고?
별 수 없지.
어쩌면 낭왕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팔대 고수이자 낭인들의 정점이라 불리는 자이니까.
-슥!
나는 검을 들고서 기수식을 취했다.
그러자 낭왕 혁천만이 피식하고 웃더니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대치한 상태로 거리가 가까워지자 낭왕 혁천만이 먼저 내게 검초를 펼쳤다.
‘비추형검.’
성명검법의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이었다.
버들가지처럼 부드럽게 파고드는 검초다.
정말 놀랍다.
초식의 운공 방식을 배우지 않았는데도 초식을 이 정도로 흡사하게 살려내다니.
게다가 삼십여 년 전이라면 성명검법이 더 발전하기도 전이다.
그런데 낭왕 혁천만이 펼치는 비추형검은 진 비추형검의 수준에 버금갈 만큼 허점이 없었다.
이걸 비무를 겨루면서 익혔다니 정말 괴물이다.
여기서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나 남천검객에 대한 모독이겠지.
‘좋아.’
그럼 나 역시 비추형검을 보여줘야 겠다.
신로 성명검법의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
남천철검의 검이 유영하는 미꾸라지처럼 교묘하게 버들가지처럼 변화를 일으키는 낭왕 혁천만의 검초를 파고들었다.
“호오.”
낭왕 혁천만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검선의 손길이 닿아 더욱 향상된 신로 성명검법에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발이 움직이자,
-채채채채채챙!
버들가지처럼 흔들리던 검초가 철조망이 좁혀오듯이 파고드는 나의 검을 붙잡았다.
비추형검을 이런 식으로 쓰는 건 처음 본다.
변화가 이런 식으로도 이루어지는구나.
-채챙!
나는 뒤로 보법을 펼치며 가두려고 하는 검망 속에서 검을 쏙 빼냈다.
굳이 함정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좋군. 좋아. 그럼 이건 어떻게 대응할 거야?”
그러자 낭왕 혁천만이 진각을 밟았다.
아까 전에 펼치려고 했던 성명검법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휘리리리릭!
검이 회오리를 치며 내게 뻗어왔다.
이게 축아회검에 당하는 사람의 시선이구나.
내가 펼치던 진 축아회검보다도 더 격렬하게 회오리를 치며 위력을 증대시켰다.
한데 나는 이것의 파훼법을 알고 있다.
‘신검합일.’
남천철검의 검신이 흰빛으로 일렁였다.
그 상태로 축아회검의 중심부를 향해 단순히 검을 찔러넣었다.
낭왕 혁천만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과연 어떻게 초식에 대응하려는지 궁금한가 보다.
모든 감각을 한 점으로 집중했다.
그러자 검 끝이 진동을 일으키며 축아회검에 복잡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건 검선이 초식을 파훼했던 방법이었다.
-차창!
나는 이 초식이 속수무책으로 검을 놓치고 말았다.
낭왕 혁천만이 들고 있는 보검 은랑이 빠르게 떨리는 걸 보면 그 역시도 놓칠 수도 있다.
그때 혁천만이 등 뒤에 차고 있던 다른 하나의 검을 뽑았다.
그것은 그의 두 보검 중 하나인 흑성(黑星)이었다.
-팍!
‘엇?’
혁천만이 회오리치는 검의 한가운데로 흑성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복잡한 변화를 일으키던 나의 검 끝과 혁천만의 검 끝이 부딪치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막아버렸다.
-태애애애앵!
이걸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니 기가 막힐 정도다.
낭왕 혁천만은 정말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
임기응변으로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게 끝이냐?”
다른 하나의 검으로 남천철검을 붙잡아둔 낭왕 혁천만이 내게 외쳤다.
그가 조금만 앞으로 밀어붙이면 나는 축아회검의 예기의 회오리에 먹히고 만다.
맞닿은 검을 일단 빼내야…
‘착?’
검 끝이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상승의 묘리 중에 착(着)이었다.
내공으로 검 끝이 떨어지지 않게 흡착시켜 궤적을 방해하는 수법이었다.
‘섬뢰검 자균은 상대도 안 되겠군.’
검술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
내공도 나보다 한 수위였고 말이다.
하면 방법을 바꿔야 겠다.
‘스승님이 비기도 보여줬어?’
-아니다.
좋아.
나는 왼쪽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중단전을 개방했다.
그 순간 공력이 선천진기로 전환되며 더욱 강해졌다.
-차앙!
그러자 착에 의해 붙어있던 검이 떨어졌다.
갑자기 상승한 공력에 낭왕 혁천만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제 보여줘야 겠다.
-파팟!
뒤로 신형을 날려 거리를 벌린 나는 바닥을 박찼다.
‘십이천경검.’
신로 성명검법 제 7초식 십이천경검(十二天景劍) 개(開).
흰빛의 궤적이 허공에 수를 놓으며 순식간에 열두 검식이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그것이 하얀 섬광이 은하수처럼 뻗어나가는 듯 했다.
이를 본 낭왕 혁천만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챙!
그가 자신의 보검 은랑과 흑성을 교차시켰다.
그러더니 흡사 태풍 속의 격랑이라도 된 것처럼 내게 쇄도해왔다.
두 검으로 광기를 일으키는 야수처럼 미친 듯이 난도질을 하면서 궤적을 그리는데, 십이천경검과 부딪치자 푸른 불꽃이 튀며 고막을 울리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채채채채채채챙!
강렬한 풍압이 일어나며 사방으로 예기가 튀어나갔다.
-촤촤촤촤촤촤촤!
미리 사람들이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면 그 여파에 휘말렸을 지도 모른다.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바닥이 찢겨나갈 것 같다.
그만큼 낭왕의 검초는 강했다.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 힘들만큼 격렬하다.
그때 낭왕 혁천만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보검 은랑이 크게 원을 그리며 만개하는 꽃처럼 벌려지려고 했다.
‘이건….’
머릿속에 월악검 사마착과 겨뤘을 때가 떠올랐다.
그는 사마착과 같은 방법으로 십이천경검을 깨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검로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보검 은랑의 궤로를 막고서 위로 검을 들어올렸다.
‘!?’
-채애애애앵!
금속성과 함께 보검 은랑이 위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낭왕 혁천만도 내가 이를 파훼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는지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그의 또 다른 보검 흑성의 검날이 내 목에서 멈췄다.
졌다.
삼 초식의 승부는 낭왕 혁천만의 승리로 돌아갔다.
혁천만이 내게 말했다.
“네 손에 장검이 들려있었다면 승부가 더 재밌었겠구나.”
그도 그런 것이 내 왼손에 들려있는 소담검이 낭왕 혁천만의 팔꿈치에서 멈춰있었다.
이를 찌른다고 해도 내 목이 먼저 베였을 거다.
“그렇다 해도 제가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성명검법으로만 계속 겨룬다면 과연 그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 경험들이 있었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검의 천재였다.
낭왕과 제대로 합을 맞추려면 혈마화나 풍영팔류 등 모든 전력을 다해야 가능할 것 같다.
낭왕이 내게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분의 진전을 제대로 이었구나. 한데 이래도 팔대 고수 급에 미치지 못한다고 겸양을 떨 거냐? 사제.”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흥분한 듯이 나와 낭왕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소리 속에서도 내 귓가에 박히는 목소리들.
“세상에!”
“낭왕을 상대로 버금가는 무위를 보여주다니.”
“누가 이런 무위를 가진 자를 신성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최연소 팔대 고수가 나타났어!”
“새로운 팔대고수다!”
아……..
결국 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겨루는데 집중하느라 벽을 넘어선 것을 이 많은 자들에게 보이게 되었다.
이것만으로 피곤한데 사람들이 나와 낭왕 혁천만이 같은 사문이라면서 떠드는 것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었다.
골이 아파오고 있는데 낭왕 혁천만이 내게 물었다.
“사제가 객원 표사로 있는 표국이 어디지?”
“황영 표국입니다.”
내 말을 들은 낭왕 혁천만이 고개를 끄덕이니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황영 표국은 입찰에 통과하였소. 사제는 나와 함께 선박의 첫 번째 배에서 표행의 선봉을 설 것이오!”
‘!?’
……망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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