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11
73화 개방의 후개 (1) >
얼마나 얻어터졌는지 얼굴이 피멍 자국으로 가득한 조성원.
녀석이 부은 눈두덩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미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개방의 방주 홍구가는 의구심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뒤쪽에는 그의 손자이자 개방의 후개 홍걸개가 ‘넌 이제 잣 됐어.’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후우.’
조성원이 어떻게 들켰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방주 홍구가와 사형제 간이었던 홍걸개가 있으니, 작은 꼬투리가 커져서 저리 됐을 수도 있다.
조성원이 오물거리며 입을 벙긋 거렸다.
단 한 마디였다.
‘버려.’
자신을 버리라고 하고 있었다.
눈동자가 내 왼쪽 앞에 있는 낭왕 혁천만을 향했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낭왕 혁천만이 있는 이상 괜한 짓을 하면 전부 얽혀든다고 하고 싶은 건가.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내게 다시 물었다.
“이 자를 알고 있었나?”
낭왕 혁천만의 시선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나를 응시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들이 쳐다보고 있다.
조성원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나는 다물고 있던 입술을 뗐다.
“알고 있습니다.”
‘!?’
그런 나의 말에 조성원의 두 눈이 커졌다.
무슨 짓이냐고 묻는 것 같다.
낭왕 혁천만이 굳어진 얼굴로 탄식을 흘리며 말했다.
“사제. 이 자가 혈교에 투신한 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나의 말에 개방의 후개 홍걸개가 소리쳤다.
“대협. 더 이상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조성원 이 개자식과 엮여 있다는 건 전부 한통속이란 소립니다. 당장…”
“홍 형.”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그것을 끊었다.
인상을 쓰는 홍걸개에게 나는 지금까지 예를 지켰던 모습을 버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당히 합시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소.”
“참아? 지금 너 인마 잣 된 거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나 본데.”
이게 홍걸개 녀석의 본모습인건가.
조성원 녀석이 이를 갈면서 싫어할 만도 하다.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고 낮에 보았을 때와는 말투부터가 달라졌다.
경박스럽기 짝이 없다.
“거지가 아니랄까봐 입을 함부로 놀리는군.”
“뭐어? 이 혈교의 앞잡이 새끼들이 지금 누구 앞이라고 감히…”
“입 닫아!”
공력을 실은 한 마디에 내공이 약한 자들이 일제히 인상을 찡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다들 놀랐는지 눈빛이 떨려왔다.
홍걸개 역시도 당혹스러웠는지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내게 개방의 신물이라 할 수 있는 타구봉을 조성원의 머리 위에 올리며 말했다.
“이보게. 소 소협. 이 못난 녀석은 제 발로 혈교를 찾아가 투신했네. 그런 자를 자네가 안다는 것은 자네도 혈교와 연이 있다는 소릴세. 그런 혐의를 가진 자가 이런 상황에서 본 방의 후개를 겁박하는 겐가?”
당장에라도 내려칠 것처럼 홍구가가 타구봉으로 조성원의 머리를 탁탁 건드렸다.
일부러 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성원이 고개를 젓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대놓고 말했다.
“내 사람을 버리는 일은 없다.”
그런 나의 말에 조성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줄 몰랐나 보다.
내가 자신을 버릴 거라고 여겼던 건가.
아무리 내가 그 동안 살아남기 위해 많은 거짓말을 했어도 나와 관련된 자들을 손쉽게 버린 적은 없다.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내게 이죽거렸다.
“호오. 자네도 관련이 있다고 자백하는 겐가?”
그 말을 하고는 낭왕 혁천만을 쳐다보았다.
이 자리에서 나를 제압하려면 그의 힘이 필요하니 그럴 거다.
“방주 어른.”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
“혈교의 근거지를 파악하기 위해 거짓 투신했던 제자를 고작 저 멍청한 손주 놈을 후개로 만들어주고 싶어 배신자로 몰아넣으니 속이 후련하십니까?”
“뭣?”
그 말에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여기서 구구절절 변명 늘어놓을 줄 알았나.
공격에는 공격이다.
갑작스럽게 터뜨린 폭로가 효과가 있는지, 개방의 방도들의 일부가 인상을 찡그리며 이게 어찌 된 일이냐는 듯이 방주를 쳐다보았다.
“아니. 이 자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게야.”
“무슨 소리라뇨?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성원.”
뜬금없이 불린 조성원이 얼른 내 말에 답했다.
“네넷.”
“천지신명께 맹세하고 내 말에 틀린 점이 하나라도 있나?”
그런 나의 말에 조성원이 입 꼬리가 슬그머니 위로 올라갔다.
지금 했던 말 중에는 어떠한 것도 거짓이 없었다.
조성원이 입 안이 터져서 어눌해진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
“없습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건데 전부 사실입니다.”
-웅성웅성!
그 말에 주변이 술렁였다.
단순히 하늘을 걸고 맹세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사실이라면 꽤나 큰 문제일 거다.
명색이 개방의 수장과 후개가 관련된 사건이니 말이다.
“허어…..”
종남파의 장문인인 도욱 진인도 뭔가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자 끼어들기가 그랬는지, 입을 꾹 다물고서 상황을 관망했다.
“천지신명? 흥!”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노부가 한 가지 재미있는 정보를 예전에 들은 것 같구먼. 자네도 예전에 혈교에 납치되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보 단체의 수장이 아니랄까봐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다.
하긴 하오문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것을 개방이 모르는 것도 이상하다.
홍구가의 말에 넘어갔는지 낭왕 혁천만이 내게 말했다.
“사제. 그게 사실인가?”
대답을 하려 하는데, 방주 홍구가가 먼저 답을 했다.
“사실이오. 혁 대협. 노개가 이런 걸로 거짓을 말하겠소. 저들은 지금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어떻게든 거짓을 늘어놓아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거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 봐라.
확실히 조성원 녀석이 말한 것처럼 늙은이가 정말 너구리 같다.
나라고 쉽게 당할 것 같은가.
“사형.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자네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네. 하나 방금 홍 방주께서 말씀하신 혈교에 납치되었다는 것은 무슨 소린가?”
“혈교에 납치되었는데 스승님께서 구해주셨습니다.”
그런 나의 말에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켈켈거리며 말했다.
“이제보니 그것도 의심되는구만. 이십 년이 넘게 사라졌던 남천검객의 진짜 후인일지 아니면 죽어서 남긴 무공을 거둔 것인지 어찌 알 노릇인가?”
이 늙은이 은근히 성가시네.
나를 몰아가기 위해서 뱉는 소리겠지만 거의 사실에 도달했다.
그 말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 생각했는지 낭왕 혁천만의 표정이 점점 의구심으로 가득해졌다.
방주 홍구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에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스승님께서 사형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나에 대해?”
“삼십여 년 전에 운남성 곡위현의 한 객잔에 머무르고 있을 때 찾아가셔서 비무를 해달라고 했다지요?”
그 말에 낭왕 혁천만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반면 개방의 방주 홍구가의 인상은 굳어졌다.
나는 기세를 몰아서 말했다.
“먼 산서성에서 그곳까지 찾아온 것이 용하다고 말씀하셨지요. 보름 동안 내내 비무를 걸 만큼 투지가 꺾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께서 그리 말씀하셨는가?”
나의 말에 낭왕 혁천만이 추억에 젖어든 것처럼 눈가가 촉촉해졌다.
개방의 방주 홍구가를 쳐다보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아! 말이 나온 김에 오해를 풀어드려야 겠군요. 스승님께서 당시에 구했던 것은 저만이 아닙니다. 저기 있는 조성원과 여러 친구들을 구했죠. 선실에 있는 송가 쌍둥이 형제들도 스승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게 참 말인가?”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종남파의 장문인 도욱 진인이 내게 물었다.
“어찌 선배님들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런 나의 말에 도욱 진인이 조성원을 가리키며 개방의 방주 홍구가에게 말했다.
“홍 방주. 정말 그 자가 혈교에 투신한 게 맞소?”
“허어……진인. 이 사람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오?”
이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혈교에 투신한지 아닌지는 대체 어떻게 아는 겁니까?”
그런 나의 말에 개방의 후개 홍걸개가 끼어들었다.
“우리 개방을 물로 보는 것이더냐? 본 방이 마음 먹고자하면 모르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녀석도 불안하기는 했나보다.
위협을 줬는데도 이렇게 끼어드는 걸 보면 말이다.
나야 좋은 구실거리를 준 셈이다.
“아아. 그래서 차기 후개가 될 자가 혈교에 납치되어도 그렇게 내버려뒀나?”
“제 발로 가서 투신한 놈이 뭐가 납치라는 거냐!”
나의 빈정거림에 화가 났는지 홍걸개가 소리쳤다.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상하네. 제 발로 투신했는지 아닌지를 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아아. 그렇네. 조성원 네가 혈교에 잠입하기 전에 누구한테 미리 조사를 부탁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에 홍걸개의 입이 다물어졌다.
나는 비웃음을 담아 개방의 방주 홍구가를 쳐다보았다.
손주 분이 이렇게 멍청한데 어찌 개방의 후계자로 만들 생각을 하셨을까?
개방의 거지들 중에 주머니를 일곱 개를 차고 있는 자가 나서며 물었다.
“대체 그게 누구요?”
칠결이면 아마 개방에서 장로 급일 것이다.
상황이 유리하게 바뀌어가자 화색이 돈 조성원이 그 물음에 답했다.
“호남성 지부장을 맡고 있는 육결 거지 부청입니다.”
“부청?”
“네! 그에게 물어보면 제가 조사를 부탁했던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조성원의 그 말에 개방 방도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들의 석연치 않았다.
개방 방주 홍구가를 쳐다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차고 있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부청은 몇 달 전에 지병으로 죽었네.”
‘!?’
그 말에 조성원은 하늘이 무너진 것 마냥 입을 벌리고서 당혹감에 빠졌다.
하! 저 늙은이가 왜 저렇게 태연하게 있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미 조성원의 혐의를 입증해줄 자가 없는 것을 알기에 저런 태도를 보였던 것이었다.
“참으로 안타깝군. 말마따나 무혐의를 입증해줄 사람이 세상에 없으니 말이야.”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한 때 자신의 제자가 아닌가.
손주의 자리를 굳건히 만드는 것이 목적인 건가.
“혐의도 입증할 게 없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지. 소 소협 자네의 말대로라면 남천검객의 도움으로 혈교에서 벗어났다면 응당 개방으로 돌아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한데 이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네. 심지어 인피면구를 하고서 자네의 곁에 있었네. 죄도 없고 혈교와 아무 연관도 없는데 어째서 죄지은 사람 마냥 신분을 감추고 있는단 말인가? 안그렇소? 혁 대협.”
끝까지 낭왕을 물고 늘어진다.
낭왕 혁천만이 난처한지 입을 다물었다.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조성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선심을 베푼다는 듯이 말했다.
“이래서야 이번 일에 지장이 크겠군. 하면 이렇게 합세. 소 소협이 정말로 혈교와 관련이 없다면 더 이상 끼어들지 마시게. 이 일은 개방의 일일세.”
이 늙은이가 정말 끝까지 해보겠다는 건가.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제 개방이 아니라….”
바로 그때였다.
“……정말 너무 하십니다.”
조성원이었다.
녀석의 목소리는 노기로 가득했다.
이에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나무라듯이 다그쳤다.
“아직 혐의가 벗겨지지 않았으니 그 입을 다물….”
“그렇게 손주에게 개방을 물려주고 싶었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제가 혈교에 들어가려 했던 건, 공을 세워 개방의 형제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능력도 없는 손주에게 계속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항룡십팔장도 제대로 전수해주지 않았기에 제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뿐입니다.”
억하심정으로 가득한 조성원의 말에 개방 방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도 지금까지와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랐다.
하긴 유일하게 혐의를 벗겨줄 수 있는 자가 공교롭게도 지병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의구심조차 들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개방의 방주 홍구가도 이를 의식했는지 변론했다.
“허튼소리! 손주라서 그런 게 아니다. 네 녀석보다 훨씬 무재가 뛰어났기에 후개의 자격을 얻은 것이다.”
드디어 허점을 드러냈다.
나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무엇이 뛰어나다는 거죠?”
그 말에 개방 방주 홍구가가 인상을 찡그리다 말했다.
“손주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 아이의 무재가 더 뛰어나네. 조성원 이 아이는 항룡십팔장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했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이에 조성원이 소리쳤다.
“가르쳐주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장법을 익힌 단 말입니까?”
“허어. 이놈이 거짓말로 계속 혼란을 야기 시키려고 하는 구나. 네놈은 입을 다물고 있거라.”
홍구가가 다급히 조성원의 혈도를 점하려 했다.
“멈추시죠.”
“자네는 끼어들지 말라고 했네. 이건 개방의 일이네.”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내 말을 무시하고서 혈도를 점하려 했다.
“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를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홍구가의 손목을 노렸다.
홍구가가 다급히 타구봉으로 예기를 막아냈다.
-채애애애앵!
그와 함께 그의 신형이 세 보 가량 뒤로 밀려났다.
나의 신위에 놀랐는지 홍구가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맨손으로 예기를 날리다니. 벽을 넘긴 게 사실이었구려.”
종남파의 장문인 도욱 진인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주위의 개방 방도들과 종남파의 검수들도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들은 표물이라 불린 커다란 함에 귀식대법으로 숨어있었기에 내 무위를 반신반의 했었던 것 같다.
개방의 방주 홍구가가 내게 소리쳤다.
“기어코 본 방과 척을 지을 작정인가! 아무리 일신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할지언정 이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후우.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말로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있고, 그게 아닌 상황이 있음을 말이다.
이에 나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못할 것도 없지요.”
“뭐?”
나는 손을 뒤로 뻗었다.
모두가 뭘 하는 거지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선실 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그 순간 선실 벽을 뚫고서 은빛 검날의 남천철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
그렇게 나타난 남천철검이 내 주위를 두어 바퀴 정도 회전하면서 천천히 손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모습에 갑판 위의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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