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14
74화 장강 혈전 (1) >
“수로채다!”
앞의 배에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에 갑판 위가 난리가 났다.
누구도 이렇게 빨리 장강수로십팔채가 나타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제대로 장강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라 할 수 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배가 가까워지고 있어. 거꾸로 오고 있나봐!
소담검의 말처럼 검은 돛을 달고 있는 배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앞의 배가 필사적으로 멈추려는 이유가 그것인 듯 했다.
한데 이 엄청난 물살에 어떻게 배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거지?
“배, 배가 오고 있어.”
“물을 거스르다니?”
“……오고 있는 게 아닐세.”
낭왕 혁천만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곧 모두가 그게 무슨 말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은 돛의 달고 있는 수로채의 배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물살에 그들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모르겠지만 저 배들은 이런 거친 물살 속에서도 저 자리를 꼼짝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그때 종남파의 도욱 진인이 갑판 위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수로채라면 계획대로 해야 하오!”
이들의 계획은 수로채에 나포가 되는 것이었다.
예상과 달리 빠르게 나타났지만 여기서 계속 버티고 있어서 자칫 노출이라도 된다면 이들의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도욱 진인의 말에 개방의 방주 홍구가 역시도 말했다.
“어서 창고로 돌아가 귀식 대법들을 펼치시게!”
“알겠습니다!”
“다들 창고의 함으로 가랏!”
개방의 방도들과 종남파의 제자들이 우르르 서둘러 창고로 달려갔다.
수로채로 인해 상황이 어수선하고 다급해졌다.
사마영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대로라면 정말 수로채가 이 배를 나포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혈교의 산하로 두는 일이 역으로 무산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배에 구멍낼까?
‘아…..’
소담검의 말에 나는 고민이 되었다.
물살이 어느 정도 잠잠할 때도 아니고 이런 거친 험로에서 구멍을 내면 우리도 위험해진다.
아무리 무림인이라 해도 자연 재해 앞에서는 일개 인간에 불과하다.
괜한 짓을 했다가 우리 중에 사상자가 날 수 있다.
그때 낭왕 혁천만이 내게 다급히 말했다.
“사제도 창고의 함으로 들어가세.”
“제가 말입니까?”
“자네 일행들도 마찬가지일세. 우리는 원래 첫 번째 배에 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아…..이걸 어쩌지?
이들과 함께 창고의 함에 숨으면 빼도 박도 못한다.
그러던 차였다.
-콰콰콰콰콰콰쾅!
또 다시 뭔가가 연달아 부서지는 듯한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보다도 더 크게 들렸다.
그 소리가 나자 앞에 배에서 더 난리가 났다.
심지어 배의 후미 쪽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쪽에 등불을 흔들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거리가 있어서 아주 작게 들리지만 공력을 귀로 집중하자 들렸다.
“배를 멈춰! 배를 멈추라고!”
‘!?’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여기서 무슨 수로 배를 멈추라는 거야?
저들의 외침 소리를 낭왕 혁천만도 들었는지 인상을 쓰며 내게 말했다.
“자네도 들었나?”
고개를 끄덕인 나는 배를 멈추려고 안간 힘을 쓰는 앞의 배를 보았다.
배 안에 여분의 닻까지 내려가며 난리도 아니었다.
이상함을 느낀 나는 이내 주위를 둘러보다 돛대를 발견했다.
-팟!
“공자님!”
“기다리고 있어!”
사마영의 외침을 뒤로 하고서 나는 경공으로 돛대 위로 올라갔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돛대의 꼭대기 위에 도착했는데 어느새 옆에 낭왕 혁천만도 나타났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돛대 위에 올라오니 확실히 앞이 훤히 보였다.
그런데,
‘!!!’
순간 나와 낭왕 혁천만은 둘 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는 내 눈이 잘못 되었는가 싶었다.
멈추려고 안달이 나있는 세 번째 선박의 앞으로 격류에 휩쓸리고 있는 부서진 배의 잔해들.
물 위를 허우적거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그것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앞의 배들이 전부 부서졌나봐!
우리가 타고 있는 배와 세 번째 배를 제외하고 전부 부서진 것 같다.
격류 위를 휩쓸려서 내려가고 있는 배의 조각 파편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커다란 배를 무슨 수로 저렇게 만든 건지….
“저걸 보게!”
낭왕이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어두운 강 위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쇠사슬?”
아무리 봐도 그것은 쇠사슬이 틀림없었다.
장강십팔수로채의 배로 짐작되는 검은 돛의 배들의 사이로 쇠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쇠사슬의 크기가 굵기는 일반적인 것을 상회했다.
닻을 내리기 위한 것보다도 훨씬 컸다.
“아!”
이제야 알겠다.
배들이 왜 부서졌는지 말이다.
수로채의 두 배에 연결된 쇠사슬은 팽팽하게 아래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것이 선박에 걸리면서 그대로 격류에 떠내려가는 배들을 도로 베듯이 부숴버린 것 같다.
“연환…..”
낭왕의 입에서 연환이라는 말이 나왔다.
연환(連環).
그것은 마차나 군용 말들의 사이에 쇠사슬을 묶어서 달려나가며 적들을 쓰러뜨리거나, 상대 쪽의 마차 무기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술책이다.
그런데 저것을 배에 연결하여 쓰는 것은 처음 본다.
-쟤들 수적 맞아? 배에 있는 재화를 노리려던 거 아냐?
소담검의 말이 맞다.
수적들이라면 으레 노리는 것이 재화여야 한다.
그런데 저들은 앞에 있는 배들을 저 연환으로 무차별적으로 부숴버렸다.
‘재화가 목적이 아니야.’
그렇지 않고는 배들을 저리 부술 리가 없다.
우리 앞에 있는 세 번째 배가 어떻게든 멈추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데, 저것도 시간 문제였다.
물살에 의해 배가 쏠리면서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형. 뭔가 잘못됐습니다.”
“내 생각도 그렇네.”
만약 나포가 목적이 아니라면 나머지 두 척의 배들도 쇠사슬의 연환에 걸려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른다.
“이럴 때가 아니네.”
낭왕 혁천만이 돛대의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나 역시도 그 뒤를 따랐다.
밑으로 내려오자마자 표사들과 선원들이 무슨 일이냐며 물어댔다.
“수로채인지 아닌지 모를 배들이 쇠사슬로 연환을 펼쳐 배들을 부수고 있소. 당장 계획을 철회해야 하오! 표사들은 당장 창고로 가서 귀식대법을 멈추라고 하시오!”
“아, 알겠습니다.”
표사들이 후다닥 뛰어 내려가자 낭왕 혁천만이 배의 선장에게 물었다.
“방 선장. 혹시 작은 배가 있소?”
“선박의 옆쪽에 묶어뒀습니다. 그건 갑자기 왜?”
“당장 배를 띄워주시오.”
“이렇게 물살이 험한 곳에서는 무립니다! 그런 나룻배는 금방 뒤집힐 수 있습니다.”
“앞에 있는 배까지만 버티면 되오.”
아!
그가 왜 작은 배를 띄워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저쪽 배로 넘어가서 수로채의 연환에 배가 부숴지기 전에 막으려는 모양이다.
차라리 잘 됐다.
쇠사슬을 끊고 수로채의 배와 싸우지 않고 도망친다면 이대로 무림 연맹의 수로채 토벌 계획은 무마되게 될 것이다.
“사제 나는 앞의 배로 넘어가서 쇠사슬을 끊도록 해보겠네. 자네가 이 배를 지켜주게.”
“알겠습….”
-쾅! 쿠르르르!
그 순간 배가 어떤 충격에 의해 심하게 덜컹거렸다.
덕분에 배에 있던 표사들이나 선원들의 대다수가 넘어지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표사들 중의 한 사람이 소리쳤다.
“저, 저걸 보시오!”
그가 가리킨 곳에 배에 밧줄로 된 무언가가 날아와 선실 쪽에 박혀 있었다.
갈고리처럼 된 부위가 이를 고정하면서 배가 흔들린 것 같다.
밧줄이 연결된 곳을 따라서 어디서 날아온 건가 봤는데, 배의 동쪽 편 언덕 위에 커다란 쇠뇌 수레들이 보였다.
어둠 속 언덕 위로 수많은 인영들이 있었다.
“설마….”
-쾅!
-쾅!
그때 또 다른 갈퀴 쇠뇌들이 날아와 배의 여기저기로 박혀버렸다.
큰 충격에 배가 흔들리며 기우뚱거렸다.
-끼이이이이! 촤아아아아!
“으아아악!”
“배, 배가 기운다!”
“난간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던 뱃머리가 격류의 물살을 가르며, 옆으로 잔뜩 기울어 기이한 방향으로 멈춰져버리고 말았다.
그로 충격으로 인해 꽤 많은 사람들이 튕겨나가 강물에 빠졌다.
“괜찮아?”
나는 사마영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하마터면 그녀도 배에 기울어지면서 난간 밖으로 튕겨나갈 뻔했다.
“저, 저는 괜찮아요.”
찰나에 검을 바닥에 꽂고 나서 붙잡길 망정이었다.
“젠장! 나도 괜찮냐고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배의 난간 끄트머리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송좌백이 보였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떨어지지 않고 버틴 녀석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송우현과 조성원도 무사했다.
“밧줄을 던져!”
“떨어진 사람들을 구출해!”
배의 선원들이 다급히 밧줄을 던지며 사람들을 구출하려 했다.
그러나 물살이 워낙 거칠다보니 빠진 사람들은 그대로 물에 휩쓸려서 저 멀리까지 떠내려갔다.
한 번 빠지면 구출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선장이 소리쳤다.
“주, 줄을 끊지 않으면 배가 까딱하다간 뒤집힐 겁니다.”
“줄을 끊어!”
그 말에 표사들이 허둥지둥 배에 박혀 있는 갈퀴 쇠뇌 줄을 풀려고 달려갔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느닷없이 배 위로 화살 비가 쏟아져 내렸다.
-촤촤촤촤! 푸푸푸푹!
“끄악!”
“컥!”
무공을 익히지 않은 선원들이 날아오는 화살 비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갔다.
“화살이다! 막아랏!”
“선원들을 보호해!”
표사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화살을 막아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배 위가 화살들로 점차 고슴도치처럼 되어갔다.
얼마 있지 않아 배의 창고 쪽에서 상처투성이 된 개방의 방도들과 종남파의 검수들이 나와서 이를 도왔으나,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화살비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줄을 끊으라고!”
“아니 기다리게!”
낭왕 혁천만이 배를 붙잡아두고 있는 갈퀴 줄을 끊으려는 표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자네가 쇠사슬을 처리해주게! 내가 저 위로 올라가 저들을 막겠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낭왕 혁천만이 검으로 화살들을 쳐내며 배에 박혀 있는 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고정되어 있는 줄을 타고 언덕 위로 오르려는 모양이었다.
-타타타타탁!
대단한 경공실력이다.
외줄을 평지 걷듯이 달리고 있었다.
종남파의 도욱 진인이 소리쳤다.
“혁 대협! 나도 돕겠소.”
도욱 진인도 신형을 날려 밧줄 위를 달렸다.
그들 정도되는 고수들이기에 저리 흔들리는 밧줄 위를 달릴 수 있는 것이었다.
개방의 방도 몇몇과 종남파의 검수들이 그 뒤를 따라가려다 몇 발자국도 못가서 강에 빠지고 말았다.
유일하게 밧줄 위를 건너는 이들은 낭왕과 도욱 진인뿐이었다.
‘큭!’
일단 낭왕 혁천만의 말대로 해야겠다.
그가 저 위에 있는 자들을 처리하거나 줄을 자르면 배가 다시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저 쇠사슬을 처리하지 못하면 배가 박살난다.
나는 기울어진 배 위를 달려가 밧줄에 묶여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는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저도 같이 가요!”
사마영이 뒤따라와서 소리쳤다.
“아니 위험하니 여기 있어.”
“하지만….”
“그게 도와주는 거야!”
“조심하세요!”
이런 상황에서 배라도 뒤집히면 그녀를 보호해줄 재간이 없었다.
그녀도 그걸 아는지 금방 포기했다.
나는 서둘러 검으로 고정하고 있던 밧줄을 끊었다.
-츄르르르르!
그러자 도르래처럼 밧줄이 내려가며 나룻배가 강물 위로 떨어졌다.
확실히 저 큰 배로도 많이 흔들렸는데, 나룻배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나 다름없었다.
-으아아. 너무 흔들거려.
나만큼 불안할까?
배를 꽉 붙잡고서 흐름에 맡겼다.
어차피 물살을 따라간다면 자연스럽게 앞의 배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때 남천철검이 내게 말했다.
-운휘. 절벽 언덕 쪽을 봐라.
그 말에 그곳을 보았더니 언덕 위에 있는 자들이 고정해놓았던 밧줄을 자르고 있었다.
낭왕 혁천만과 도욱 진인이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 했다.
혁천만이 뛰어난 경공으로 줄이 끊길 때마다 곡예를 넘듯이 다른 줄로 옮겨 탔는데, 도욱 진인은 결국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풍덩!
물에 빠진 도욱 진인이 허우적거리며 헤엄치는 게 보였다.
다행히 끊긴 줄을 잡고 있어서 저걸 잡아당겨서 배 위로 올라가면 될 것 같다.
“엇!”
그때 낭왕 혁천만도 결국 줄 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놀라운 경공 실력으로 몸을 날려, 언덕 절벽 쪽에 검을 박아 매달렸다.
언덕 위의 인영들이 어떻게든 그를 떨어뜨리려고 화살을 쏘아댔다.
다른 한 손의 검으로 화살들을 막느라 위로 오르는 게 여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운휘야! 앞! 앞!
소담검의 외침에 앞을 쳐다보았다.
나룻배가 급류에 휩쓸려 앞의 배에 부딪치려 했다.
-팟!
나는 경공을 펼쳐서 단숨에 배의 갑판 위로 올라갔다.
배에 있던 선원들이 그런 나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서 서둘러 뱃머리 갑판 쪽을 향해 달려갔다.
“부딪친다!”
“충격에 대비해!”
이미 배가 쇠사슬을 거의 코앞까지 두고 있었다.
워낙 굵고 크기에 저것을 어찌해볼 생각은 다들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나를 발견한 표사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이 아우성을 쳤다.
“소, 소 대협! 배가 곧 부딪칠 것 같습니다.”
“몇 명이 나서서 저걸 끊어버리려고 했는데, 도리어 물에 휩쓸렸습니다.”
아 끊어보려고도 했구나.
하긴 저 정도 쇠사슬이면 검이나 도끼로도 끊기 힘들어 보인다.
웬만한 고수들도 불가능할 거다.
-어떡할 거야?
어떡하긴 뭘 어떡해.
쇠사슬을 잘라야지.
나는 뒤로 최대한 거리를 벌려 뛸 준비를 했다.
표사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 대협?”
“서, 설마….”
-팟!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쇠사슬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단번에 열 장이 넘는 거리를 뛰어넘은 나는 쇠사슬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으어엇.”
몸이 기우뚱거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균형을 잡았다.
쇠사슬 밑으로 흐르는 격류와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커다란 배를 보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내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우우우웅!
그러자 남천철검이 흰 빛으로 물들었다.
신검합일이었다.
나는 십성 공력을 일으키며 쇠사슬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채애애애애앵!
파란 불꽃이 튀며 남천철검의 검날이 두부를 자르듯이 쇠사슬을 파고들었다.
팽팽하게 이어져 있던 쇠사슬이 끊기며 심하게 흔들렸다.
몸이 기울며 넘어지려 했지만 나는 이를 멈추지 않았다.
-챙강!
쇠사슬이 끊기며 이내 그것들이 탄력에 의해 양쪽으로 튕겨나갔다.
그와 동시에 배 위에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쇠사슬이 끊겼다!!!”
“살았어!!!”
그런데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쇠사슬이 끊기면서 발을 디딜 곳이 사라지면서 내가 강물에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풍덩!
“소, 소 대협!”
물살이 너무 빨라서 그대로 휩쓸려버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튕겼다.
그러자 물 속에 빠졌던 내 몸이 위로 솟아 올랐다.
-촷!
나는 낭왕 혁천만이 조언한 것처럼 강물 위를 진기로 발을 보호하며 박찼다.
‘한 번! 한 번이면 돼!’
격류이기에 등평도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격류 방향으로 몸이 튕겨질 거라고 했지만 딱 한 번만 방향이 맞으면 된다.
-팡!
물 위로 발을 박찼다.
그러자 몸이 어딘가로 튕겨나갔다.
그곳은 바로 끊겨진 쇠사슬이 있는 곳이었다.
-팍!
나는 끊겨서 강물 아래로 내려가려 하는 쇠사슬을 붙잡았다.
-뭐하려고 그래! 배 쪽으로 몸을 날리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쇠사슬을 잡고서 수로채의 배 위로 올라가야 해.
저들이 진짜 수로채라면 협의를 해야 한다.
나는 운기로 심맥을 보호한 후에 물 속에서 쇠사슬을 잡고서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격류에 이 굵은 쇠사슬마저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휘어졌다.
‘젠장!’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한 손씩 옮겨가며 쇠사슬을 당겨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소담검이 소리쳤다.
-우, 운휘야! 쇠사슬이 떨어졌어!
‘뭣?’
놀라서 쇠사슬의 앞쪽을 쳐다보았는데 그것이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배에서 자신들에게 연결되어있던 쇠사슬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 덕분에 쇠사슬과 함께 내 몸이 급류 속에 휘말렸다.
‘우읍!’
아무리 공력을 가해도 어찌 해볼 수가 없었다.
나는 쇠사슬을 놓고서 물장구를 쳤지만 워낙 물살이 세서 위로도 오르기 힘들었다.
이러다 정말 물속에서 죽게 생겼다.
그때 남천철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휘. 날 믿어라.
검집에 있던 남천철검이 빠져나왔다.
그러더니 내 손으로 빠르게 왔다.
-날 잡아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나는 남천철검의 말대로 검을 붙잡았다.
그러자 남천철검의 힘에 의해 강한 추진력을 얻은 나의 몸이 그에 이끌렸다.
-솨아아아아! 파앗!
물 위로 가로지르던 내 몸이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천철검에 의해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배 위에 있는 표사들과 선원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나를 보며 환호성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는 검을 잡고서 나는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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