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18
75화 장강수로십팔채 (1) >
-콰아아아아앙!
꽤 떨어져 있어서 괜찮을 거라 여겼는데, 폭발의 위력은 굉장했다.
폭발로 일어난 풍압에 의해 튕겨나듯이 밀려나면서 순간 남천철검에서 떨어질 뻔했다.
아무리 강한 회복력을 지녀도 이 정도 폭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보다 사련검과 소담검은 괜찮겠나? 운휘.
사련검을 먼저 걱정하다니.
-그, 그런 게 아니다.
아니긴.
뭐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마라.
어쨌거나 둘 다 무사하다.
머릿속에 녀석들의 시야가 보인다.
둘이 화약고에 맞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배 밑을 뚫고서 강물로 들어갔다.
-사련검이야 그 전설적인 명장이라는 구야자가 만들었다니 그렇지만 소담검이 걱정되기는 한다.
소담검도 그때 무림 연맹에서 장인이 만들어준 한철이 섞인 검신을 씌우고 나서 작지만 그 강도나 날카로움이 명검의 반열에 들었다.
게다가 한철은 열에 강하다고 하니 괜찮을 거라 생각….
-으아아아악!
그때 머릿속으로 익숙한 외침 소리가 들렸다.
소담검이었다.
거친 강물에서 녀석이 튀어나왔다.
손잡이인 검병이 다 타서 그을음이 되어 있었다.
‘어….음……미안.’
-다시는 이딴 거 시키지마!
괜찮으리라 여겼는데, 검병이 손상되었구나.
소담검이 계속 궁시렁 댔지만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죄인이 무슨 변명을 하리.
나는 옷자락의 일부를 찢어서 소담검의 손잡이 부근을 둘둘 말았다.
-병주고 약주니?
흠흠.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
-깔깔깔!
반면 사련검은 약간 그을린 티가 났지만 검병까지도 멀쩡하다.
구야자가 정말 대단한 장인이기는 한가보다.
검병까지도 저리 튼튼하게 만든 것을 보면 말이다.
-너무 좋아.
사련검이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내심 남천철검이나 소담검처럼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것이 아니라 교감이 적어서 옥형의 능력이 통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쉽게 됐다.
말은 노예 어쩌고 했는데 주인으로 인정하기는 했나 보다.
-역시 너랑 있으면 너무 좋은 것 같아.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깔깔깔.
날아다니면서 신이 난 사련검의 목소리에 혈마검이 궁시렁댔다.
-망할 것들. 제 놈들만 신이 났군.
다른 녀석들만 날아다니는 것에 불만이 큰가 보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하지만 네 모습을 보고서 알아보는 자가 있으면 곤란하니 조금만 참아.
혹시의 상황에는 대비해야지.
‘소담, 사련 혹시 물속에서 귀살권마를 봤어?’
비록 폭발에 휘말렸다고는 하나 명색이 사대악인의 일인이다.
만약을 위해서 확인해보는 거였다.
-그 뜨거운 열기에 도망치기 바빠서 물속 깊은 곳까지 내려갔는데 그걸 어떻게 봐.
-봤으면 진작에 얘기해줬겠지. 자기야.
……자기라니.
노예도 모자라서 이상한 말 갖다 붙이지 마라.
어쨌거나 녀석들도 물 속에서 놈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나야 남천철검의 도움이 있었고 찰나에 날아올랐기에 살아남은 것이었으니 하긴 천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죽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 절벽 위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낭왕 혁천만으로 보이는 작은 인영이 수십 명이나 되는 검은 인영들과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가서 도울 거야?
아니. 그럴 바에 배로 돌아가서 돕는 게 낫지.
낭왕 정도 되는 괴물이 저 자들을 상대로 질 리가 없잖아.
더 높이 올라가서 수로를 따라가자.
지금쯤이면 배도 훨씬 나아갔을 테니 말이다.
-알았다.
사련검 너도 돌아와.
-흐응. 좀 더 돌아다니고 싶은데.
옥형의 능력을 거두면 날고 싶어도 못 날 텐데.
그런 나의 말에 사련검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목갑으로 돌아왔다.
나를 태운 남천철검이 더 높이 올라가며 수로를 따라 이동했다.
확실히 위에서 보니 강줄기가 훤하게 보였다.
-저기 강줄기가 더 큰 강으로 연결되나봐.
소담검의 말대로 강줄기는 더욱 큰 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으로 연결되면서 물살이 빨라졌던 것 같다.
아직 밤이라서 그런지 배가 어디까지 갔는지 잘 보이지가 않는다.
아무리 물살이 빨라도 그리 먼 곳까진 못 갔을 텐데.
-저기 있네.
‘아!’
밑을 보니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배가 보였다.
배로 내려가야겠다.
-운휘.
그때 남천철검이 나를 불렀다.
왜 그러는 거야?
-강줄기가 모이는 쪽의 수풀 뒤에 작은 불빛들이 보이나?
불빛?
녀석의 말에 나는 선천진기를 집중해 안력을 끌어올렸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손가락보다도 작게 보이는 강줄기가 연결되는 지점에 남천철검의 말대로 수풀이 우거진 뒤 쪽에 교묘하게 아주 작은 불빛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그 수가 굉장히 많았다.
아무래도 저 모양만 보면 배 같은데 불빛이 떨어진 간격만 봐도 어림잡아도 스무 척 가량은 되는 것 같다.
‘설마…..’
숨겨둔 함정이 더 있었던 건가?
저게 만약 저들이 매복해 있는 것이라면 배는 사지로 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배 한 척이 더 빨리 갔잖아.
-저거 아냐?
저기가 어딘데?
-수로에서 2리(里) 정도 떨어진 곳을 봐.
소담검의 말대로 수로에 배 한 척이 나아가는 것이 보였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우리가 탔던 배와 흡사한 것이 살아남은 세 번째 배가 맞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저들은 얼마 있지 않아 매복해 있는 저 배들과 맞닥뜨릴 것 같다.
-어떻게 할 거야? 가서 멈추라 할 거야?
‘흠.’
사실 냉정하게 말해서 저 배는 어찌 되어도 상관할 바는 아니다.
일행들이 타고 있는 배만 보호하면 되는 거니까.
일단 내려가서 배에 있는 적들을 처리하고서 어떻게든 정박하도록 해야겠다.
이쪽이 우선이다.
‘가자.’
-알겠다.
남천철검이 빠르게 배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 전과 다르게 워낙 복면인들의 수가 줄어들었기에 이제는 남은 자들을 거의 소탕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탁!
배 위로 뛰어오르자 나의 등장에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소 대협이 돌아왔다!”
“소 대협이 귀살권마를 물리쳤다!”
반면에 고작 열 명 채 남지 않은 복면인들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사대악인인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믿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나타났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패색이 짙은 전장이었기에 전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공자님!!”
적들과 싸우고 있던 사마영이 만사를 제쳐두고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내게 허겁지겁 말했다.
“어떻게 된 거에요? 멀리서 폭발이 보여서 공자님이 잘못된 건 아닌가 걱정했다고요.”
나는 그녀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배에 오르자마자 화약을 터뜨리고서 탈출했어.]‘!?’
그 말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도 모르게 빵 터졌는지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굳이 목숨을 걸어가면서 싸울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하기는 그렇지 않나.
“소 소협!”
그때 개방의 장로 의구생이 종남파의 장문인 도욱 진인을 부축하고서 다가왔다.
부상으로 안색이 좋지 않은데도 나를 보며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천만다행이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걸 어찌 운이라고 하나. 사대악인인 귀살권마와 싸워서 살아 돌아올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자네는 진정으로 팔대고수의 반열에 들었군.”
그의 입에서 극찬이 나왔다.
“맞습니다. 이리 젊은 나이에 그런 경지에 이르다니, 우리 정도 무림의 홍복입니다.”
의구생이 맞장구를 치며 나를 띄웠다.
이들의 반응을 보니 내가 살아 돌아와서 진심으로 기쁜 모양이다.
이거 싸우지도 않고 그냥 배를 폭발시켰다고 말하기가 민망한데.
-그냥 입 닫고 있어.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어차피 귀살권마의 말마따나 죽은 자는 말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보다 더 급한 사실을 말해야 겠다.
“아직 기뻐하기엔 이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곳으로 날아오면서 보았는데, 머지않아 강의 물줄기가 연결되는 곳에 많은 배들이 매복하고 있었습니다.”
“매복!”
나의 말에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겨우 적들을 물리치고 평화가 찾아오나 했는데, 절망스러울 거다.
“얼마나 되는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림잡아도 스무 척 가량은 되어보였습니다.”
“스무 척이라니?”
많은 수의 배에 모두가 놀라했다.
모두가 지쳐있는 상황이었고 그 정도 수의 배와 맞닥뜨리게 되면 승산이 없었다.
설사 내가 있다고 해도 이들 모두를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들도 그것을 알기에 심각해하는 것이었다.
“배를 어떻게든 정박시켜야 합니다.”
“그건…..”
나의 말에 도욱 진인이 망설였다.
수로채를 괴멸시키려고 했던 원래의 임무 때문일 거다.
마침 잘됐다.
개방의 방주도 없고 낭왕도 아직 합류하지 못했으니 지금 이 배의 통수권자는 도욱 진인이었다.
나는 설득조로 그에게 말했다.
“진인. 어차피 부상자들도 많고, 이 전력으로는 수로채를 토벌하는 것은 무립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허어……”
“애초의 계획이 표물선으로 위장하고 잠입하는 겁니다. 지금 누가 저희 배를 보고서 표물선이라고 여기겠습니까?”
복면인들과의 전쟁으로 사실 배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물살이 아직까지 빠르다고 하나, 더 이상의 강행을 포기하고서 억지로 배를 틀어 뭍으로 옮긴다면 파손이 있을지언정 목숨을 구제할 수 있다.
도욱 진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배 위의 수많은 시신들과 부상자들을 보며 이내 짙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맞네.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병가지상이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옳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런 내게 도욱 진인이 아차하며 말했다.
“이보게. 소 소협. 이제 겨우 돌아왔지만 자네에게 무거운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부탁이라면?”
“오직 자네밖에 할 수 없어서 그렇네.”
나밖에 할 수 없다고?
무슨 부탁을 하려고 그러는 거지?
주위의 보는 눈도 많고 거절하기도 애매하기에 괜히 호탕한 척하며 흔쾌히 말했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는데,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이에 도욱 진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네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영웅이네 그려.”
부탁하면서 띄워주지 마라.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그냥 삼켰다.
“우리보다 앞서 나간 표물선이 있지 않나. 만약 자네 말대로 매복이 있다면 그들도 위험할 터이니, 어검비행으로 날아가 정박하라고 해줄 수 있겠나?”
‘아……’
그 와중에 앞의 배를 걱정한 건가.
제 욕심을 차리기 바빴던 개방 방주 따위에 비하면 정말 참된 정파인이었다.
그런데 그 배가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지금 쯤이면 거의 교차점에 도달했을 텐데.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가보겠습니다.”
“부탁하네.”
간곡한 도욱 진인의 부탁에 나는 남천철검을 타고서 날아올랐다.
-결국 도와줘야 하네.
별 수 있나.
매복이 있는 곳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서둘러 정박하라고 이르고, 만약 매복한 자들과 맞닥뜨렸다면 철수하면 그만이다.
남천철검이 높이 위로 날아올랐다.
어디쯤 도달했을까?
한참 수로를 따라 올라가며 안력을 집중하는데, 안타까운 현실이 보였다.
매복해 있던 배들이 나와 배 한 척을 포위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겠네.
저 상황에서는 저 배를 구원할 방법이 없었다.
-그럼 다시 돌아가나? 운휘?
곧바로 돌아가면 너무 빠르니까 일단 가까이 날아가서 저들의 동향이 조금 살펴보고 가야겠다.
-알겠다.
남천철검이 고도를 유지한 채 배들이 밀집한 곳으로 날아갔다.
시야가 확보되며 그 광경이 제대로 보였다.
배들이 표물선을 포위하여 갈퀴 밧줄을 던져 고정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표물선 위로 수많은 인영들이 우르르 넘어가고 있었다.
‘엇?’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서 다른 점을 발견했다.
당연히 금안의 조직일 거라 여겼는데, 배 위에 복면이 아닌 각양각색의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들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배에 깃발들도 달려 있었다.
깃발에 커다란 글씨로 호맹채, 벽양채, 각웅채 등의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걔네 맞아?
아니야.
이들은 금안의 조직이 아니다.
-그럼?
진짜 장강십팔수로채다.
-쟤네가 그 수적들이라고?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확실하다.
그것도 거의 대다수의 전력이 이곳으로 집결해있는 것 같다.
스무 척의 배마다 전부 다른 깃발을 걸고 있는 것을 보면 각기 다른 수로채들이 모였다.
나는 이들이 금안의 조직에게 괴멸 당했을 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벗어났다.
-그놈들이랑 손을 잡은 거면 어떡하려고? 매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소담검이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 말도 맞다.
만약 저들이 금안의 조직과 손을 잡은 거라면 상황이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다.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저기 배 갑판에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데?
응?
정말이었다.
소담검의 말대로 표물선 위로 넘어간 수적들이 표사들을 포위하고 있었고,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호피 가죽을 입은 자가 표두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금안의 조직이 보였던 행동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자들이 있었으니, 개방의 방주 홍구가와 홍걸개였다.
배에서 보이지 않아 죽었나 싶었는데, 언제 저 배로 옮겨 탄 거지?
의아해하고 있던 차였다.
-어? 쟤네 물 위로 뛰어내리는데?
일부 표사들과 선원들이 갑자기 병장기를 버리고 강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수적들이 검과 도를 흔들며 배 위의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살려주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저들과 손을 잡은 게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떡할 거야?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는 등에 지고 있던 목갑을 열어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악귀 가면이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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