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0
75화 장강수로십팔채 (3) >
“혈마검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저 검이 설마….”
표물선의 상갑판이 떠들썩해졌다.
방주 홍구가의 입에서 나온 혈마검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무림인들 중에서 그 검의 위명과 악명을 모르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혈마검에 홍구가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너무 뜬금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장강의 한복판.
그것도 장강수로십팔채에게 포위된 상황도 모자라, 느닷없는 혈마검의 등장은 그를 혼란스럽기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놀라기는 했지만 지금 이곳에 남아있다가는 수적들에게 몰매를 맞을 판국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홍구가가 검을 지나쳐 가려 했다.
그러나 그가 지나가려 하자 갑판에 박혀 있던 검이 떠오르며 그를 가로막았다.
“아닛!!”
당황한 홍구가가 저절로 떠올라 가로막는 혈마검에 타구봉을 휘둘렀다.
그러자 누군가가 검법을 펼치는 것처럼 혈마검이 독특한 궤적을 그리며 타구봉을 피해서 그의 요혈을 찔러왔다.
‘이런!’
-타타타타탁!!
홍구가가 취팔선보의 보법을 펼치며 다급히 이를 피해냈다.
‘검이 저 혼자 검초를 펼치다니…..이, 이건!’
“이기어검!”
틀림없는 이기어검술이었다.
혈마검은 홍구가를 놓칠 생각이 없는지, 보법을 펼치는 그에게로 날아와 고수가 검을 휘두르듯이 화려한 검의 궤적을 그렸다.
바닥을 걷는 그보다 날아오는 검이 빠르다보니 홍구가로서는 봉법을 펼쳐 이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이기어검이라니!”
“형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 맞수?”
“하!”
장강사객 삼형제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 역시도 실질적으로 이기어검을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기에 방대한 내공으로 사물을 들어 올린 적이 있다고 하나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하물며 저렇게 검이 검객의 손에 쥐어진 것처럼 초식을 펼치려면 얼마만큼의 집중력과 내공이 소모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조, 조부님!”
강물로 뛰어내리려던 홍걸개가 소리쳤다.
그 외침에 정신없이 검을 막으며 홍구가가 외쳤다.
“뛰어내리래도!”
손주라도 보내야겠다는 일념이었다.
이에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망설이던 홍걸개가 갑판 밑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이를 수적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어딜 도망치려고!”
세 명의 수적들이 앞을 가로막자 홍걸개가 항룡십팔장을 펼치며 소리쳤다.
“비켜!”
용이 울부짖는 듯한 형태의 쌍룡취수(雙龍取水)의 양장이 앞으로 쇄도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장법이 누군가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
-촥!
“헛!”
장강사객 삼형제 중에 갈고리 형태의 도를 가진 근육질의 중년인이었다.
그가 휘두른 갈고리 도에 홍걸개는 다급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갈고리에 낚여 양 팔이 잘려나갔다.
“누가 네놈을 보내준다고 하더냐?”
‘빌어먹을!’
홍걸개는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정도 최고의 장법 중 하나라 일컬어지는 항룡십팔장을 익혔다고는 하나 상대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항룡십팔장의 정수는 외공과 강한 내공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상대보다 내공이 부족한다면 그 위력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만무했다.
-차차차창!
‘크윽!’
고작 세 초식 가량을 부딪쳤는데, 홍걸개는 내공에서 밀려 속이 울컥거렸다.
갈고리 형태의 무기는 일반 병장기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여 상대하기도 까다로웠기에 경험이 적은 그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애송이로구나. 하핫!”
중년인은 홍걸개가 방심한 틈에 목에 갈고리 형태의 도를 씌워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앗!”
“얌전히 있거라.”
중년인은 이도저도 못하는 홍걸개를 단숨에 제압해버렸다.
홍걸개가 붙잡히자 이를 발견한 홍구가가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소리쳤다.
“그 아이를 놓아주시오!”
자신을 노리는 혈마검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뛰어가고 싶은 심경이었다.
장강사객의 우두머리인 갈용이 그에게 말했다.
“흥! 그보다 왜 도망치려 했는지 그것부터 해명해라!”
변명을 생각할 겨를이라도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말을 했을 거다.
그러나 혈마검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검에 담겨있는 진기가 자신보다 약하기에 어떻게 상대는 할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휘두를 때보다 그 움직임이 자유로워서 검의 궤적이 신출귀몰했다.
‘이러다 사달이 나겠구나.’
홍구가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여기서 계속 혈마검을 상대하는데 고전하고 있다가는 검에 당하거나 수적들에게 당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손주마저 잡힌 상황이었기에 절망적이기 짝이 없었다.
‘개똥밭이여도 이승이 낫다고 하지 않았나.’
머릿속에서 손주도 사라져갔다.
자신이 살아남아야 복수라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슉!
“엇?”
갑자기 느닷없이 혈마검이 하늘 높이 날아가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홍구가가 돛대 위를 쳐다보았다.
한밤 중이었기 때문에 불을 밝히지 않은 위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데 날카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느새 자신의 목으로 총채주 갈용의 날카로운 발톱이 닿아 있었다.
‘언제?’
처음에는 갈용이 소리없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서 그는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이 이들의 가까이로 왔음을 말이다.
갈용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며 홍구가에게 말했다.
“노거지. 표물함 속에 무림인은 대체 무슨 소리지?”
목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손톱에 홍구가가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를 피하거나 쳐내기에는 너무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다.
“……총채주. 정말 그 말을 믿는 것이오?”
“네놈보다는 더 신뢰가 있는 것 같은데.”
홍구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한다면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었다.
“지금 이 배에 혈마일지도 모를 자가 들어와서 총채주와 노부를 이간질하고 있소. 만약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총채주는 괜한 오해로 본 방과 무림 연맹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오.”
“본좌가 무림 연맹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나!”
“두려워하란 말이 아니오. 아무리 장강 위에서 총채주와 호걸 분들이 날고 긴다고 해도 본 맹의 전력은 그대들의 수배에 달하오. 작정하고 수로채를 토벌하는데 전력을 집중한다고 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만 벌여야 할 터인데, 입에 풀칠하기가 쉽겠소이까?”
그런 홍구가의 말에 갈용의 표정이 묘해졌다.
사실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무림 연맹이 모든 전력을 자신들에게로 집중한다면 그때는 정말 상황이 피곤해진다.
그런 흔들림을 발견했는지 홍구가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우릴 놓아주시오. 하면 이 배에 있는 표물을 포기하도록 하겠소.”
최후의 수단이었다.
수적들의 진노를 달랠 방법은 오직 재화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방주 홍구가의 말에 여태껏 두려움에 떨면서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던 상단주 호진각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홍 방주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배 두 척이 반파되어 이제 남은 표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마저 빼앗긴다면…”
“이보게. 진각. 일단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
“방주님. 이건 아버님이 평생을 일궈내신 겁니다. 이를 전부 잃으면 저희 상단은 어찌 재기를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귀 맹의 맹주님과 친분 때문에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까지 했는데 어찌….”
“닥치게!”
홍구가가 그를 다그쳤다.
미칠 노릇이었다.
적당히 구슬려서 목숨을 보존하자고 하려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상단주가 맹주까지 들먹이고 말았다.
더 말이 나오기 전에 끊기는 했는데, 걱정이었다.
홍구가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총채주. 아직 저 친구가 젊어서 재화에 미련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깊이….”
-푹!
“컥!”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발톱이 목을 파고들었다.
방주 홍구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고작 일부만 파고들었지만 여기서 조금만 움직인다면 그대로 절명하게 될 것이다.
“초, 총채주…..”
“노거지 가만히 있어라. 어이 네놈.”
갈용이 호진각을 바라보며 그를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무림 연맹에서 뭘 부탁한 거냐? 그걸 알려주면 이 배에 있는 것들을 아무 것도 건들지 않고 보내주마.”
그런 갈용의 말에 상단주 호진각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갈등을 하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의리를 지키기에는 이 배에 있는 것이 상단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그의 귓가로 전음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육합전성의 목소리와 같았다.
이에 호진각의 갈등이 더 커졌다.
목소리의 말대로 먼저 자신들을 배신한 것은 개방의 방주였다.
생각해보면 이들을 돕지만 않았어도 앞의 배에 타고 있던 자신의 두 형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다.
-으득!
분노를 이기지 못한 호진각이 결국 사실을 폭로했다.
“총채주 들으시오. 본 상단에서는 무림 연맹의 부탁으로 표물선이 네 척인 척 했소. 마지막 한 척의 표물함 안에 무림 연맹의 무인들이 들어있는 것을 함구해달라고 부탁받았소이다.”
“네, 네놈!”
홍구가의 두 눈이 커졌다.
기어코 사실을 밝힐 줄은 몰랐다.
“이런데도 네놈이 살기를 바랐더냐?”
“초, 총채주…..이것은…..”
“닥쳐!”
갈용이 살기 어린 목소리로 다그치더니 이내 손에 힘을 줬다.
-푸욱!
“컥!”
그의 발톱이 홍구가의 목을 완전히 관통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갈용은 손톱에 힘을 주어 홍구가의 목을 그대로 뜯어내버렸다.
구파일방 중 하나인 개방 방주의 죽음치고 허무하기 짝이 없는 최후였다.
“형님. 이놈은 어찌 할까요?”
홍걸개를 제압하고 있던 그의 아우 갈호가 물었다.
이에 갈용이 냉정하게 말했다.
“죽여라.”
그 말에 홍걸개가 화들짝 놀라서 애원을 했다.
“제, 제발 살려주십쇼! 목숨만 구원해주신다면 어르신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거지 새끼가 뭘 준다고 나불거려.”
-촥!
“켁!”
갈호가 그의 목에 씌워져 있던 갈고리 도를 회전시켰다.
이에 홍걸개의 목이 찢겨나가며 고통스러운지 켁켁거리던 그가 이내 고개를 떨궜다.
이로써 개방의 방주와 후개가 한날 한시에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배 위에 있는 표두들과 표사들이 차마 그들의 죽음을 볼 수 없었기에 시선을 회피했다.
상단주 호진각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
“야…..약조를 지키시오.”
그런 그의 말에 갈용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크하하하하하핫!”
불길한 웃음 소리에 호진각과 배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참을 웃어대던 갈용이 입을 열었다.
“약조야 지켜야지. 한데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네놈들도 무림 연맹이 우리를 치는데 한 손 거들었지 않느냐?”
그 말에 호진각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고 반박하기에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가 없기에 표두들 중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하, 하나 약조하지 않으셨소? 장강의 호걸들의 우두머리인 총채주께서 직접 말씀하셨는데 이를 어길 참이시오?”
“어기진 않을 거다. 한데 본좌는 이 배를 무사히 보내준다고는 했어도 네놈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조한 적은 없다.”
‘!?’
기가 막혔다.
물론 그 말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배에 있는 것들을 건들지 않고 보내준다는 말밖에 한 적이 없었다.
‘아아아…..내가 어리석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딴 수적들의 말을 믿다니.’
호진각은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차라리 재물을 주고서 목숨을 보존했어야 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바로 그때 사방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총채주.
예의 육합전성이었다.
분노를 토해낸다고 미처 그 존재를 잠시 깜빡했던 갈용이 위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귀하 덕분에 연맹에게 뒤통수를 맞을 뻔한 것을 벗어날 수 있었소이다.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주시오.”
혈마검이 날아갔던 방향은 분명 위쪽이었다.
갈용은 틀림없이 ‘그’가 돛대 위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 육합전성이 다시 들려왔다.
-총채주. 이들을 풀어줘라.
그 말에 표물선 위에 있던 표사들과 선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그 검의 주인이 맞다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그 자가 틀림없을 것이다.
최근에 그 위명이 드높아진 오대악인의 일인.
그런데 그 자가 자신들을 보내주라고 총채주 갈용에게 말하고 있었다.
갈용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소리쳤다.
“이보시오.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무림 연맹과 결탁한 죄가 있소. 우리 일에 너무 깊게 관여치 마시오.”
-그대의 입으로 약조하지 않았나?
“약조는 무슨. 본좌는 이놈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조한 적이…..”
-배에 있는 것들은 모두 건들지 않겠다고 했는데, 건드리지 않고 무슨 수로 죽이겠다는 거지?
그 말에 갈용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말꼬리를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다.
한데 이것을 가지고 뭐라고 하기에는 자신조차도 상단주와 표사들을 상대로 말로써 희롱을 했다.
그때 장강사객의 둘째인 갈호가 소리쳤다.
“혈교의 우두머리이시면 나름 우리와 같은 길을 가는 동도라 하실 수 있는데, 왜 이들을 풀어주라 마라는 거요?”
-격이 떨어지는군.
“뭐요?”
-스스로 내뱉었던 말조차 지키지 못할 만큼 격이 떨어진다면 이곳에 찾아온 보람이 없군.
그 말에 장강사객 삼형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이 배에 혈교의 교주가 어떻게 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목적이 자신들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었다.
총채주 갈용이 굳어진 인상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를 찾아오신 것이구려.”
-그렇다.
“이거 지나가다 만나는 인연인줄 알았더니, 의외올시다. 하면 무슨 연유로 우리를 찾은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소이까?”
과연 혈교 교주의 목적이 무엇일까?
사실 짐작 가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뻔하지. 우리와 손을 잡자는 것이겠지.’
혈교는 과거의 혈교가 아니었다.
지금의 무림 연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사파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세력인 자신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강수로십팔채는 내게 복속해라.
‘!!!’
순간 그 말에 갈용을 비롯한 그 형제들, 아니 수적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렇게 오만한 말이 나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상이 험악해진 갈용이 언성을 높였다.
“지금 무슨….”
바로 그때였다.
갈용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검이 날아오며 표물선을 회전하며 이를 고정하고 있던 밧줄들을 모조리 끊어버렸다.
이에 배가 흔들리며 물살에 다시 움직이려 했다.
“이런!”
갈용이 다급히 소리쳐서 다시 밧줄을 던져서 배를 고정시키라고 하려 했다.
그 순간 그의 앞으로 누군가 떨어졌다.
-쾅!
배의 갑판의 정중앙 부근이 밑으로 우그러지며 선단 전체가 심하게 흔들려 모든 사람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유일하게 멀쩡한 이들은 장강사객인 삼형제뿐이었다.
‘엄청난 공력이다.’
‘…….벽을 넘은 고수가 틀림없구나.’
이기어검을 보았을 때부터 그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갈용의 시선이 배 위로 떨어진 그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악귀 가면을 쓰고 있는 존재가 보였다.
그의 주변에 혈마검이 호위무사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악귀 가면 속에서 변조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복종해라.”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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