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3
76화 퍼지는 명성 (1) >
“저길 봐!”
“아니. 저쪽이야!”
-채채채채채채챙!
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쇠가 부딪치는 소리.
그들이 바라보던 곳에서 어느새 다른 한쪽 편의 허공에서 푸른 불꽃들이 튀겼다.
희미하게 보였지만 얼마나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지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 광경에 표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소운휘 대협이 혈마와 싸우고 있다!”
물론 선원들도 덩달아 소리치며 기뻐했다.
“저, 저분이 수적들도 물리쳤나 보오!”
그들은 수적들이 물러간 것이 지금 보고 있는 광경 때문이라 믿고 있었다.
사실 그것까지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 상 소운휘가 뭔가를 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기에 표사들도 신이 나서 소운휘를 외쳐댔다.
그야 말로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앗! 위를 봐!”
그때 돛대 부근으로 은빛 섬광처럼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섭게 배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우왓!”
“피햇!”
표사들과 선원들이 다급히 은빛 섬광이 떨어지는 곳에서 피하려고 했는데, 또 다른 무언가가 날아와 그것을 막아냈다.
-채애애앵!
배에서 고작 사장(丈)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부딪쳐서 대치 중인 두 검.
그것은 혈마검과 남천철검이었다.
표사들 중에 제법 무공이 고강한 자가 이를 알아보고서 소리쳤다.
“남천철검이야!”
“설마 혈마검을 막은 건가?”
누가 봐도 마치 남천철검이 혈마검으로부터 표물선을 보호한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그런지 들뜬 표사들이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소운휘 대협이 우릴 보호하고 있다!”
“힘내십쇼! 대협!”
“소운휘! 소운휘!”
어느새 표사들과 선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소운휘를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가 혈마를 물리쳐야 자신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혈마가 아무런 피해를 준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혈교를 넘어서 그것이 사파에 대한 편견일 지도 몰랐다.
-채채채채채챙!
배 위에서 격렬하게 부딪치던 혈마검과 남천철검이 다시 쏜살같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한참동안 사람들은 하늘에서 튀기고 있는 푸른 불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희미하게 들려오는 비명 소리.
“큭! 혈마 이놈!”
이어서 작게 목소리가 들렸다.
“소운휘. 네놈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꺼지거라.”
선원들은 몰라도 무공을 익힌 표사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는 되었다.
표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 소리만 들으면 소운휘가 밀리거나 패배한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때 한 표사가 소리쳤다.
“앗! 저길 봐!”
그가 가리킨 곳에서 누군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점점 커져가는 모습에 그것이 누군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소 대협!”
그것은 소운휘였다.
떨어진 소운휘는 운이 좋게도 펼쳐져 살짝 기어져 있던 돛에 부딪쳤고, 넓직한 돛의 천이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는지, 그것을 뚫고서 배 위로 속도가 줄어들어서 떨어졌다.
이를 표사 몇 명이 다급히 받아들었다.
입가에 피를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 보이는 소운휘를 보며 표사들이 물었다.
“소, 소 대협 괜찮습니까?”
“부상이 많이 심각한 겁니까?”
소운휘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쿨럭…쿨럭…..모두 무사하십니까?”
그 자신도 부상을 입었을 터인데, 자신들을 걱정하는 모습에 표사들이 또 다시 감격하며 말했다.
“저희는 무사합니다!”
“전부 소 대협 덕분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표사들이 걱정스러운 듯이 소운휘에게 물었다.
“혈마는 어찌된 것입니까?”
“그에게 부상당한 겁니까?”
소운휘가 패해서 혹시나 혈마에게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그런 그들에게 소운휘가 피가 섞인 기침을 하며 말했다.
“쿨럭쿨럭……정말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였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더군요. 제게 내상을 입히고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고요?”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자의 일격에 당할 때, 운이 좋게 일권을 가슴에 먹였는데 어쩌면 그도 내상을 입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소운휘의 말에 표사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혈마도 부상을 입고 황급히 사라진 것이 되니 말이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치며 좋아했다.
그런 그들 사이로 금화평 상단의 상단주 호진각이 비집고 들어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소 대협! 덕분에 모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객원 표사로서의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소 대협이 수적들을 물리치고 혈마와 싸우기까지 하지 않았더라면 이 중에 누가 살아있겠습니까?”
“상단주의 말씀이 맞습니다. 전부 대협 덕분입니다. 안 그렇소?”
“옳습니다! 소 대협 덕분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치켜세워주는 그들의 모습에 소운휘가 힘겹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수적들을 물리친 건 제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도착했을 때는 수적들이 급히 배를 몰아 퇴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상단주 호진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배에 도착하여 쓰러져 있는 여러분들과 죽은 방주 어르신과 홍걸개 형을 발견했습니다. 때마침 혈마가 이 배로 나타나기에 그가 범인이라 생각하여 싸웠습니다. 한데 혈마가 저더러 쓸데없는 오해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런 소운휘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묘해졌다.
뭔가를 짐작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왜들 그러십니까?”
한참을 말이 없던 호진각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실은 소 대협….”
자신들이 기절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상단주 호진각을 바라보는 소운휘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빛이 났다.
* * *
배에서 벗어난 나는 남천철검을 타고서 돌아가고 있다.
머릿속으로 소담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냐?
녀석은 감탄했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런 것이 일인이역으로 싸우는 척 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참 별별 방법을 다 써먹었다.
풍영팔류로 만들어낸 잔상들로 서로 싸우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련검으로 깨어난 이들에게 환각까지 일으켜 더욱 실감나게 보이도록 했다.
-심지어 우리끼리 싸우게 했잖소.
-합을 맞춰서 망정이지. 제대로 했으면 네놈은 부러지고도 남았을 거다. 남천.
-그건 해봐야 아는 것이 아니오.
보이기 용으로 남천철검과 혈마검이 배 위에서 경합을 벌이게 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했더니, 은근히 서로의 검술에 경쟁심이 불붙은 것 같다.
전주인에 관한 자부심에 강한 남천철검이기에 평소에는 허허하고 넘어가도 검술에서만큼은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이래서 남정네들은 평생이 가도 유치하다고 하는 거지. 깔깔깔.
-천한 것이 뭐라고 하는 거냐?
-어머.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안 그래? 자기?
여기다 사련검이 기름을 부어서 활활 태우고 있었다.
다 좋은데 나까지 끼워 넣지 말라고.
아무튼 간에 이렇게 일인이역으로 연기를 한 덕분에 수많은 증인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많은 표사들과 선원들이 봤는데 누가 혈마와 소운휘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네 입으로 소운휘 어쩌고 하니까 낯부끄럽진 않았고.
‘크흠. 그 얘기는 그만하자.’
아무리 첩자 활동을 오래했어도 이런 짓은 나도 처음 해본다.
마치 자아가 분열 되서 싸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마무리도 잘했다.
이로써 혈마는 도리어 표물선을 구해주고 홀연히 떠난 것이 되었고, 나는 오해가 있었지만 혈마로부터 배를 보호하려 했던 인식까지 심어줬으니 말이다.
-하여간 사기로는 너를 따라잡을 사람은 없을 거야.
사기라니?
이런 걸 뛰어난 계책이라고 하는 거지.
물론 결과적으로 저들을 제대로 속인 셈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어디다가 배를 정박한 거지?
-우측 아래쪽을 봐.
-불빛들이 보이오.
녀석들의 말에 그곳을 보니 작게 횃불을 들고 있는 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앞부분이 부서져서 정박되어 있는 표물선이 보였다.
억지로 뭍에 정박한 결과였다.
배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을 보이지 않고 몇몇 횃불들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
아마도 사마영과 일행들이겠지.
나는 그곳으로 날아갔다.
“소 대협이다!”
“소 대협이 돌아왔다!”
“공자님!”
내가 가까이로 가자 외침 소리들이 들렸다.
당연히 일행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여덟 명 정도 되는 개방 방도들이 보였다.
주머니 결을 보니 한 명은 개방의 장로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후개로 인정해서 조성원의 곁을 지킨 모양이다.
“공자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사마영이 제일 먼저 부리나케 내게 달려왔다.
“다들 보이지 않는데?”
“적들이 매복해있다는 말에 부상자도 많아서 다들 남서쪽으로 먼저 이동했어요.”
하긴 그게 옳긴 하다.
그래서 이 인원만 남아 있었구나.
“공자님은 잘 해결되신 거에요?”
사마영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개방 방도들만 아니라면 그냥 허심탄회하게 전부 이야기 할 텐데, 나중에 알려주든지 아니면 전음으로 상세히 알려줘야겠다.
나는 간략하게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그 말에 몇몇 개방 방도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바, 방주님께서 돌아가셨다니….”
“어찌 이런 일이…..”
“방주님!”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주 홍구가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나 보다.
저렇게 세상 잃은 얼굴들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몇몇은 그저 착잡한 얼굴을 보이며 그냥 서있었다.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사마영이 전음으로 나의 의구심을 풀어줬다.
아 그래서 저쪽 배에 타고 있던 거였구나.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다.
“하아……”
탄식을 내뱉던 개방의 장로가 내게 말했다.
“개방의 장로인 의구생이라고 하오. 소 대협….하면 두 분의 시신은 어찌….”
“일단 문정 표국에서 두 분의 시신을 수습해서 개방의 본타로 옮겨주기로 했습니다. 귀방의 비보에 애도를 표합니다.”
나는 안타깝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가 죽은 것에 일조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안타깝지는 않다.
어차피 방주 홍구가와 홍걸개는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다 그런 최후를 맞이한 것이었다.
애초에 원래 있던 배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죽었을 일도 없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조성원을 전음으로 불렀다.
다른 개방의 방도들과 달리 녀석은 후련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멍청하기는.
그런 나의 말에 녀석이 다급히 표정을 바꾸었다.
고개를 밑으로 떨구고서 일부러 탄식을 계속 내뱉었다.
다행히 개방 방도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있기 망정이지 네 얼굴을 봤다면 이건 피도 눈물도 없나 했을 거다.
실망할 대로 실망했고, 버림받은 복수를 했기에 그 감정은 이해하지만 녀석은 지금 후개다.
방도들의 시선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했다.
이런 기본도 안 되는데, 어떻게 혈교에 첩자 노릇을 하겠다고 들어왔을까?
-네가 유독 특출나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혈마검 녀석이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
넌 조용히 하고 있어.
‘아!’
지금 주면 되겠구나.
나는 목갑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을 본 개방의 장로 의구생과 방도들이 곧바로 알아보았다.
“타구봉!”
바로 타구봉이었다.
시신은 문정 표국에서 수습해주기로 했지만, 다른 배에 개방의 장로들이 있다고 이야기하여 타구봉을 챙겨온 참이었다.
나는 이를 조성원에게 넘기지 않고 장로 의구생에게 주었다.
“방주 어른의 유품입니다.”
타구봉을 받아드는 장로 의구생의 착잡해하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배에 남아있지 무슨 장수를 누릴 거라고……”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듯 했다.
그의 연배만 본다면 비슷할 터이니, 방주와 나름 가까운 사이였을 거다.
그래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때 의구생이 뒤를 돌아 조성원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타구봉을 넘겼다.
“받으십쇼.”
나의 꾸지람에 슬퍼하는 척 연기를 하고 있던 조성원이 괜히 놀라는 척 했다.
“장로님. 어찌 이것을….”
-어색하네.
그러게.
다행히 개방 방도들은 이를 의심치 않았다.
방주가 죽고 새로운 방주를 선임하려는 와중에 그런 세밀한 감정까지 신경 쓰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의구생이 말했다.
“후개가 방주의 뒤를 이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받으십쇼.”
그의 말을 개방 방도들이 복창했다.
“받으십쇼!”
이에 조성원이 못이기는 척 타구봉을 손에 쥐었다.
-약조 지켰네.
그런 것 같다.
복수도 하고 조성원은 자신의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아니 그 이상을 얻었다고 해야 하나.
녀석이 개방 방주가 되었으니, 나는 정파 무림의 최대 정보 단체를 손에 넣은 셈이다.
속에서 웃음이 나왔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방도들은 이리 오라.”
장로 의구생의 명에 개방의 방도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어 두 손을 교차하여 가슴에 갖다 대더니, 한 사람씩 조성원에게 침을 뱉었다.
“퉷!”
-엥? 왜 침을 뱉고 난리야.
아……
들어본 것 같다.
개방의 방도들은 새로운 방주가 선임될 때 그에게 침을 뱉는 관습이 있다고 들었다.
거지들의 우두머리로서 가장 더러워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던가.
아무튼 거지들답기는 한데 좀 그렇긴 하다.
“카아아악!”
그 와중에 가래를 끌어 모으는 저 놈은 뭐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려고 하는데, 사마영이 내게 전음을 보냈다.
이에 나는 개방의 방도들을 쳐다보았다.
침을 뱉고 나서 한 명씩 호국 어쩌구 중얼거리며 절 같은 것을 하는데, 뭔가 방주 임명에 대한 나름대로의 절차가 있어 보인다.
시간이 걸릴 듯 하니 그녀를 따라가 봐야겠다.
뭍을 따라 내려갔는데, 그곳에 그렇지 않아도 보이지 않던 송좌백과 송우현이 있었다.
나를 기다리지 않고 그새 황영 표국의 표두 황혜주를 따라갔나 싶었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응?’
그런데 그들의 앞에 한 인영이 누워있는 게 보였다.
안력을 집중하니 전신이 반쯤 그을리고 화상을 입은 사람이었는데, 그는 바로 사대 악인의 일인인 귀살권마 장문량이었다.
“이 자를 어찌?”
나의 물음에 송좌백이 답했다.
“배에서 내리고 나서 주위에 다른 매복이 없나 살피러 돌아다녔는데, 뭍으로 기어 나와서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어.”
하……
정말 대단한 자다.
그런 폭발에 휘말리고도 자력으로 여기까지 온 건가.
사마영이 내게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람 아직 안 죽었어요.”
그 말에 나는 시체처럼 누워있는 장문량에게로 다가갔다.
장문량의 상태는 보기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내게는 살아남은 것보다 이것이 더 특이하게 보였다.
‘회복능력이 없었나?’
놈의 반응을 보면 분명 회복 능력 가지고 있던 걸로 보인다.
한데 화상이 낫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어?’
아니다.
나는 몸을 숙여서 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상이 낫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회복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눈에 띌 정도로 빠른 속도가 아니라서 티가 나지 않았던 건가?
“어라. 이 녀석이 몸이 낫고 있는 것 같은데?”
송좌백도 이제야 이를 발견했는지 내게 말했다.
꼭 말투가 지금까지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던 것처럼 들린다.
-파스슥! 파스슥!
피부에 그을렸던 것들이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있었다.
회복이 점점 빠르게 이뤄지는 것 같다.
사마영이 검집에서 검을 뽑으며 말했다.
“낫고 있는 거라면 목을 벨까요?”
“아니. 잠깐만.”
만약 낫고 있는 거라면 단전에 금제를 가하고 심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정도 무위라면 금안의 조직에서 뭔가 한 자리를 맡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현이는 두 팔을 잡고 너는 다리를 잡고 있어봐.”
“금제하려고?”
“그래.”
그런 나의 말에 송우현과 송좌백이 장문량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붙잡았다.
이에 나는 녀석의 단전에 손을 얹었다.
회복 능력 때문에 단전이 부서져도 혹시 나을 수도 있으니, 내공으로 금제를 시켜놓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단전이 진기를 흘려보내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장문량이 발버둥을 쳤다.
그러다,
-퍽!
“끄억!”
놈의 발차기에 두 다리를 잡고 있던 송좌백이 국부를 맞고 말았다.
녀석의 눈코입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아아아……보기만 해도 내가 다 아플 지경이다.
“이런 개색!”
그곳의 고통에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 난 송좌백이 놈을 향해 달려들어 마구 짓밟았다.
말릴 틈도 없었다.
그런데 송좌백의 발길질에 가격을 당하고 있는 장문량이 새우처럼 몸을 움츠리면서 소리쳤다.
“때, 때리지 마세요. 문량이는 때리면 아파요.”
‘!?’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