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4
76화 퍼지는 명성 (2) >
귀살권마 장문량.
사대 악인의 일인이자 그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만큼 악명이 자자하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순간 황당해졌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아파요. 문량이 아파요.”
마치 어린 아이가 하는 말투를 내뱉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송좌백이 더욱 뿔이 나서 놈을 발로 짓밟았다.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 거야!”
-퍽!
“악! 악!”
새우처럼 몸을 움츠린 장문량은 반격조차 하지 않았다.
설마 연기를 하는 건가?
그러기에는 굳이 맞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정도 무위라면 이렇게 굴욕을 당해가면서 맞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응?’
그런데 문득 눈에 무언가가 띄었다.
움츠려 있는 장문량의 머리 뒤쪽에 보이는 은빛 무언가.
그것은 부러진 날붙이 같은 것이었다.
“수작 부리지 말라고! 이 색….”
“그만해.”
“나 하마터면 대가 끊길 뻔했거든?”
“……일단 참아.”
나는 분노를 토해내는 송좌백을 만류했다.
일단 떨어지기는 했는데, 소중한 그곳을 당한 것이 분했는지 계속 씩씩거렸다.
한순간에 아이가 된 장문량은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계속 움츠리고 있었다.
더 때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칼날인가?’
역시 놈의 뒷머리로 부러진 칼날이 박혀 있었다.
부러진 부위의 두께나 면적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주 깊숙이 머리에 박힌 것 같다.
회복 능력이 없었다면 죽었어야 할 상태였다.
-설마 저게 머리에 박혀서 저런 거라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머리 속까지 파고든 부러진 칼날 부분이 회복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끼친 듯 하다.
그렇지 않고는 이런 퇴행을 보일 리가 없다.
“장문량.”
놈을 불러보았다.
그러자 장문량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빼꼼 들어올렸다.
아…..진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풋.”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마영이었다.
내가 쳐다보자 그녀가 가볍게 한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뇨. 그냥 하는 행동이 너무 아이 같아서.”
뭐 그렇기야 하지.
행동만 이렇게 된 건가? 아니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 건지 알아봐야 겠다.
“장문량.”
“때, 때리지 않을 거여요?”
녀석의 뭔가 아장아장한 말투에 송좌백이 열불을 토해냈다.
“으아아아! 미친 새끼. 저 얼굴로 어떻게…..”
닭살이 돋을 만큼 동감이 가지만 그만해라.
방해되니까.
“안 때릴 거다. 너 내가 누군지 알겠나?”
그런 나의 물음에 장문량이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 흉악한 얼굴로 귀여운 척 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려다 참았다.
-기억에도 이상이 있는 것 같네?
소담검의 말대로 그런 것 같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속인 것도 모자라 폭발에 휘말리게 만들었기에 절대로 내 얼굴을 잊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너 나 정말 모르겠어?”
놈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송좌백이 발을 동동 굴리며 그냥 죽이자는 말까지 했다.
조금만 참자. 참을 인. 참을 인.
“네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문량이에요. 장문량!”
“사대 악인인 건 알고 있지?”
“그게 모에요?”
장문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투가 거슬렸지만 그것보다 설마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건가?
“네 이름 말고 알고 있는 게 뭐야?”
“몰라요.”
“한 쪽 눈이 금안인 남자를 알고 있나?”
“몰라요.”
녀석이 일관되게 같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답답해지고 있다.
정말 아이가 된 것처럼 행동을 하니 감정을 읽기 힘들다.
아니 오히려 너무 직관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 사마영이 내게 말했다.
“공자님. 머리에 박힌 거 혹시 부러진 날붙이에요?”
“맞아.”
“세상에…..저런 게 머리에 박혔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에요?”
나도 이 회복 능력의 한계가 궁금하다.
목이 베이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모든 상처에서 회복될 수 있는 걸까?
“혹시 저게 박혀 있어서 아이처럼 행동하는 거 아니에요?”
사마영도 나와 같은 추측을 했다.
“그런 것 같아.”
“그럼 머리에 저걸 뽑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이래서야 아무 것도 알아내기도 힘들 것 같은데요.”
동의한다.
그녀의 말대로 뽑아야겠다.
이래서야 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전에 단전부터 금제를 하고서 뽑아야겠다.
그때 송좌백이 가까이 다가왔다.
또 장문량에게 화풀이를 하려나 싶었는데,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렸는지 평소처럼 고개를 삐딱하게 취하더니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너 이거 줄까?”
송좌백이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당과였다.
동생인 우현의 식탐을 잠재우기 위한 용으로 녀석은 종종 당과나 육포 같은 것을 들고 다니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뇌에 이상이 생겨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저런 당과에 넘어갈 리가….
“그거 모에요?”
…..뭐지?
장문량이 눈을 반짝였다.
송좌백의 손바닥 위에 있는 당과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녀석이 당과를 쪼개서 작은 조각을 입에 넣고서 아그작 거리며 씹는 모습을 보여줬다.
“크. 달달하니 맛나네.”
그 모습에 장문량의 호기심이 커졌다.
그런 녀석에게 송좌백이 말했다.
“먹고 싶냐? 그럼 알고 있는 거 뭐라도 다 이야기 해봐.”
“정말 줄 거에요?”
아니 당과 하나에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장문량도 장문량이지만 송좌백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약간은 모자란 동생을 챙기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지, 이 녀석 은근히 이런 데 재능이 있었다.
“뭐 하는 거 봐서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고.”
“주세요!”
“싫은데.”
달라는 장문량이 보는 앞에서 녀석이 입에 당과 조각의 반을 집어넣었다.
반이나 줄어든 당과 조각에 장문량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정말 아이들이 행동할 법한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다 먹지 마요! 다 먹으면 문량이 울 거에요!”
이런 씨……
인상만으로 사람 기절시킬 그런 험악한 얼굴로 애 같은 말 좀 하지 마라. 제발.
반면 사마영은 키득거리며 뭔가 귀엽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저게 귀여워?”
“귀엽지 않나요?”
취향도 참.
나처럼 인상을 찡그리던 송좌백이 정신을 가다듬고서 흥정하듯이 말했다.
“세상 물정을 모르네. 너 등가교환이라는 말 아냐?”
“그, 그게 뭐에요?”
“뭔가를 얻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거야. 근데 넌 내게 아무 것도 안줬잖아. 고로 망할 늙은 애야. 이건 내가 다 먹는다.”
송좌백이 입 안에 당과를 전부 털어 넣으려고 시늉했다.
“안 돼! 안 돼! 으아아아앙.”
이에 장문량이 떼를 쓰듯이 소리를 치다 울려고 했다.
송좌백이 입 안에 넣으려던 당과를 쥐고서 다시 손바닥을 폈다.
그대로 남아있는 당과에 장문량이 울음을 뚝 그쳤다.
사마영이 혀를 내두르며 내게 전음을 보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아주 장문량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럼 뭐라도 줘봐. 네가 알고 있는 뭐라도 있을 거 아냐?”
“……아무 것도 없어요.”
다 타버린 옷을 만지작 거리던 장문량이 말했다.
이에 송좌백이 남은 당과 조각들을 천천히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별 수 없지. 당과랑 안녕해라. 어서 인사해. 안녕 당과~”
“안 돼욧!”
“뭐가 안 돼. 자 달달하고 맛있는 당과가 내 입으로 슈우웅 들어간다.”
아주 약을 올리는데 도가 텄다.
그때 장문량이 뭔가를 떠올렸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호, 혹시 이런 것도 되나요?”
“이런 게 뭔데?”
“그냥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게 있어요.”
녀석의 말에 송좌백이 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잘 하면 녀석에게서 뭔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자 송좌백이 능청스레 말했다.
“한 번 말해봐. 보고 쓸 만하면 줄게.”
“약속했어요!”
“아 일단 듣고 알려준대도.”
“자형무권절…..도정지사절…..영악절개형…..주정무추결……”
‘!!!’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에 순간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뭔가 기억나는 것을 이야기하라 했더니 무공 구결을 지금 나열하고 있었다.
그것도 보통 무공 구결이 아니었다.
‘구결만 들어도 이건 초상승의 무학이다.’
얼핏 중간에 권(拳)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주먹을 쓰는 권법의 구결이다.
송좌백이 어안이 벙벙해져서 내게 말했다.
“이거….”
나는 손을 내밀고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전음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팔대 고수, 사대악인을 통틀어 단 두 명만이 맨손 무공으로 명성을 날렸다.
한 사람이 팔대 고수의 일인이자 장법의 달인인 만박자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이 바로 사대악인의 일인인 귀살권마 장문량이었다.
벽을 넘어선 그의 권법 구결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너도 외워.
이미 그러고 있다.
“폭풍이 격랑을 일으키듯 기운을 운문에서 공최로…..”
장문량은 권법의 구결과 함께 운기인 심결까지 이어서 이야기 했다.
그런데 듣다보면 이상하다.
사대악인이라 하여 사공이나 마공을 익혔을 거라 여겼는데, 듣다보면 오히려 정종의 심결에 가깝다.
심결의 구결까지 마친 장문량이 호흡을 골랐다.
한 번으로 외우기 힘들었는지 송좌백이 녀석에게 말했다.
“그렇게 빨리 말하면 어떻게 외우라는 거야?”
“………”
그 말에 장문량이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일어난 상태로 다시 아까 전의 구결을 입으로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팍!
구결에 관련된 식(式)을 직접 펼치고 있었다.
이에 송좌백이 뒤로 물러났다.
“도정지사절…..영악절개형…..”
구결과 함께 식을 펼치니 더욱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역시 예상대로 보통 권법이 아니었다.
심지어 스승님이 전수해준 권법보다도 더 뛰어난 절기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 모두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아……”
권법을 주로 배운 송좌백이다보니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누구보다 깨달음이 큰 것 같다.
식이 끝나고 초식까지 연이어 펼친 장문량이 마지막 동작을 취했다.
“이런 권법이 있었구나. 하….하하하핫.”
송좌백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행운을 얻은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말했다.
“당과 더 있냐?”
“하나 더 있어.”
“그럼 손에 있는 그건 지금 줘라.”
당과 조각에 분이 넘친 것을 얻었다.
채찍과 당근이라고 한 번 맛을 보여주면 구슬려서 쓸만한 것들을 더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내 말이 옳다고 여겼는지 송좌백이 녀석에게 다가가 당과를 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자…..”
그런데 장문량이 눈을 감고서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입을 열었다.
“문량아. 만가영공을 극성으로 익히고 싶다면 이 스승님처럼 공력을 후인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기의 순환이 빨라져 양기가 골수까지 뻗어, 폭주해서 미치게 될 것이다. 구성에 이른다면 반드시 명심하도록 하거라.”
무슨 말이지?
이 신공의 이름이 만가영공이었던가?
한데 장문량의 말투가 방금 전과 완전히 다르다.
정신을 차린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입으로 자신을 부르겠는가.
바로 그때였다.
-팟!
장문량이 바로 앞에 있던 송좌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헛!”
송좌백이 놀라서 권초를 펼쳐서 녀석을 막으려고 했지만, 단 한 수만에 그것을 저지하더니, 이내 송좌백의 두 팔 어깨의 혈을 붙잡더니 이내 거꾸로 올려들었다.
저 덩치를 저리 쉽게 들어올리다니 대단한 신력이었다.
“으아아아악! 야 이 새끼! 뭐, 뭐 하는 거야?”
역시 정신을 차린 건가?
“멈췃!”
나는 다급히 남천철검을 뽑아서 장문량을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송좌백을 거꾸로 들어 올렸던 장문량이 서로의 머리를 맞부딪쳤다.
문량의 입에서 입김이 흘러나오며 뜨거운 열기가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끄거거거거거.”
그러자 송좌백이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눈까지 뒤집혔다.
상태가 좋지 않아 당장에 장문량의 팔을 잘라버리려고 했는데, 녀석이 뭔가를 말했다.
“천령혈의 기문을 열고 기운을 제문혈로 받아들여라!”
설마?
나는 급히 중단전을 개방했다.
금안이 개안되면서 눈앞에 믿기지 않는 것이 보였다.
장문량의 몸에 있던 심후한 진기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송좌백에게로 올라가고 있었다.
“안 막으실 거에요?”
사마영의 외침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공을 넘겨주고 있어.”
“네엣?”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공을 전수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잘못 건드리면 두 사람 모두가 위험해진다.
“하……”
송좌백 저 녀석 엄청난 기연을 맞이했다.
사대 악인의 무공을 알게 된 것도 모자라,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놈의 내공까지 전수받고 있었다.
이게 등가교환이라고?
고작 당과 반 조각의 가치가 엄청나졌다.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