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6
76화 퍼지는 명성 (4) >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 하던 무정풍신 진성백과 하성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전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을 서문극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문제라도?”
그러고 있는데 하성운이 사위인 진성백에게 전음을 보냈다.
[풍영팔류종의 정보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겐가? 아니면 운휘 그 아이가 무슨 짓을 벌인 겐가?] [……아무래도 후자 같습니다.]전자라면 정보부를 전부 갈아 엎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혈마도 운휘였고, 남천검객의 제자도 운휘다.
이건 무림 전체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하나 진성백이라고 그 속내를 전부 짐작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 * *
늦은 밤.
정파 무림의 성지 호북성 무한시(武漢市).
무림 연맹의 본단 건물의 맹주 집무실에서도 한참 보고가 진행 중이었다.
보고를 듣는 내내 맹주이자 무한제일검 백향묵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보고는 무림 연맹에 있어서 크나큰 손실들이 연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이군사의 행적이 묘연해지다니?”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이군사께서는 마지막으로 들렸던 귀주성 무림 연맹 지부에서부터 행적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군사 사마중현.
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귀주성 무림 연맹 지부에 따르면 혈마를 위장하려 했던 전대 고수인 섬뢰검 자균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서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런 보고도 없었고 심지어 그 보냈다는 시신도 사라졌었다.
이 석연치 않은 사건의 실마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자가 이군사 사마중현일 텐데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전진교의 교주는 어찌 되었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행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전진교의 장로들과 수색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전진교의 교주이자 제 6장로 만종 진인.
그 역시도 갑자기 사라졌다.
우군도독부 근방에서 벌어진 혈사로 죽은 제자들의 시신을 자파로 수습해간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만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전진교 내의 중양전에 내외곽에 있던 자들까지도 사라졌다.
“맹주. 아무래도 이건 혈마 아니, 혈교에서 벌인 짓이 틀림없습니다.”
삼군사인 백위향이 진범으로 혈마를 지목했다.
딱히 정황상 어떠한 증거도 없었지만 그는 심증으로 확신하는 듯 했다.
이에 맹주 백향묵이 신음성을 흘리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맹주?”
“심증으로는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군.”
“어인 말씀이십니까?”
“우리 쪽에서 파놓은 함정에도 불구하고 혈마는 당장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위장했던 섬뢰검 자균과 싸웠었네. 한데 자신의 손으로 지켰던 자들을 납치한다고?”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도와줄 이유도 없었다.
‘시신이 없어진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입밖으로 내뱉지 않고 있었지만 맹주 백향묵은 시신이 사라진 게 마음에 걸렸다.
혈마를 사칭했다는 섬뢰검 자균의 시신.
그것을 굳이 혈마가 회수해간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의 무고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품인데 말이다.
‘……제 삼의 세력이 개입한 건가?’
끊임없이 돌아가던 맹주 백향묵의 사고는 거기에까지 닿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총군사 방덕현이 말했다.
“백 군사의 말에 일리가 없진 않소이다. 맹주.”
“총군사!”
간만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총군사 방덕현에게 백위향이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방덕현은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만약 그 모든 게 혈마가 꾸민 짓이라 가정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노사.”
“이번 일로 인해 본 맹은 오히려 혈마에게 빚을 졌다는 오명까지 썼소이다. 모든 것이 혈마가 의도한 대로 되었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소이다. 맹주.”
“흠……”
총군사까지 그리 말하니 이를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한데 뭔가 찝찝한 이 기분은 무엇일까?
맹주 백향묵은 마치 누군가 자신이 눈을 가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것은 그날부터 비롯되었다.
혈마를 사칭한 섬뇌검 자균은 마치 자신들의 정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매복해 있는 연맹 지부의 무사들과 전진교의 제자들을 습격했다.
그 정보는 사실 맹주인 자신과 군사부, 그리고 현장에 있던 자들밖에 몰랐었다.
백향묵의 시선이 총군사 방덕현에게로 향했다.
‘…….아니다. 그럴 리가.’
방덕현을 오랫동안 알아왔다.
그가 내통을 한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따로 조사를 하는 편이 좋을까?’
그러던 차에 급보가 들어왔다.
“맹주! 장강에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비밀리에 동시에 진행된 일 중 하나가 바로 장강수로십팔채 급습 작전이었다.
이것은 혈교가 장강이남권을 수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이것의 성패여부에 따라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어찌 되었나?”
그 물음에 무사가 장강에서 있었던 소식의 결과부터 전달했다.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이었다.
“이런!”
백향묵이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되면 총군사 방덕현이 복귀하여 구상한 작전들이 전부 실패한 셈이었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덕현은 조금도 당혹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조금도 감정의 동요가 없지?’
백향묵은 그것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맹주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방덕현은 아무렇지 않게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실패 요인은?”
“도중에 정체모를 집단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정체모를 집단?”
“네. 개방에서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금안의 눈을 가진 자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전달해왔습니다.”
“금안!”
무림 연맹의 수뇌부들만이 아는 정보 중 하나가 바로 금안이다.
여러 전도유망한 고수들을 습격한 괴한이 아니던가.
그런데 처음으로 방덕현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백향묵의 눈에 띄었다.
‘이제서야 놀란 건가?’
금안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 반응을 보였다.
감정적으로 동요한 기색을 보이던 총군사 방덕현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습격 당한 배는 어찌 되었는가?”
방덕현은 금안보다도 습격당한 배를 더 궁금해 하고 있었다.
“배는 무사합니다.”
그 말에 방덕현이 미간에 더욱 주름이 갔다.
오히려 배가 무사하다면 기뻐해야 할 텐데 인상을 쓰는 모습에 맹주 백향묵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사가 계속해서 그곳에 있었던 일들을 보고했다.
“더 놀라운 소식은 습격했던 무리에서 오대악인인 귀살권마 장문량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대악인 중 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자 백향묵의 관심이 다시 급보로 향했다.
백향묵이 반문하며 물었다.
“귀살권마가? 한데 배가 무사하다고? 하면 낭왕이 그를 물리친 건가?”
“아닙니다.”
“아니라니?”
“귀살권마를 물리친 것은 남천검객의 제자 소운휘입니다.”
“소운휘?”
소운휘라는 이름을 모를 리가 있겠나.
공동제자인 이정겸과 더불어 무림 연맹의 새로운 신성으로 밀려고 하는 자였다.
삼군사 백위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아무리 이신성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귀살권마라면 벽을 넘어선 괴물이 아닌가. 그런 자를 소운휘라는 후기지수 따위가 무슨 수로 상대한다는 건가?”
“…….그건 노부도 이해하기 힘들군.”
총군사 방덕현도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이에 무사가 보고했다.
“저도 이게 참 믿기지가 않아서…..”
“무슨 소린가? 믿기지가 않다니. 무슨 일이기에 그러나?”
“남천검객의 제자 소운휘가 어검비행과 이기어검술을 펼치며 습격했던 자들과 귀살권마 장문량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뭣?”
삼군사 백위향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어검비행도 그렇고 이기어검술도 무림인들, 아니 검수들에게 꿈이라고 불리는 경지가 아닌가.
그것을 고작 이십대 초반에 불과한 소운휘가 펼쳤다는데 쉽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니 그게 무슨 얼토당토하지 않는 소리야?”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선원들과 표사들, 종남파의 무사들까지 전부 봤었다고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찌….”
맹주인 백향묵의 반응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고작 반 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한데 그 아이가 벽을 넘었다고?’
백향묵은 성 밖의 대장간에서 소운휘의 무위를 직접 시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여느 후기지수들과는 비견하기 힘든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제자인 이정겸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고작 이 짧은 기간에 벽을 넘어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겸이를 능가하는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는 건가?’
성장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열두 초인 중에 그 괴물이라 불렸던 살흉 절심도 이렇게 빠르진 않았다.
정파로서는 기쁜 일일지 모르겠으나 한편으로는 이 무서울 정도의 천재성에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저….한데 아직 끝이 아닙니다.”
“끝이 아니라니?”
“저희 쪽에서 위장시킨 배가 아닌 진짜 표물선으로 수로채가 습격했던 것 같습니다.”
“수로채?”
이렇게 맞지 않을 수가 있나.
정작 작전을 수행할 배는 엉뚱한 적에게 습격을 당하고, 도리어 표물선이 수로채의 습격을 당해버렸다.
“한데 그곳에 혈마가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역시 움직였군.”
이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물론 짐작한 것과 다르게 우두머리인 그가 홀로 직접 움직일 줄은 몰랐다.
삼군사 백위향이 난감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맹주. 이렇게 되면 작전이 실패한 것도 모자라 혈마와 수로채가 접촉까지 해버린 사태가….”
“저기…..꼭 그런 것 같지만도 않습니다.”
중간에 급보를 전하던 무사가 끼어들었다.
백위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혈마가 오히려 수적들로부터 표물선을 보호해줬다고 합니다.”
“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리야?”
혈마와 장강십팔수로채는 같은 사파였다.
혈교의 입장에서는 분명 사파 통합을 하기 위해 그들에게 우호적으로 나올 거라 여겼다.
그런데 혈마가 표물선을 보호했다는 보고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뭐지?’
맹주 백향묵은 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가 알고 있던 혈교의 행보와는 완전히 달랐다.
관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나. 위기에 봉착했던 연맹의 사람들을 구해주질 않나?
이제는 심지어 표물선마저 수적들로부터 구해줬다고 한다.
‘무슨 수작인 것이냐? 당대 혈마여.’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들의 명분이 약해진다.
악으로부터 정의를 행해야 하는데, 당대 혈마의 행보가 점점 그들의 명분을 쇠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설마 정말로 그걸 노리는 것이냐?’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혈교는 피로 세상을 씻는다는 둥 만인의 공적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조금이라도 마찰이 생기면 무력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다르다. 너무 달라.’
맹주 백향묵은 처음으로 혈교에 큰 경각심이 생겨났다.
어쩌면 당금의 혈교는 지금까지 자신들 정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다행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다행?”
“그 혈마마저도 어검비행으로 날아온 소운휘가 패퇴시켰다고 합니다.”
‘!!!’
그 말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대악인인 귀살권마를 물리쳤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 판국에 혈마까지 패퇴시켰다니 이건 대체 무슨 소린가.
“이 역시도 표물선에 있던 표사들이 모두 직접 보았다고 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급보라 해서 들었는데 유독 한 사람의 활약상만 듣는 기분이었다.
삼군사 백위향은 더는 할 말이 없는지, 그저 연신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만 뀌었다.
전형적으로 시기가 많은 인물이었다.
맹주 백향묵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이미 신성의 영역을 넘어섰군.”
“그렇지 않아도 세간에는 그를 죽은 무천검제를 대신하여 이신성이 아닌 팔대 고수의 일인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파, 팔대 고수? 고작 이십대 초반의 애송이를 말인가?”
삼군사 백위향이 황당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낭왕 혁천만까지 그의 실력을 인정했고 이미 그 활약상은 신성이라 칭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부정하기에는 그 위명이 너무 높아졌다.
이미 후기지수가 아니라 무림의 수위권에 드는 절세고수라 봐도 무방했다.
맹주 백향묵이 보고를 하는 무사에게 말했다.
“그 정도면 제대로 된 별호도 생겼겠군.”
“그렇지 않아도 소남천검, 어검대협 등 여러 별호로 불리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고 검선의 재래라 하여 소검선(小劍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소검선이라는 말에 백향묵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과연…..그렇군.”
이해가 간다.
여태껏 무림사에 있어서 검으로 검선보다 위명이 높은 자가 있을까?
어검비행과 이기어검술을 펼치며 적을 물리쳤다는 소운휘의 활약을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검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런 그와 달리 총군사 방덕현의 눈빛은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 * *
어둡고 우거진 한 숲.
따닥 거리며 불씨가 튀어 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서 명상을 취하듯이 눈을 감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런 사내의 맞은 편으로 한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복면을 쓰고 있는 정체 모를 자의 등장에도 사내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눈을 뜨지 않았다.
“존주께 보고 드립니다. 뇌주(腦主)에게서 전서구가 날아왔습니다.”
사내가 눈을 감은 상태로 입을 열었다.
“말하라.”
“그 자의 후예로 짐작되는 자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고 있던 눈이 부릅 떠졌다.
모닥불의 불꽃에 한 쪽 눈동자의 동공이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복면인이 고개를 다급히 숙였다.
한쪽 눈동자가 금안인 사내가 말했다.
“서둘러야 겠군.”
“나머지 세 자루도 어서 회수하도록…..헉!”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복면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경이로울 정도의 내공이었다.
꼭두각시라도 된 듯이 몸을 꼼짝할 수 없게 된 복면인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그런 그에게 금안의 사내가 말했다.
“어느 세월에?”
“사, 살흉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곧 좋은 소식….”
“나머지 검들을 전부 찾는 것보다 도망간 그 놈의 입을 열게 하는 게 빠르겠군.”
“도망간…..!?”
금안의 사내가 손을 휙 휘젓자 복면인의 몸이 밑으로 떨어졌다.
재빨리 일어나 한 쪽 무릎을 꿇는 그에게 금안의 사내가 명했다.
“군방을 찾아라.”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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